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9)
구룡전기-19화(19/217)
구룡전기 (19)
산양현의 시전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은 구룡장의 장주를 자랑하기 바빴다.
“아무렴요. 구룡장의 장주님께서 나서서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 뒤로는 왈패들이 오지 않습니다.”
“잘되었군. 그리해서 우리 집으로 보내어 주게. 값은 얼마인가?”
“철전 육백사십 냥입니다.”
은전 여섯 개와 철전 마흔 개란 소리였다.
“육백사십 냥? 지난달보다 싼 것 같군.”
“왈패들에게 뜯기는 돈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값이 내려간 것입니다.”
“그런가? 그럼 이제까지 왈패들에게 뜯긴 돈을 우리에게 받았단 말인가?”
상인은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거 팔아서 여섯 가족 봉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왈패들이 와서 행패 부리고 물건 못 쓰게 만들고 하니 저인들 별수 있습니까? 물건값에 철전 두 냥, 세 냥 더 붙여서 팔 수밖에요.”
“음…….”
“그래도 구룡장의 장주님께서 시전이랑 저잣거리의 왈패들을 싹 정리해 주셨으니 이제 제값을 받고 팔 수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그러니 나리께서 이해를 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싼값에 좋은 상품들을 보내어 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수고를 하게.”
이처럼 상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구룡장의 장주에 대해서 알게 되니 그의 영향력이 조금씩 더 넓어지는 중이었다.
산양현의 시전거리와 저잣거리에서 왈패들이 활동을 못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물건값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이 모이게 되니 이곳에서 돈이 돌고 도는 것이 눈에 보였다.
많은 왈패 패거리들이 산양현의 시전거리와 저잣거리를 노리고 있지만 이들 뒤에는 구룡장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쉽게 들어올 수가 없었다.
“자네 그 소문 들었나?”
“무슨 소문?”
“왜, 지난번에 상남현에 패거리들을 이끌고 온 대방 패거리들 있지 않나?”
“있었지?”
“그 패거리의 두목인 대방이 죽었다고 하더군.”
“그래? 누구에게?”
“소문에 의하면 우리 시전과 저잣거리를 두고 적호문과 거래를 했다고 하던데 그게 구룡장의 장주님 때문에 실패를 하니 적호문에서 그를 죽여 버렸나 봐.”
“지들 세상처럼 주름잡고 다니지만 결국 비참한 삶을 사는 건 어쩔 수가 없지.”
“그렇지. 왈패들이 어디 가서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기나 한가?”
“지금 와서 단리혁진이 마음을 고쳐 먹은 것이 참 다행이지.”
“그렇지. 지금은 착실하게 홍 숙수에게 조리를 배우고 있으니 말이야.”
“구룡장이 우리 산양현에 들어온 것이 축복이구먼.”
이처럼 사람들이 모이면 한 번 정도는 구룡장을 언급할 정도로 이제는 산양현의 사람들 사이로 많이 녹아 들어가 있었다.
* * *
“알아봤나?”
상남현에 자리를 잡은 적호문의 문주 민형두는 대방 패거리 문제로 구룡장에 대해서 알아보았지만 크게 알려진 것들이 없어 애를 먹었다. 장주가 무림인을 만난다는 정보도 듣지 못하였다.
“하오문에서는 산양현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구룡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구룡장의 장주가 무림인을 만나고 다니는 걸 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무림인 역시 구룡장에 들른 적도 없고 말입니다.”
“그럼 대방, 이 멍청한 새끼는 구룡장의 거짓부렁에 속아서 나를 엿 먹였단 말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구룡장에서 하는 사업은 뭐가 있지?”
“객잔과 포목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흑사방의 사업체를 누군가로부터 인수하여 대부업과 도박장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문주인 오독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업과 도박장이라…… 노른자군.”
“어떻게,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접근하는 문파가 없다면 만나 봐야지. 못해도 금전 오십 냥은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럼 아이들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이들의 계획은 아주 간단하였다. 문파의 무인들을 동원하며 구룡장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행패를 부리며 장사를 못 하도록 괴롭힌 후에 이들이 구룡장을 찾아가 사업장에서 행패를 부리는 놈들을 처리해 주겠다며 그 대가로 매달 보호세를 받는 것이다.
“구룡장이라…….”
* * *
“이봐, 이거 맛이 왜 이래!”
허리에 검을 찬 사내가 큰 소리로 음식이 맛이 없다며 트집을 잡고 객잔 안에서 소란을 일으켰다.
“손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십니까?”
점소이가 황급하게 달려와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이걸 음식이라고 내놓은 거야?”
소리치며 점소이를 겁박하자, 점소이는 납작하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다시 해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빨리 해 와. 급하니까.”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음식을 들고 주방으로 가자, 그는 주변에 있는 객잔 손님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뭔 구경이 났다고 쳐다봐.”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객잔 손님들도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밥들 처먹어.”
객잔에서 이러한 일이 생긴 이후로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에 비슷한 일들이 생기면서 화린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러한 일을 꾸미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업장을 지키는 무사들로 하여금 그들을 은밀하게 잡아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화린이 명령을 내린 후에 한 시진이 지났을 때, 그들이 기절한 상태로 구룡장의 호위 무사들의 손에 이끌려 구룡장으로 왔다.
구룡장의 호위 무사들은 동창에서도 제법 무공이 높은 위사들 출신으로 황제가 화린이 무림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해 준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화린은 자신의 영업장을 지키는 호위 무사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삼류 문파의 무인들이 그들의 무력을 감당하지는 못하였다.
모두 다섯 명이었다.
“이자들입니다. 이자들이 돌아가면서 포목점으로 와서 행패를 부리고 갔습니다.”
