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78)
구룡전기-178화(178/217)
구룡전기 (178)
“형님, 구룡장주와 흥친왕야와의 사이가 각별한 것 같은데 일이 잘못되는 건 아닙니까?”
객잔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은 화정수에게 화생방이 걱정되는지 물었다.
“뭘 말이냐.”
“우리가 구룡루를 빼앗으려고 했던 것 말입니다. 구룡장주를 죽이기 위해서 석천파를 매수한 것도 있고 말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우리가 아니라고 잡아떼면 구룡장주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놈의 목숨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언행에 각별히 조심하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조금 전에 구룡장주가 한 말은 무슨 말입니까? 전답을 팔다니요?”
대리세가의 가주와 협상한 내용을 아직 동생들에게 알려 주지 않아 이들은 이와 같은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
“우리의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이 상림에 알려져 상단의 신용이 나빠진 상황이다. 상단의 이름과 나의 면으로는 돈을 빌릴 수가 없으니 결국 담보를 맡겨야 했고, 그 담보로 대리세가에 전답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돈만 융통할 수 있으면 언제든지 전답은 우리가 구매할 수 있고, 또 구매하지 않아도 전답에서 나오는 작물은 우리가 우선 구입하기로 하였으니 우리에게는 손해가 전혀 없는 거래이다.”
“전답을 다 파신 겁니까?”
“판 것이 아니라 맡기고 금 오천만 냥을 빌린 것이다. 그 돈으로 대륙전장에서 빌린 돈을 갚았고, 또 조금의 여유 자금을 마련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 그럼 대리세가에 갚아야 할 돈은 언제입니까?”
“네가 그걸 알아서 뭐 하려고?”
“이제 둘째 형님도 안 계신데 형님을 대신하여 제가 큰 형님을 더 열심히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정국보다는 미덥지 못해도 주어진 일에는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다만 생각이 짧아서인지, 아니면 머리가 안 돌아가서인지 자신이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는 좀 둔한 편이라 그리 신임을 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화생방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리 생각을 해 주니 고맙구나. 무이자로 빌린 것이라 기간이 짧다. 석 달 후에 절반인 금 이천오백만 냥을 갚아야 하고, 그 후 석 달 뒤 절반을 갚아야 한다.
“석 달 뒤, 이천오백만 냥이면 적은 금액은 아니군요.”
“그렇지. 그렇기에 이번에 흥친어림군에 곡물을 납품할 수 있도록 흥친왕야를 만나 설득해야 한다. 그를 설득하느냐, 못하느냐 따라 상단이 보다 쉬운 길을 갈 것인지,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갈 것인지가 결정될 터이니 말이다.”
“제가 곁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그래. 그리 말을 해 주니 힘이 나는구나.”
“형님, 저도 돕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오냐, 막내도 잘 부탁한다.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들 하자꾸나.”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서대영이 불쌍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불쌍한 사람들, 저들은 장주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그러고 보면 화린은 참 잔인한 사람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것이 저들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 * *
“그래? 그만큼 화명상단의 자금 사정이 안 좋단 말이지?”
“상인들의 말을 들어 보니 그렇습니다. 그리고 화정수가 하는 말이 금 오천만 냥을 대리세가에서 빌렸는데 석 달, 여섯 달 이렇게 나누어 돈을 다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
화린은 방명록을 작성하면서 대충 듣긴 하였지만 서대영의 설명을 들으니 화명상단의 자금 사정이 생각한 것보다 더 나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곧 망하겠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상인들이 이야기를 들어 보니 대리세가에서 융통한 돈으로 대륙상단에서 빌린 돈을 갚고, 여유 자금으로 상단을 운영하다 대리세가에 돈 갚을 날이 다가오면 대륙상단에서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 대리세가에 빌린 돈을 갚으면 어느 정도 상단은 굴러가게 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담이 큰 돌려막기를 한다는 말이잖아.”
“그렇습니다. 그러다 하나 제대로 걸리면 또 부흥할 수도 있고 그런 거랍니다.”
“그 제대로 걸린다는 건 무슨 의미야?”
“화명상단이 곡물 유통에서는 최고이니 그쪽으로 사람들이 많은 곳에 곡물을 비롯한 식료품 자재들을 납품하게 되면 흥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흥친왕야에게 잘 보여서 흥친어림군에 곡물을 납품하는 일을 말입니다.”
“그럴 리는 없지. 내가 혈연을 내세우면 내 것을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아?”
