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1)
구룡전기-181화(181/217)
구룡전기 (181)
영업
서대영은 화린이 장담한 것처럼 개부랄을 해구신으로 알고 먹은 이들이 화린에게 와서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 떠드는 걸 보곤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 말이 맞지. 저 사람들 해구신이랑 개부랄이랑 구분 못 한다니까.”
“그런데 정말 좋아진 겁니까?”
“성분은 비슷하니까 그리고 남녀 간의 관계는 정신적인 문제이지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니까.”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내가 소뇌음사에서 구한 책이 있는데 그 책에 그리 쓰여 있었단 말이지. 음양의 조화는 육체적인 관계가 전부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인식하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이야.”
“그 책을 어디서 구한답니까?”
화린은 허공에서 손을 당기자, 손에 책이 허공에서 딸려 나왔다.
“읽어 보고 반납해. 난 중요한 손님을 만나러 갈 테니까. 낮에는 나 찾지 마.”
책을 받아 든 서대영은 얼떨결에 대답하고는 화린이 떠나가자, 책 표지를 보았다.
“카마수트라…….”
서대영은 책 표지를 넘겨보았다.
“음…. 이 좋은 책을 그동안 혼자 보고 있었단 말이지.”
그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생겨났다.
한편 손님을 만나러 간 화린은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명왕.”
화린을 만나 사람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지 전쟁을 통해서 얻은 이름, 즉 전호를 불렀다.
“그간 무탈하였습니까? 대리명한 가주님!”
“오 년 전 명왕께서 파천혈문을 비롯하여 몇몇 문파를 멸문시켜 주신 덕분에 본가가 위협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화린과 대리세가의 인연은 오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대리세가는 대리석을 생산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고, 운남성에서 큰 권세를 떨치던 파천혈문이 대리세가의 대리석을 노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는데 자칫 멸문으로 이어질 만큼 파천혈문은 대리세가를 압박하였다.
대리세가의 가주였던 대리명한은 흥친왕 주영호와의 친분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였고, 주영호는 고급 사치품인 대리석이 파천혈문의 손에 넘어가면 그로 인해서 막대한 자금을 얻어 중원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하여 맹호사사혈전대를 보내어 파천혈문을 쓸어 버렸다.
당시 맹호사사혈전대는 파천혈문의 주춧돌까지 뒤집어엎어 버릴 만큼 씨를 말려 버렸고, 덤으로 운남성에서 대리세가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문파들까지 공격하여 힘을 줄여 버렸다.
그 이후, 대리세가는 자신들의 힘을 길러 적어도 운남성에서 만큼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를 하였다.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암적인 존재는 음지에서부터 자라나는 것이니 수시로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실 화린이 대리명한을 만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대리명한이 먼저 화린에게 만남을 청하였다.
“이곳에서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였고, 또 지난날의 고마움을 제대로 표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만남을 청했습니다.”
“아…….”
“제가 자리를 마련하였으니 가시지요.”
대리명한은 화린과 함께 자리를 옮겼는데 흥친왕부를 나서 성도에서 제법 유명한 기루인 화련화루로 갔다.
그곳으로 가니 술상과 기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녀들은 물리시지요.”
“왜?”
“제가 군에서 나와 이런 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기녀들과 술을 먹는 것이 조금 꺼려집니다.”
“아…….”
대리명한은 화린의 말을 듣고 기녀들을 물렸다.
기녀들이 나가자, 화린은 내공을 운용하여 기막을 만들어 두 사람의 대화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죄송합니다. 저로 인해서 가주님의 흥을 깨뜨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사실 저도 기녀들이 동석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하니 그분들의 취향을 몰라 부르는 것입니다.”
화린은 대리명한의 말을 들으며 업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다 저러하지 않을까 하였다.
“그런데 명왕께서 이런 업을 하신다고 하시니 안 믿깁니다.”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습니다.”
“어디서 하십니까? 제가 들를 일이 있으면 한번 들리겠습니다.”
“섬서성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구룡루를 비롯하여 인근 청루, 홍루, 객잔, 포목점, 표국, 전장등을 하고 있습니다.”
대리명한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구룡루라고 하면 섬서성의 구룡장에서 하는…….”
화린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하였다.
“구룡장의 장주가 바로 저입니다.”
“아…….”
대리명한은 그제야 뭔가 이해가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소문을 들었습니다. 일개 장원의 장주가 사혈맹이라는 거대 집단과 싸우면서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고 말입니다.”
“결국에서는 제가 패했습니다. 그 덕에 오년 봉문을 당했고, 무림의 일에는 관여할 수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패한 것이지만 구룡장이 입장에서는 이긴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단숨에 대륙급의 명성을 얻었고, 일류를 넘어 초일류의 장원으로 알려졌으니 봉문이 풀리게 되면 그 후의 영향력은 이로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대리명한의 말처럼 구룡장은 이미 종남파, 화산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그 명성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남궁세가의 여식이 함께하였다고 들었습니다.”
“네. 남궁수연이라고 군대 후배입니다. 그녀 역시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어 이번에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천하제일세가라는 말이 절로 수긍이 될 만큼 천재들이 나타나는 가문입니다.”
대리명한은 남궁세가가 부러운 듯 말을 하였다.
운남성, 청해성, 요녕성은 중원의 땅이지만 변방의 취급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자리를 잡은 세가나 장원들은 그 세가 강해도 다른 성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세가나 장원에 비해서 소외된 취급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사실 중원에서 십대세가라 불리는 세가들 중에서 대리세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세가도 많았다.
“제가 볼 때는 천재들이 아닌 노력파들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궁수연은 정말 자신만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물론 재능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재능보다는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곁에서 지켜보았으니 그녀에 대한 평가만큼은 그렇습니다.”
