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91)
구룡전기-191화(191/217)
구룡전기 (191)
십이사가의 소가주들
화린은 운남성으로 가기 전에 미옥을 만나 무림을 비롯한 상림의 정보들을 듣고 대충 상황을 파악하였다.
“그러니까 화명상단이 망한다고 보고 국성상단과 삼천상단이 곡물 유통업에 뛰어들었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두양상단도 간을 보고 있지만 언급한 상단들보다는 적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씨는 내가 뿌렸는데 열매는 그들이 가져가려고 하네요. 기가 차서…….”
“상림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있겠습니까? 그들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무림이 힘을 앞세운다면 상림은 돈을 앞세운다는 것이 다를 뿐, 약한 자가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세상은 변함이 없습니다.”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처럼 무엇을 신봉하느냐가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부처가 성불을 하려면 사람이 사는 곳에서 빠져나오란 말을 남겼군요.”
화린은 하나의 적을 쳐내면 다른 적이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을 하였다.
“언제까지 내가 나서서 처리할 수 없으니 혁진이 이놈을 데리고 가야겠어. 객잔은 소소에게 맡기면 관리를 잘하겠지.”
“그리고 구룡루에 제가 못 보던 얼굴이 제법 많이 들어온 것 같은데, 다 하오문의 사람들입니까? 무공을 익힌 자들도 제법 있던데.”
“그렇습니다. 구룡루를 본문에 귀속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에요.”
“문주님의 생각이십니다.”
“대담하네요. 내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칼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알면서도 이런 계획을 세우다니 말이에요.”
하오문에는 자신을 상대할 고수가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리 말을 하였다.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분타주의 의견의 문주님께 전달되는 것도 힘들지만 대부분 중간에서 지부장이 자신의 이익과 승진에 관련하여 묵살 혹은 자신의 공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입니다.”
화린은 미옥의 말에서 중간에서 바람을 넣은 자가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지부장인가요?”
“무슨 말씀입니까?”
“문주에게 바람을 넣은 사람 말이에요. 가만히 있던 문주가 갑작스럽게 그러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화린은 미옥의 대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방이 도적이라 심심할 틈이 없네요. 문주는 그렇다고 치고, 부문주는 사람이 좀 어때요? 대화가 통하는 인물이에요?”
“무슨 의미에서 하시는 말씀이신지?”
“꽉 막힌 사람인지, 아니면 융통성 있게 대화가 어느 정도 통하는 사람인지 물어보는 거예요.”
“부문주님께서는…….”
화린은 미옥과의 대화를 끝낸 후에 업무를 보고 서대영을 만났다.
“이번에 군성이랑 사파의 인물들과 운남성에 다녀오기로 했어.”
“대리세가의 일 때문입니까?”
“그래. 그런데 느낌이 좀 그래.”
“무슨 느낌이 말입니까?”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서 온 거잖아. 그리 심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거든. 그리고 구룡전단이나 다른 무인들이 사업체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무공수련을 하지만 실상 이것도 꼬투리 잡고 나오려면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구룡전단이나 본 장의 무인들은 크게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장주님과 남궁수연님만 무림에 관여하지 않으면 좋게좋게 넘어갈 것 같습니다.”
“서 총관도 그렇게 생각을 했어?”
“동창에서 생활하면서 먹은 눈칫밥만 십 년이 넘습니다.”
화린은 서대영을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왜, 그러십니까?”
불안해진 서대영이 묻자, 화린이 속셈을 말하였다.
“내가 군성이와 운남성으로 가면 네가 무인들 수련 좀 시켜.”
“무인들 말입니까?”
“그래. 느슨해질 때, 바짝 가르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서대영이 인상을 썼다.
‘이 양반이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화린은 그런 서대영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을 하였다.
“명성을 얻기 위한 방법 중에 가장 빠른 방법이 뭐야?”
“명성 높은 자를 때려잡는 것입니다.”
“그렇지. 우리가 했던 방법이 가장 빨라. 그 덕분에 우리 장원은 일류를 넘어 초일류급의 명성을 얻었지.”
서대영은 화린의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만큼 구룡장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새로 생기는 문파들의 입장에서는 어떨 것 같아. 그들도 우리를 따라 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럼 우리 구룡장을 공격해서 명성을 얻으려고 하는 자들도 있지 않을까?”
잘나가다 이렇게 엄한 길로 빠지니 나름 진지하게 듣고 있던 서대영도 김이 팍 새 버리는 느낌이었다.
“누가 있어 백대고수를 동시에 두 명이나 상대할 수 있는 장주님과 싸우려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남궁수연 님도 계시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없는 틈을 타서 공격할 수도 있잖아.”
“없습니다.”
서대영은 단정을 지며 말했다.
“왜 없어. 나처럼 미친놈이 있을 수도 있잖아.”
“장주님, 미친놈은 절대로 자신이 죽을 짓은 안 합니다.”
“왜 안 해. 죽으려고 지랄 발광하는 이들이 세상천지에 한둘이 아니구만.”
“그러니까요. 죽으려고 하지, 죽지는 않습니다. 장주님께서 마찬가지.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장주님께서 죽으려고 하는 것이지 죽지는 않았지 않습니까?”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처럼 미친놈도 다 자신만의 계산에 의해서 행동하는 겁니다.”
“진짜 미친놈들도 있잖아.”
“그런 미친놈들은 본능으로 자신이 죽을 자리는 피해서 갑니다.”
“그래?”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세력이 어느 정도 구축한 문파나 혹은 천마, 사황, 검황이 아니고서는 구룡장을 노리는 자들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뭐가 말입니까?”
