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97)
구룡전기-197화(197/217)
구룡전기 (197)
우다다타앙…….
화린이 방을 잡고 쉬는 서창객잔의 일 층 식당은 무인들의 싸움 때문에 난장판으로 변해 버렸다.
청의 무복을 입은 자들이 적의를 입은 자들을 공격하면서 일어난 일이었는데 이 소동으로 인해 일반인들도 싸움에 휩쓸리면서 객잔 안에 있던 손님들 중 십 수 명이 죽거나 크게 다쳐 피를 흘리며 객잔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일반인이 크게 다쳤지만 청의를 입은 자들과 적의를 입은 자들의 싸움은 멈출 줄 몰랐다.
화린은 이 층 방에서 잠을 자려고 하다 소란이 생겨 밖으로 나와 보니 두 세력이 한창 싸움 중이었다.
“청의를 입은 자들은 당가의 사람들 같은데. 적의를 입은 자들은 누구지?”
화린은 이 층에서 아래층의 싸움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가가 일반인들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을 정도면 저 적의를 입은 자들이 당가에게 크게 잘못을 했거나, 전황이 당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인데.”
당가의 무사들과 적의를 입은 자들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 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객잔 다 부서지는 거 아니야? 혁진이 깨워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그러다 적의를 입은 사내가 화린을 발견하더니 곧장 식탁을 밟고 화린을 향해 뛰어올랐다.
화린은 그런 그를 향해 귀찮게 하는 파리를 쫓아내듯 가볍게 손짓을 했는데 강력한 바람이 일어나 놈을 뒤로 날려 버렸다.
쿠우웅!
벽까지 날아가 부딪친 후에 아래로 떨어지는 그는 비명과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쿨럭!”
피를 토해 내는 그는 이 층의 난간에 기대어 싸움을 지켜보는 화린을 보았다.
그가 화린에게 당한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객잔 안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며 싸움을 멈추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계속들 싸워. 나에게 칼질만 하지 않으면 개입할 생각이 없으니까.”
화린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고, 어서 싸우라는 눈빛으로 이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아래층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머뭇거리자,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는데 그 미소를 접한 이들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의 두려움을 느꼈다.
“안 싸워? 그럼 내가 죽여 줄까?”
화린의 말에 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적의를 입은 자들이 먼저 당가의 무사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로 인해서 다시 이들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처음에는 화린의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싸움이 격화되자, 더 이상 화린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웠다.
화린은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적의를 입은 자들이 최소한 정파의 인물들은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사천에서는 당가를 향해 시비를 걸 문파가 없으니 저들은 다른 성의 무인들이나, 혹은 변방, 새외에서 온 자들인 모양인데.”
화린은 적의를 입은 자들의 무공을 자세히 관찰하다 살짝 눈을 좁혔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검술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저걸 어디서 보았지?”
화린은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스스로에게 몹시 답답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러다 잠시 후 표정이 밝아졌다.
“아, 페르단 왕국에서 봤지.”
페르단 왕국은 서장을 넘어 황량한 사막의 영토를 지닌 왕국으로 사막에서 유일하게 물을 구할 수 있는 녹지대에 거대한 도시를 짓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녹지대에 형성한 도시들이 모여서 국가를 이루었는데 그 국가가 바로 페르단 왕국이었다.
페르단 왕국 주변으로도 이러한 부족 국가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국가들 중에서는 페르단 왕국이 가장 크고 강성한 왕국이었다.
페르단 왕국의 사람들은 황량한 모래사막의 영향을 받아 남자들은 매우 거칠고 전투적인 성향이 짙었는데 적의를 입은 자들을 보니 자신이 경험했던 페르단 왕국의 사내들보다는 조금 유순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는 밥을 먹는 건지, 모래를 씹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
화린은 페르단 왕국으로 작전을 수행하러 나갔을 때를 떠올리며 방긋 웃었다.
그 당시에는 두려울 만큼 무서운 상황들도 맞닥트렸지만 지금에 와서는 추억이 되어 있었다.
“저들도 중원에 뭔가 필요한 것이 있나? 페르단 왕국은 상인들조차 중원까지 잘 오지 않는데.”
