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95)
구룡전기-195화(195/217)
구룡전기 (195)
“화린이 아직 안 왔어?”
화린이 포구에 있는 창고를 조사하기 위해서 간 지 하루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 또 어디 가서 사고치고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설마, 자신이 금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사고를 치겠어?”
이서원이 말하자, 백군성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리 생각하겠는데 화린이 이놈은 어디로 튈지 감이 오지 않아서 말이야.”
한쪽에서는 단리혁진이 마보 자세를 잡고 서 있었는데 화린이 가르쳐 준 것이라 그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자세를 잡고 하체를 단련하는 중이었다.
“오겠지.”
“사건 사고만 일으키지 않으면 나야 상관없는데 이런 식이면 결국 말이 나올 것이 뻔하거든.”
“걱정 마. 화린이 그 친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맹과 싸우려고 했을까?”
백군성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이서원을 보았다.
“나도 화린의 속셈은 알 수 없지만 나름대로 어느 정도 계산이 섰겠지. 그러니 맹과 싸우려고 한 것 아니겠어?”
“그렇겠지. 실제로 맹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항간엔 맹주님께서 나서지 않았다면 맹이 먼저 구룡장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란 말도 있었어. 이건 아버님께 들은 이야기야.”
“그래?”
“정천맹과 마교가 간을 보고 있었나 봐. 아마 마교나 정천맹 중 한 곳이라도 끼어들었다면 맹이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했어.”
백군성과 이서원의 대화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듣고 있는 단리혁진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생겼다.
‘형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분이셨구나.’
“다행이라면 마교와 정천맹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기에 그들의 참전이 늦어졌다는 거지.”
“어부지리를 넘겨주기 싫어서?”
“그렇다고 봐야지.”
이서원은 별채의 뜰에 나와 있는 일부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을 본 후에 백군성에게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우리의 임무도 임무지만 나를 비롯해서 저들의 목적은 화린 그 친구와 면을 트고, 친하게 지내며 교류하는 것일 거야.”
백군성은 너도 그렇느냐는 시선으로 보았다.
“내가 본가를 떠나올 때, 부친께서 하신 말이야. 본가의 영화를 위해서는 내가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친우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고 말이야.”
“음…….”
“본가가 어려움을 당하면 한달음에 달려와서 도와줄 수 있는 친구가 화린이라고 생각해 봐.”
백군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맹주님을 비롯하여 십이사가의 가주님들, 그리고 맹의 명숙들도 화린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소가주들만 보내었다?”
이서원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직은 낯설어 서먹하겠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거야.”
백군성도 이서원의 말을 인정하는 것처럼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하여간 대단한 친구라니까.”
“재미있는 친구이기도 하지.”
“그건 그렇고 오늘 마교에서 사람들이 온다고 그러지 않았어.”
“중식이 지나서 올 테니 아마도 미시 중간 정도에 오지 않을까 해.”
“그럼 그들을 만나 보고 곧바로 운남성으로 가면 되겠군.”
“그런데 마교도들을 죽인 자들이 소뇌음사의 승려들이라는 건 확실해?”
“아니, 화린이 대리세가의 부탁을 받아들였다고 하였고, 우리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여 화린과 함께 운남성으로 가는 거지.”
이서원은 백군성이 말하는 의미를 알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피식 웃었다.
“조금 전에 네가 말했잖아. 우리의 목표는 사건 해결이 아닌 화린과 친해지기 위함이라고 말이야.”
* * *
회양객잔의 별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는데 두 분류의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백군성을 비롯한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마교에서 온 마교도들이었다.
마교에서는 죽은 마교도들의 시체를 인수받고자 왔는데 이들 사이에 분위기가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시체에 상흔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느냐?”
회양객잔을 찾아온 마교도들 중에서 중년의 사내가 당연하다는 듯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을 향해 하대를 하였다.
“왜 안 된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멍청하게 가만히 있다가 당한 마교도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백군성이 중년의 사내의 말을 되받아치자, 그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지금 멍청하다고 한 것이냐?”
