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
구룡전기-18화(18/217)
구룡전기 (18)
“산양현의 흑사방이 갑자기 무너진 이후, 시전과 저잣거리에서 보호세를 걷는 자들이 없다고 합니다.”
산양현의 시전과 저잣거리를 노리는 주변의 왈패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대방이라는 왈패가 세력이 가장 컸다.
대방은 상남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왈패 중 하나인데 상남현의 시전과 저잣거리의 이권은 무림 삼류 문파인 적호문의 비호를 받고 있는 만덕 패거리에게 빼앗겨 이들이 산양현의 시전과 저잣거리의 이권을 노리는 중이었다.
“단리혁진의 패거리들은?”
“알아보니 구룡장이라는 장원의 장주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그가 단리혁진 패거리를 족쳤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가 가도 똑같이 당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우리는 힘들고, 적호문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적호문?”
“네. 적호문을 찾아가서…….”
적호문을 찾아가서 자신들이 산양현의 시전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에게 보호세를 받아 매달 일정 금액을 상납할 터이니,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말을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구룡장의 장주가 나서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적호문이 직접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명색이 무림 문파인데 시전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에게 보호세를 받겠습니까? 자신들이 사업장을 운영하지.”
“그렇긴 하지.”
“동구 패거리가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상만덕이가 적호문에 매월 얼마를 상납하지?”
“제가 알기로는 금전 두 냥을 상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동구는 세 냥을 주겠다고 하겠군.”
“우리는 네 냥을 준다고 하면 어떠합니까?”
“그냥 다섯 냥을 준다고 그래. 동구, 이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적호문의 무사를 통해서 대장의 뜻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만날 약속 날짜를 잡으면 알려 줘. 선물을 하나 준비해야 하니까.”
“걱정 마십시오.”
* * *
“형님, 정말 이럴 겁니까?”
한때, 단리혁진의 밑에 있던 왈패들이 객잔으로 찾아와 단리혁진에게 사정을 하였다.
“나는 손 뗐다. 더 이상 왈패가 아니다.”
“지금 애들이 상남현의 대방 패거리에게 쓸려 나가고 있습니다. 어제도 두 명이 다리가 부서져서 병신이 되었습니다.”
“뭐?”
단리혁진은 놀라 당장이라도 달려가려고 하였지만 그의 머릿속에 화린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날의 공포가 몸을 지배해 버렸다.
“그러게 왈패를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그랬잖아.”
단리혁진은 마음과 달리 동생들에게 쓴소리를 하였다.
“형님!”
수하가 단리혁진을 불렀지만 그는 객잔을 떠날 수가 없었다.
가슴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안 돼. 그러니 너희들도 그만 정신 차리고 다른 일을 알아봐.”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동생 한 명이 단리혁진을 향해 소리쳤다.
“✕발, 네가 그러고도 형님이냐, 개새끼야! 우리를 꼬드길 때 뭐라고 했어? 죽어도 같이 죽자고,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그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모른 척을 해?”
그 말에 순간 발끈하였지만 자신이 이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며 함께 살아왔기에 이 말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지금 바빠 죽겠는데 거기서 뭐 해!”
갑자기 숙수장이 객잔의 주방 뒷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와 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단리혁진에게 소리쳤다.
“미안하다. 나 지금 들어가야 한다.”
단리혁진이 객잔의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동생 한 명이 그의 옷을 잡았다.
단리혁진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의 주먹이 단리혁진의 얼굴을 가격하였다.
퍼어억!
생각지도 못한 일격에 단리혁진이 얼굴을 맞고 넘어졌고, 인상을 쓰며 동생에게 뭐라고 할 때, 숙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와서 일 안 할 거야?”
숙수장의 외침에 단리혁진은 일어나 손등으로 피 묻은 입술을 닦은 후에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다.
“개새끼!”
그 모습을 보고 실망한 그의 동생들이었다.
“가자. 저런 놈을 한때 대형이라고 믿고 따랐던 내가 병신이지.”
단리혁진이 패거리를 떠난 후에 패거리를 맡은 형단은 단리혁진을 욕하며 객잔을 떠났다.
