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5)
구룡전기-185화(185/217)
구룡전기 (185)
화린은 흥친왕 주영국의 생일에 참석해서 황자들과 어울리기보단 지주들을 비롯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 영업을 하면서 그들과의 친분도 만들며 인맥을 쌓아 갔다.
그렇게 화린은 나름대로의 바쁜 일정을 보내는 가운에 저녁에 흥친왕 주영국의 부름으로 가서 보니 황가와 왕가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하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편하게 숙부라 불러라. 자리에 앉으렴.”
화린이 살짝 고개를 숙인 후에 자리에 앉았다. 그런 화린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은 어릴 적 화린이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어 성인이 된 화린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형님, 저자가 누구입니까?
화린을 알아보지 못한 이들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 낮은 소리로 물었고, 구황자 화린이라는 말에 놀란 눈을 떴다.
어릴 때, 자신들이 괴롭혔던 그 유약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린이 저렇게 멋진 남자가 되었다고? 말도 안 돼.’
달라진 화린의 모습에 황녀들과 왕녀들은 호감을 보였지만 황자들과 왕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그나마 화린의 실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오황자 주영호가 친근함을 드러낼 뿐이었다.
흥친왕 주영국은 이들의 분위기를 대충 파악을 한 후에 입을 열었다.
“나의 생일에 이렇게 찾아 준 너희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하마.”
“조카가 된 도리로 당연히 찾아뵈어야지요.”
모인 이들 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이황자 주문해가 모인 이들을 대표해서 말하였다.
“고맙구나. 내가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형제가 서로 떨어져 있어 얼굴 보기가 힘들 것이고, 또 혼례를 치르고 황궁이나 왕궁을 벗어나면 서로의 만남이 어색할 터이니 이런 자리를 빌려서라도 너희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자리를 만들었다.”
자리에 참석을 한 이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친 후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화린의 경우는 딱히 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 아예 무시해 버렸다.
“그동안…….”
일장 연설이 아닌 연설로 이 자리를 만든 이유와 그가 황제를 도와 중원을 지키는 것처럼 이들도 서로 좋은 관계 속에서 중원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당부를 하였다.
“……그럼 나는 자리를 비켜 줄 터이니 젊은 너희들끼리 좋은 대화를 나누었으면 하는구나.”
흥친왕 주영국이 자리를 떠나자, 금세 분위기가 바뀌었다.
흥친왕이 있었을 때는 그로 인해서 절제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몇몇 이들의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화린이 넌 황궁을 나와서 뭣 하며 사냐?”
황제의 세 번째 아들인 문진이 물었다.
“그냥, 이것저것하고 삽니다.”
“이것저것?”
“형님, 화린이 섬서성에서…….”
-저에 대해서 말씀하셨다간 아마 살아서 황궁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오황자인 주영호는 흠칫하였다.
-구룡루로 찾아오면 뒤치다꺼리는 누가 합니까? 형님 혼자 오셨을 때도 힘들었는데 저분들까지 오셔서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면 아마도 제가 어릴 때 복수를 하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화린이 장난처럼 말을 하지만 주영호 역시 들은 소문이 있는지라 황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섬서성에서 뭐?”
“섬서성에서 객잔을 한다고 합니다.”
“객잔?”
화린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객잔은 장사는 좀 되고?”
“그냥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됩니다.”
“황자라는 놈이 황궁을 나와서 한다는 것이 고작 객잔이더냐?”
칠황자인 주영수이 핀잔을 주었다.
“일곱째 형님께서는 객잔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모양입니다. 형님께서는 자신의 손으로 구리돈 한 푼이라도 벌어 보셨는지요?”
“뭐라.”
“하긴 자신의 손으로 구리돈을 한 푼이라도 벌어 본 경험이 있다면 그리 쉽게 말씀을 못 하실 텐데 말입니다.”
화린의 말에 주영수가 발끈하였다.
“황궁에서 편하게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생활을 하시니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알기나 하겠습니까?”
“네가, 황궁을 떠나 생활을 하더니 겁을 상실한 모양이구나.”
“겁이라…….”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 미소를 접한 주영수는 갑자기 한기를 느꼈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나 몸의 떨림으로 인해서 어깨를 움츠렸다.
“진짜 두려움이 어떤 것인지 제가 가르쳐 드립니까?”
“화린아, 영수가 실언했다 생각을 하고 네가 참아.”
오황자인 주영호가 나서서 화린을 말리려 하였다.
화린은 떨고 있는 주영수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뭔가를 참을 만큼 화도 나지 않았습니다. 화를 낼 상대가 되어야 화를 내지요.”
주영수는 화린이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자 발끈하였는데 그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한기의 정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네놈이 어릴 때처럼 맞아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구나.”
그의 말에 화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번에는 주영수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한기를 느껴야 했다.
‘살기다.’
그래도 흥친왕부에서 장수들과 함께 무공을 수련하였던 흥친왕의 아들 주상철이 화린의 살기를 느끼고는 시선을 그를 향해 돌렸다.
‘살기가 점점 짙어진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살기가 아니다.’
주상철은 화린의 짙은 살기에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황궁에서 지낼 때까지만 해도 바보 황자라고 소문이 났던 화린인데 황궁을 나와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이지. 그러고 보니 아버님께서는 화린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 것 같던데…….’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은 무림은 물론 다른 세상에서도 크게 회자가 된 바가 있었다.
