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93)
구룡전기-193화(193/217)
구룡전기 (193)
화린은 장강의 수로를 이용하여 사천성 호주로 가는 동안 단리혁진에게 간단한 체력훈련을 시키며 무공을 가르쳐 줄지, 아니면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무술을 가르쳐 줄지를 고민했다.
“힘은 하체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그건 순전히 뻥이야. 힘은 하체든, 상체든 중심에서 나오는 거야. 중심을 단단히 잡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니까, 버텨.”
단리혁진은 마보 자세를 하고 있었는데 흔들리는 배 위에서 중심을 잡고 자세를 잡는 일이 그리 쉬운 건 아니었다.
쿠다다당… 쿠다다당… 쿠다다당…….
반 시진 동안 몇 번이고 넘어져도 계속해서 일어나 자세를 잡는 단리혁진을 보고 있으면 단리혁광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였다.
“재능은 있어 보이는데 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재능은 아닌 것 같아.”
선수에서 단리혁진을 보며 혼잣말하는 화린이었다.
“소소의 재능을 혁진이가 가졌더라면 무림인으로 살아 볼 만한데 혁진이는 아닌 것 같아. 상인으로 생활하면서 몸 건강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만 가르치면 될 것 같아. 혹시 모르니 내가 소소에게는 무공을 가르쳐 줄게.”
단리소소는 현명한 사람이니 무공을 익힌다고 해서 자신을 과시하거나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괴롭히거나, 탐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겨서였다.
“뭘, 그리 혼자 중얼거려?”
백군성이 와서 물었다.
“그냥, 혁진이 보니 나 무공 익힐 때가 생각이 나서?”
“너도 무공을 익힐 때가 있었어?”
“그럼, 난 태어날 때부터 고수인 줄 알았어?”
“어. 너 같은 괴물들은 모친의 뱃속에서부터 무공을 익혀 태어날 때부터 고수인 줄 알았지.”
화린은 피식 웃었다.
“왜 웃어?”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해서 그런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화린은 모친의 태중에서부터 안배에 의해 길러졌다. 그가 태어나자마자 모친에 의해 술법으로 금제를 당했고, 금제가 풀리는 날 환시사령술법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천문과 중문, 하문이 동시에 열리면서 방대한 양의 배교 비전술법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그걸 익혔으니 백군성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 자면서도 무공을 수련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지.”
화린은 백군성의 말에 뜨끔하였다.
“그렇겠지.”
‘나에 대해서 뭣 좀 들은 거 아니야?’
화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배가 나아가는 속도가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고는 화린은 고개를 돌려 선수에서 뱃머리 쪽을 보았는데 맞은편에서 배가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것들 수적이지?”
수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충돌할 기세로 배를 접근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물었다.
“돛대에 걸린 깃발을 보니 그런가 보네.”
화린은 가장 큰 돛대에 걸린 깃발을 보며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입술 끝이 올라갔다.
“그런데 수적은 무림인이야, 아니야?”
뜬금없는 물음에 백군성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눈으로 화린을 보았다.
“아니, 왈패들은 무림인으로 안 보잖아. 그러니 수적, 산적도 무림으로 보느냐는 그런 물음이지.”
“녹림과 수로채는 흑도에 속해 있으니 무림인으로 봐야지. 왈패들 중에서도 하오문에 적을 둔 자는 무림인으로 보니까.”
“그렇구나.”
화린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그래?”
“아니, 내가 아무리 몸이 근질거려도 수적들이랑 드잡이질을 할까? 나름 무림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이야. 이거 왜 이래.”
말과 다르게 무척이나 심심하다는 티를 팍팍 내는 화린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아무리 심심해도 수적들이랑 노는 건 좀 그렇잖아.”
화린은 입술을 삐죽였다.
화린이 타고 있는 배의 선장이 수적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갑판으로 나왔다.
“장강의 영웅들이 어찌하여 상선도 아닌 일반 여객선의 앞길을 막으니 이 송모가 조금 당황스럽소.”