거리도 거리지만 페르단 왕국과 중원을 오가는 길목에는 위험이 너무 많이 도사리고 있어 보통은 중원의 상인들이 서장에서 물건을 팔면 페르단 왕국의 사람들은 서장으로 와서 물건을 사거나, 혹은 서장의 상인들이 페르단 왕국으로 가서 물건을 팔고, 필요한 걸 구입해 오고 했다.
당가의 무사 한 명이 피를 뿌리고 쓰러지자, 순식간에 팽팽하던 힘의 균형이 페르단 왕국의 사람들 쪽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크아아악!”
그들의 손속은 과감했고, 자비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서웠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자, 순식간에 당가의 사람들이 당해 버렸다.
그들은 당가의 사람들을 모두 제압한 후에 화린의 눈치를 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이대로 자신들을 보내 달라고 말하는 듯했다.
“미안한데, 내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못 참는 성격이라서.”
화린의 입에서 페르단 왕국의 말이 흘러나오자, 이들은 흠칫했다.
“왜 싸운 거지?”
화린의 물음에 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것만으로 화린은 이들이 페르단 사람이라 확신했다.
“당신들이 죽인 사람들은 당가의 무인들이야. 이곳 사천에서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가문이지. 너희 왕국으로 치면 권세가문이란 말이야.”
“우리에게는 잘못이 없소. 이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한 것이오.”
“왜?”
“우리가 훔쳐 간 천옥보를 내놓으라고 하였소. 하지만 우리는 천옥보를 알지 못하오.”
“천옥보? 그게 뭔데.”
“우리도 모르오. 이들이 착각한 것 같은데 죽이려고 덤비니 어쩔 수가 없었소.”
거짓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화린은 다른 질문을 했다.
“페르단 왕국에서 중원까지 어쩐 일이지? 페르단 왕국에서 중원으로 오는 일은 드문 일일 텐데.”
이들은 다시 시선을 교환하더니 망설였다.
“여긴 나 혼자 있으니까 말해도 돼. 너희들의 목적이 세상에 알려지면 나의 탓이고, 보복하려면 나를 찾아오면 되니까.”
“당신은 누구요?”
“구룡장주!”
구룡장주라는 말에 이들이 흠칫하였다. 이들 역시 구룡장주가 사혈맹이라는 거대한 집단과 싸운 소문은 들은 모양이었다.
다시 눈빛을 교환한 이들은 결국 화린에게 말했다.
“본국의 공주 중 한 명이 출가했는데 중간에 납치를 당했소.”
“공주? 페르단 왕국에는 세 명의 공주가 있는 걸로 아는데 어느 공주를 두고 하는 말이지?”
“그걸 어찌 아는 거요?”
“일단 넘어가. 혹시 망아지 같은 셋째 나탈프샤인가?”
이들이 눈이 커졌다. 그러면서 이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싹 바뀌었다.
셋째 공주의 이름을 이름까지 알고 있다면 공주를 납치한 자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살기 지워라. 확 죽여 버리기 전에.”
화린의 경고에도 이들은 살기를 지우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구룡장에서 나탈프샤 공주님을 납치해 간 것이오?”
“내가 왜 그 망아지 같은 애를 납치해. 그리고 난 열 살도 넘지 않은 어린 꼬맹이에게는 취미가 없다.”
‘그 꼬맹이가 납치를 당했다면 출가를 한 것이 아니라 몰래 왕궁을 빠져나왔다가 변을 당한 모양이군.’
화린은 나탈프샤를 잘 알고 있기에 확신을 하듯 말했다.
“그럼 당신이 어떻게 공주를 알고 있소?”
“옛날에 만나 봤으니까 알지. 나탈프샤 말고도 페트투산도 알고, 알자만드도 알고, 나르샤, 나프샤도 알고 다 알지.”
“당신은 누구인데 중원에 알려지지 않은 왕자님과 공주님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소?”
“오 년 전에 너희들이 나를 부를 때는 명왕이라 불렀어.”
명왕이라는 말에 이들이 놀란 눈을 했다.
중원에서는 명왕이라는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나 변방이나 새외, 더 멀리 색목국에서는 죽음과 공포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다.
“정말 당신이 명왕이란 말이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말을 하면서 화린은 허공에서 뭔가를 빼는 시늉을 했고, 그걸 손가락으로 퉁겨 말을 하는 사내를 향해 보냈다.