서대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하고 눈을 깜빡이며 화린을 보았다.
“왜?”
“언제부터 흥친어림군에 곡물을 납품하는 일이 우리 구룡장의 일이 되었습니까?”
“왜,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장주님께 그 일에 대해서 언급을 듣지 못하여서 말입니다.”
“당연하지. 아직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는데.”
“그런데 왜, 그게 우리 일이 되는 겁니까?”
“내 맘이지. 내가 내 거라고 하면 내 거야.”
서대영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처럼 이렇게 떼를 쓸 때가 있는데 이때는 정말 대책이 안 선다.
“알겠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곡물을 구할 수는 있습니까? 트라빌 왕국에서 사 오는 곡물은 팔로수로군과 우리 구룡장에서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화명상단에서 전답을 팔았다며?”
“그걸 사들이시려고요?”
“싼값에 살 수 있으면 사는 것이 좋지 않아?”
“대리세가에서 화명상단에 다시 돌려주기로 한 모양이던데요.”
“그건 화명상단이 돈이 있을 때 문제이고, 돈이 없는데 그걸 어찌 다시 사.”
서대영은 화린이 다른 꿍꿍이가 있다 생각을 하고 물었다.
“화명상단을 끝장내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럼 그것들을 살려 둬? 나 죽이려고 살인검제에게 청부를 넣었어. 지금 내 주위에 살인검제가 어슬렁거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너 같으면 그놈들을 가만히 두겠어?”
“미쳤군요. 그런데 장주님과 살인검제 님은 호형호제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선배로 깍듯하게 모시기로 했지.”
서대영은 그런데 왜, 살인검제 백정인이 화린을 죽이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물었다.
“그런데 왜, 청부를 받아들였답니까?”
“그 양반, 속을 내가 어떻게 알아. 다만 정면으로 승부를 보았을 땐 내가 유리했으니 전문 분야인 살수로 승부를 보면 누구 강할까 하고 간을 보는 것 같아. 원래 명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속이 밴댕이처럼 좁아.”
“장주님처럼 말입니까?”
그 말에 화린이 도끼눈을 뜨자, 서대영이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넌 내가 시킨 일이나 잘 처리해.”
“그런데 황궁의 일은 왜, 그리 신경을 쓰는 겁니까? 황궁이랑 담을 쌓기로 한 것이 아닙니까?”
“그럴 생각인데 사람 마음이 생각처럼 그리 모질지가 못하네. 그래도 부친의 일이니 말이야.”
서대영은 설마 하는 시선으로 화린을 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속으로는 지금까지 한 일을 생각해 보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괜한 트집을 잡고 못살게 괴롭힐까 싶은 얼른 양손을 흔들며 대답을 하였다.
“아니, 아닙니다.”
“아니긴, 얼굴 표정 보니 꼭 내가 한 일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구만.”
서대영은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 흠칫하였다.
“지난번에 다섯 번째 형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고, 영친왕 숙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고 그래서 그래. 그리고 동창과 군의 정보를 담당하던 이들을 만나 황궁의 사정을 물어보니 찜찜한 것이 한둘이 아니야.”
“저는 모르겠던데요.”
“나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곳에서 활동해서 그런지 이런 쪽으로는 감이 좋거든. 그리고 흥친어림군의 천호대장군 군상천 장군이 그러더군.”
“뭐라고 말입니까?”
“왜, 폐하의 형제는 영친왕, 흥친왕, 용친왕 세 분밖에 없을까?”
“그게 왜, 이상하다는 말입니까?”
“내 위로는 형이 여덟 분이나 계시고, 누이가 다섯 분이나 계셔. 폐하께서 여러 명의 처첩을 두고 자식을 이렇게 생산을 하셨다면 할아버님께서도 그 정도, 아니 이보다 더 많은 형제자매를 생산하셨을 텐데 말이야.”
“아…….”
“그래서 조금 알아보니 폐하께서 건강하시면 보통 서른 중반에서 마흔 사이에 황태자 책봉을 하신다고 그러더만.”
“저도 그리 알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 큰형님의 나이가 서른셋이야.”
서대영은 화린을 말을 듣고 설마 하는 시선으로 그를 보았고,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난번에 형님들과 누이들이 각 성을 감찰하기 위해서 나왔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황자님을 만나신 것이 아닙니까?”
“내가 군대에 있으면 많은 곳을 다녀 보았지만 일이라는 건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아.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었을 때, 터뜨리는 거지.”
“음…….”
