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76)
구룡전기-176화(176/217)
구룡전기 (176)
생일 축하연
화린은 배정받은 자신의 방에서 주영호에게 얻은 선화유정도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이미 한 장의 그림을 얻어 그 속에서 무공을 찾아 얻었기에 그림을 통해서 무공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수라유성창이라…….”
주영호에게서 얻은 그림 속에는 창술이 숨겨져 있었는데 꼭 창뿐만 아니라 도, 검을 비롯한 각종 무기도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수라유성창은 창을 사용할 때는 그 장점을 살려 위력이 배가 되고, 다른 무기로 대체하여 사용하게 되면 위력이 반감되는 단점이 있었다.
“아수라유성권과 아수라유성창을 얻었으니 남은 건 아수라혈검과 아수라혈장, 그리고 아수라심공인가?”
이 다섯 가지의 무공을 익히게 되면 아수라마탑의 지존무공인 아수라혈공을 얻을 수가 있다.
“굳이 아수라혈공을 얻지 못하더라도 아수라심공은 얻었으면 좋겠는데.”
선화유정도 속의 무공은 아수라심공을 바탕으로 펼쳐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온다.
화린이 익힌 수많은 무공들 중에는 화린의 내공에 근간이 되는 공무도원공이라는 심법으로 제 위력이 드러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아수라유성권은 그 위력이 반감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수라유성권 외에도 화린이 수많은 문파를 멸문시키고 얻은 무공 중에서는 이처럼 본연의 내공심법이 없으면 위력이 반감되는 것들이 더러 있었다.
화린은 자신이 추구하고 완성하고자 하는 무공에 이런 무공들도 도움이 되니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장주님!”
화린이 선화유정도를 살펴보는 중에 서대영이 흥친왕부에 도착하여 그를 찾았다.
“왔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서대영은 가볍게 목례를 한 후에 화린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대영의 시선이 선화유정도에게 고정이 되었다. 그가 봐도 현세의 인물과는 드물게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의 그림이었다.
“이게 선화유정도란 그림입니까?”
“그래. 네가 보기에 어때?”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입니다. 시간이 꽤나 흘렀을 텐데 그림이 상하지 않고 보존되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말입니다.”
“술법으로 그림이 상하게 되는 걸 방지한 거야.”
“그런데 여기에 무슨 무공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까?”
서대영이 그림을 뚫어져라 보지만 그는 선화유정도에 담겨 있는 아수라유성창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모르면 됐어. 너와 인연이 없다는 거지.”
“그런 겁니까?”
“왜? 가지고 있으면서 한번 찾아보고 싶어?”
“아이고, 이거 가르쳐 주고 또 얼마나 부려 먹으시려고요. 지금 장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걸 익히는 것도 골치가 아픈데 또 다른 무공을 익히란 말씀입니까? 그런 거 싫습니다.”
화린은 피식 웃었다.
“그럼 됐어. 알아보라고 한 건?”
“평소 친분을 가졌던 이들이 만나는 것 외에는 새롭게 누구를 만나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 왕부와 친하게 지내는 장수들은?”
“몇 명 있긴 합니다. 그들 대부분 팔로수로군, 흥친어림군, 용천어림군 출신으로 이전에 함께 생활했던 장수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냥, 황궁과 왕부에 관한 정보들을 듣고 느끼는 것이 없느냐는 물음이지.”
“딱히 이상하다거나, 혹은 일이 터질 것 같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 역시 도움이 안 되네. 난 잠이나 잘 테니까 호법이나 잘 서.”
“걱정 마십시오.”
“걱정 말긴, 지난번에도 호법을 서라고 했더니 아예 퍼질러 자 놓고는.”
서대영은 딴청을 피우는 표정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왜?”
“주무시는데 이부자리는 펴 드려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 할 일이나 잘해.”
모친이 남겨 준 배교의 비술들은 화린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여러 비술 중 몽환비술을 통해서 만든 심상의 방은 지금의 화린이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면이나 환상을 이용하여 자신의 원하는 환경을 만들거나, 상대를 현혹시킬 수 있는 이 몽환비술을 이용해 화린은 잠을 자면서도 무공을 수련할 수 있는 심상의 방을 만들어 남들보다 곱절의 시간을 사용하여 수련할 수가 있었다.
