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90)
구룡전기-190화(190/217)
구룡전기 (190)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는 동굴 안에 어떠한 변화가 생겼는지 몰라도 조금 전의 냉기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냉기는커녕 따뜻한 훈풍이 불어올 정도로 동굴 안의 온도가 많이 올랐다.
동굴 안쪽에서 여서운을 도와주는 화린은 그녀와 조금 떨어져서 그녀를 지켜보았고, 여서운은 여전히 가부좌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화린이었다.
그러다 은은한 빛이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왔고, 그와 동시에 화린의 초조했던 표정은 안도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몸은 곧 보호막을 치듯 둥근 빛무리를 만들어 그녀를 감쌌다.
태양이 밝게 빛나는 것처럼 빛무리가 밝게 빛나면서 여서운의 모습을 삼켰고, 그 이후 그녀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우두두두둑!”
뼈의 마찰음과 함께 온몸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체형의 변화를 가지고 왔다.
체형을 변화시키는 강한 기운으로 인해서 그녀가 입고 있던 의복이 찢어지고, 가루로 변해 흩날리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자연의 모습이 되었고, 그와 동시에 화린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화린이 있던 곳에는 몸을 가릴 수 있는 천이 한 장 놓여 있었다.
“북해빙궁과 거래가 지속된다면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은 없겠지.”
아직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단리세가의 두 남매가 앞으로 사는 데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화린은 어느새 동굴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혁광 형, 이 정도면 되겠지? 두 사람이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으니 옛 단리세가의 영광을 머지않아 재현할 수 있을 거야.”
화린 단리혁광을 떠올리며 혼자 말을 하였다.
“그럼 나는 뭐 하냐고??”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화린의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실소를 흘렸을지도 모른다.
“이제 내 일을 해야지. 무림의 왕이 되기 위한 길을 걸어갈 거야. 사실 어떻게 해야 왕이 되는지는 몰라. 그래도 일단 한번 부딪쳐 보려고 해. 하다 보면 방법이 보이고, 길이 생기겠지.”
구름이 단리혁광의 모습으로 변하여 자신을 향해 응원해 주는 듯하여 화린은 활짝 웃었다.
“알았어. 동생들은 내가 챙길 테니까, 형이나 그 위에서 자리 잘 잡고 있어. 그래야 나중에 내가 가서 편안하게 보낼 거잖아.”
구름이 바람에 의해 흘러 나가는 모습이 꼭 단리혁광이 버럭 화를 내는 모습과 흡사하였다.
“누가 지금 간다고 그랬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세상에서 누릴 거 다 누린 후에 그때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화린을 말을 하면서 하늘에서 시선을 옮겨 동굴 쪽으로 향했다.
“빙궁이라는 든든한 세력의 도움을 받게 되었으니 이 또한 나름 성과라면 성과겠지.”
* * *
빙정의 기운을 흡수한 여서운은 환골탈태를 할 수가 있었고, 그로 인해서 막대한 내공을 얻을 수가 있었다.
앞으로 무공을 익히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단숨에 초절정을 뛰어넘어, 화경, 현경의 고수가 되어 능히 무림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도움에 감사합니다. 화린 장주님.”
이제는 명왕이라 부르지 않고 구룡장의 장주로 부르는 여서운이었다.
화린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제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의 신분이라 그리 부르는 것이 맞다 생각하였다.
환골탈태를 하여 그랬는지 알 수 없으나 그녀를 만났을 때보다 더 성숙한 느낌이었다.
“한 달 동안 빙백소수신공의 구결과 초식을 익힌 후에 빙궁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동안 제가 무공을 봐드리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들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무림의 일에 관여할 수 없으니 이곳에 계시는 동안 본 장원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 온 손님으로 계셔야 합니다.”
“그런 건 잘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혈맹의 눈을 피해서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수 있겠습니까?”
“빙정을 흡수하는 것도 도와드렸는데 그 정도는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군성이 그 친구가 좀 둔한 편이라 속이기도 쉬우니 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서운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제가 말씀을 드린 것처럼 완벽하게 빙백소수신공을 익힐 때까지는 머릿속에만 빙백소수신공의 구결을 외워 두고 계십시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분에 넘치는 보물들은 가끔 화를 미칠 수가 있습니다. 그 화가 소궁주님, 혹은 궁주님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가 있고, 그로 인해서 다른 분란들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여서운은 화린이 무슨 뜻으로 이러한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한 표정을 지었다.
