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2)
구룡전기-182화(182/217)
구룡전기 (182)
화린은 대리명한과 이야기를 마친 후에 흥친왕부로 돌아왔다. 배정받은 자신의 방에서 서대영과 함께 대리명한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화명상단의 자금줄을 확실하게 죄여야겠습니다. 들어 보니 영업 실적이 안 좋은 상점들도 다 정리하였다고 하던데.”
“화명상단은 이번 흥친어림군의 곡물 납품에 사활을 건 모양이던데.”
“납품하던 업체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주님께도 어렵다고 하신 것 아닙니까?”
“그랬지. 그래서 난 포기를 하고 다음 입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
“그런데 무슨 수로 납품을 수주한다는 말입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그럼 하나뿐이군요.”
“그게 뭔데?”
“흥친어림군의 곡물을 담당하고 있는 자에게 뇌물을 먹인 후에 지금 납품하는 곡물의 질이 안좋다고 흥친왕야께 건의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바꾸고자 하면 화명상단을 추천해 준다?”
“그렇습니다. 이게 어설픈 것 같으면서도 효과는 상당히 좋습니다.”
화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서대영에게 말했다.
“너 지난번에 우리 영업장에 들어오는 야채가 안 좋다고 말한 것도 업자에게 뇌물을 먹고 그런 거 아니야?”
서대영은 화린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아니면 아니지. 사람을 그렇게 무안하게 쳐다봐.”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조금 당황스러워서 그랬습니다.”
화린의 특기가 딴죽을 거는 것이란 걸 알고 있어 틈만 나면 자신을 놀리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런 식으로 물어볼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만약에 그렇게 되어서 화명상단에서 흥친어림군에 곡물을 납품한다고 해도 당장은 안 될 거잖아.”
“그렇지요. 못해도 석 달, 혹은 여섯 달은 되어야 교체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감찰한다고 가정을 하면 그 기간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래?”
사실 화린이 혼자 똑똑한 척은 다 하고 다니지만 사회 생활이라곤 군대에서 보낸 오 년이 전부였기에 서대영의 이러한 조언들은 큰 도움이 되었다.
“화명상단에서 대리세가 빌린 돈을 석 달, 여섯 달로 나누어 갚기로 하였는데 자금이 부족한 것 아니야?”
“납품한다는 증서만 있으면 전장에서 돈을 대출받을 수가 있습니다. 군납이라면 보증이 확실할 테니까요.”
화린은 서대영의 말을 듣더니 도끼눈을 하고 그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왜, 이런 방법이 있다고 나에게는 안 가르쳐 줬어?”
“구룡루가 잘 돌아가는데 굳이 대출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 구룡루 짓기 전에 알려 줬다면 내가 돈을 쉽게 빌릴 수가 있었잖아. 내가 돈을 구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제가 곁에 있었는데 힘들긴 뭐가 힘들었다고 그럽니까? 돈 관리, 재산 정리 다 제가 한 거 아닙니까?”
“아, 관리를 서 총관이 하지.”
화린이 어색하게 웃음을 보이자, 서대영이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렸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네.”
“뭐? 방금 뭐라고 그랬어?”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안 했긴, 방금 투덜거렸잖아.”
“정말 안 했습니다.”
“아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지. 응?”
화린이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말하자, 서대영은 뜨끔하였다.
“절대 안 그랬습니다.”
“거짓말은 나쁜 거라는 거 알고 있지?”
“잘 알고 있습니다.”
화린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곤 물었다.
“그럼 대책이 뭐야?”
“무슨 대책 말입니까?”
“화명상단의 돈을 마르게 할 대책 말이야? 넌 이제까지 그 이야기를 해 놓고 그걸 나에게 물으면 어떻게 해?”
이런 억지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이런 모습이 자신이 아는 구룡장주라 생각하여 체념을 한 듯 말하였다.
“일단 납품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겠지요. 그리고 다른 지주들에게 화명상단에 곡물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해야겠지요.”
“그건 내가 잘할 수 있어. 그건 내가 하는 걸로 하고, 다른 건?”