잠을 자는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화린의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라 무공과 배교의 비술, 그리고 자신이 익히고 배우고자 하는 학문까지 수련하거나 익히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이 활동을 하는 시간에는 빈둥빈둥 노는 모습을 보여 무공 수련과는 담을 쌓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화린은 자신이 만든 심상의 방에서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주변이 자욱한 먼저로 가득하였다. 그 먼저를 뚫고 기다란 손이 화린의 목을 움켜잡으려고 뻗어 왔다.
화린은 허리를 뒤로 젖혀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두 팔로 바닥을 짚은 후에 발을 강하게 들어 올려 허공을 찼다.
공수를 동시에 하고 상대를 견제하며 거리를 벌렸다.
화린은 지금 가상의 적을 소환하여 싸우는 중이었는데 적은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했던 자들 중 가장 강했던 사황 백무기였다.
몽환비술을 사용하는 화린은 자신이 지금까지 상대하였던 무공이나 익힌 무공들을 이 심상의 방에서 모두 재현할 수가 있었는데 사황 백무기가 사령마공을 사용하여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허상으로 만들어 낸 사황 백무기가 사용하는 사령마공은 진짜 사황 백무기가 사용하는 사령마공과는 조금 달랐는데 이는 화린이 배교의 비술로도 완벽하게 재현을 해낼 수가 없어서였다.
자신의 심상의 방에서 사령마공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기 위해서 백군성을 자극해 보고, 그가 사령마공을 사용하도록 유도도 해 보았지만 백무기와는 차이가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미완의 사령마공을 사용하는 가상의 백무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화린을 곤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시종일관 화린의 빈틈을 노려 공격하였고, 화린은 방어하거나, 피하면서 반격해 보려고 하였지만 반격은커녕 오히려 신나게 두들겨 맞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버티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려고 사황 백무기와 손속을 나누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사황 백무기와 화린의 무공 차이는 명확하였다.
콰아아아앙… 쩌어어어어억!
두 사람의 거대한 내기가 충돌하면서 심상의 공간이 찢어질 것 같이 심하게 흔들렸다.
“커어억!”
화린이 백무기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날아가 심상의 공간 바닥에 나뒹굴었다.
“쿨럭!”
입에서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 낸 화린은 손으로 손등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 내었다.
“완벽하지 않은 사령마공의 힘조차 견디기 힘들다는 건 아직까지 나의 무공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린은 인상을 쓰며 당당하게 서 있는 사황 백무기를 바라보았다.
심상의 공간에서 입은 부상은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기에 이번 충돌로 인해서 화린은 가벼운 내상을 입게 되었다.
화린이 호흡을 길게 하며 가부좌를 하자, 사황 백무기의 모습이 사라지고 주변의 환경이 바뀌었는데 어느새 풀과 나무들이 무성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청성산에서 얻은 천지일기공을 완벽하게 익힌 후에 공무도원공과 합일시켜 봐야겠어.”
청성제일검이라 불리던 검치 영성진인이 말년에 남긴 천지일기공을 언급하는 화린이었다.
심법이라고 하여 아무거나 공무도원공과 합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공무도원공과 상생이 맞는 심법이어야 합일이 가능하였는데 화린이 지금까지 익힌 수많은 심법들 중에서 공무도원공과 합일시킨 심법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상생만 맞으면 만자무서를 통해서 다듬을 수 있다면, 사령마공의 힘을 받아 낼 수 있을지도 몰라.”
화린의 일차 목표는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사령마공의 힘을 받아 내는 것이 목표였다.
“아직 나의 실력으로는 사황 백무기에 비빌 수가 없으니 일단 공무도원공과 천지일기공을 합일시키는 것에 집중하자.”
화린은 자신의 수련 방향을 잡은 후에 눈을 감았다.