동생들과 헤어진 단리혁진은 주방으로 들어와 일하려고 하였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제도 두 명이 다리가 부서져 병신이 되었습니다.”
동생인 형단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해?”
“아니, 아닙니다.”
“어리석은 놈, 저놈들이 너를 찾아와 도와 달라고 하니 마음이 흔들리냐?”
숙수장의 말에 단리혁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너는 저들이 정말 너를 가족처럼 생각해서 찾아왔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냐?”
“그럼 아닙니까?”
반발해서 단리혁진이 숙수장을 향해 말했다.
“아니지. 저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너의 도움이 필요할 뿐이지. 저들이 정말 너를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면 여기에 찾아오면 안 되는 거야.”
“그게…….”
“너는 너의 누이에게 나쁜 짓인지 알면서 찾아가서 도와 달라고 말을 하냐?”
단리혁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가족은 그런 거다. 잘되기를 바라지 나쁜 길로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다. 저들은 지금의 어려움이 해결되면 너를 찾지 않을 거다.”
“아닙니다. 저들은…….”
“저들이 다시 찾아와 얻은 이익을 너에게 나누어 줄 것 같으냐? 그랬다면 네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찾아와서 그동안의 수익 일부를 나누어 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건…….”
“왜, 아니라고, 저들을 믿고 싶은 거냐?”
단리혁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은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숙수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리 생각을 하여라. 훗날 시간이 흐른 후, 넌 분명 지금의 이 시절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단리혁진은 그 말에 욱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럴수록 화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화린이 흑사방의 무인들을 몰살시킬 때 보여 준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고 두려움에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그들을 죽이는 데 딱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손에 든 철전을 손가락으로 퉁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럴 때마다 철전은 흑사방 무인들의 이마를 꿰뚫었다.
팔, 다리, 몸이 아닌,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에 똑같이 박아 넣어 버렸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향해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못할 일을 화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었다.
그 모습은 곁에서 지켜본 단리혁진의 뇌리에 너무도 깊숙하게 각인되어 이제는 지워지지 않는 족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채소들을 모두 다듬은 후에 음식을 만들 양만큼 소분하여 그릇에 담아 두어라.”
숙수장의 말에 단리혁진은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 * *
“그렇습니까?”
“장주님, 좀 도와주십시오. 그들이 시전상인들과 저잣거리 상인들에게 과도한 보호비를 받으려고 합니다.”
시전상인이 구룡장의 장주인 화린을 찾아와 이번에 새로이 나타난 왈패들의 행패에 대해서 알리고 도움을 청하였다.
“그놈들은 상남현에서 왈패 짓을 하던 놈들인데 단리혁진 패거리가 힘을 잃은 틈을 타서 이곳으로 와서는…….”
“그놈들은 어디 있습니까?”
“시전에 있는 오송루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들을 만나 타이르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장주님.”
산양현에는 치안을 담당하는 현감과 관병들이 있지만 산양현의 사람들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관아를 찾는 것이 아니라 구룡장을 찾아 문제를 이야기하였다.
화린은 상인의 말을 듣고 오송루로 갔다.
오송루는 산양현에서는 제법 오래된 기루로 기녀가 술과 노래, 악기, 춤과 같은 재주를 파는 청루와 달리 술과 여자의 몸을 파는 홍루였다.
홍루에는 젊은 기녀들보다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기녀들이 많았는데 기녀들 중 대부분은 젊은 날은 청루에서 일을 하다, 나이가 들고 찾아 주는 손님이 없어 자연스럽게 홍루로 넘어가 일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화린이 오송루에 들어서자, 한 여인이 나와 그를 맞았다.
“저희 기루에서는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구룡장에서 왔습니다. 이곳에 상남현에서 활동하던 왈패들이 머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런데 그분들은 왜?”
“나의 영향력 아래 있는 시전과 저잣거리에서 그들이 행패를 부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녀는 시전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 모두가 화린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하였다.
‘미친놈 아니야?’
그녀도 구룡장이 시전상인들과 저잣거리 상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화린의 뜻에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당장 오송루만 해도 그렇다.