“사해가 동도라 하였는데 십시일반 하여 조금씩 도우면서 살면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소.”
배가 강물의 물결에 의해 살짝 붙자, 수적들이 여객선으로 넘어왔다.
“배에 모두 몇 명이 타고 있소?”
“오십 명 정도 되오.”
“그럼 두 당 열 냥으로 계산하여 은전 다섯 냥만 만들어 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자가 선장에게 말하자, 선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말을 해 보겠는데…….”
선장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화린이 큰 소리로 백군성에 말했다.
“이건 아니지. 무림인이 일반인을 상대로 갈취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거야?”
수적들의 고개가 화린과 백군성에게 향했다.
“무림인과 무림인의 시시비비라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는데 무고한 일반인이 돈을 갈취당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해? 그리고 내 돈을 왜 저놈들에게 줘야 해? 내가 저놈들에게 돈을 빼앗길 만큼 약한 거야?”
“이봐!”
화린의 목소리를 듣고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화린을 불렀다.
“왜?”
“왜에?”
“그럼 ‘왜.’라고 대답을 하지. 안녕하세요. 이렇게 대답을 할까?”
화린의 대답에 곁에 있던 백군성이 피식 웃었다.
“어린노무 새끼가 혀가 왜 그리 짧은 것이냐? 이 형님께서 짧은 혀를 길게 뽑아 목을 칭칭 감아 정신을 잃게 만들어 줄까?”
“하아.”
화린은 한숨을 내쉰 후에 몸을 돌려 수적들이 타고 온 배를 보고 돌아선 후에 왼손을 옆으로 뻗어 뭔가를 뽑아 휘두르는 시늉을 하였다.
화린의 왼손에 검이 들려 있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검이 이동하는 순간 허공으로 사라졌다.
쉐이이이익!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초승달 모양의 검강이 수적들의 배를 향해 날아가더니 두 개의 돛대를 관통하고 사라졌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군.”
화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적들의 돛대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선실을 그대로 덮쳐 버렸다.
콰지지지직! 쿠아아아앙…….
무너지는 두 개의 돛대에 의해서 배의 선실이 완전히 박살 나 버린 배를 본 수적들은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고,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야, 그렇다고 배를 부수면 어떻게 해?”
“내 혀를 뽑아서 목을 칭칭 감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데 그럼 아, 네 그렇게 해 주세요. 하고 혓바닥을 내줄까?”
“아이고야, 그냥 말로 타이르면 되지. 안 심심하다며?”
“안 심심해.”
“딱 보니 심심하구만.”
“군성아, 넌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모르지.”
“무슨 심각한 상황, 너 심심하니 장난을 치려고 하는 것밖에 안 보이는데.”
화린은 백군성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리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수적들을 노려보았다.
“이봐.”
“히끅.”
인상이 험악한 수적은 화린의 물음에 놀라 딸꾹질을 하였다.
“내 혀는 이것밖에 안 나오는데 어떻게 늘려 줄 건데?”
“제가 고인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고인? 내가 죽은 놈이란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보고 일찍 죽으란 말이잖아.”
“아니, 오해이십니다. 제가 말이 헛나왔습니다. 고인이 아니라… 그러니까 아, 기인! 기인이라 부르려고 한 것이 그만…….”
“그만해. 더 놀렸다간 정신 줄 놓겠다.”
백군성이 화린에게 말하자, 피식 웃었다.
“뭘 그만해. 저들은 힘이 없는 사람들을 겁박하여 재물을 탐하려고 하는데 그냥 둬? 누군가 너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면 그냥 줘?”
“그건….”
“남의 것을 탐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나의 것도 빼앗길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왜 그걸 몰라. 빼앗으려고 하다 안 되면 ‘아, 안 되네. 미안합니다.’ 이러면 끝나?”
화린의 말에 백군성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너는 저놈들보다 강하니까, 저놈들에게 칼 맞아 죽을 리 없다 생각하니 이 상황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만약에 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은 다섯 냥을 못 주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그건…….”
