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3)
구룡전기-183화(183/217)
구룡전기 (183)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사람처럼 권마 초단운의 전인의 행적은 묘연, 아니 오리무중입니다.”
정천맹의 제갈탁은 정부부의 부장 미향과 마주 앉아 섬서성과 감숙성에 잠시 나타났다 행적을 감춘 권마 초단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마혈수권이 분명하긴 한가?”
“그렇습니다. 개방, 하오문, 사혈맹의 정보부에서도 확인한 사실입니다.”
“최근에 나타난 것이 두 번이었고, 놈의 목격자가 한 사람뿐인데 그가 놈의 용모를 기억하지 못하여 용모파기를 확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다시 그자가 행적을 드러낼 때까지 찾을 수 없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똑같군.”
“네에?”
“섬서성에 나타났던 무공들 말이야.”
미향은 제갈탁의 말을 듣고 잠시간 잊고 있었던 무공들을 떠올렸다.
“난세가 일어날 것처럼 새로운 신성들이 나타나더니 거짓말처럼 한날한시에 사라졌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조금 이상하지 않나?”
미향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타나고 사라지는 게 요상해. 마치 하나의 조직에서 명령을 받는 것처럼 필요에 의해 나타나고 사라져.”
제갈탁의 말에 미향은 의구심이 생겨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섬서성에 구룡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말이지.”
“구룡장이 말입니까?”
“구룡장이 들어서기 전에 흑사방이 있었지. 그놈들이 멸문당한 후에 구룡방이 들어섰고, 그 후 적호문이 멸문을 당했는데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가 모습을 드러냈지.”
미향은 제갈탁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음사문이 개입을 하자, 뜬금없이 소수신공이 나타났고, 구룡장이 사혈맹과의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자 화마혈수권이 나타났어.”
“총관님께서는 구룡장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구룡장이 배후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배후가 구룡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
“아…….”
“구룡장주가 맹호사사혈전대라는 군 특수부대 출신이라며?”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맹호사사혈전대가 중원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세력을 공격해서 멸하는 그런 부대라고 했지?”
“그렇게 조사되었습니다. 설마 총관님께서는 이번 일에 군이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제갈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면…….”
미향이 무엇을 짐작하고 말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군대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는 조직이야. 명령이 있어야 행동으로 옮기는 다수 고지식한 집단이라고 할까?”
“조금 과한 생각이 아니십니까? 황궁에서 왜, 무림을 멸하려고 하겠습니까?”
“황궁의 입장에서 보면 무림은 늘 위협 요소가 많은 곳이지. 무림이 치안과 때에 따라서는 나라의 안전을 위해서 전쟁에 참가하여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나라가 안정이 되면 무림은 필요악과 같은 존재가 되니 황궁에서도 어느 정도 관리를 하려고 하겠지.”
미향은 제갈탁이 너무 앞서 나갔단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였다.
“관림은 무림과 달리 알려진 것이 없어 더 위험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맹에 속한 문파들에게 언급을 해 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총관님!”
“말해.”
“종남파와 화산파가 총관님께서 구룡장주의 사후 처리 문제로 사혈맹과 협의한 내용을 알고는 이에 대해서 해명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요청이 왔습니다.”
“종남파와 화산파가?”
“그렇습니다. 알아보니 남궁청야가 남궁진과 남궁연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구룡루에 있을 때, 사혈맹에서는 위소봉을 보내어 남궁청야를 제어하려고 하였고, 그때 위소봉이 총관님과 사혈맹의 사마맹 총관이 나눈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종남산과 화산을 내려온 그들에게 이야기를 하였고?”
“화마혈수권의 등장으로 혈겁이 일어날까 싶어 화산과 종남에서 그리한 모양입니다.”
“화산과 종남이 의의를 제기하였다면 다른 구파일방 역시 알고 있겠지.”
“그럴 것이라 예상을 합니다.”
“알았네. 맹주님과 의견을 나누어 처리하겠네. 혹시 구룡루나 구룡장에 우리 쪽 사람이 있나?”
“어떤 의미에서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정보, 납치, 암살과 같이 특수전에 특화된 사람 말일세.”
