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6)
구룡전기-186화(186/217)
구룡전기 (186)
곡물 유통업
흥친왕부에서 연 흥친왕 주영국의 생일축하연은 삼일 동안 열렸고, 이 기간 동안 화린은 열심히 영업을 한 덕분에 제법 많은 성과를 올릴 수가 있었다.
화린은 형제, 자매들과 마주치는 것이 싫어 일찍 주영국을 만나 그만 돌아가 봐야겠다고 말을 하였고, 그에게 몇 가지 일들에 대해서 전해 들었다.
그런 후에 화린은 조식을 먹기 전에 흥친왕부를 나섰고, 서대영과 함께 객잔에서 조식을 해결하려 하였다.
“저기로 가자.”
화린은 미각객잔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창가 쪽에 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객잔은 한산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아침은 간단하게 먹는 게 좋겠지.”
“아무래도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럼 간단한 걸로 주문해.”
서대영은 점소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였고, 객잔에서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오향가지볶음과 연두부장 무침을 주문하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점소이가 돌아가자, 서대영이 물었다.
“이번에 장원으로 돌아가면 백 공자에게 보고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보고는… 따라붙은 눈이 있는데 알아서 보고를 하겠지.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돌아가면 이번에 지주들과 이야기한 것들을 점검해 봐.”
“알겠습니다.”
“곡물의 양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해. 흉년, 풍년이라는 변수도 생각해야 하니까.”
“트라빌 왕국에서 들어오는 곡물을 생각하면 창고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하고 있어. 창고를 섬서성에 만들어서 중원으로 퍼뜨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에 만들어서 집하장처럼 그곳으로 모두 모아서 다른 곳으로 보낼지 고심 중이야.”
“운송비는 많이 들어도 창고를 섬서성에 만드시는 것이 관리하는 데 편할 것입니다. 화명상단처럼 곡물 도난이나 화재도 생각하면 다른 지역보다는 섬서성이 유리할 것입니다.”
“그래?”
“네. 그리고 곡물뿐만 아니라 식재료들 중에서 보관 기간이 제법 되는 작물들도 대량으로 구입하여 창고에 보관해 두면 좋을 듯합니다.”
“대량구매?”
“대량구매는 단가를 낮출 수가 있으니까 여러모로 우리에게는 이익이 될 것입니다.”
“알았어. 그럼 산양현에 부지를 더 알아봐야 되겠는데.”
“지금 사 놓은 기루를 개조해서 창고로 사용해도 됩니다.”
구룡루로 인해서 기루를 판 루주들이 몇 있었고, 화린은 그 기루들을 비싼 가격에 매입하여 지금 사용 중에 있었다.
“아니, 그건 쓸데가 있어. 상주현에 땅을 한번 알아보자.”
“상주현에 말입니까?”
“서안으로 가는 길도 잘 되어 있고, 상남현을 거쳐서 하남성으로 가는 것도 편하고 하니까 상주현에 부지를 알아보고 창고를 짓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겠습니다.”
“돈은 안 부족하지?”
“구룡루에서 나오는 돈으로 충분히 매입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는 걸로 해. 그럼 다른 것은 크게 문제 될 거 없지?”
“일이야 문제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문제이지. 이번엔 화정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화린은 피식 웃었다.
“기껏해야 살수를 고용하는 거겠지.”
“그래도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집고양이나 물지. 야생 고양이를 상대로 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화정수 따위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확언하는 화린이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해도 나에게는 상대가 안 되니까 그렇게 알고 우리 일에만 신경을 써.”
“알겠습니다.”
그때 가벼운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걸음걸이가 조금 불편해 보이는 노인이 객잔으로 들어왔다.
“이보게. 만두 하나만 주게.”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노인이 자리에 앉아 창가에 앉아 있는 화린에게 시선을 두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후배님이 그쪽에 자리를 잡은 건 나보고 암습을 하라고 배려를 한 것인가?
노인이 화린에게 전음을 보내었는데 그가 다름 아닌 살인검제 백정인이었다.
-혹시나 해서 앉은 겁니다. 여차하면 창으로 피할 수도 있고 해서 말입니다.
-역시 좌측 빈틈은 여전히 나를 염두에 두고 열어 놓은 건가?
-선배님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감지하면 습관적으로 왼쪽으로 빈틈을 보여 상대의 공격을 유도합니다. 왕부를 나올 때, 선배님께서 저를 암습하실 것이라 하였으니 아마도 본능적으로 열어 둔 것 같습니다.
-그렇군. 나도 배워 두면 요긴하게 쓸 것 같군.