그가 노기를 드러내자,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 긴장을 하였다.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상대가 두려워 가만히 서서 칼에 맞은 건 마교도들입니다. 그 책임을 우리에게 넘기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백군성은 중년의 사내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살기를 접하면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하였다.
“여기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 모여 있으니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우리를 죽여 마교에 이득을 취하려는 생각이십니까?”
중년 사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사룡이 대담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처럼 직설적이라곤 생각지 못하였군.”
“호인이라 소문이 나신 일천궁마 선배께서 어찌하여 어린 후배들을 이리 괴롭히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된다네. 이 자리에서 자네들을 죽인다면 십이사가 중 한두 곳은 대를 잇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 아닌가? 그럼 본교의 입장에서도 이득이겠지.”
“세상일이 어디 계획대로 다 이루어진다고 합니까? 변수라는 것이 늘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팔대마가는 온전할 것 같습니까?”
일천궁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본연의 얼굴로 돌아왔다.
“삼십 년 전 정, 사, 마가 손을 잡고 배교를 쳤다고 들었습니다. 그처럼 정, 사가 손을 잡고 마교를 공격하면 어찌하겠습니까?”
“하하, 정천맹이 너희들의 손을 잡아 줄 것이라 생각을 하느냐?”
“왜, 안 잡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까? 본 맹에서 많은 걸 포기하면 정천맹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백군성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일천궁마에게 대꾸를 하였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은 그런 백군성의 대담함에 적지 않게 놀랐다.
“사혈맹이 많은 걸 포기한다?”
“자식이 죽어 눈이 돌아간 부친께서 뭐든 못하겠습니까? 일단 부친께서 나서신다면 다른 건 몰라도 우리의 죽음에 관여를 한 일천궁마 님께서는 온전하진 못할 것입니다.”
일천궁마가 백군성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백군성 역시 그의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의 기 싸움으로 인해서 객잔 별채의 공기가 변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대공자의 훌륭한 적수가 되겠구나.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하더니 사룡이라 불릴 만하구나.’
일천궁마는 당당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백군성이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고는 자신의 기운을 풀었다.
‘견딘 건가?’
백군성은 일천궁마의 기운이 사라졌음을 느끼고는 자신 역시 기운을 풀었다.
그 순간 일천궁마의 손이 움직였고, 백군성은 반사적으로 일천궁마의 공격을 방어하였다.
내공이 전혀 실리지 않은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힘이 실려 있었는데 이는 일천궁마가 자신의 독문무공 외에도 외공을 단련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노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파아아앗!
일천궁마는 마치 백군성을 시험하듯 그를 공격하여 몰아붙였고, 백군성은 선기를 빼앗겨 단숨에 위기에 봉착하였다.
그럼에도 백군성은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일천궁마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부친의 공격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어.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끊어지고, 또 독립된 초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어.
백군성은 화린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무공을 수련하였는데 그게 지금 큰 도움이 되었다.
일천궁마가 내공을 사용하지 않아 내공의 힘을 빌린다면 당장에 이 수세를 극복할 수도 있었는데 백군성은 그러지 않았다.
순간 십여 초의 공방이 이어졌고, 백군성은 여전히 수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일천궁마를 놀래기에 충분하였다.
그렇게 다시 십여 초의 공방을 주고받던 일천궁마가 백군성의 빈틈을 발견하고 손바닥을 밀어 넣으려고 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로 백의 인영이 끼어들었다.
“허엇!”
일천궁마는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백의 인영은 일천궁마의 손바닥을 밀쳐낸 후에 발로 복부를 강하게 차 버렸다.
“커억!”
복부에 충격을 받고 뒤로 물러나는 그를 향해 백의 인영이 순식간에 접근하여 몸을 허공에서 한 바퀴 돌더니 일천궁마의 턱을 발로 가격해 버렸다.
일천궁마는 순간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바닥으로 쓰러졌고, 이를 본 모두는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천하의 일천궁마를 단숨에 제압했어.’