“군주에게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이 없는 군주는 분열만을 가져오게 됩니다. 육 년 전의 일을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네. 명심하겠어요.”
“이곳에서 수련을 하면서 빙정의 힘을 온전히 흡수하고, 빙백소수신공을 어느 정도 익히신다면 아마 빙궁으로 돌아가서 머지않아 빙백소수신공을 대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기 장주님, 궁금한 것이 있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말씀하십시오.”
“장주님께서도 빙백소수신공을 익히셨나요?”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저는 초식을 흉내 낼 뿐입니다. 그 이유는 소궁주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구결과 초식을 모두 외우고 계신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빙궁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빙백소수신공을 누구에게도 알려 줄 생각이 없으…….”
화린은 말하다 멈칫하더니 살짝 눈을 좁혔습니다.
“왜, 그러신가요?”
“한 사람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누구?”
“남궁세가의 남궁수연입니다. 빙백소수신공의 이초식인 빙백분광장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여서운은 남궁수연의 이야기도 제법 들었기에 화린이 그녀를 언급하자, 괜한 친근감이 들었다.
“그래도 본연의 위력을 낼 수는 없겠지요.”
“빙정의 기운도, 뱅백소수신공의 내공심법도 알지 못하니 본연의 위력은 낼 수가 없습니다. 다만 남궁수연 역시 천재에 속하는 여인이라 그래도 어느 정도는 흉내를 낼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이미 가르쳐 준 것을. 그 외에는 가르쳐 준 사람은 없나요?”
“없습니다.”
“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화린 장주님!”
그때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주님, 백군성 님께서 오셨습니다.”
“한동안 조용하다고 했다. 손님이 있으니 잠시 후에 내가 찾아간다고 전해 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벌컥 열리면서 백군성이 화린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이게 무슨 경우야?”
화린이 백군성에게 말하자, 그가 화린에게 물었다.
“너 지난번에 나랑 강소성에 갔을 때, 마교도들 만났잖아.”
“그랬지. 그래서 사혈맹에서 마교도들이 숨은 곳을 샅샅이 뒤져 그들이 활동할 수 없도록 다른 곳으로 쫓아냈잖아.”
“그래. 그런데 그놈들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마교도들이 죽었다고?”
“그래. 십이마군 중 검안마군과 마졸 네 명이 사천성 호주에게 죽은 채로 발견이 되었어.”
“그놈들이 왜 죽어?”
“그건 나도 모르지. 네가 사천성에 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까.”
백군성의 말을 듣고 화린은 여서운에게 말했다.
“거래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저 잡것이 제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백군성은 그제야 화린의 앞에 앉아 있는 여서운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저는 구룡객잔에 머물 터이니 장주님께서 일을 보십시오. 그리고 나중에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시지요.”
여서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린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에 집무실을 나가자, 백군성이 화린에게 물었다.
“누구?”
“알아서 뭐 하게?”
“아니, 그냥 궁금해서 친구 사이에 그 정도는 알려 줘도 되잖아.”
화린은 백군성의 눈빛이 지난날 사도준이 남궁연아를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느끼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화린이 말하자,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사천성 호주 현의 장강 포구에서 시신 다섯 구가 발견되었는데 확인을 해 보니 마교도들이었어. 특히 검안마영은 마교의 이십사마영 중 한 명으로 일천궁마 밑에 있는 놈이야.”
“일천궁마?”
“마교를 대표하는 무력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지?”
“알지. 풍마대라고 부르잖아. 흑풍, 적풍, 악풍, 혈풍, 마풍! 이렇게 다섯 개의 전투부대가 주력이라고 알고 있지.”
“그래. 그리고 그 위에 십이마군, 이십사마영이 있어.”
“그건 나도 알지. 그놈들 밑에 마졸들도 있다는 것도 알고.”
“그래. 이들 위에 또 다섯 명의 마왕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어.”
“마왕? 천마를 두고 하는 말이냐?”
“천마는 교주고 천마 바로 아래 서열로 마교 안에서는 무소불위의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야.”
“도대체 마교는 어떤 단체이기에 필요할 때마다 강한 자들이 막 나오는 거야?”
“워낙 베일에 가려진 단체라 그래. 천마 아래 다섯 명의 절대강자 중 한 명이 일천궁마고, 그 일천궁마의 직속 수하가 바로 검안마영이야.”