-처음 상대하는 적을 속이기에는 좋은 방법입니다.
두 사람은 전음으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자네가 경험해 본 사황은 어떤가? 나처럼 할 만하던가?
백정인이 화린과 사황과의 싸움에 대해서 몹시 궁금해하였다. 이는 백정인 뿐만 아니라 무림백대고수 안에 드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정도로 관심을 끄는 사건이기도 하였다.
-솔직히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해 보게.
-선배님보다는 사황이 조금 더 강했습니다. 건방진 소리가 아니라 그래도 선배님과는 싸워 볼 만하였는데 사황은 저보다 벽을 하나 더 넘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황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말을 들어 기분이 상할 법도 하였지만 모두가 사황이 강하고 하니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깨달음의 벽 하나라면 큰 차이겠구먼.
-저의 목숨을 담보로 가벼운 내상 정도 입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배님과 함께 사황과 싸운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린의 말에 관심을 가지는 표정을 하더니 물었다.
-다른 백대고수들도 가능하겠는가?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적어도 십대고수들 중에서 삼왕사제 중 한 분이 함께한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생에는 사황과의 만남은 피하는 것이 좋겠군.
-선배님께서도 깨달음을 얻으신다면 사황과 비슷한 경지에 들어설 것입니다.
한때는 그런 생각도 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노력해서 깨달음을 얻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되었다.
-이 생에는 포기를 하고, 다음 생에 한번 열심히 해 보겠네.
-아직 늦지 않으신 것 같은데.
-이만큼 명성을 얻었으면 되었지. 그럼 우리 이야기를 한번 해 보세.
백정인은 자신이 화린을 공격할 시점과 노리는 곳을 알려 주었다.
-화정수가 곧 이리로 올 것이네. 그때를 노려서 내가 목을 노릴 터이니 자네가 피한 후에 반격을 하게.
-반격을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리고 짜고 치는 짝패처럼 전음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이어 가다 자네가 얕은 검상을 하나 입게.
-검상을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리고 나는 자네의 공격에 내상을 입는 걸로 하지.
화린은 백정인을 말을 듣고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면 화정수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 걸세.
-그러니 선배님께서 저를 죽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자는 겁니까?
-그렇지. 내가 너무 쉽게 보아서 실패했다고 둘러대고 자네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하니 준비할 것이 있다면서 돈을 조금 더 내놓으라고 하면 돈을 더 내놓을 걸세.
-돈을 받으면?
-약속대로 자네에게 일 할을 주고, 난 돈을 들고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잠깐의 휴식을 가지겠다고 말을 하고 중원을 떠나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낼까 하네.
화린은 피식 웃었다.
-선배님께 사기당한 화정수가 땅을 치고 통곡을 하겠군요.
-그래서 내가 돈을 떼먹고 날랐다는 소리를 듣기 전에 자네가 마무리를 해 주었으면 하는데.
-음…….
-나도 명예라는 것이 있지 않나. 그러니 자네가 나머지를 정리하는 걸로 하세.
화린은 나쁠 것 없다 생각하였다.
-그럼 일 할이 아니라 이 할로 하시지요. 제가 선배님 노후까지 책임을 지겠습니다.
-노후까지?
-그렇습니다.
백정인이 잠시간 생각을 하더니 웃으며 화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잘 부탁하네. 마침 저기 화정수와 그의 동생들이 오는군.
화린은 백정인의 말을 듣고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화정수와 그의 동생들이 객잔으로 오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옷을 바꿔 입어야겠군요.
-옷을?
-보의라 쉽게 찢어지지 않아서 말입니다.
화린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종류가 무엇이라 자세하게 말해 주지는 않았다.
화린은 허공에서 옷을 한 벌 빼내어 갈아입었다.
“옷을 왜 갈아입습니까?”
“말했잖아. 백정인 선배가 날 암습할 것이라고 말이야.”
서대영인 그게 오늘이냐고 묻는 시선을 하였고, 화린은 창밖을 가리키며 화정수와 그의 동생들을 보라는 시늉으로 고갯짓을 하였다.
그러면서 백정인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들어오면 시작하겠습니까?
-그리하겠네.
화린과 백정인은 화정수 형제를 속이기 위해서 말을 맞추었다. 그리고 화정수와 그의 동생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왔는데 화정수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백정인에게 뭐라고 언질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 빈자리로 가서는 앉았다.
“어서 오십시오.”
점소이가 이들을 맞이하러 가는 순간 백정인이 화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지팡이의 손잡이를 당기자, 검이 나왔고, 몸을 날려 화린의 목을 노렸는데 그의 행동이 얼마나 빨랐는지 전광석화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화린과 마주 앉은 서대영이 놀란 표정을 짓는 순간 화린의 손이 움직였다.
