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7)
구룡전기-17화(17/217)
구룡전기 (17)
구룡장
산양현에서 자리 잡았던 흑사방이 의문의 멸문을 당하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산양현을 방문하였지만 누구에게 멸문을 당하였는지 확신하지 못하였다.
다만 산양현에 구룡장이라는 장원이 새로이 생긴 후에 얼마 가지 않아 흑사방이 멸문을 당했고, 흑사방이 산양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구룡장 역시 은연중에 산양현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구룡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다만…….”
“다만?”
“이렇다고 할 무공을 익힌 자가 없습니다.”
산양현에는 하오문의 분타가 존재 있었다. 화산과 종남산의 중앙에 있는 현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여 분타를 세웠고, 이곳에서 정보를 얻어 하오문의 지부에 전달하는 일을 맡아 하는 중이었다.
“무공을 익힌 자가 없다?”
하오문의 산양현 분타의 분타주인 미옥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장주를 비롯한 식솔들 중에서는 무공을 익힌 자가 없습니다. 듣자 하니 구룡장의 장주가 왈패들로부터 시전 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을 보호하고 있다는데 딱히 내공이 있는 건 아닌 듯하였습니다.”
“내공이 없다? 혹시 반박귀진에 이른 고수는 아니더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분타에서 그 정도의 고수를 알아볼 수 있는 이가 없습니다.”
분타주인 미옥은 그 말에 공감을 하였다. 자신도 알아볼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자를 수하들이 알아볼 리가 만무하였다.
“그럼 둘 중 하나라 치고, 흑사방의 땅과 저택 그리고 사업장의 소유는?”
“구룡장의 장주가 최근에 누군가로부터 사들였다고 합니다.”
“구룡장의 장주가?”
“그렇습니다. 도박장을 관리하고 있는 송덕이 그리 알려 주었습니다.”
흑사방이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도박장의 관리자가 하오문의 사람이었다.
하오문은 중원에서 가장 문도 수가 가장 많은 문파이다. 다만 그 많은 문도들의 수에 비해서 중원에서 고수라 불릴 정도의 무인이 얼마 없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한계였다.
그럼에도 하오문을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문파는 중원 천지를 뒤져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중원에서 가장 빠른 정보 획득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산 것이 정확해? 구룡장이 흑사방을 멸문시키고 빼앗은 것이 아니고?”
“송덕의 말로는 구룡장의 장주가 인수를 했다고 합니다.”
“알았어. 그만 나가 보도록 해.”
수하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미옥은 홀로 생각에 잠겼다.
“도박장은 불법인데 위험부담을 안고 인수를 할 이유가 있을까? 돈을 많이 벌어서?”
불법 도박장이 돈이 되긴 하지만 주기적으로 단속과 벌금 그리고 형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장원에서 운영하는 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흑사방의 사업체 중에 합법인 건 객잔과 기루이고, 불법은 대부업과 도박장이다. 그중 도박장을 인수했다면 객잔과 기루, 대부업도 인수했을 가능성이 있겠지.”
자신 역시 기루인 오송루의 루주이니 기루를 누가 인수했는지 알아보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가 있었다.
“기루는 내가 나서서 알아보면 되고, 흑사방이 멸문당했으니 상남현에 있는 적호문이 산양현을 노리고 수작을 부릴 수가 있겠군.”
미옥은 적호문이 산양현으로 들어오면 구룡장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구룡장에 사람을 한 명 심어 둬야겠어.”
* * *
화린은 섬서성의 성도인 서안에서 성주인 이도백을 만났다.
성주인 이도백은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알지 않았나 싶었지만 화린이 자신에게 보여 준 명패는 분명 황제의 아홉 번째 아들인 구황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명패였다.
황궁의 그림자 군주 불리는 사내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와 내심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그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듣기와 달리 이리 건장하신 분이라 조금 놀랐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소문처럼 그리 살았습니다. 빛을 보고, 소리를 듣고, 말을 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음…….”
“제가 성주님을 찾아온 이유는 한 가지 도움을 청하고자 함입니다.”
“전하께서 저에게 도움이라니요.”
“사실 아홉 번째 황자이기는 하나 황자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네에?”