“장사가 잘되는 영업장을 약간의 웃돈을 주고 인수를 하는 겁니다.”
“웃돈을 주고?”
“장사가 잘되니 아무리 돈줄이 말라도 싸게는 주지 않을 터이니 약간의 웃돈을 얹어 주며 돈이 궁한 화명상단에서 상점을 팔 것입니다.”
“장사가 잘되는데 팔까?”
“당장 큰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팔 겁니다. 장주님께서 말씀한 것처럼 대리세가에 석 달, 여섯 달에 나누어 갚기로 하였다고 하니 흥친어림군에 곡물을 납품하는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당장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움직일 것입니다.”
화린은 서대영의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궁금한 것이 있어 물었다.
“영업이 잘되는 상점을 담보로 돈을 빌려도 되지 않아? 돈도 빌리고, 영업도 할 수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은 돈이 아니라 큰돈이면 상점 몇 개를 담보로 돈을 융통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은 상점 가격에 팔 할 정도를 해 주니까. 우리가 상점을 인수할 때, 일 할이나 이 할을 더 얹어져 산다고 말을 하면 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놈들 영업장 인수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갔지?”
“아무래도 돈은 좀 들어갈 겁니다. 그래도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진 않을 것입니다.”
“왜?”
“화명상단의 입장에서는 상점을 한 번에 다 팔 생각은 없을 테니까요.”
“그럼 우리가 벌어서 살 수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힘들면 대륙전장에서 돈을 조금 융통해서 영업장을 인수한 후에 천천히 갚아도 될 것입니다.”
화린은 고개를 저었다.
“남의 돈이 무서운 걸 알아야지.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다간 화명상단처럼 되는 거야.”
“건전한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돈으로 생기는 불화들은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생각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니까요.”
“알았어. 서 총관이 화명상단의 영업장이 있는 곳의 살수 문파에게 돈을 전달하고 그들을 내세워서 인수하라고 그래.”
“살수문파에게 말입니까?”
“우리가 인수한다고 하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생지랄 할 것이 분명하니 대리를 내세워야지.”
“알겠습니다. 이 호법에게 전해 그리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업할 수 있는 인원을 보내어 영업은 우리가 하고, 관리는 살수 문파에 맡겨서 우리 거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론.”
서대영이 지금까지 한 이야기 말고 다른 할 말이 있는지 물어보는 시선으로 화린을 보았다.
“어디 가서 사고 쳤습니까?”
“야, 넌 내가 사고만 치고 다니는 줄 알아?”
“그게 아니면 또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입니까?”
“변방과 새외에서 무인들이 들어왔다는 소식은 들었지.”
“알고 있습니다.”
“대리세가에서 나에게 의뢰를 했는데 이게 소뇌음사와 관련된 일이야.”
“음.”
“그러니까…….”
화린은 서대영에게 대리명한이 자신에게 하였던 이야기를 모두 해 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서대영의 표정은 이전보다는 진지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구룡장은 지금 무림에 관여해서는 안 되었고, 소뇌음사의 보물과 관련이 되어 있다면 자칫 소뇌음사와 싸워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혹여 사혈맹에서 알게 되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중원 무림에 관여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 일단 약속은 약속이니 무림의 일은 가급적이면 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그렇다고 치고 내가 정말 궁금한 거.”
“……!”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지금 움직이느냐는 거지. 남해 검문이나 북해의 빙궁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으니 이해가 되는데. 흑룡강성이랑 서장은 이해를 할 수가 없단 말이지.”
“왜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까?”
“아니, 자신들의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면 오래전부터 움직여야 했던 거 아니야? 굳이 왜, 지금에 와서 움직이냔 말이지.”
“음, 그건 장주님께서 사혈맹이랑 싸워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 내 책임이야?”
“그건 아닌데 무림의 시선이 사혈맹과 장주님에게 쏠려 있으니 그들이 움직이는 데 용이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화린은 침묵했다.
