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87)
구룡전기-187화(187/217)
구룡전기 (187)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살짝 긁힌 것뿐이야.”
화린은 객잔에서 얻은 천으로 상처를 난 부위를 감싸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였다.
“그런데 그자가 누구입니까? 장주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던 자인데, 아니 칼침을 맞았으니 장주님이 진 것이 아닙니까?”
“야, 지긴 누가 져. 그자가 먼저 달아났잖아. 싸움에서 달아난 자가 지는 거지.”
“언제부터 그렇게 바뀐 겁니까? 원래 코피 먼저 터지는 놈이 지는 거 아닙니까? 장주님 옆구리가 먼저 터졌으니 장주님께서 진 겁니다.”
“이씨, 안 그래도 때리고 도망간 놈 못 잡아 억울해 죽겠는데. 네가 대신 맞아 볼래?”
그때 점소이가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손님, 음식 나왔습니다. 늦게 나와 죄송합니다.”
화린의 무위를 본 점소이는 손과 다리가 떨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만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객잔의 점소이로 수년간 일을 하면서 별의별 무림인은 다 만나 봤지만 정말 건물을 무너뜨릴 만큼 강한 무인은 오늘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너, 주머니에 돈 얼마 있어?”
화린이 서대영에 묻자, 서대영은 품에 넣어 둔 전표를 확인해 보았다.
“금 백 냥 정도 있습니다.”
“그럼 건물은 새로 지을 수 있겠네. 그 돈으로 저 건물주에게 손해배상 해 줘.”
“우리가 말입니까?”
“그럼 누가 해 줘? 나 때리고 도망간 놈을 어디서 찾아.”
서대영의 시선이 화정수에게 향했다.
“아씨,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잖아. 그러니 일단 우리 돈으로 물어 주고 나중에 곱으로 받아 내.”
짜증을 내며 소리를 치자, 화정수와 그의 형제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럼에도 화린의 화가 자신들에게 향할까 싶어 감히 고개조차 들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겁을 제대로 먹은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어. 믿었던 백정인 선배가 달아났으니 기가 차겠지. 지금쯤 머리가 복잡해졌을걸.
-대리세가에서 장주님께 전답을 팔았다는 소문이 저들의 귀에 들어가면 난리가 나겠군요.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두 사람은 전음으로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겉으로는 화린이 신경질적으로 말을 툭툭 내뱉었다.
“아씨, 찔러보고 도망갈 걸 왜, 온 거야. 짜증 나게.”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 하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한번 찔러봤다가 얻어걸리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망가고 그럴 생각으로 청부를 받았겠지요.”
“하여간 요즘에는 근성이 있는 살수가 없어. 나 살수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장주님께서 살수도 하셨습니까?”
“살수가 별거 있어? 사람 죽이는 일을 하면 살수지. 무림인 치고 살수 아닌 놈이 어디 있어.”
“하긴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다 지들은 고고한 척 포장하려고 하는 거지. 제갈탁인가 하는 그놈이 했던 짓을 생각해 봐.”
“제갈탁이면 정천맹의 총관이 아닙니까?”
“그래. 그놈이 구룡루 차지하려고 나를 사혈맹에 팔아넘긴 거잖아. 그동안 내가 섬서성을 위해서 노력한 걸 생각하거나, 종남파와 화산파의 친분을 생각했으면 내가 사혈맹이랑 싸우면 도와주는 게 정상이 아니야?”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지 말입니다.”
“야, 남궁세가의 사람도 있었잖아. 우리 수연이가 그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내가 이래서 정파 놈들은 별로 안 좋아한다니까.”
-듣고 제갈탁에게 일러 주는 거 아닙니까?
-일러 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거잖아.
-아, 그렇습니까?
-구룡루를 통해서 구룡장이 얻을 건 다 얻었어. 이제는 구룡장을 미끼로 얻을 것을 얻어야지.