무림과 뗄 수 없는 상림은 물론이고,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서림에서도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뿐만 아니라 군과 관림 역시 백성들의 안위가 염려되어 이 싸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기에 이들이 화린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손쉽게 알아볼 수가 있었다.
“안 그래도 그때를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복수를 한번 해 줘?”
“복수?”
“그래. 팔다리 하나 정도 내가 고통 없이 떼어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 줄까?”
화린이 허공으로 손을 뻗어 확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자, 그의 손에 검이 생겨났다.
“화린아!”
그나마 화린과 말을 트고 지낸 주영호가 이를 말리려고 하였지만 화린의 살기는 더욱 짙어져만 갔다.
“내가 형으로 대접을 해 주니까 정말 네가 나보다 잘난 것처럼 생각하는 거야?”
사실 화린은 칠황자, 팔황자와는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두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두 사람이 화린보다 몇 달 빨리 태어나 형님으로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나를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던 못난 놈들을 내가 형으로 대우해 주는 건 그나마 아바마마의 부탁이 있어서였어.”
황제를 거론하는 화린이었다.
“아바마마께서 나를 말리지만 않았다면 내가 황궁을 떠나올 때,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여 버리고 나왔을 거야.”
“이놈이…….”
주영수가 떨리는 몸으로 호통을 치려고 하는 순간 화린의 몸에서 풍압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실내가 크게 흔들렸다.
“꺄아아아악!”
황녀들과 왕녀들은 놀라 몸을 웅크리며 탁자 밑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난리에 어안이 벙벙해진 칠황자 주영수의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밀쳐 내는 힘에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커어어억!”
그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고, 화린은 바닥에 쓰러진 그를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가 아바마마의 자식이라는 것과 아바마마께서 지난날을 용서하라 하셨기에 이쯤에서 참는다. 허나, 한 번 더 그 주둥이를 함부로 놀렸다간 네놈이 내가 겪었던 그 고통을 고스란히 당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라.”
화린은 여기 모인 이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이황자 주문해를 향해 돌아본 후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형님, 저에게는 이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먼저 가 볼 터이니 양해를 구합니다.”
화린은 주문해의 대답도 듣기 전에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나 버렸고, 오황자인 주영호가 황급하게 화린을 불러 그를 붙잡으려고 하였지만 이미 방을 나선 화린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삼황자인 주문진이 갑작스러운 난리에 입을 열었고, 모두는 대답이 없었다.
“화린이 황궁을 나와서 기인을 만나 무공을 배운 모양이다.”
주문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기인을 만나 무공을요?”
“그렇지 않고서야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지금의 화린을 어찌 설명을 할 수 있겠느냐? 무림에는 신비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니 아마도 화린에게도 그러한 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오황자인 주영호가 이들에게 화린에 대해서 알려 주려고 할 때, 전음이 들려왔다.
-쓸데없는 말씀 하지 마십시오. 형님, 누님들과 엮이면 서로 피곤할 뿐이니 말입니다.
“허어억!”
주영호는 자신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화린의 능력에 놀라 까무러칠 뻔하였다.
“왜, 그러는 것이냐?”
놀라는 주영호의 모습에 주문해가 묻자, 황급하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답을 하였다.
“아니, 아닙니다. 너무도 달라진 화린의 모습에 놀라 그런 것입니다.”
주문해도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화린은 황궁을 떠났으니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화린에게 쓸데없는 해코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잊도록 하여라.”
“그 병신 같은 놈을 그냥 두란 말입니까?”
화린에게 모멸을 당한 주영수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쳤다.
“그럼 화린이 과거의 문제로 우리와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하는 것이냐?”
“형님,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그러니 다른 형님, 누님들은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뭘 나선단 말이야. 솔직히 어린 시절 우리가 화린을 괴롭힌 것이 아니야? 화린은 당하기만 하였다. 그럼 지금에 와서 누구누구에게 보복을 해야 하는 것이냐?”
주영호가 말하자, 주영수는 눈을 부릅뜨고는 주영호에게 달려들 기세로 말을 하였다.
“형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를 데리고 가서 화린이를 괴롭혔던 주동자입니다.”
“그래. 그래서 난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서 화린에게 용서를 빌었다. 화린도 철없던 어린 시절이 일이라며 흔쾌히 용서를 하고 과거의 일은 잊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네가 그 과거의 일을 꺼낸 것이 아니더냐.”
“형님!”
“너는 어째 너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화린에게 화만 내는 것이냐?”
“그 병신에게 말입니까?”
“네가 지금의 화린과 비교가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냐?”
주영호의 말에 주영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는 버럭 화를 내었다.
“내가 그 병신보다 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네가 보기에는 화린이 병신으로 보이느냐? 지금은 보고 듣고, 말도 한다.”
두 사람의 언쟁이 심화되는 것 같아 주문해가 이들을 말렸다.
“그만하여라.”
“형님, 제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참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그만하라고 하였다.”
주문해가 주영수에게 소리치자, 그는 붉어진 얼굴로 분을 삭일 수가 없는지 씩씩거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폐하의 자식이라고 하여 모두가 폐하와 같지는 않구나.’
주상철은 언쟁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실망을 하였다.
‘이들에게는 제왕지체가 없다.’
자신이 판단할 때에는 이들 중 황제가 될 역량이 있는 자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첫째 주문현 형님의 신상에 변고라도 생긴다면 황궁은 큰 곤욕을 치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