“그래도 부럽습니다. 자 한 잔 받으십시오.”
대리명한이 화린에게 술을 따라 주었고, 화린 역시 대리명한의 빈 잔을 채워 주었다. 함께 한 잔 마시며 술잔을 내려놓고는 화린이 물었다.
“듣자 하니 가주님께서 화명상단의 전답을 담보로 그들에게 돈을 융통해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정이 어렵다고 하여 그리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담보 없이 빌려주긴 뭣하여 일단 전답을 담보로 받긴 하였습니다.”
“그들이 왜, 자금 사정이 안 좋아졌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몇 번의 안 좋은 일을 겪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멀쩡하게 잘 굴러가던 화명상단이 갑자기 그러한 일을 겪었다는 건 누군가와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리명한이 화린을 보았다.
“설마 명왕과 엮여 있는 것입니까?”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의 빈 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그들이 먼저 저의 구룡루를 노렸습니다.”
구룡루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듣고 있어 화명상단이 구룡루를 노렸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졌다.
“그리고 저의 목숨을 노리더군요.”
“허엇, 미치지 않고서야.”
화린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는 대리명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당하고만 있는 성격이 아니라 화명상단에 대한 조치를 하였고, 그로 인해서 화명상단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리명한은 지금 자신에게 화린이 경고를 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화명상단에 대한 일은 손을 떼겠습니다. 더 이상 화명상단을 도울 일은 없을 겁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화린은 일을 이처럼 얌전하게 처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회는 군과 달라 보는 눈들을 의식해야 하니 이리 시간을 두고 처리하는 건가?’
그가 마음만 먹으면 화명상단 쯤은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사혈맹이라는 거대 세력과도 싸워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화명상단에서 가주님께 담보로 맡긴 전답을 저에게 넘기십시오. 제가 제값을 쳐드리겠습니다.”
대리명한이 흠칫하였다.
“이건 상인의 신용 문제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화정수는 가주님께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씀은?”
“저는 화명상단과 화정수를 그냥 둘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은 가주님께 빌린 돈에 대한 상환 유예를 말하며 시간을 더 달라고 말을 할 것이니 저에게 그 전답을 파십시오.”
대리명한은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신 후에 화린의 물음이 대답을 하였다.
“그래도 신용의 문제입니다. 제가 명왕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상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찔려서입니다. 만약 화정수가 명왕의 말씀처럼 그리 나온다면 그때 제가 싼값에 전답을 팔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화정수, 그 친구가 불쌍해지는군요. 어떻게 명왕과 얽혀서는…….”
“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가주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대리명한은 화린의 명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떠올렸다.
그의 방문을 받고 산 사람이 없다고 알려졌기에 그를 명부의 왕, 명왕이라 부른다. 그러니 그에 대해서 아는 이가 드문 건 당연지사.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가 중재를 하면 화정수 그 친구를 용서해 줄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말씀을 하십니다. 남의 것을 탐낼 때는 자신의 것도 걸어야 하는 법입니다. 상대는 나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그 대가로 석천문, 음사문, 혈사파…….”
화린은 자신의 손에 멸문당한 문파의 이름이 나열하며 말하였다.
“그의 욕심으로 수많은 문파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가주님께서 중재를 한다고 제가 받아들이면 저의 손에 죽은 자들만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화린의 입장에서는 당연하였다.
“저도 사람이고, 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놈이라 저보다 강한 사람이나 세력이 나서서 저를 죽이겠다고 겁박하고 나서며 중재를 하면 생각을 해 볼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저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짐작은 하였지만 화린의 대답을 들으니 화정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것 같았다.
‘하긴 명왕이 장사를 할 것이라 누가 생각을 했을까? 다른 상단에서 화정수의 곡물 유통을 노리고 있다고 말을 해 줘야 하나?’
몇몇 상단의 주인들이 화정수의 전답을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을 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을 하였다.
‘그들 문제는 알아서 하시겠지. 그보다 내 문제부터 풀어야겠지.’
대리명한은 화린을 만나자고 한 이유를 말하였다.
“명왕께서는 혹시 변방과 새외의 무인들이 중원으로 들어온 걸 알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우연히 만난 적도 있습니다.”
“아, 그럼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가주님을요?”
대리명한은 품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었는데 불교에서 퇴마의식에 사용하는 금강저였다.
보기에도 오래된 물건처럼 보였는데 화린은 금강저에서 요상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일반적인 파사의 힘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었다.
“요사스러운 힘이 봉인되어 있는 물건이군요.”
“알아보시는군요. 요마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금강저입니다. 소뇌음사의 물건입니다.”
화린은 소뇌음사의 물건이 왜, 대리세가에 있는지 물었다.
“그게 왜, 대리세가에 있습니까?”
“오래전의 일입니다. 본가의 선조 중 한 분께서 소뇌음사의 속가제자였습니다. 그래서 본가가 운남성에 자리를 잡을 때, 소뇌음사의 힘을 빌렸을 때가 있었습니다.”
대리명한은 대리세가가 어떻게 운남성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을 하였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듣기로는 소뇌음사의 보물은 모두 일곱 개라고 들었습니다. 최근들어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이 보물들을 회수하려고 중원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들이 대리세가를 위협할 만큼 힘이 강합니까?”
“본가의 무인들이 모두 당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이상한 건 본가의 무인들에 난 상처들이 일반적인 검상이었습니다. 무공에 의한 상처가 아닌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그런 검상이었습니다.”
“무방비에 당한 검상?”
“그래서 본가에서 예측하기를 술법이 동원된 것이 아닐까 하고 있습니다.”
술법이라는 말에 화린은 눈을 좁혔다.
“배교의 술법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공에 당한 상흔이 아니니 배교나, 혹은 밀교의 술법을 사용하지 않았나 짐작을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