“그들을 불러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끌고 나오는 것이 좋겠습니까?”
화린의 말에 그녀는 황급하게 대답을 하였다.
“안으로 통보하여 그들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인 후에 안으로 들어갔고, 화린의 시선이 오송루의 삼 층으로 향했다.
삼 층의 작은 방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이 있었는데 오송루의 루주인 미옥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치는 순간 미옥은 본능적으로 조심해야 할 사람이라 판단을 하였다.
미옥은 하오문의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분타주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데 화린을 처음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엄습하였다.
“위험한 자이다.”
아직 구룡장이 어떠한 행보를 보여 주고 있진 않지만 산양현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 가는 중이었다.
단시간에 이러한 영향력을 떨친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만약 그가 무림이나 상림에 뜻을 두고 움직인다면 작은 바람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오문에 보고하고 조사 대상으로 구분하여 지속적인 정보를 얻어야 해.”
미옥은 혹시 모를, 혹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지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하오문의 본문에 구룡장에 대한 정보와 조사를 요청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상남현에서 올라온 대방 패거리들이 우르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십수 명이 되는 대방 패거리들이 화린과 마주하였다.
“구룡장의 장주라고? 어린놈인데?”
“너희가 시전상인들을 협박했다고?”
화린의 말에 이들의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하였다.
“그래서? 장주님께서 오셔서 뭘 어떻게 어찌하시려고요?”
“이쯤에서 물러나면 걸어서 상남현까지 갈 수 있게 배려를 하고, 계속해서 이곳에 남아 시전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사람들을 겁박하면 기어서 가도록 만들어 줄 생각인데.”
“하하하!”
화린의 말을 듣고 대방 패거리의 왈패들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이거 무서워서 어디 길이라도 다니겠습니까?”
대방 패거리의 두목인 대방이 한 걸음 나와 화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우리 뒤에 누가 있는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요?”
그 말에 화린은 피식 웃었다.
“웃어?”
“그럼 너희들은 나의 뒤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나?”
대방이 화린의 말을 듣고 흠칫하였다.
“너희들 뒤라고 해 봐야 삼류 문파 정도겠지. 그 이상은 너희들과 급이 맞지 않아 손을 잡지도 않을 것이니 말이야.”
대방은 동생들에게 시선을 보내었다.
“그에 반해서 나는 구룡장이라는 장원을 가지고 있다. 사업체도 몇 개 운영하고 있으니 나의 뒤를 봐주고 지원받는 문파가 너희와 같은 삼류 문파일 것 같나?”
대방이 화린의 말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산양현은 종남산과 화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다. 화산이 화음현, 종남이 장안시와 가까이 있다고 하나 이 산양현 역시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알지 못하는 건 아닐 텐데.”
이들은 화린의 몇 마디에 기가 죽어 버렸다.
적호문을 등에 업고 산양현으로 와서 시전과 저잣거리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계획은 처음부터 어긋난 것이다.
“선택의 기회를 주지. 지금 걸어서 상남현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기어서 상남현으로 돌아갈 것인지.”
화린의 기운이 공간을 지배하고 그 영향력을 넓혀 가며 대방 패거리의 왈패들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도…… 돌아가겠습니다.”
알 수 없는 무거운 기운에 몸이 처진다는 것을 느낀 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돌아가겠다고 말을 하였다.
“이곳에 머물며 자고, 먹고, 마시고, 기녀들과 논 값은 치렀나?”
“그게…….”
“값을 지불하고 돌아가도록 해.”
화린의 말에 이들은 순간 울상을 지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다리 병신이 되어 기어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방은 곧장 화린의 말에 수긍하며 동생들에게 있는 돈, 없는 돈 다 거두어 그동안 오송루에서 숙식하였던 값을 치렀다.
“그만 가 보겠습니다.”
이들은 순한 양이 되어 오송루를 떠났고, 이 모습을 삼 층에서 지켜보던 미옥은 싱겁게 끝나 버려 헛웃음이 나왔다.
“젊어 보이는데 담력도 그렇고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