합장을 하듯 목을 향해 찔러 오는 검을 양손바닥으로 잡음과 동시에 몸과 팔을 동시에 비틀었다.
그로 인해서 백정인의 몸이 옆으로 꼬였고, 밖으로 난 창을 통해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백정인은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균형을 잃은 몸의 중심을 잡은 후에 자신을 쫓아 창을 통해서 밖으로 나온 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백정인의 검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공간을 장악하며 화린을 압박하였고, 화린은 양손을 갈고리 모양을 한 후에 허공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였다.
쩌어어어어어…….
화린이 허공을 움켜쥔 양손을 당기자, 공간이 찢어지는 착각을 일으키며 백정인이 만들어 낸 붉은 기운도 함께 찢어 버렸다.
“허어엇!”
백정인은 놀란 표정으로 황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를 향해 화린이 빠르게 접근을 하여 손을 썼다.
체에에엥!
백정인이 검으로 화린의 손을 막았는데 검과 검이 부딪치는 것처럼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를 보는 화정수는 화린의 무위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백정인과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는 무공을 지녔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하였다.
‘내가 백정인을 돕는다면…….’
화정수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움직이면 네놈들의 목을 날려버릴 것이니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서대영이 화정수의 행동을 보고 강한 적개심과 살기를 드러내었다.
화정수는 갑작스러운 살기에 흠칫하며 서대영을 보았다.
서대영은 화린과 함께 섬서성으로 와서 무공을 드러낼 일이 크게 없어 조용히 생활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서대영 또한 엄청난 강자였다.
섬서성으로 와서 화린에게 무공을 전수받아 황궁에 있을 때보다 더 강해졌기에 화정수가 무공과 배교의 술법을 함께 익히고 있다고 해도 서대영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놈을 죽일 수 있는 기회인데…….’
화린과 백정인의 싸움은 점점 거칠어져 갔다. 두 사람의 기운이 허공에서 충돌하면서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는데 기운의 파편들이 주변 건물들을 뚫고 파고 들어가며 건물에 상처들을 남겼다.
두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건물 안에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콰지지지직!
가장 가까운 건물 하나가 두 사람의 기운 충돌로 생겨난 파장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였다.
“피해라!”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황급하게 빠져나왔고, 사람들이 다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정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화린이 백정인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그렇게 하게. 그럼 계획대로.
전음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화린이 백정인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는 순간 그의 검이 화린의 허리를 베었고, 화린의 오른손바닥이 백정인의 복부에 닿으면서 폭발하였다.
퍼어어어엉!
“으으윽!”
그 폭발로 인해서 두 사람이 서로 떨어졌고, 화린은 인상을 쓰며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있는 백정인을 보았다.
화린은 그런 백정인을 죽이려고 도약하는 순간 백정인이 있었던 곳에 폭발과 함께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화린은 손으로 입과 코를 막으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잠시 후 연기가 옅어졌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백정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린은 인상을 쓰며 자신의 옆구리를 보았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처음 이야기하였던 얕은 상처보다는 조금 더 깊었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몇 달은 요양할 뻔했군.”
화린은 백정인을 떠올렸다.
자신 역시 처음 대화를 나누었던 것보다 조금 더 심한 내상을 입혔기에 피장파장이라 생각을 하였다.
“장주님!”
서대영이 화린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살짝 베였을 뿐이야. 그보다 화정수 이 새끼 안에 잡아 뒀지.”
“그렇습니다.”
화린은 화가 많이 난 표정으로 객잔 안으로 들어갔고, 옆구리에 상처를 입은 모습을 본 화정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네놈 짓이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네놈이 살수를 고용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네가 살수를 고용할 이유가 어디 있나?”
아니라고 잡아떼는 화정수를 노려보는 화린은 이를 갈며 말하였다.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나의 심증이 옳다는 증거만 찾아내면 네놈은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몸으로 느끼게 만들어 주마.”
화린은 화정수에게 경고를 한 후에 창가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서대영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조금 베였을 뿐이야. 조금만 더 깊게 들어왔으면 정말 위험할 뻔했어.”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혈맹이랑 전투가 끝났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습니까?”
“알았어. 조심하면 되잖아. 그리고 찾아오는 놈들을 어떻게 조심해.”
“하여간.”
“알았어.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네. 음식이나 빨리 내오라고 독촉을 좀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혈제나 천 있으면 좀 달라고 말하고. 아씨, 따끔거려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