“저로 인해서 황궁에 분쟁이 생기는 걸 원치 않으신 아바마마께서도 그리하라 허락을 하셨습니다. 명패는 저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시켜 줄 증거와 같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도백은 화린의 말을 듣고 지금의 황궁 사정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아직 황제가 건강하고 황태자인 첫째가 나름 정치를 잘하고 있어, 특별한 일이 없으면 황태자인 주문현이 다음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이 분명하였다.
“제가 황궁을 떠나 산양현에 구룡장을 세웠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호남성에 집과 땅을 주었지만 저는 그걸 모두 정리하고 섬서성으로 와서 장원을 세웠습니다.”
“산양현에서 불편하게 하는 놈들이 있습니까?”
“아니, 아닙니다. 그런 건 저의 힘으로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저의 힘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성주님의 도움을 받고자 할 뿐입니다.”
“무엇을?”
“제가 이번에 산양현에 자리 잡고 있는 흑사방이라는 문파와 시비가 있어 그놈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흑사방의 사람들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무림의 일이라 생각을 해 주십시오. 놈들은 사파에 속해 있고, 저의 상점을 관리해 주는 사람의 동생과 엮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제가 손을 썼습니다.”
화린은 성주에게 자신과 흑사방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하였다.
“그리되어 제가 그들이 가진 집과 땅, 사업체를 인수하였습니다.”
말이 인수이지 사실상 흑사방을 멸문시키고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화린은 한때 맹호사사혈전대 소속 군인이었다. 그곳에서 오 년 동안 생활하면서 수많은 전쟁, 전투를 치렀고, 승리하면 전리품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흑사방이 가진 모든 것을 자신이 가져가는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불법으로 대부업과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대부업과 도박장을 그들이 운영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보고가 올라오지 않습니까?”
“보고받은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산양현의 현감이 누락시킨 모양입니다.”
화린은 성주가 말은 누락이라고 하지만 현감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제가 성주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대부업과 도박장의 합법화를 허락해 달라는 것입니다.”
“대부업과 도박장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성주인 이도백은 화린의 부탁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부업과 도박장은 백성들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좋은 일이다. 이런 사업장이 백성들의 곁에 있다는 건 백성들의 입장에도 결코 좋지 않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주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백성들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조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화린은 일종의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와서는 성주에게 보여 주었다.
“일일 도박을 할 수 있는 금액을 백 냥으로 제한할 것입니다. 그리고 백 냥에 해당되는 금액은 도박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짜 돈으로 환전하여 그 금액을 지킬 생각입니다.”
“음…….”
“그곳에 적어 두었지만 도박으로 딸 수 있는 돈을 천 냥으로 제한할 생각입니다.”
이도백은 화린의 말을 들으며 그가 내민 사업 계획서를 천천히 읽어 보았다.
“그리고 도박장에서 나오는 순이익의 절반을 섬서성의 발전에 사용하겠습니다.”
“산양현의 발전에 말입니까? 절반을 투자하면 황자님께서 벌어 가는 돈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요.”
“사업체를 여러 개 운영하니 그곳에서 나오는 돈으로 이래저래 사용하면 됩니다.”
이도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업은 일 년 최고 이자로 삼 할 육 푼을 받을 생각입니다.”
“일 년 최고 이자를 삼 할 육 푼?”
“삼 할 육 푼을 달로 나누면 한 달에 삼 푼이 됩니다. 백 냥을 빌려갔으면 한 달에 석 냥, 일 년에 서른여섯 냥을 이자로 받을 생각입니다.”
이도백은 화린을 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전장도 돈을 빌려주면 이보다 더 많은 이자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남는 것이 있겠습니까?”
“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많이 안 남겠지만 열 사람, 백 사람에게 빌려주면 남지 않겠습니까?”
쉽게 말을 하면 박리다매하겠다는 말이었다.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황자님께서 그리 말씀을 하여도 사람이 돈 앞에서는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제가 약조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허가를 취소하셔도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음…….”
“갑자기 찾아와 이런 부탁을 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양현에서 생활하면서 최소한 황제 폐하와 성주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믿고 허가를 내어 주십시오.”
