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92)
구룡전기-192화(192/217)
구룡전기 (192)
“지금부터 트라빌 왕국이다. 긴장들 해.”
남궁수연은 트라빌 왕국의 국경을 넘자마자 동춘과 그의 사제들에게 경고를 보내었다.
“무슨 일이오?”
“트라빌 왕국은 중원과 달리 치안의 상태가 좋은 건 아니야. 영지를 둘러싸고 있는 성 안으로 들어간다면 몰라도 이처럼 성 밖에 있으면 언제 누구에게 공격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왕국이야. 그러니 지금부터 긴장을 유지한 채로 첫 번째 영지인 로드산 영지로 간다.”
동춘은 남궁수연이 긴장한 모습을 보고 덩달아 긴장을 하였다.
“그리 위험한 왕국이오?”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마적이고, 도적이고 수시로 공격해 올 거야. 그리고 맹수들도 공격해 올 수 있고.”
“그런 거요? 난 또…….”
“내 기준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 너의 기준은 아니야.”
“아, 선배의 기준……. 그럼 엄청 위험한 동네라는 말이잖소.”
“그래서 오는 동안 훈련시켜 줬잖아.”
“아니, 그걸로 되오? 우리 애들 다 죽어 나가는 것 아니오?”
동춘이 따지듯 묻자, 남궁수연은 귀찮은 듯 대답을 하였다.
“뭘 이런 걸로 호들갑이야. 군대에 있을 때 이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곳도 잘 다녔으면서.”
“우리 애들이 나랑 같소?”
“그럼 달라?”
“어찌 같소?”
“너, 나에게 일초지적은 돼?”
동춘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너의 사제들도 나에게 일초지적이 안 돼. 그럼 같은 거 아니야?”
“하아…….”
동춘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기적의 논리는 어디서 배운 거요? 설마 내가 알고 있는 몹쓸 사람에게 배운 거요?”
“잘 알고 있네. 그 몹쓸 사람이 나에게 가르쳐 준 논리야.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지.”
동춘이 그 말이 궁금한지 남궁수연을 보며 눈으로 재촉하였다.
“같은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보다 세 곱, 네 곱은 더 노력하라고 했어.”
“음…….”
“동춘아.”
“왜 그리 다정하게 부르오.”
“네가 너의 사제들을 아끼는 마음은 잘 알겠는데 아낀다고 능사는 아니야.”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그 단계라는 것이 있지 않소.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오.”
동춘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무림이란 세상은 그렇게 해서는 눈먼 칼에 맞아 죽기 십상이었다.
“어느 세월에? 상대는 너의 사제들이 계단을 밟고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 준대?”
“왜 꼭 싸울 것이라 생각을 하오. 말로 좋게 풀 수도 있지 않소.”
그 말에 남궁수연이 피식 웃었다.
“동춘이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이 서림이야? 주둥이 털게?”
동춘의 입술이 앞으로 조금 나오자, 남궁수연의 손이 움직였고, 본능적으로 나온 입술을 집어넣어 입술이 잡히는 걸 면할 수가 있었다.
“그건 강자들이나 하는 거야. 우리 같이 약한 사람들은 선택할 권한이 없는 거야. 호랑이가 왜 늑대만 보면 물어 죽이는 줄 알아?”
“그야, 먹이로 생각하니 그런 것 아니오.”
남궁수연은 고개를 저었다.
“맹수들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도 약할 때가 있어.”
“그런 게 어디 있소. 호랑이는 호랑이지. 약한 호랑이가 어디 있소.”
“제아무리 호랑이라고 해도 새끼는 힘이 없고, 유약한 법이야.”
“아…….”
“늑대가 호랑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지. 그럼 호랑이는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늑대를 죽여야지요.”
“그래. 그게 호랑이가 보이는 족족 맹수를 물어 죽이는 이유야.”
“그러니까 나의 사제들이 호랑이 새끼라는 말이오?”
빠아악!
둔탁한 소리가 허공에 울렸고, 동춘은 오만상을 쓰며 자신의 손으로 뒤통수를 문지르고 있었다.
“아니, 왜 때리는 거요. 내가…….”
“호랑이가 아니라 늑대야. 그것도 늑대 새끼지.”
“그게 뭐요.”
“호랑이 새끼도 물려 죽는 세상에 늑대 새끼라면 어떻게 되겠냐?”
“그걸 내가 어찌 아오?”
