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
구룡전기-2화(2/217)
구룡전기 (2)
화린은 모친의 말대로 자신이 보고, 들을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숨기며 홀로 배교의 비전을 익혀 나갔다.
많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세 사람만 속이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일도 없었다.
화린의 머릿속으로 전이 된 배교의 비전비술들을 익히는 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어릴 때 화린의 모친이 배교의 비술을 이용해 천문을 열어 놓았기에 머리가 좋고 이해력이 빨라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생각하며 조금씩 극복해 나갔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글과 글이 뜻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때부터 화린은 글을 우선적으로 깨우치기 위해 노력하였다.
글을 깨우치자, 머릿속에 전이 된 배교의 비술을 익히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깨달음이 없어 그 깊이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화린은 구룡장에서 생활하는 세 사람을 속이기 위해서 정해진 시간에 방을 나와 구룡장의 뜰을 걸었고, 방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하고 이원공을 수련하였다.
이원공의 수련이 끝나면 그다음은 수련하는 것이 회원환상술법이라는 일종의 섭혼술이었는데 이 섭혼술은 기억의 일부를 조작하여 상대에 대한 같은 기억만을 되풀이하도록 만드는 그런 술법이었다.
화린이 회원환상술법을 먼저 익히는 건 구룡장에 있는 이들의 기억을 조작하여 자신이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무의식 속에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화린이 구룡장에서 배교의 술법을 익히는 동안 그 누구도 구룡장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말이라도…… 아니, 듣기라도 하면 찾아와 놀리는 재미도 있고, 골탕을 먹이는 재미도 있겠지만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니 찾아와 그를 괴롭히려고 해도 재미가 없어 다른 형제, 자매들의 관심에서 벗어났기에 더 찾아오는 이들이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는 구름처럼 그렇게 흘러갔고, 화린은 모친이 환시사령술법으로 남겨진 배교의 비전비술을 익히는 가운데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구룡장을 찾는 사람들은 없었다.
구룡장에서 일을 하는 세 사람 역시 앞으로도 구룡장을 찾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무료하고 심심한 나날들이 계속되었지만 불평이나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무료하지만 세상 편한 삶을 사는 것이라 오히려 황궁에서 이렇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도 나름 복이라 생각을 해서였다.
화린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뜰을 걸으며 나름의 운동을 하였다. 그러다 화린이 발걸음을 구룡장의 입구로 향하자, 호위 무사인 방각이 그를 붙잡으려고 하였다.
“아이쿠, 마마!”
종복인 차상인이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 달려가 그를 부축하였다.
구룡장의 입구는 화린이 자주 다녀 보지 못한 곳이라 혹여 넘어질 수도 있어서였다.
화린은 자신의 손을 잡은 차상인의 손등을 두 번 툭툭 쳤다. 괜찮다는 표현이기도 하였다.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겨 가며 입구로 이동한 화린은 구룡장의 대문을 넘었다.
“안 됩니다.”
화린은 구룡장을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이었다. 화린은 또 한 번 손으로 차상인의 손등을 두 번 톡톡 친 후에 입구에 서서 고개를 들어 구룡장의 현판을 보았다.
모친이 남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함이었다.
“마마, 지금…….”
그 순간 화린은 종복인 차상인에게 그동안 익혔던 회원환상술법을 걸었다.
순간 차상인은 방심을 하였는지, 아니면 대항할 수 있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진 알 수 없지만 회원환상술법에 걸려들었고, 화린은 그의 기억을 조작하여 자신은 늘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조작해 놓았다.
차상인은 조용히 화린의 곁에 서 있었고 구룡장의 편액을 바라보는 화린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화린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도술사가 술법을 펼칠 때 읊조리는 말과 흡사하였다.
그 순간 구룡장의 편액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고, 그 속에 숨겨진 글자들이 화린의 백회혈을 통해서 흡수가 되었다.
그러한 현상이 한동안 지속되었는데 외부에서 볼 때는 단순히 화린이 편액을 올려다보는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화린에게는 일각 정도 그러한 일이 일어났고, 일각이 지나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화린은 편액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자신이 머릿속으로 들어온 글자들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서 있던 화린은 몸을 돌려 구룡장 안으로 들어왔고, 노복인 차상인은 행여 화린이 넘어질까 걱정이 되어 그를 부축하였다.
“이놈아,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할 일이 없으면 저기 대문 문턱이나 잘라 놓아. 마마께서 다니실 때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몇 번을 말해야 해 놓을지.”
“아, 영감님은……. 알았수다.”
“대답만 하지 말고 오늘 중으로 해 놓아.”
호위 무사인 방각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지만 눈빛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문밖을 나섰다. 무엇 때문이지?’
방각은 이러한 행동을 한 화린의 모습을 보고할까 생각하였지만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딱히 별다른 일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는 걸로 하자. 보고하면 나만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까.’
화린은 장원으로 들어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화린은 가부좌를 하고 호흡을 하였는데 오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원공을 익혀서 그런지 이제는 완벽하게 생각을 분리하여 동시에 두 개, 세 개의 생각도 가능하게 되었다.
[장하구나. 네가 이 글을 보지 못하면 어찌 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많은 감시가 붙어 있는 황궁에서 이 어미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화린은 가부좌를 하고 머릿속에 들어온 글자들을 되새겨 보았다.
모친께서 남긴 것으로 환시사령술법으로 배교의 비술을 남겼다면 편액에는 배교의 무공을 남겨 두었다.