단리소소가 기절한 적호문의 무인들 얼굴을 확인한 후에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소저께서는 포목점으로 돌아가서 평소대로 일하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단리소소가 고개를 숙인 후에 장원을 나서려고 하는데 객잔의 숙수장이 장원으로 들어왔다.
“소소 아가씨!”
“객잔도 피해를 본 건가요?”
“그렇습니다.”
“혁진이는요? 어디 다치거나 그러지 않았나요?”
“열심히 일하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요리하는 데 소질이 있습니다. 나중에 객잔을 차리면 잘 운영해 나갈 겁니다.”
“아. 고마워요, 숙수장님.”
“아닙니다. 감사는 장주님께 하십시오. 장주님이 아니었다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패거리를 데리고 다녔을 테니까요.”
“네. 얼른 들어가 보세요.”
“그럼 아가씨께서도 조심해서 가십시오.”
두 사람이 헤어진 후에 숙수장이 쓰러진 자들을 보고 단리소소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이놈들이 돌아가면서 객잔으로 와서 음식으로 트집을 잡고 객잔으로 오는 손님들을 겁박하여 쫓아내곤 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영업장에서도 이들이 돌아가면서 행패를 부렸겠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데 단리혁진은 좀 어떻습니까?”
“매사에 불만이 많은데 잘하고 있습니다. 왈패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욱하는 성격이 있긴 한데 같이 생활해 보니 나쁜 놈은 아니더군요.”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조리에 재능 있는지 가르쳐 주는 건 금방금방 익히곤 합니다.”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혼자서 객잔에서 만드는 음식을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혼자서요?”
“그렇습니다.”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못해도 일 년은 더 배워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이후로 객잔에서 행패를 부리는 놈들은 없을 테니까 그리 아시고 편하게 장사를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숙수장도 돌아가자, 화린은 단리혁광을 떠올렸다.
“이렇게 하면 돼? 늦었지만 무공이라도 가르쳐 줄까?”
단리혁광을 떠올리며 혼잣말하던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알았어. 그럼 무공은 접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줄게.”
혼자 묻고, 대답한 화린은 이에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자들을 보았다.
“네놈들이 누구에게 사주를 받고 이러는지 몰라도 나에게는 손해 될 것이 하나 없으니, 아니…… 오히려 좋은 일이니 다른 놈들도 이런 식으로 나에게 접근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화린은 이들이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집, 땅, 사업장에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적호문의 무사들이 깨어났다.
“여긴…….”
창고와 같은 건물 안에 의자에 사지가 결박당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몸부림을 쳤다.
“✕발, 이게 뭐야. 어떤 새끼야!”
그가 소리치며 욕지거리를 하자, 다른 무사들도 깨어나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더니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 참 시끄럽네.”
화린이 이들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누구냐.”
“구룡장의 장주. 지금부터 질문은 내가 해. 지금부터 내 질문에 대한 답 외에 입을 열면 사지 중에 하나씩 절단해 버릴 거야.”
“야, ✕발…….”
화린은 의자에서 일어나 욕지거리를 한 자에게 다가가서는 검으로 묶여 있는 손의 손목을 쓸었다.
단번에 자르는 것이 아니라 정육점에서 고기를 자르듯 그렇게 손목을 천천히 썰며 말을 하였다.
“내가 말했지. 입 열면 잘라 버린다고.”
“크아악!”
무사가 고통에 소리를 지르자, 화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 또 입 여네. 이번에는 발목을…….”
화린은 손목을 자른 후에 말한 것처럼 발목도 그렇게 천천히 잘라 버렸다.
이런 모습에 적호문의 무인들은 두려움에 입도 벙끗할 수 없다.
손목과 발목이 잘린 자는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이빨을 꽉 깨물고 고통을 참고 인내하였다.
“이제 좀 조용하네.”
적이라면 멸해야 할 대상으로 훈련을 받고 작전에 투입되는, 군인으로 있을 때 형성된 성격과 습관이 무림에 나와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금 전 잔인한 모습과 달리 웃는 얼굴로 말하며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 앉아서 물었다.
“어디에서 왔어?”
이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했지. 질문에는 답해도 된다고. 답하지 않으면 너희들 손모가지 날아간다.”
“적호문에서 왔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내가 질문에만 답하라고 했는데…….”
화린은 살려 달라고 말한 자에게 가서 손을 천천히 썰며 말하였다.
“나는 소음을 싫어해. 젊은 시절 오 년을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보냈거든. 그래서 난 큰 소리를 아주 싫어해. 그러니 묻는 말에만 대답을 간단하게.”
자신의 손목이 잘려 나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그의 얼굴은 붉다 못해 푸르게 변했다.
고통에 비명이라도 지르면 이번에는 발목이 잘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화린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느긋한 표정으로 물었다.
“적호방이 왜, 우리 장원의 사업장을 노리는 거지?”
“그건 보호세를 걷기 위함입니다.”
“보호세?”
“구룡장에서 흑사방의 영업장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주님께서 도박장과 대부업에서 나오는 수익이 엄청날 것이라 생각하여…….”
화린은 듣다 보니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웃긴 놈들이네. 너희 돈도 아닌데 그걸 왜 욕심내는 거지?”
“그건 저희도 잘 모릅니다. 시키는 일만 하는 입장이라.”
“그렇겠지. 그러니 아직 삼류 문파에 남아 있겠지.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면 이류, 일류 문파의 문지기라도 할 텐데 말이야.”
화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려…….”
“어, 말했네.”
화린이 말을 한 무사에게 다가와서는 히죽 웃었다.
“남의 것을 탐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치러야 하는 법이야.”
화린은 몸을 돌려 창고를 나가며 말했다.
“저놈들의 시체를 적호문으로 보내라. 오늘 밤에 내가 직접 적호문을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