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4)
구룡전기-184화(184/217)
구룡전기 (184)
아침 햇살이 창을 통해서 들어오고, 화린은 모처럼 푹 잠을 잤는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침구에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에 놓여 있는 탁자로 가서는 의자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다기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능숙한 솜씨로 다기를 다루었다.
내공의 기운을 이용하여 물을 데운 후에 차를 만들어 내었는데 그 향이 방안을 가득 채울 만큼 깊고 진하였다.
“역시 차는 내공으로 데워야 그 향이 깊어.”
차를 음미하는 화린은 문득 오태산의 이름 모를 동굴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살수문파의 후기지수들을 떠올렸다.
“그 친구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어리바리해서 밥도 굶어 가며 환영진을 헤매고 그러지는 않겠지.”
환상혼세미로진을 설치한 사람이 당사자이니 그 진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호법에서 잘 살피라고 하였으니 알아서 잘 살피겠지.”
환상혼세미로진을 설치한 건 화린이었지만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이도문이었다.
이도문은 화린의 명령에 따라 훈련을 살피면서 낙오자도 챙겨 환상호세미로진 안에서 죽는 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
“훈련 마치고 나와서 나 죽이겠다고 겁박하고 그러지는 않겠지. 사도준이는 그러고도 남을지 몰라.”
혼자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화린이었다.
“하긴 나 죽일 정도가 되면 뭐, 살수 전성시대가 열리는 거지.”
화린은 여유를 가지고 차를 한 잔 마신 후에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화정수의 속이나 뒤집으며 보내야겠어. 내일 왕부를 벗어나면 암살 시도를 한다고 했으니 싱글벙글하는 나를 보며 속으로 많이 비웃겠지.”
화린은 내일 살인검제 백정인이 암살에 실패하였을 때, 화정수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히죽 웃었다.
“그럼 아침 먹고 움직여 볼까.”
* * *
“팔로수로군에 제가 곡물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군수품을 납품하다 보니 생각보다 큰돈이 되더군요. 그래서 곡물 유통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나름대로 사업성도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팔로수로군은 화명상단에서 곡물을 납품할 텐데요?”
“몇 번의 곡물 도난 사건으로 인해서 제때 곡물을 납품하지 못하니 결국 다른 사업자를 구할 수밖에 없었고, 우연찮게 제가 들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입니까?”
“이런 거짓말은 한 다리만 걸치면 금방 알아낼 수 있을 텐데 뭣 하러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구룡장의 장주입니다. 명성과 명예, 신용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섬서성에서는 제법 좋은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
비록 사혈맹과의 싸움에서는 졌지만 결과적으로는 구룡장이 이득을 본 싸움이었다.
구룡장은 단숨에 초일류의 장원으로 중원에 이름을 알렸고, 구룡장이라는 이름은 무림이 아닌 상인들과 일반 백성들에게도 크게 알렸다.
그래서일까?
구룡장이 대표적인 영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구룡루에는 발을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북적였고 인근 영업장들 역시 덩달아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서 장사가 잘되었다.
제대로 내세울 것 없었던 섬서성에 구룡장의 명성으로 인해서 구룡루가 하나의 관광명소처럼 알려져 섬서성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화린은 이러한 명성을 적극 이용하여 구룡장에 대해서 알리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으려 지주들을 만나고 철공소, 목재소를 운영하는 이들도 만나면서 폭넓은 교류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 화린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화정수였다.
“듣자 하니 다른 상단에서도 지주님들을 만나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고 하던데 아닙니까?”
화린은 삼천상단과 두양상단을 언급하며 그들 역시 망해 가는 화명상단의 곡물 유통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느냐고 지주들에게 되물었다.
“아직 거래처조차 확보되지 않은 사천상단이나 두양상단보다는 팔로수로군에 납품하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곡물을 구입해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
“팔로수로군에 좋은 곡물들을 납품하게 되면 흥친어림군, 용친어림군에도 납품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테고, 왕야들께서 영친왕부에 제가 납품하는 곡물의 품질에 대해서 물어보고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 줘도 다른 경쟁 상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해지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화린은 유려한 언변으로 지주들과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전답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사들이기 위해서 설득하는 중이었다.
“흥, 누가 우리 상단이 망해 간다는 소리를 한단 말이냐!”
화린과 지주들의 대화에 화정수가 끼어들었다.
“그럼 아니야? 대륙전장에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하여 대리세가에 전답을 맡기고 돈을 융통했다는 소문은 거짓인가 보네.”
“돈이 필요하여 융통을 했을 뿐이다. 대륙전장에서 빌린 돈은 진즉에 다 갚았다.”
화정수는 화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렇다고 치고. 어차피 팔로수로군의 납품도 취소되고, 상점도 팔고 전답도 담보로 맡겼으니 돈 나올 구석이 아직 남아 있나?”
화린이 씨익 웃으며 말하였다.
“아, 밀수와 인신매매가 있었지? 화명상단이 초기에 밀수와 인신매매로 돈을 벌었다지?”
“이놈!”
화정수가 호통을 치자, 화린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팠다.
“소리 지르는 거 보니 아직은 먹고살 만한가 보네.”
“네놈이 이렇게 나를 모략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혈맹과의 싸움에서도 살아남았는데 당신과의 싸움이 무슨 대수라고.”
화정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화린의 뺨을 한 대 갈겨 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것도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헛소리 말라.”
“헛소리라니 섬서성에서 화마혈수권에 멸문당안 호천문이 한때 너희 화명상단의 뒤를 봐줬잖아.”