“우리가 언제까지 장사만 할 수 없잖아. 본격적으로 무림에서 활동하려면 구룡장이 미끼가 되어 무림의 세력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화린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왜, 그리 못 싸워서 안달이 나신 겁니까? 지겹도록 싸우지 않으셨습니까?”
“싸움은 지겹지. 그런데 가슴을 뛰게 만드는 꿈을 이루려면 싸워야 해.”
“폐하와 하신 약속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용의 자식은 용이 되어야지 뱀이 될 수는 없잖아.”
“지금으로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오 년 동안 조용히 있으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우리가 사혈맹과 싸웠던 기억이 옅어질 때까지 기다리셔야 할 겁니다.”
이번만큼 서대영이 옳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생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좀 가르쳐서 강하게 만들어 봐.”
“알겠습니다. 눈치껏 아래 있던 아이들을 굴려서 오 년 안에 일류 무인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서대영이 말을 하는 아래 있던 아이들은 황궁을 떠나올 때, 함께 나온 동창, 금의위 소속 무사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래. 그리고 이번에 미옥 분타주를 지부장으로 올렸으면 하는데.”
서대영이 그건 또 무슨 말이냐는 시선으로 보았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오문이 구룡루에 얹혀살아도 우리가 정보를 얻을 수가 있으니 우리가 더 이득이라 생각을 하였거든.”
“그런데 왜?”
“하오문이 선을 넘는 것 같아. 지금 알게 모르게 하오문의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 것 같아. 직원은 물론이고, 손님으로 가장해서 구룡루에서 생활하는 놈들도 있고 말이야.”
“음…….”
“그래서 이번에 정리 한번 하고 새로운 문도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서대영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화린은 자신이 또 뭘 잘못 말을 했나 싶어 물었다.
“왜?”
“구룡루를 비롯하여 본 장원에서 운영하는 영업장에 일하는 하오문도들 전부 쳐내신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그래.”
“한 번에 그렇게 하면 일손이 엄청 부족해질 겁니다. 그로 인해서 영업장의 피해도 클 것이고 말입니다.”
“그럼 우리 식솔들의 단합을 위해서 야유회 한번 다녀오면 되지.”
“그게 그리 쉽게 말을 할 것이 못 됩니다. 장사를 하는 집은 장사가 되던, 안 되든 문을 열어 놓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건 나도 아는데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사람을 새로 구해야 하고, 교육해야 하고 하는 번거로운 일들이 있습니다. 이게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윗대가리만 쳐내지요. 아랫사람이야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니 그냥 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윗대가리?”
“지부장, 분타주, 그리고 하오문도들을 관리하는 선임자들 딱 이 정도 선에서 정리하면 하오문에서도 반응을 보일 겁니다.”
화린은 잠깐 생각하다 서대영의 말대로 처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내가 백군성이랑 운남성으로 출발하면 그렇게 처리를 해. 미옥 분타주는 살려 두고.”
“알겠습니다. 살막곡의 살수들을 동원하여 한날한시에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내가 운남성 다녀와서 하오문의 부문주를 만나 이야기를 끝내면 되겠군.”
“하오문의 부문주를 만나려고요?”
“서로가 도움이 된다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부문주가 사람 됨됨이가 된 것 같더라고.”
서대영은 눈을 깜빡였다.
“설마…….”
“아, 그리고 운남성 갈 때 혁진이 데리고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화린은 황급하게 말을 돌렸다.
“혁진이는 왜?”
“내가 계속해서 밥을 떠먹여 줄 수는 없으니까 이제부터라도 두 발로 뛰면서 업을 배워야지 그러는 가운데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고 하면서 단리세가의 영광을 조금씩 재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객잔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포목점이 잘된다며?”
“그렇습니다.”
“그럼 포목점 증축공사를 하고 그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소소가 객잔을 맡아 관리하고, 혁진이 다시 돌아오면 객잔을 맡아서 관리하는 걸로 해.”
“계속해서 데리고 있는 게 아니고요?”
“일이 있을 때마다 데리고 다니면 되지. 그리고 트라빌 왕국으로 간 수연이랑 동춘이가 오면 혁진이도 동춘이 따라 트라빌 왕국도 오가고 하면 될 것 같아.”
“마음을 정하신 겁니까?”
“이만큼 토대를 만들어 주었으면 된 것 같아. 물론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혁진이가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이루어 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해.”
서대영은 이미 화린의 계획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딱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럼 구룡루를 제외하고 다른 영업장들은 소소님의 앞으로 옮겨 놓겠습니다.”
구룡루는 구룡장의 영업장이라기보단 섬서성의 기간사업장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 단리 남매에게 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 일단은 서 총관이랑 공동 명의로 해.”
“저랑 말입니까?”
“그래.”
“제가 야반도주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 말에 화린이 피식 웃었다.
“사황이 이런 말을 했어.”
서대영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화린을 보았다.
“나의 이름에 달린 무게의 추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은 단 몇 시진 만에 해낼 수 있다고 말이야.”
“그 말씀은?”
“나도 그래. 서 총관이 어디로 도망가듯 몇 시진 안에 찾아낼 수가 있어.”
“정말이십니까?”
“그럼. 믿지 못하겠으면 어디 한번 달아나 봐. 섬서성을 벗어나지 않으면 한 시진이면 널 찾아낼 수가 있어.”
서대영은 화린의 말이 믿기지는 않지만 워낙 요상한 인물이라 어쩌면 그의 말대로 자신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사람 기분 이상하게 만드네.”
그런 서대영을 보며 화린은 피식 웃었다.
‘배교의 비술이 아니었다면 내가 널 뭘 믿고 공동 명의를 하라고 했을까.’
“그럼 수고해. 난 소소를 만나서 혁진이 데리고 운남성으로 간다고 말하고 그를 데리고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