-구룡장을요?
-그런 게 있어. 그러니 안 죽으려면 부지런히 무공 수련해.
서대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기서 더 해야 하는 겁니까?
-못해도 지금의 수연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서대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었다.
“정말 빌어먹을이군요. 이러다 제 명에 살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대영이 전음이 아닌 육성으로 말을 하자, 화린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부지런히 해. 나 죽이려 한 놈도 찾아내고. 일단 찾아만 내. 나머지는 내가 가서 때려죽여 버릴 테니까.”
당사자를 곁에 두고 이러한 말을 하는 것도 재미가 있는지 두 사람은 대놓고 화정수 형제를 욕했고, 화정수 형제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 없을 때, 수연이랑 동춘이 돌아오면 동춘이한테 백마사 놈들 처리하라고 그래.
-동춘 표국주님 혼자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지. 좀 걸리는 게 그쪽에도 맹호사사혈전대 소속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 뭐, 동춘이라면 잘할 거야.
-차라리 남궁수연 님을 보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수연이는 안 돼. 이름 팔렸잖아. 그리고 사혈맹의 감시도 있을 거야. 그러니 동춘히 보내서 정리하라고 그러고, 넌 동춘이가 백마사를 정리하면 재산 깔끔하게 정리를 해.
“다 먹었으면 가자. 칼침 맞은 곳에 쑤신다. 의원한테 가고 금창고라도 발라야 되겠다.”
의원에서 파는 약은 크게 세 종류로 달여서 먹은 탕, 물과 함께 먹은 환, 그리고 상처에 바르는 고로 나뉘는데 환자의 병명에 따라 그 이름도 달라진다.
금창이란 말은 쇠붙이에 의해 난 상처를 말하는데, 도검에 의해 상처가 많이 나는 무림인들에게는 금창약은 필수품과 같은 것이었다.
“그럼 일어나시지요. 상처가 중한 모양인데.”
“중하긴 그냥 쓰리다니까. 그리고 내가 분명 말하는데 내가 진 거 아니다. 이긴 거다.”
“네네. 장주님이 이겼습니다. 그러니 얼른 일어나십시오. 쇳독에 중독이라도 되면 큰일 나니까요.”
“이거 왜 이래. 내가 만독이 불침하는 몸인데 쇠 독에 당할 것 같아?”
“그래도 일단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으니 가시죠.”
서대영은 화린을 일으켜 세운 뒤에 그를 데리고 객잔의 입구로 걸어갔다.
“아씨, 움직이니 더 쓰라리네.”
그러면서 화정수를 한번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X, 일단 증거만 잡으면 지근지근 밟아 죽여 버릴 거니까 그렇게들 알고 죽을 날짜만 기다리고 있어, 이 새끼들아.”
이들은 화린의 위협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였다.
‘살인검제가 암습에 실패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앞으로 어떻게 한다.’
이제는 자신들이 안위를 걱정할 때가 온 것이었다.
화린과 서대영이 객잔을 나간 후에 잠시 후, 중년의 사내가 객잔으로 들어왔는데 살인검제 백정인이었다.
그는 구석 자리로 가서 앉은 후에 점소이에게 음식을 주문하였다.
“오리탕 하나 주게. 시간은 조금 걸려도 상관없으니 오리를 푹 삶아서 가져다주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원래 병약한 몸이라네.”
점소이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 주방으로 갔다.
백정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심하는 화정수를 보고 피식 웃었다.
“똥줄이 타겠군.”
백정인은 그런 화정수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날세.
화정수는 백정인의 전음을 듣고는 고개를 들어 구석 자리에 앉은 중년의 사내를 보았다.
-미안하게 되었네. 내가 조금 방심을 하여 이런 결과를 만들었네.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없네.
백정인은 화정수에게 돈을 더 받아 내기 위해서 화린을 죽이기 위한 계획들을 설명해 주었다.