놀란 이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백의를 입은 인영 백군성을 보고 물었다.
“이 영감 누구야?”
화린이었다.
“일천궁마 선배님이셔.”
화린은 일천궁마라는 말에 기절해 있는 그를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였다.
“아, 활잡이라 약했던 모양이구나.”
세상에 일천궁마를 약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화린이 유일할 것이다.
“그런데 왜 너와 싸우는 거야? 시체만 인수해 가면 되는 거 아니야?”
“갑작스럽게 공격을 했는데 내공을 사용치 않아서 나의 실력을 가늠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데.”
“실력은… 자기 실력이나 갈고닦으라고 그러지.”
그러면서 화린은 마교도들을 보았다.
“뭣 해? 얼른 부축해서 자리에 눕히지 않고.”
화린이 나타나 단숨에 상황을 정리해 버렸고, 이를 두 눈으로 지켜본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은 입을 벌리고 화린을 보고 있었다.
마교도들이 객잔 뜰에 놓인 평상에 일천궁마를 눕혀 놓았다.
“왔으면 시체나 수습해서 갈 것이지, 왜 시비야?”
마교도들에게 물었지만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설마, 너희들이 소가주들이라 죽이려고 한 거야?”
“처음에는 그럴 기세였는데 군성이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그 생각은 접은 것 같아.”
“아무리 머리가 안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후의 파장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지.”
화린은 대충 상황을 파악하였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단리혁진에게 말했다.
“혁진아, 너 객잔 주인에게 밥 한 상 차려서 가지고 오라고 그래라.”
“알겠습니다.”
단리혁진이 객잔의 본채로 가자, 백군성이 화린에게 물었다.
“어딜 다녀오는 거야?”
“저들을 죽인 놈들 찾으러.”
화린의 말에 마교도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서?”
“그래서는 뭔 그래서.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왔지.”
“찾았다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못 찾을 것도 없지. 나의 이름 앞에 달린 무게의 추는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일도 단 몇 시진 만에 가능하게 만들거든.”
화린은 백무기가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하였다.
“너의 이름 앞에 달린 무게의 추?”
“구룡장주!”
무림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을 일으켜, 무림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아직은 무호가 생기지 않아 스스로 구룡장주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뭔가 기대를 하였다가 실망을 한 표정을 짓는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피식 웃었다.
“웃기는?”
“어떻게 찾았어? 창고 안에는 흔적이 없었을 텐데.”
“없긴. 엄청 많이 있던데.”
“많아?”
“놈들은 술법을 사용했어. 술법을 이용한 진을 구축해서 저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든 거야.”
“그게 사실이냐?”
마교도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럼 내가 여기서 거짓말을 해서 무슨 이득이 생긴다고 거짓말을 하겠어?”
“음…….”
“그런데 그놈들 아무래도 배교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배교라는 말에 흠칫하는 이들이었다.
“내가 군대에서 여러 번의 작전에 투입되어 밀교, 소뇌음사, 혹은 색목국의 별의별 술법들을 다 경험해 봤는데 이건 조금 색다르단 말이지.”
“그래?”
“사혼쇄령이란 술법이 있어.”
화린은 배교의 술법을 배교가 아닌 다른 곳의 술법처럼 이야기를 하였다.
“사혼쇄령?”
“일종의 혼을 묶어 두는 술법의 총칭인데 창고의 벽과 바닥, 그리고 천장에 이 사혼쇄령을 시전하기 위한 구성진들이 그려져 있었어.”
“형님, 그 말씀은 흉수들이 이미 창고를 점거하고 있다가 마교도들을 유인하였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화린은 그를 보았다.
“흑난사가의 송중기입니다.”
“그래. 중기 동생의 말처럼 그들이 마교도들을 창고로 유인을 했을 거야. 그 말은 뭐다?”
“삼십 년에 멸문한 배교의 잔당들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화린은 박수를 쳤다.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