“없습니다.”
“그럼 구룡루와 구룡장에 사람들을 심어 둬.”
“알겠습니다.”
“또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나?”
“없습니다. 다른 특이 사항이 생기면 곧장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자네가 수고를 좀 해 줘.”
미향은 고개를 숙인 후에 제갈탁의 집무실을 나왔다.
“후우.”
그녀는 긴 숨을 내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궁이 무림을 견제한다는 생각은 조금 억지 같은데 지금까지 총관님이 추측한 것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
미향은 황궁에 대해서 조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총관님의 말씀처럼 황궁이 무림을 견제하려고 한다면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좋은데, 황궁의 행사에 무림이 대항할 수가 있을까?”
황제가 마음먹고, 흥친어림군과 용친어림군을 무림에 풀어도 무림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또한 수많은 황궁의 무인들이 무림에 나와서 피바람을 일으키면 천하의 마교라고 할지라도 혈란을 피해 도망쳐야 할 만큼 고수들이 즐비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만큼은 다르겠지. 그리고 황궁에서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진행할 리가 없잖아.”
민심을 눈을 의식해서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꾸민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무림은 어차피 무뢰배들의 세상이라 민심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니 무림이란 세상이 그들이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간절하다.
이러한 민심을 황궁도 알고 있고, 당사자인 무림도 알고 있다.
“백성들은 무림의 편이 아닌 황궁의 편이니까.”
* * *
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살수문파는 모두 백마흔여섯 곳으로 이중에서는 삼류에도 들지 못하는 살수문파가 오십 곳이 넘는다.
제대로 인원과 체계가 갖추어진 살수문파는 칠십 두 곳으로 이 문파들 중에서는 중원에서 크게 이름을 알린 문파도 있고, 아는 사람만 알아서 은밀하게 청부 활동을 하는 문파도 있었다.
“헉… 헉… 도대체 이 환상진법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으니.”
화린이 살수문파에 살수첩을 돌려 자신을 살황의 전인으로 종주로 인정을 하는 이들에게 소집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
화린의 살수첩을 받고 소집령에 응한 문파는 무려 칠십 곳이나 되었다.
이들은 화린의 명령대로 문파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재능이 뛰어난 제자 두 명을 선별해서 화린에게 맡겼고, 화린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살수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 오태산에서 발견한 동굴에 배교의 환상환영비술 중 하나인 환영혼세미로진을 설치하고 백 팔 명이나 되는 후기지수들을 밀어 넣어 버렸다.
환영혼세미로진의 특징은 한 시진에 한 번씩 진의 환경이 바뀌는데 시간 안에 미로진을 통과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환경이 변화하여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바뀌는 그런 진법이었다.
뿐만 아니라 화린이 후기지수들의 수련을 위해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행을 할 수 있는 환영을 심어 두어 환영혼세미로진에 갇힌 살수문파의 후기지수들은 어쩔 수 없이 무공수련과 더불어 살수 훈련까지 강제로 수련을 해야 했다.
“강찬, 서둘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투덜거리는 강찬을 향해 소리치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사도준이었다.
사도준은 십룡팔봉에 이름을 올릴 만큼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역시 환연혼세미로진에서 살수문파의 후기지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이들이 있는 곳은 오태산의 동굴이었지만 환영혼세미로진은 이들을 오래된 사원 안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호명을 당한 강찬이 서둘렀다.
사도준의 말대로 자칫 시간이 늦어 진이 바뀌면 한 시진 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물거품으로 변하고 만다.
강찬을 돕기 위해서 혈문의 소문주인 진담우가 나섰고, 지혈문의 낙일영도 한 손을 거들었다.
“배영화, 보상국은 뒤쪽을 맡아라.”
이들을 지휘하는 건 사도준이었다. 처음부터 사도준이 이들을 지휘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환영혼세미로진의 다양한 환경에서 온갖 경험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열이 정해졌고, 그 서열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사도준이 이들 중에서는 가장 뛰어났고, 자연스럽게 이들을 이끌게 되었는데 함께 수련하는 이들 중에서 이를 두고 불만을 가진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후기지수들이 생각하기에 사도준은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서 무공이면 무공, 판단력이면 판단력,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을 하여 그를 믿고 따르는 중이었다.