“그럼 힘을 앞세워 행패를 부릴 거잖아. 사람을 패고, 기물을 부수고.”
백군성은 침묵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너를 비롯하여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을 다 죽이려고 하는데 너의 부친과 십이사가의 가주들이 나를 곱게 보내 줄 것 같아?”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저들이 수적들이 아니라 정파의 무인들이야. 너희 수하들을 해치려고 왔는데 너희들은 저들을 그냥 보내 줄 거야? 무림이 그렇게 평화로운 세상이야?”
백군성은 화린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너희들이 알량하게 베푸는 그 가식적인 선의가 다른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은 왜 못 해. 그러니 일반인들이 무림인들을 싸잡아 무뢰배라 칭하는 거야.”
백군성은 화린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곤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백군성은 갑판 뒤쪽에 서 있는 일반인들에게 시선이 갔다.
뭔가 간절함이 깃들어 있는 그들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백군성은 이제껏 자신이 세상을 너무 쉽게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린은 멍하니 서서 뒤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백군성을 보니 백무기가 자신의 아들을 감찰사로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선배가 걱정할 만해. 이런 순둥이가 사룡이라니…….’
배교의 멸문 이후, 무림에는 분쟁이라고 할 만큼 큰 사건, 사고가 생기지 않았으니 그 이후에 태어난 후기지수들의 입장에서는 투쟁하고, 쟁취하는 치열함이 덜 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생활하면서 무공을 익힌 이들에게 살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마음을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군성아.”
백군성이 화린을 보았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내가 경험하고 살고 있는 세상과 네가 경험하고 살고 있는 세상이 달라 넌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인데, 내가 너에게 충고 한마디 하자면 그렇게 물렁하게 살면 눈먼 칼에 맞아 죽기 딱 좋아. 그러니 무슨 일이든 쉽게 생각하지 마.”
수적들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는 화린을 향해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다.
“살려 주십시오. 다시는 수적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조금 전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살기 위해서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자들뿐이었다.
‘하긴 이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할지도 모르지.’
화린은 엎드려 살려 달라고 비는 수적들을 보며 왜 흑도에서는 거물들이 나오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화린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혁진아, 자세 무너진다. 한 시진만 더 마보 자세로 견뎌 봐.”
“알겠습니다, 형님!”
화린이 선실로 들어가고, 그 모습을 혁진이 바라보았는데 존경이 가득한 그런 눈빛이었다.
“살려 주십시오.”
수적들은 백군성을 향해 살려 달라고 빌었고, 백군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너희들의 배로 돌아가라.”
백군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적들은 자신들의 배로 돌아갔다.
“음…….”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백군성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평소라면 별 것 아니라 생각을 하겠지만 방금 화린이 자신에게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틀린 말은 아닌데…….’
생각해 보면 화린의 말처럼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수적들이 자신들의 배로 모두 돌아가고, 잠시 후 수적들의 배가 여객선에서 떨어졌다.
-그리 물렁하게 살면 눈먼 칼에 맞아 죽기 딱 좋아.
백군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더니 허리에 찬 검을 빼 심호흡을 했다.
백군성의 단전에 깃던 내공의 기운이 꿈틀거리며 단전에서 나와 사지백해로 흘렀다.
내공의 기운은 백군성이 운기하는 사령심공의 요결에 따라 혈과 맥을 타고 움직이며 백군성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해 주었다.
파지지직!
백군성이 빼어 든 검에 붉은 기운이 일렁이더니 수적들의 배를 향해 사선으로 강하게 내리그었다.
검에 맺힌 붉은 기운이 검신을 타고 이동하여 빠져나와 수적들이 타고 있는 배의 하부로 향해 쇄도하였다.
콰아아아앙!
사령심공의 기운이 배의 하부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냈고, 강물이 배 안으로 들어가면서 수적들의 배에 소란이 일어났다.
“아버님께서 나를 화린이에게 보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