* * *
트라빌 왕국에서 곡물 거래를 성공적으로 끝낸 구룡표국은 많은 곡물을 싣고 중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들의 공식적인 책임자는 동춘이었지만 그 위에 남궁수연이란 존재가 있어, 그녀가 이 무리를 이끌고 있는 중이었다.
많은 양의 곡물을 수송하는 일이라 구룡장의 무사들과 동춘의 사제들만으론 부족하여 낭인들을 고용하여 그들과 함께 곡물을 수송 중이었는데 낭인들 중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 자들이 몇 명 있었다.
이들은 여자인 남궁수연과 동춘의 사제 중 유일한 여성인 향란에게 수작을 걸다가 두들겨 맞아 생긴 흔적이었다.
낭인들은 두 눈과 몸으로 남궁수연과 향란의 무공을 경험할 수가 있었고, 남궁수연이 소문이 무성하였던 구룡장의 그 남궁수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첫날밤의 얌전한 새색시처럼 모든 행동에 있어 조심하였다.
사혈맹과 구룡장의 대립에서 구룡장이 패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혈맹은 구룡장에게서 항복을 받아 내었지만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하나 없었던 것에 비해 구룡장은 화린의 계획대로 단숨에 명성을 얻었다.
이 대립으로 화린과 남궁수연이 무명을 얻진 못하였지만 곧 말을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에 의해서 두 사람의 무호가 결정될 것이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름 앞에 무호를 넣어 부르게 될 것이다.
“선배는 무공을 익힐 때,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소?”
남궁수연은 자신의 무공인 제왕십삼검을 수련하는 데 있어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편하게 수련을 하였는데 그녀가 수련할 때마다 구룡표국의 표사들과 낭인들이 그녀를 지켜보곤 하였다.
이게 마음에 안 드는지 동춘이 물었다.
“보면 따라 할 수는 있고?”
“그 속에 담긴 오의는 알 수 없으나 형과 식은 익힐 수 있지 않소.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소?”
“도움이 된다면 나쁠 건 없지. 목숨을 검에 의존하는 무림인으로 하루를 더 산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테니까.”
“아니, 내 말은…….”
“천마신공을 형과 식을 따라 했다고 해서 천마신공을 익힌 거야?”
남궁수연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달마보리신장을 따라 했다고 익힌 거야?”
“아니오.”
“그럼 뭐가 문제인데.”
남궁수연이 묻자, 동춘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아니, 대문파나 유명세가에서는 자신들의 무공이 노출될까 싶어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수련을 하지 않잖소. 그리고 남이 무공을 수련하는 걸 훔쳐보는 건 예의에 어긋난 일이기도 하고 말이오.”
남궁수연이 피식 웃었다.
“그건 고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너 같은 하수에게는 하등 상관없는 말이거든.”
동춘이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지었다.
“고수들이야 자신이 무공을 익히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상대의 무공을 보고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겠지만 하수들에게는 그런 눈이 없지. 간혹 천재들이 있어 무공을 파악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건 경험이 동반되지 않은 겉핥기에 불과할 뿐이야.”
남궁수연은 동춘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너도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히고 있으니 너보다 약한 이가 무공을 펼치면 어느 정도 파악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소.”
“그럼 화린 선배가 무공을 펼쳐 너에게 보여주면 그걸 파악할 수가 있어?”
“그건 힘드오. 화린 조장의 무공은 워낙 괴랄 하여 감조차 잡을 수도 없소.”
“그래. 나도 화린 선배의 무공을 무수히 봐 왔지만 너처럼 감조차 잡을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화린 선배에게 물었지.”
“뭐라고 말이오?”
“선배를 따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래서?”
“다른 말 없었어. 그때는 내가 화린 선배와 이렇게 친해지기 전이었으니까 그냥 한마디 툭 던지더라고.”
“뭐라고 말이오.”
“곁에서 보고 배우라고.”
동춘은 남궁수연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다요?”
“그럼 다른 뭔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난 조장이 선배를 남들과 달리 대하니까 다른 뭔가가 있는가 해서.”
동춘의 말에 남궁수련은 화린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자신의 도움으로 내가 원하는 걸 얻는 걸 원치 않아. 나 스스로 깨닫기를 바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