-일단 내가 받은 돈의 칠 할을 돌려주겠네.
청부금에서 일부 선금을 받았기에 그 선금에서 칠 할을 돌려주겠다는 말이었다.
-삼 할은 그동안 내가 사용한 비용이니 그건 자네가 이해하게.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화정수가 백정인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백정인은 화정수를 보았다. 전음을 보낼 정도면 무공 역시 일류를 넘어 초일류의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약을 많이 먹어 내공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면 일류 무인들도 가능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 전음을 할 수 있는 무인은 초일류의 무인이라고 보면 되었다.
-제법 무공을 익힌 모양이군.
-내세울 만한 실력은 되지 못합니다.
-하긴 그 정도의 무공으로 구룡장주를 이기기는 무리겠지.
자신도 도망친 주제라며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이 자리에서 목이 날아갈 터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포기라니 무슨 그리 섭섭한 말을 하는 건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방심을 하였네. 솔직히 십대고수라는 명예가 나를 조금 방심하게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네.
화정수는 변명처럼 들리지만 백정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감히 누가 있어 살인검제의 검을 피할 수 있을까? 자신 역시 살인검제가 이 청부를 맡았을 때는 화린이 죽은 목숨이라 생각을 하였다.
-놈을 죽이기는 할 터인데, 자네가 돈을 조금 더 써야 할 것 같네.
-돈을 더 써야 한다는 말은 청부금이 부족하다는 말입니까?
-오늘 붙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더군. 그래서 이번만큼은 사전에 준비할 것들이 필요해.
-준비?
-나도 오랜만에 써 보는 것이지만 암살 도구들이 필요하다네. 나와 동급에 있는 놈들을 죽인다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것 같네.
-그 정도로 놈이 강하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오늘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네.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말게 자네가 나에게 돈을 조금만 더 올려 준다면 내가 확실하게 놈의 목을 따 주겠네.
-얼마나 더 필요하신 겁니까?
-세 곱!
세 곱이라는 말에 화정수는 뭐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살인검제의 이름이 있으니 그가 받는 청부의 청부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화정수는 화린을 죽여 주는 대가로 금 십만 냥을 주기로 하였고, 그중 절반인 오만 냥을 착수금으로 주고, 화린이 죽으면 나머지 오만 냥을 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세 곱으로 달라고 하니 청부금이 무려 금 삼십만 냥이 되어 버린 셈이다.
-큰돈이긴 하지만 구룡장주의 명성에 비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네. 나 또한 한 번 실패를 하였으니 다음에 접근을 할 때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하고, 또 암살 도구 역시 일반적인 것이 아닌 특수한 것들을 사용해야 하니 비용이 그리 올라갈 수밖에 없네.
화정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자금 사정이 좋다면 부담이 없지만 지금 금 한 냥도 아쉬워해야 할 마당에 금 삼십만 냥을 지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네들이 청부를 하지 않아도 나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니 구룡장주를 암살할 것이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니 금액이 내키지 않으면 청부를 포기하면 되네.
화정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청부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를 죽여 자신이 구룡장주를 죽이려고 했던 사실을 은폐하려고 할 것이다.’
청부를 하자니 큰돈이 나가고, 포기를 하자니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니 화정수의 입장에서는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빌어먹을, 이래서 무림인들이랑 엮이면 안 되는 것인데.’
-지금은 돈이 없으니 가문으로 돌아가면 대륙전장의 전표를 끊어 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청부를 받아들이겠네.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터이니 걱정 말고 하는 사업에 몰두하게.
백정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화린에게 삼십만 냥의 이 할에 해당되는 돈을 주기로 약속을 하였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한 평생을 평안하게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하였으니 웃음이 나올 만도 하였다.
‘한 일 년 트라빌 왕국에서 지내다가 돌아오면 화린 장주가 알아서 정리해 놓을 터이니 돌아오는 길에 선물이나 좀 사서 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