화린의 말에 화정수가 흠칫하였다.
“그 당시 호천문의 문주 박호상이 해동국과 왜, 월남 등지에서 납치해 온 사람들을 감숙성의 패혈문 문주인 동천군에게 넘겼잖아.”
“모함하지 마라. 어디서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퍼뜨리느냐.”
“있지도 않는 이야기라니, 그렇게 동천군은 당신에게 넘겨받은 사람들은 신강이나 서장으로 팔아넘겼고 그 돈으로 패혈문을 개파하여 감숙성에 자리를 잡은 걸로 아는데. 아, 그러고 보니 패혈문도 화마혈수권에 당했네.”
화정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가 네가 팔아넘긴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네. 너도 조심해야겠는데.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의 최종 목표가 당신이 될 수도 있겠어.”
주변에 화린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곁에 사람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낮은 소리로 웅성거렸다.
“헛소리, 나를 그런 식으로 모함을 한다고 내가 네놈의 뜻에 놀아날 것 같으냐?”
“내 뜻이 뭔데? 나도 모르는 나의 뜻을 당신이 어떻게 알아?”
“뭐라?”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내가 당신이랑 놀 군번이야?”
화린이 정색을 하자, 화정수가 흠칫하였다.
“사람이 가만히 있으니 그냥 꿰어 놓은 보릿자루처럼 보이는 모양이지?”
화린의 단전에서 내공이 활성화가 되면서 화린과 화정수의 사이에 공기가 차갑게 식어 갔다.
‘나를 죽이려고 한다.’
화정수는 차가워진 공기를 대하자, 화린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나의 구룡루를 노리고 온갖 패악질을 하였고, 그것도 부족하여 나를 죽이려고 석천파에게 의뢰까지 하였다는 사실을 내가 모를 것 같지?”
화정수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네놈의 수작질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었다면 당신의 말에 조금이라도 수긍을 하겠는데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네놈이 나의 상대가 될까?”
이러한 소문은 상인들에게 어느 정도 퍼진 이야기라 주변의 사람들은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주변의 공기가 더욱 차가워지자, 화정수는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물증이 없고, 심증만 있어서 당신이랑 이렇게 대면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 물증을 찾게 된다면 당신은 물론 당신의 가문까지 그냥 두지 않아. 그러니 나에게 안 들키려면 증거 같은 것들을 꼭꼭 숨겨 둬야 할 거야.”
화린의 겁박에 화정수는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하였다.
‘건방진 놈. 그래, 실컷 나를 욕보여라. 네놈이 하늘을 보고 숨을 쉬는 건 내일이 마지막이 될 테니까.’
“네놈은 어른에 대한 예의도 알지 못하느냐? 천박한 놈.”
화정수는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화린에게 화를 내었다.
“예의? 그건 당신부터 오물통에 던졌잖아.”
“내가?”
화린의 말에 발끈하여 매섭게 노려보며 되물었다.
“경제활동으로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을 향해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함부로 말을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해?”
화정수는 순간 대답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나는 한 장원의 장주로서 내 밑에 딸린 식솔과 종업원이 오백 명이 넘어. 당신처럼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리게 보이는 나에게 싹수가 노랗게 야, 쟤 거리면 그건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거야?”
주변의 사람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화린의 말이 옳다는 뜻으로 반응을 보이자, 화정수는 몹시 당황하였고, 그 모습을 보는 화린의 입가에는 조소가 생겨났다.
“당신이 상대를 존중해 줄 때, 자연스럽게 당신도 존중을 받는다는 걸 왜 몰라.”
화린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기 싫다는 뜻으로 몸을 획 돌려 지주들을 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상대하기도 싫은 자를 만나 제가 괜한 주제넘는 일로 언쟁이 있어 기분을 상하게 해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양해를 구하니 이해를 해 주십시오.”
“아니, 아닙니다. 화린 장주님의 말씀이 틀린 것 하나 없지요.”
화린과 화정수의 언쟁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화정수는 더 이상 화린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상대가 구룡장의 장주가 아닌 일반 상인이나 일반이었다면 화정수가 저렇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걸 이들은 알고 있었다.
상대가 초일류 가문으로 부상한 구룡장이고, 무림백대고수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할 정도로 강한 무력을 지닌 구룡장주이기에 화정수가 굴복하였다고 생각을 하였다.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화린 장주가 곡물 유통에 관심을 두었으니 화명상단은 어렵겠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던 지주들이었다. 그들의 눈에도 이번만큼 화명상단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구룡장으로 거래처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구룡장의 명성과 구룡장주의 무공으로 인해서 파리 꼬일 리가 없을 테니 안정적으로 곡물을 팔 수 있는 거래처가 생기는 것이니까.’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하여 저물어 가는 화명상단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 떠오르는 구룡장으로 갈아타는 것이 자신들에게 큰 이익이라 생각을 하였다.
“제가 해동국에서 좋은 걸 몇 개 구해 왔습니다. 저리로 가셔서 마음에 드시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십시오.”
화린이 지주들을 데리고 자리를 옮기려고 하였다. 그런 화린의 말에 반색을 하여 되물었다.
“정말 가져도 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건 아셔야 합니다. 사심이 많이 들어간 뇌물 같은 거라. 가지고 가신 후에 저에게 개미 눈곱만큼이라도 곡물을 팔아 주셔야 합니다.”
“하하하, 이를 말입니까?”
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화정수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감히 네놈들이 나를 무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