“너희 왕국의 국왕이 나에게 준 거야.”
화린이 던져 준 걸 본 사내는 또 한 번 놀란 눈으로 화린과 손에 들려 있는 인장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곤 공손하게 화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왕국의 은인이신 명왕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알샤드라고 합니다.”
“알샤드?”
“왕궁 경호대 소속으로 나탈프샤 님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는 화린에게 받은 인장을 두 손으로 내밀었고, 화린은 능공섭물의 공부를 이용하여 다시 회수했다.
“그 꼬맹이가 납치되었는데 왜 중원까지 온 거지? 중원에서 납치당한 건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공주님의 흔적을 쫓아 중원까지 들어온 것입니다.”
“그럼 납치가 아니라 그 꼬맹이가 제 발로 중원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겠군.”
“불가합니다. 중원에 대해서 알지도 못할뿐더러 셋째 공주님께서는 왕궁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납치되었다?”
“그렇습니다.”
화린은 잠깐 뭔가를 생각하다 고개를 주억거린 후에 물었다.
“그럼 그 이야기는 뭐야? 당가의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천옥보를 가져갔다고 한 거 말이야.”
“모릅니다. 우리는 공주님의 흔적을 쫓아 중원에 들어왔을 뿐,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은 없습니다.”
“그럼 당가의 사람들이 착각했다?”
“그건 저들의 사정입니다. 우리는 정말 천옥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알았어. 당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거 내가 더 잘 아니까 잠시만 조용히 해 봐.”
화린은 알샤드의 말을 듣고 정리를 했다.
‘이들은 나탈프샤를 찾아 중원으로 왔고, 당가는 이들이 천옥보를 훔쳤다고 오해했다. 최근 물건을 노리는 자가 소뇌음사와 부산궁이고, 부산궁은 선화유정도를 찾고 있으니 천옥보는 아닌 것 같고. 그럼 소뇌음사인가? 천옥보도 소뇌음사의 보물 중 하나인가? 그렇다고 해도 소뇌음사가 당가를 상대로 절도를 할 수 있나?’
화린은 여기까지 생각을 하자, 한 인물이 떠올랐다.
‘하오문주 암흔신영이라면 충분히 당가의 깊은 곳까지 뒤져서 물건을 가져올 능력이 있지.’
“너희가 중원으로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지?”
“닷새가 지났습니다.”
‘그럼 암흔신영이 천옥보를 훔치고 이들에게 뒤집어씌운 건가?’
하오문의 정보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알았어. 너희는 그 꼬맹이를 찾으러 가. 그리고 그 옷은 갈아입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눈에 띄는 만큼 시비를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들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달아나.”
이들은 화린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고개를 숙인 후에 객잔을 벗어났다.
잠시 후, 객잔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짐을 놓고 달아난 사람들인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은 짐을 찾아 들고는 다시 객잔을 나갔다.
“저들이 당가의 무사들과 페르단 사람들과의 싸움이 났다는 소문을 내줄 테고. 소뇌음사의 보물이 천옥보라면 그 또한 요상한 기운을 머금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화린은 방으로 들어가려다 잠이 다 깼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1층으로 내려갔다.
몇 번의 손짓으로 자신이 앉을 자리를 정리하더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봐요, 주인장!”
화린이 크게 소리를 치자, 주방에서 고개만 살짝 내미는 주인장이었다.
“화채랑 술 한 병만 가지고 와요.”
“화채랑 술이요?”
“장사는 해야 이렇게 손해 본 걸 메울 거 아니에요. 당가에서 보상을 해 준대요, 아님 달아난 자들이 돌아와서 보상을 해 준대요?”
“아…, 그렇긴 하죠.”
“술과 화채 내어주고, 일단 쓸 만한 식탁이랑 의자 한쪽에 정리해서 놓고, 부서진 건 한쪽으로 치워 놓아요. 그리고 천 같은 거 있으면 시체들 한쪽으로 모아 덮어 놓고.”
화린은 자신이 객잔의 주인이 된 것처럼 주인에게 이것저것 시켰다.
“뭣 해요, 얼른 움직이지 않고. 오늘 장사 안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