“지금 황궁이 조용하다는 건 어쩌면 은밀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 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리는 있지만 폐하께서 워낙 정치를 잘하시어 다른 제후들도 크게 반감이 없을 텐데요. 그래서 지들 밥그릇 싸움이나 하지 황족이나 왕족에 대한 견제나 공격은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서대영도 화린의 명령으로 황궁의 사정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았다.
“그런데 맹호사사혈전대가 습격을 받고 박살이 났단 말이지.”
“그건…….”
“용친어림군에서 맹호사사혈전대와 비슷한 특수부대들을 만들어 훈련에 들어갔고 말이야.”
“용친왕께서 다른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용친왕 숙부가 아니라 황궁에 몸담고 있는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장주님께서는 용친왕야와 관련이 된 누군가가 황궁을 먹기 위해서 판을 깔고 있다는 그런 말씀입니까?”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조금 비약적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용친왕야를 움직일 수 있는 분은 폐하뿐이십니다. 폐하께서 왜, 이렇게 복잡한 일을 꾸미시겠습니까?”
“폐하께서 개입을 하신 건지. 아니면 황후, 황비들이 개입을 하였는지 말이야.”
* * *
“쫓아라.”
한 무리가 서둘러 달아나고 있었고, 그들의 뒤를 쫓은 자들이 매섭게 추격하는 중이었다.
쫓기는 자들은 붉은색의 가사를 입고 있었고, 쫓는 자들은 청색의 무복을 입고 있었다.
붉은색의 가사를 입고 있는 이들은 중원인이 아닌 소뇌음사의 스님들이었다.
이들은 한동안 달아나더니 사천당가가 있는 도강언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금천현이란 곳에 당도를 하자, 달아나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들을 쫓아오는 청의 무복을 입은 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본문에서 훔쳐 간 것을 내놔라.”
청의 무복은 입은 이들은 사천성의 청의문의 무인들로 사천당가, 아미파, 청성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천성의 무림인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파 중 한 곳이었다.
“돌려줄 것 같으면 굳이 힘들게 이렇게 훔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죽여라.”
붉은 가사를 입은 자들 중 얼굴에 문신이 가득한 자가 명령을 내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소뇌음사의 무인들이 움직였다.
“어딜!”
청의문의 무인들 역시 이에 질세라 자신들의 무기를 뽑고 달려들었다.
“옴세라하. 발쿠니. 다리쿰바…….”
이들의 무력 충돌이 일어나자, 얼굴에 문신이 가득한 자가 묘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고, 주문이 길어질수록 청의문의 무인들은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을 느껴야 했다.
“주술?”
얼굴에 문신이 있는 자의 주술은 일반적인 주술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주술은 부두 인형이나 혹은 돌에 피로 쓴 글이나 부적과 같이 매개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주문만으로 주술이 가능하였다.
“커어억!”
어지러움으로 제대로 무공을 드러낼 수 없게 되자, 청의문의 무인들이 소뇌음사의 승려들에게 당해 피를 뿌리고 쓰러졌다.
“이놈!”
이들을 인솔해 온 청의문의 선임인 자가 한 번의 도약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는 자의 근처까지 접근하여 허공에서 검으로 놈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쳤다.
쩌어어엉.
“윽!”
마치 반탄강기에 막혀 검이 튕겨 나오는 충격과 함께 손아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그는 바닥으로 내려서서는 인상을 쓰며 얼굴에 문신이 있는 자를 노려보았다.
“아리아쿰, 디바네라, 사리다움…….”
자신이 공격을 당해도 그는 피하거나 반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주문을 외었고, 그런 그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고 검을 꽉 쥐고는 놈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쩌어어엉, 쩌어엉…… 쩡!
선임자가 몇 번이고 검을 휘둘러 보았지만 단단한 보호막에 보호를 받는 것처럼 공격할 때마다 거대한 반발력을 경험하며 검이 튕겨져 나오는 걸 느껴야 했다.
“빌어먹을.”
그는 어지러움으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지 무릎이 꺾이고, 두 팔로 바닥을 짚었다.
주문을 읊조리던 자가 엎드려 있는 청의문의 선임에게 성큼 다가오더니 발을 들어 그의 목에 올려놓고는 지그시 눌렀다.
그 힘에 이기지 못한 그는 얼굴이 바닥에 닿았고, 힘을 계속해서 주자, 결국 목이 부서져 고개가 돌아갔다.
“서둘러라. 본 사의 보물을 회수하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