“평소에 중원에 들어왔다면 그들이 왜, 들어왔는지 무림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들의 목적을 알아내는 순간 무림에서 벌떼처럼 달려들 것입니다.”
화린은 일리가 있다 생각하였다.
“그럼 내가 소문을 내면?”
“아마 저들이 곤란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물을 가진 당사자들 역시 힘들어 할 것입니다. 아마 흥친왕부에 선화유정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온갖 잡것들이 왕부로 몰래 숨어 들어와 그림을 훔쳐 가려고 할 것입니다.”
“그럼 숙부님과 가족들이 위험하겠지?”
“아마도 그리될 것입니다.”
“그래도 왕부의 담을 넘는 건 좀 위험한 생각이 아니야? 걸리면 구족이 죽을 수도 있는데.”
“기연에 목숨 거는 무림인들이 가족을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그리고 가정을 이루었을 정도면 그림 따위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네. 그럼 내가 소뇌음사를 박살 내고 오면 어떨까? 그럼 무림에 나온 자들도 돌아가지 않을까?”
“여기서 서장까지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장주님의 무공이 하늘에 닿았다고 해도 오가는 데 한 달은 걸릴 겁니다.”
“그렇지. 한 달 동안 내가 구룡장으로 안 돌아가면 백군성이가 나를 의심하겠지. 어디 가서 사고치고 온 것 아니냐고 말이야.”
“그럴 겁니다. 그러다 소뇌음사가 박살 났다는 소식이 중원으로 들어오고, 대충 시기를 따져 보면 빼박입니다.”
“빼박?”
“빼도 박도 못 한다는 말입니다.”
“야, 그 말이 여기에 쓰이는 게 아니잖아.”
“왜, 아닙니까? 카마수트라에 쓰여 있던데 말입니다.”
남녀가 운우지정을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들켜서 빼지도, 박지도 못한다는 말이 나왔고, 지금에 와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중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아니다.’라고 우기면 되지.”
“그렇게 우겨도 저쪽에서 안 믿어 줄 겁니다. 그러니 문제가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거 해결해야 전답을 살 수가 있는데.”
“전답을요?”
“화명상단에서 대리세가에 담보로 맡긴 전답 말이야.”
“그걸 해결해 주는 조건을 내거셨습니까?”
“겸사해서지.”
서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방법이 있어?”
“이 호법님께 장주님 흉내를 내라고 해야지요. 그동안 연습도 많이 하셨으니 한 달 정도는 백 공자의 눈을 피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화린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군성이 그 친구, 눈치가 빨라 서 안 돼. 차라리 그놈을 데리고 대리세가로 데리고 가서 우연을 가장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낫지.”
“그럼 그리하십시오. 그동안 전 화명상단의 영업장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상환일이 남았는데?”
“밑밥을 먼저 깔아야 물고기가 와서 미끼를 덥석 무는 법이니 주변에 소문도 조금 흘리고 그리해야지요.”
“알았어. 그럼 일단 섬서성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운남성으로 가야 하는 거네.”
“그리하셔야지요. 백 공자가 이번처럼 안 따라나설지도 모르니 어쩌면 홀로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군성이 이 친구가 무공이 조금만 약했더라면 쉽게 일을 처리할 수가 있었을 텐데.”
배교의 술법으로 섭혼술을 걸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면 감찰이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될 텐데 백군성 역시 화린에게 잔소리를 듣긴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 무인이기 때문에 지금 화린의 수준으론 백군성에게 섭혼술을 걸기에는 위험하였다.
“힘으로 누를 수 있었다면 장주님께서 벌써 눌렀겠지요. 뒷배가 든든한데 이번에는 장주님께서 저들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생각 마시고, 최대한 협조해서 좋게, 좋게 넘어가는 방향으로 하시지요.”
“누가 뭐라고 그래?”
“말 안 들으면 패려고 한 것 아닙니까? 그러니 무공 운운한 것이고 말입니다.”
“내가 패는 것만 할 줄 안다고 생각해? 나도 대화로 부드럽게 잘 해결할 수 있는 부드러운 남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