그러니 점차 손발이 맞고, 체계가 잡히면서 이들의 움직임도 달라졌고, 또 이들의 변화만큼 성과도 눈에 보일 정도로 얻으면서 조금씩 환상혼세미로진에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었다.
“전방에 놈들이 많아. 놈들을 모두 처리하려면 시간이 부족해.”
강찬이 사도준에게 말하자, 사도준이 곧장 움직였다.
“강찬과 진담우는 목표물만을 노리고 제거해. 나머지는 강찬과 진담우가 목표물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연다.”
사도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후기지수들이 움직였다. 이들이 움직임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이들은 살수이지만 꼭 살수의 방법으로 환상의 적을 상대하지 않았다. 필요하다 싶으면 지금처럼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상대를 제압할 때도 있었다.
체에에엥!
분명 이들은 환상혼세미로진에 갇혀 허상이 만들어 낸 적과 싸우고 있지만 실제로 검과 검이 부딪치고, 불꽃이 일어나며 검에 베이면 상처도 입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더욱 죽기 살기로 환상혼세미로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며 환상이 만들어 낸 적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동료들이 적들과 싸우면서 길을 열어 주자, 강찬과 담영우는 이들 사이로 치고 들어가며 오직 목표물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두 사람의 좌우에서는 동료들이 함께 내달리며 두 사람을 막으려고 하는 환상의 적들과 싸우면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렇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강찬과 담영우는 목표물의 앞에까지 도착할 수가 있었다.
목표물은 거인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큰 키에 우람한 체력, 웬만한 성인 남성의 허리와 맞먹을 만큼 단단한 허벅지 근육을 지닌 사내였다.
그의 손에는 참마도가 들려 있었는데 강찬과 담영우가 자신에게 접근을 하자, 가차 없이 참마도를 휘둘렀다.
담영우가 한발 앞서 나가며 자신의 검으로 참마도를 막아 내었다. 하지만 힘에 이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날아갔고, 강찬은 그런 담영우의 목덜미를 순간적으로 낚아채 후에 원심력을 이용하여 허공으로 던져 버렸다.
담영우는 순간 허공으로 몸이 솟구치며 거인과 같은 상대보다 더 높이 올라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양손으로 검을 쥐고는 강하게 내렸고, 이에 맞춰 강찬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손에 쥔 검을 거인의 심장을 노리고 던졌다.
“사라져라!”
내공의 도움으로 빛살처럼 날아가는 검과 허공에서 떨어지며 검으로 내치는 진담우의 행동에 거인은 참마도를 들어 올려 진담우의 공격을 막으려고 하였다.
쩌어어엉!
검과 참마도가 부딪치며 강력한 파장이 일어나 주변에 기운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었다. 그럼에도 강찬이 던진 검은 그 기운의 소용돌이를 뚫고 거인의 심장이 있는 곳을 꿰뚫었다.
“끝난 건가?”
거인의 심장이 있는 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지만 거인은 여전히 그대로 서 있었다.
“늦은 건가?”
경험상 시간 안에 거인을 쓰러뜨렸다면 거인과 그의 수하들은 사라지고 달콤한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데 거인과 그의 수하들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낸 채 서 있었다.
“뒤로 물러나. 모두 집합!”
사도준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빠르게 명령을 내렸고, 후기지수들이 물러나 사도준이 있는 곳으로 모이자, 주변의 환경이 변했다.
조금 전엔 사원 안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거대하고 넓은 장원의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암살이다. 목표는 장원의 장주. 모두 힘든 건 알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목표는 보상국이 맡고, 영천상과 배영화가 보조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장원의 무인들을 모두 암살한다.”
눈에 보이는 건 분명 환상이 만들어 낸 허상이란 걸 알고 있지만 이들의 모습은 누구보다 진지하였다.
“가자!”
사도준이 장원의 담장을 먼저, 다른 이들도 따라 장원의 담장을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