“들쥐, 들개, 심지어 야생 고양이에게도 물려 죽을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새끼들을 계단을 밟아 키우겠다고?”
동춘은 말이 없었다.
“선배가 왜 전장에 나가서 너를 극한까지 몰아넣었는지 모르지?”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사람이니 그런 것 아니오.”
“그래. 그래서 동춘이 네가 그 지옥과 같은 곳에서 끝까지 살아서 전역도 할 수 있었고, 무림으로 돌아와서 지금처럼 명성도 얻을 수가 있었던 거야.”
사실 동춘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자신의 사제들에게는 그와 같은 경험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감싸는 게 능사는 아니야. 최소한 자신의 힘으로 목숨을 연명할 수 있어야지.”
“선배는 그게 가능하오?”
“당연하지. 난 절대급의 고수, 그러니까 천마, 사황, 그리고 할아버지만 아니라면 어떤 적을 만나도 화린 선배가 날 구해 주기 위해서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어.”
동춘은 가끔 남궁수연이 화린을 언급할 때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처럼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배는 조장이 그리 좋소?”
“당연한 걸 왜 물어.”
“그냥 신기해서 묻는 거요. 조장을 향한 마음이 한결같으니 말이오.”
“그럼 마음이 변해야 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니면서 선배보다 멋있는 사내들도 만나 보고 그랬을 것 아니오.”
“만나 봤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다 임자가 있었단 말이지.”
동춘이 흥미로운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해 보라고 재촉을 하였다.
“그런데 나보다 능력이 있는데 임자가 없는 사람은 화린 선배밖에 없었어.”
“음…….”
“그러니 좋아할 수밖에. 동춘아!”
“왜, 그러오.”
“너도 나중에 여자를 만날 때는 너보다 능력이 좋은 여자는 만나지 마라.”
“왜, 그래야 하오? 여자가 능력이 있으면 내가 조금 편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니오?”
“남들 볼 때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넌 기도 못 펴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게 될 거야.”
“세상 여자가 선배처럼 다 억세지는 않소. 나긋하고 부드러운 여자들도 많소.”
“너보다 잘난 년이 억세지 않고 나긋하다면 누가 믿겠냐?”
“음…….”
“아미파의 여승이라면 몰라도 그게 아니면 그런 여자는 찾기 힘들 거다.”
“아주 악담을 하지 그러오.”
“이건 생각을 해 줘도 투덜거리고 지랄이야. 하여간 로드산 영지까지 바짝 긴장해.”
* * *
화린은 백군성에게 단리혁진을 소개시켜 주었다.
“앞으로 형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모셔.”
“단리혁진이라고 합니다.”
허리를 깊숙하게 숙여 인사를 하는 단리혁진에게 백군성은 화린을 눈치를 보며 얼떨결에 동생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백군성이라고 해. 앞으로 잘 지내 보자.”
“잘 부탁드립니다.”
백군성의 뒤에도 몇 사람이 서 있었는데 일전에 말을 한 백군성의 동료인 듯하였다.
“저들을 데리고 가려고?”
“그래. 인사해. 이들은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야.”
화린은 대충 쓱 훑어보곤 백군성에게 말했다.
“소가주들이면 차기 가주란 말인데 가서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건 걱정 마. 우리에게도 나름 방도가 있으니까.”
화린은 이들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런데 서원이 그 친구는 없네?”
화산지회에서 화린과 친구 하기로 한 천량사가의 소가주인 이서원을 언급하였다.
“사천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래? 중간에 일 생기면 나한테 도와달란 소리 하기 없기다.”
“그런 걱정 붙들어 매고 일단 가. 호북성에서 장강의 물길을 이용해서 사천의 호주까지 가.”
“바로 사천으로 넘어가지?”
“호주에 들러 시체들을 확인해 봐야지. 너의 말대로 일반 검상에 당했는지, 아니면 독특한 무공에 당했는지.”
화린은 이들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는 일단은 관망하기로 하였다.
“출발하지.”
“그렇게 해. 그럼 인솔자는 군성이 네가 되는 거지?”
“그래. 내가 인솔자, 책임자야.”
화린은 단리혁진을 보고 말하였다.
“혁진아, 군성이 형님 하는 거 보고 잘 배워. 한 무리의 책임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일에 임해야 하는지 잘 알려 줄 거야.”
“알겠습니다.”
이들은 섬서성에서 호북성으로 이동했다.
