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73)
구룡전기-173화(173/217)
구룡전기 (173)
영성 진인의 시신을 수습해 온 화린은 청성파에서 귀빈 대접을 받았는데 속세의 권세무가에서 대접하는 방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화린은 청성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들과 면식을 가졌고, 그들로부터 구룡장이 어려울 때는 청성파가 돕겠다는 약조를 받았다.
“이왕 도움을 줄 것 같으면 실질적인 도움을 주십시오.”
“실질적인 도움이라면?”
“청성파의 도인들께서도 입고 먹고 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저희 구룡상단에서 곡물과 의복류를 취급하고 있으니 청성파에서 소비해 주신다면 장원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녹풍은 화린이 상인은 상인이라 생각하였다.
“그리하지요. 저희 청성에서는 구룡장을 통해서 곡물과 의복류 그리고 식료품 일체를 구입하겠습니다.”
장문인의 권한으로 녹풍이 이러한 결정을 하자, 다른 장로들이 난색을 표하였다.
“장문인 그리하면 본 파에 납품하던 속가의 상인들이 반발할 수도 있습니다.”
구파일방의 제자들 중에서는 속가 제자들이 있고, 그들은 대부분 관리, 상인들의 자제들이었다.
그렇기에 구파일방에서 소비하는 식료품, 생필품들은 속가 제자들의 상단에서 구입을 하고 있었다.
구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기부를 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겉으로는 그리하겠지만 속으로는 좋아할 것입니다. 속가라는 이유로 제값도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 본 파에 납품을 하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섭섭하게 생각지 않겠습니까?”
“그런 마음은 가질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그들의 자제들을 더 정성스럽게 보살피면 되겠지요.”
화린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장문인의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당장은 어렵고 석 달 뒤부터 납품해도 되겠습니까?”
“편하게 하십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늘 신선한 식료품을 준비하여 청성산으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화린은 이들이 다른 말을 할까 싶어 얼른 대답해 이들과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제가 장문인께 따로 드릴 말씀 있는데 독대가 가능할지요?”
“물론입니다.”
녹풍이 장로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에 화린과 독대를 하였다.
“저에게 할 말이 무엇입니까?”
“최근 들어 새외와 변방의 무인들이 중원으로 넘어왔다는 소문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해, 서장, 흑룡강성, 남해. 그리고 신강과 월하에서도 무인들이 중원으로 은밀히 들어왔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이들이 중원으로 들어온 것이 마교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교요?”
“삼십 년, 무림이 배교를 공격하여 멸문시킨 이후, 우리 정파가 내실을 다질 때, 사혈맹과 마교는 세력을 넓혔지요. 사혈맹이 중원 안에서 세력을 넓혔다면 마교는 변방과 새외 무인들을 힘으로 흡수하면서 세력을 넓혔습니다.”
화린은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그게 아니라 다른 것들입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제가 상단의 일로 무림을 다니면서 우연인지, 아니면 제가 운이 나쁜 건지 그들과 엮인 적이 있습니다.”
“아…….”
“남해의 백팔군도는 오래전 권마 초단운에게 당한 복수와 명예 회복을 위해서 그를 만나 해남검문으로 초대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는…….”
화린은 당시 객잔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해 준 뒤에 자신이 유추하고 있는 빙궁에 대해서도 말을 하였다.
“북해의 빙궁도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빙궁도 권마 초단운을 찾아왔단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섬서성에서 소수신공이 나타났다는 말씀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녹풍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소수신공은 북해빙궁의 지존 무공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북해빙궁에서 소수신공을 찾기 위해서 나왔다는 말씀입니까?”
“그리 유추하고 있습니다.”
녹풍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근에 사천에서 흑룡강성의 부산궁 무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사천에 있습니까?”
“듣기로는 오십 명이 나왔다고 하니 다른 성에서도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화린은 부산궁의 무인들이 무엇 때문에 중원으로 들어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들은 암흑마탑의 무인들로 위장하여 활동 중인데 그들의 목적은 아수라마탑의 보물인 선화유정도를 찾는 것입니다.”
선화유정도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녹풍이 물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아수라마탑의 지존공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아수라혈공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 다섯 개의 호법 무공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화유정도는 모두 다섯 개의 미인도로 각 그림에는 아수라마탑의 호법 무공이 숨겨져 있고, 다섯 장의 그림을 모두 모으면 지존공인 아수라혈공을 찾을 수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녹풍은 화린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의구심이 생겨났다.
“그런데 어찌하여 장주님께서 그리 자세하게 알고 계십니까?”
“아수라마탑과 암흑마탑을 멸문시킨 단체가 바로 제가 복무하였던 군부대입니다.”
화린이 군인 출신이라는 것은 이제 놀라운 비밀도 아니었다.