난감한 부탁이지만 황제와 황자를 생각하면 안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도백은 결국 화린의 뜻대로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단 저와 계약서를 한 장 쓰시지요, 황자님.”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대부업과 도박장에 관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오해는 마십시오. 도박장은 나라에서 금하고 있기에 제가 허가를 내 줘도 황궁에 보고를 해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계약서에 쓰인 대로 이행해 주십시오.”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성주님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화린은 대부업과 도박장의 허가를 받아 산양현으로 돌아왔다. 그런 후에 화린은 흑사방이 운영하는 기루의 주변 땅과 건물들을 사들였다.
그렇게 제법 넓은 땅을 확보하자, 화린은 기존에 있던 건물들을 허물고 넓은 땅에 새로운 형태의 건물을 지었다.
산양현의 사람들은 구룡장에서 무슨 일을 벌이나 싶어 공사를 시작한 건물에 관심을 가졌지만 건물이 당장 완공될 것이 아니었기에 그 관심은 곧 사그라졌다.
“지금 본 장의 소유로 운영 중인 사업채는 객잔과 포목점, 대부업과 도박장입니다.”
기루는 건물을 부수고 그 자리에 공사를 하고 있으니 당분간은 영업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익은?”
“어느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업과 도박장 수익은 그런대로 유지가 되고 있고, 객잔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포목점은 조금씩 매출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 상태로 시간이 조금 흐르면 포목점을 증축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단리소소 낭자의 수완이 좋은가 보군.”
“솜씨도 솜씨지만 단리소소 님의 인품이 산양현에서는 널리 알려진 모양입니다.”
“그래?”
“네. 동생인 단리혁진이 그런 단리소소 님의 발목을 잡고 있었는데 이제 객잔에서 착실하게 일을 하고 있으니 조금씩 단리소소 님의 진가가 드러나는 중입니다.”
“그거 잘되었군. 하 노는 좀 어때?”
“지병이 많이 악화되어 얼마 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 흑사방의 잡것들에게 맞은 후유증이 큽니다.”
“음, 그럼 어쩔 수가 없지.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해. 돈은 신경 쓰지 말고”
“그런데 장주님, 기루를 부수고 새로 지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겁니까?”
총관이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군대에서 오 년 동안 생활하면서 변방이며, 새외, 색목국까지 많은 곳을 다녀 보았는데 딱 한 가지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이 있어.”
총관이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눈빛으로 화린을 보았다.
“섬서성에는 산동에서 시작하여 하남, 산서, 섬서까지 흐르는 황하가 있지. 그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였고, 화청지, 종루와 고루, 비림과 대안탑, 시릉과 건릉, 많은 사찰들이 있어 해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
“그렇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딱 자신이 가 보고 싶은 곳만 다니다 돌아가거든. 만약에 그들을 우리가 있는 산양현으로 불러들일 수만 있다면 어찌 될 것 같아?”
“음…….”
“색목국의 어느 한 도시에 가 보니 정말 비루먹을 정도로 볼품이 없는 도시였는데 딱 하나, 비스듬하게 지어진 건물 하나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걸 내가 보았거든.”
“그러니까 장주님께서는 지금 새로 짓는 건물을 그렇게 지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비스듬하게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양현을 대표할 수 있는 건물을 짓겠다는 거야.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걸로 말이야”
“건물만 지어서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곳에 강이나 호수가 있다면 그걸 벗 삼아 뭔가 다른 영업을 할 수 있겠지만…….”
“도박장!”
“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린을 보는 총관은 뭔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해 달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객잔과 기루 그리고 도박장을 한 건물 안에 밀어 넣어 건물을 올릴 거야.”
“음…….”
“새외에는 그런 형태의 도박장이 많아.”
“……!”
“친구들끼리 와서 노름을 하면 누군가는 그 돈을 따겠지.”
“그렇겠지요.”
“그러면 그 돈으로 위층으로 올라가서 기녀와 함께 술을 먹는 거야.”
총관은 화린의 사업 계획에 깜짝 놀랐다.
“돈이 안으로 들어오면 객잔 안에서 다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면 돼. 그럼 도박장에서 누군가가 돈을 따더라도 쓰고 나가니 우리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겠지.”
“그렇긴 하겠네요.”
“‘하겠네요.’가 아니라 그렇게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