화린은 백군성이 해 준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물었다.
“그 말은 일천궁마가 무림으로 나왔다는 말이야? 그게 아니라면 그 밑에 있는 놈이 마졸들을 데리고 나올 리가 없잖아.”
“그건 알 수 없지. 일천궁마의 명령을 받고 검안마영이 마졸들을 데리고 나왔는지도.”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놈들의 죽음이랑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흥친왕부에 있었다고. 너도 한 다리 거쳐서 나의 행적들에 대해서 보고를 다 들었을 것 아니야.”
“그러니까 보고를 다 들었는데 며칠이 빠져 있어.”
“며칠이?”
“그러니까 네가 사천으로 출발한 후에 먼저 중경에 들렀지?”
“그랬지.”
그때부터 백군성의 취조가 시작되었고, 화린은 성실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 화린의 대답을 다 들은 후에 백군성이 물었다.
“정말 너 아니야?”
“아니야. 혹시 그놈들이 아닐까?”
“그놈들이라니?”
화린은 자신이 경험한 흑룡강성의 부산궁과 대리세가의 가주인 대리명에게 들은 소뇌음사의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이번에 대리세가의 가주님을 만났거든. 그런데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이상한 소리라니?”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문파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 나왔다는 거야.”
“소뇌음사의 보물을?”
“그래. 그런데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술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고 그랬어.”
“술법을?”
“원래 소뇌음사가 사악하고 요사한 주술과 술법에 능통하잖아. 무공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
“그놈들에게 대리세가의 무인들은 물론 운남성의 무인들이 일반 검상에 당했다고 그랬어.”
말을 하면서 백군성의 눈치를 보았는데 백군성 역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무인이 일반 검상에 당할 일은 없잖아. 그렇지. 그럼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다는 소리인데 무인이 무방비로 당할 일이 뭐가 있어. 주술, 술법, 진법. 이런 거밖에 없거든.”
“그렇긴 하지.”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내가 대리세가에서 가지고 있는 전답을 사기로 했어.”
“전답을?”
“곡물 유통해서 돈 벌어야지. 지주들에게서 곡물을 받는 양은 일정치가 않아서 어느 정도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거든.”
“그래서?”
“대리세가에서 나에게 소뇌음사 놈들의 처리를 부탁했거든. 그런데 나는 무림에 관여해서는 안 되잖아.”
백군성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각해 보면 이건 무림의 일이 아니라 지극히 대리세가의 일이고, 난 거래를 위해서 대리세가를 도와주는 거니까 무림에 관여한 일은 아니잖아. 그렇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지.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내가 운남성으로 가서 좀 도와주고 올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건 아니지. 지금 사천에서 마교도가 죽은 문제로 무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거든.”
“나랑 상관없다니까.”
화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건 너의 말이고, 나의 입장에서는 하필 네가 사천으로 갔을 때, 그러한 일이 일어났으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는 있다는 말이지.”
“그 합리적인 의심은… 야, 말이 되어야지. 내가 있었던 사천의 성도랑 호주랑 거리가 얼마인데.”
“그 먼 거리를 넌 하루면 오갈 수 있잖아.”
“아씨,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사혈맹에서 내가 손해 보는 거 보상해 줄 거야?”
화린은 자신의 특기인 억지를 부렸다.
“사혈맹에서 소비하는 곡물의 납품을 나에게 주면 내가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면 난 손해를 감수 못 해. 그 전답을 사려고 내가 사흘 동안 얼마나 아부를 했는데.”
-함께 지내면서 그의 환심을 사는 것도 중요하고, 또 사파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건방 안 떠는 놈들도 소개도 시켜 주고 하여 그가 일방적으로 정천맹의 편을 들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백군성은 부친의 말을 상기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곡물 소비라…, 사혈맹에 보고를 해 봐야겠어.’
“내가 가지 말라고 그랬어?”
백군성의 말에 화린의 눈이 반짝였다.
“가는데 대신 나와 동료들이 함께 갈 거야. 그리고 너는 대리세가의 일을 보고, 나는 동료들과 사천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화린은 자신에게 아무런 손해가 없는 제안이라 생각할 것도 없이 백군성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좋아. 그렇게 해. 그런데 왜, 너희가 그걸 해결해? 마교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야, 사천을 피바다로 만들 생각이야.”
“아…… 마교가 나서면 그렇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