“맹호사사혈전대란 그 특수부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저희가 아수라마탑을 공격한 후에 지원 나온 암흑마탑과 싸우는 동안 아수라마탑의 생존자들이 선화유정도를 나누어 가지고 나갔습니다.”
“당시 우리는 아수라마탑과 암흑마탑의 무인들을 상대하느라 달아난 그들을 놓쳤고, 그들이 중원으로 들어왔다는 정보를 입수하였지만 그 후에는 어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저희는 사람을 찾는 부대가 아니었기에 그 일이 다른 부대로 이관되어 저희 손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녹풍은 이해를 하였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면 왜 저에게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무인이 아니라 상인입니다. 뜻하지 않게 무림과 엮여 무림인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전 아직 군인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녹풍은 화린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영문을 몰라 그의 말에 집중하였다.
“군인으로 생활하면서 수많은 전투를 경험해 보니 하나는 알겠더군요.”
“그게 무엇입니까?”
“전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큰 사건으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건,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죠.”
“음…….”
“지금 무림은 겉으로 보기에는 마교, 사혈맹, 정천맹이 대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의 시작은 이들의 대립이 아닌 변방과 새외의 개입으로 시작되어 확전될 것입니다.”
“확전이라면?”
“정, 사, 마의 무림대전이지요.”
녹풍은 화린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너무 앞서가는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직 군인의 습성을 벗어 버리지 못해 전쟁 망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의외로 쉽게 일어나는 것 또한 전쟁입니다.”
화린의 말대로 다툼이나 전쟁은 의외로 쉽게 일어나기도 하니 녹풍이 부인하지는 못하였다.
“제가 장문인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입니다. 구파일방이 정천맹과는 별개로 한발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무림을 바라보고 조사해 보십시오.”
“객관적으로?”
“그렇습니다. 좁은 시야가 아닌 넓은 시야로 지금 무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피시면 분명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그럼 제가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무엇입니까?”
“장주님께서는 무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확신하듯 그리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우리에게 말 못 할 확증이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요. 저희도 최선을 다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 *
사천성의 성도에는 중원 황제의 동생이자, 흥친어림군의 수장인 흥친왕부가 있다. 곧 있으면 흥친왕 주영국의 생일이라 흥친왕부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며 사람들의 왕래가 더 잦아졌다.
흥친왕 주영국의 생일이 다가올수록 사천의 성도에서 영업을 하는 객잔, 기루 등은 때아닌 특수를 누렸는데, 이는 흥친왕 주영국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중원 각 성에서 사람들이 사천성으로 올라와 생기는 현상이었다.
화린은 청성산에서 볼일을 다 본 후에 성도에 있는 하오문의 지부인 화련화루를 찾았다.
그곳에서 서대영을 만난 화린은 청성파와의 거래를 이야기해 주었다.
“석 달 후부터 거래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습니다. 현지 상인들에게 의뢰하여…….”
“우리의 거점이 필요하니 만들어. 그리고 그곳을 통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사천까지 말입니까?”
“어차피 중원 전역에 다 깔아야 해. 한두 곳으로 될 일도 아니야. 일차적으로 각 성에 하나씩 만들고 진행하면서 상황을 보고 분타들을 늘려 가야지.”
“하오문의 구조를 생각하십니까?”
“하오문이 아니라 그게 유통의 기본이잖아. 거점을 만든다. 대량으로 물건을 싸게 구입하여 쌓아 둔다.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운송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걸 보면 마냥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과 행동은 영 믿음이 안 가니 헷갈리곤 한다.
“알겠습니다. 사천에 적당한 곳을 알아보겠습니다.”
“알아보라고 했던 건?”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용친어림군에서 군을 개편하여 몇 개의 부대는 축소 통합하였고, 몇 개의 부대는 새로 창설하였다고 합니다.”
“그래?”
“아무래도 용친어림군이 맡은 지역이 험지가 많은 곳이라 그런 곳에서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서 특수부대들을 창설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특수부대?”
“그렇습니다. 다섯 개의 특수부대가 신설되어 훈련 중이라고 합니다.”
“인원은?”
“각 오백 명으로 무림인 우선 선발이라고 합니다.”
화린이 침묵하자, 서대영 역시 말을 걸기보다는 침묵으로 기다렸다.
화린의 침묵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어졌다.
화린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던 서대영이 답답할 정도였는데 시간이 더욱 지체되자, 서대영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려고 하였다.
“황궁수비대와 상황은?”
화린이 먼저 질문하였다.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고 합니다.”
“넌 가서 황궁수비대 소속 장수들이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다시 알아보고 와.”
서대영이 왜냐는 물음이 담긴 시선으로 화린을 보았다.
“내가 황궁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알아보고 흥친왕부로 와.”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