[본교의 무공은 강하지만 천하제일은 아니다. 마교의 천마신공보다 약하고, 정파의 천무신공보다 깊이에서 부족하고, 사파의 사령신공에 비하면 너무나 순수하였다.]화린은 무공에서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본교를 멸망시키고, 식솔들을 찢어 죽인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화린은 복수란 말이 가슴에 와닿지가 않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모친이다. 그런 모친이 복수를 운운하니 조금은 동떨어진 그런 느낌이었다.
차라리 보모인 소용인이나 종복인 차상인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자신이 나서서 복수를 해 주고 싶은 심정이 생길지 모르나 기억에도 없는 모친이 복수를 운운하니 그냥 뜬구름을 잡는 그런 기분이었다.
[나를 보호할 수 있고, 그들의 무공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공이 있는 곳은 단 한 곳, 그곳이 바로 황궁이다.]결국 황궁 보고에 들어가 천마신공과 천무신공 그리고 사령신공을 이길 수 있는 무공을 익히고 나와 배교의 복수를 해 달라는 그런 말이었다.
더불어 오래전 자신이 황궁 보고에 들어갈 수 있는 황궁지약을 훔친 사실과 그걸 숨겨 둔 장소를 알려 주는 것으로 모친이 남긴 말은 끝이 났다.
“하아…….”
절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화린은 이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생각을 하였다.
보모인 소용인이 식사를 차려서 가지고 왔고, 밥을 먹으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심하였다.
하루, 이틀, 그렇게 칠 주야가 바뀌는 동안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던 화린은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서 늙어 죽는 것보다 황궁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 거야.”
모친이 말한 복수를 떠나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구룡장에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화린은 구룡장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전에 모친의 말대로 황궁 보고에 들어가 무공을 익힌 후에 황궁을 떠날 요량으로 모친이 숨겨 둔 황궁 보고의 열쇠를 찾았다.
황궁 보고의 열쇠는 자신이 베고 잠을 자는 베개 속에 숨겨 두었다.
화린은 베개 속에서 열쇠를 꺼내었는데 황금으로 만들어진 사각형의 받침대에 황룡의 장식이 손잡이로 되어 있는 열쇠였다.
사각 받침대 아래 양각으로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화린은 글을 보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는 열쇠를 품에 간직하며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화린은 방을 나섰다. 호위 무사인 방각이 화린을 보고 다가왔다.
“어디…….”
화린의 눈이 반짝이더니 방각의 시선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 순간 방각은 멍한 눈을 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는 사람이 찾지 않을 터이니 평소대로 행동하여라.”
“네. 마마.”
화린은 보모인 소용인을 찾아가 그녀에게도 회원환상술법을 사용하여 섭혼술을 걸어 세뇌를 시킨 후에야 구룡장을 벗어났다.
화린은 그동안 익힌 배교의 비술을 이용하여 황궁 보고로 향했는데, 가끔 황궁의 경비를 맡은 금의위들이 지나가곤 하였지만 그 누구도 화린을 발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 년 동안 익힌 배교의 비술이 황궁의 금의위 무인들에게도 통하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화린은 그래도 최대한 조심하여 이동하였고, 황궁의 비처 중 한 곳인 황궁 보고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황궁 보고는 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황궁의 뒤를 든든히 버티고 있는 소오태산 아래 동굴을 파고 그곳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들어 놓았다.
황궁 보고 앞을 지키는 동창의 무인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십오 년이 넘도록 황궁 보고를 찾는 이들이 없어 태업 중이었다.
가끔은 화린이 황궁 보고를 찾은 오늘처럼 아예 경비를 서지 않고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화린이 황궁 보고 앞에 도착하였을 때는 다행히 아무도 없어서 그는 주변을 둘러본 후에 황궁 보고의 열쇠를 굳건히 닫혀 있는 철문의 틈에 끼워 넣었다.
미세하게 무엇인가가 밀려서 안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내부에서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리리리리릭!
화린이 그 소리를 듣고 열쇠를 우측으로 돌리자, 다시 한 번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육중한 철문이 좌우로 벌어지면서 황궁 보고가 개방이 되었다.
화린은 철문이 완전히 개방되자, 철문에서 열쇠를 뽑았다.
열쇠를 뽑아내자 절로 철문이 닫히려 하였고, 그사이 화린은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쿠우웅!
철문이 완전히 닫히자, 이전과 같이 황궁 보고 앞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휘리리리릭…….
화린이 황궁 보고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검은색의 경장을 입은 자가 공중제비를 돌아 황궁 보고 앞에 내려서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놈들이…….”
그는 황궁 보고의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할 동창의 무인들이 보이지 않자, 기가 찬다는 듯 말을 하였다.
사라라락!
일남일녀가 허공을 밟으며 그의 뒤에 내려서더니 그를 향해 읍을 하였다.
“그동안 고생하였다.”
검은 경장을 입은 사내는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듯 말을 하였다.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는데 화린의 보모인 소용인과 종복인 차상인이었다.
“그동안 그대들이 지켜본 황자님의 모습은 어떠하였는가?”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검은 경장을 입은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두 사람은 내일부로 내금의로 복귀하라.”
“의장님의 명령을 받습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후에 그 자리를 떠났고, 검은 경장의 사내는 굳게 닫힌 철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 자리를 지켜보다 검은 경장의 사내도 자리를 떠났다.
화린이 황궁무고에 들어가고 난 후 구룡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고, 구룡장이라는 편액 역시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마치 구룡장에서 생활하였던 화린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고 하는 것처럼 구룡장은 황궁의 궁녀들을 관리하는 내명부 소속의 건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