섬서성에서 관도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죽산현이 나오는데 이 죽산현에서 무당파가 있는 무당산이 지척이었다.
그래서일까? 화음현이 화산파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처럼 죽산현 역시 무당파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행동에 조심해. 여긴 무당파의 권역이니 쓸데없는 시비는 삼가.”
죽산현에 도착한 이들은 백군성이 말에 따라 행동에 조심하였다. 그런 이들의 모습을 보고 화린은 피식 웃었다.
‘아무리 행동을 조심해 봐라. 시커먼 사내놈 열댓 명이 허리에 검을 차고 다니는데 어떻게 시선을 안 받을 수 있을까?’
이들 중 검을 안 들고 있는 이들은 화린과 단리혁진 둘뿐이었다.
화린은 검 대신 검붉은 색의 단소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화린이 어느 지체 높으신 권력가의 자제 같고, 백군성을 비롯한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 호위 무사들처럼 보였다.
“날씨 한번 좋다.”
손에 든 단소를 좌우로 흔들며 걷는 걸음걸이가 영락없는 한량의 모습이었다.
백군성은 객잔에 들러 허기를 채운 뒤 관도를 따라 의창 시로 갈 계획을 세워 두었다.
“저기 제법 큰 객잔이 있네.”
화린은 용성객잔이란 현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자는 의미에서 말했다.
백군성은 화린의 뜻대로 용성객잔에 일행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열다섯 명이니 알아서 자리를 안내해 줬으면 해.”
“이쪽으로 오십시오.”
점소이가 이들을 자리로 안내했는데 가는 도중에 몇몇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며 경계를 하는 모습이었다.
“여기 넓은 자리는 여덟 분이 앉으시면 되고, 옆에는 네 분이 앉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쪽에 세 분이 앉으시면 함께 식사를 나누실 수 있을 겁니다.”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 여덟 명, 네 명 나누어 앉고, 화린과 백군성, 단리혁진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차림표를 가져다주게.”
“네.”
허리에 검을 찬 것이 조금 꺼림직하지만 그래도 열다섯 명의 단체 손님을 받아 기분이 좋은지, 점소이는 얼른 차림표를 가져다 백군성에게 주었다.
백군성은 차림표를 쭉 훑어보더니 부추돼지고기 볶음과 만두를 주문한 후에 차림표를 화린에게 주었다.
차림표에 적혀 있는 요리가 스무 개 정도 된다는 것을 확인한 화린이 점소이에게 차림표를 돌려주며 말했다.
“뭘 그리 복잡하게 고르고 그래. 차림표에 있는 거 종류대로 하나씩 만들어 주고, 따로 떠서 먹을 그릇을 사람 수대로 가지고 오면 우리가 알아서 떠서 먹을 테니 그렇게 줘요.”
“차림표에 있는 거 다 한 가지씩 달란 말씀이죠?”
“그래요. 그리고 이과두주 네 병도 주세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올리겠습니다.”
“한 번에 다 가져올 필요 없이 음식은 네 가지씩 만들어서 가져다주세요.”
“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화린은 방긋 웃으며 점소이를 향해 손가락을 퉁겼고, 허공에 반짝이는 동전이 날아오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낚아채는 점소이였다.
“음식값은 그걸로 계산하고, 나머지는 가지세요.”
“감사합니다.”
점소이가 허리를 꺾으며 인사를 한 후에 돌아가자, 백군성이 말했다.
“우리가 살 건데. 경비 충분한데 왜 네가 사?”
“그냥 먹어. 경비를 얼마나 받았다고 그래. 그거 아꼈다가 필요할 때 써.”
화린이 선심을 쓰듯 말을 하지만 실상 이들이 경비로 먹고, 자고 하면서 이것저것 따져 가며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 하면 속에 천불이 날 것 같아 자신이 먼저 계산을 한 것이다.
“그런데 형님.”
“왜?”
“우리가 객잔에 들어왔을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는 것 같은데…….”
그 말에 화린은 내심 놀랐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그걸 느꼈어?”
“네.”
‘혁광 형님과 닮아서 촉이 좋은 건가?’
“이유야 간단하겠지. 구룡객잔에 시커먼 사내 열다섯 명이 검을 차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시선이 가, 안 가?”
“당연히 갑니다.”
“그런 거야. 그러니 크게 신경 안 써도 돼.”
고개를 주억거리는 단리혁진을 보는 화린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였다.
‘운남성으로 가는 동안 간단한 무공을 가르쳐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