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01)
구룡전기-201화(201/217)
구룡전기 (201)
십이사가의 소가주들, 목숨을 걸다
화린은 대리세가의 지하 연무장에서 대리명한과 함께 있었다. 화린은 이곳에서 요마의 금강저에 봉인된 힘을 흡수하여 대리명한에게 넘겨줌과 동시에 그의 무공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었다.
이번 일은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일이 아니었기에 제법 많은 시간을 이 연무장에서 보내야 했다.
그사이에 소뇌음사에서 대리세가를 공격해 와도 이들은 나설 수가 없기에 백군성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잘 막아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화린은 먼저 연무장 바닥에 기이한 문양의 그림을 그렸다.
차력흡성이기의 술법에 필요한 진법을 그리는 것이다. 화린은 이 진법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진을 그리는 데 두 시진 정도가 걸렸고, 화린은 자신이 실수한 것이 없나 확인하는 것만 한 시진이 걸렸다.
요마의 금강저에 봉인된 힘이 정순하다면 진의 도움이 필요 없겠지만 요기를 제거하고 순수한 힘만을 전달해 줘야 했기에 진법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준비되셨습니까?”
화린은 진법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대리명한에게 물었다.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가부좌를 하십시오.”
화린은 위치까지 정해 준 후에 그가 가부좌를 하자, 화린은 그의 뒤에 앉았다.
“요마의 금강저를 주십시오.”
대리명한은 화린에게 요마의 금강저를 전달해 주었고, 화린은 진의 가운에 금강저를 가져다 놓았다.
“그럼 시작합니다.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반발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운을 밀어내려고 하지 마시고 자신의 기운과 융화하려고 하십시오.”
“그 융화는 어떻게 합니까?”
“익히고 계시는 독문심법을 운용하시면 기운들이 스스로의 길을 찾아다니면서 서로 만나 융화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심법을 운기하십시오.”
대리명한은 화린의 말대로 심법을 운기하였고, 화린은 자신의 기운을 진법에 흘려 넣었다.
화린의 기운을 흡수하는 진법에서 은은한 빛이 간질거리듯 반짝이며 요마의 금강저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요마의 금강저가 화린의 기운으로 모여드는 빛에 의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은은한 붉은빛을 드러내었다.
으에에엥… 으에에엥…….
요마의 금강저에서 요사한 소리가 울렸는데 꼭 아기 울음소리와 흡사했다.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화린은 운기하고 있는 대리명한에게 말하자, 그는 아기 울음소리로 인해서 잠시 흐트러진 정신을 붙잡았다.
요마의 금강저에서 강한 붉은빛이 흘러나와 화린의 은은한 푸른빛과 만나더니 곧 두 빛이 섞였다.
두 기운이 섞이는 와중에 바닥에 그려진 진법에 의해서 기운은 화린이 앉아 있는 곳으로 접근했다.
화린은 왼손바닥을 진법에 올려놓고 오른손을 대리명한의 명문혈에 가져다 놓고 말했다.
“시작합니다. 지금부터는 대법이 끝날 때까지 운기를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진법을 타고 화린의 왼손을 통해서 화린의 몸속에 흡수되는 기운은 화린의 심법인 공무도원공에 의해서 정화되어 다시 오른손을 통해서 대리명한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대리명한의 몸속으로 들어간 기운은 일주천과 대주천을 한 후에 다시 명문혈을 통해서 화린의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진법으로 흘러 들어가 요마의 금강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 같은 순환을 계속 반복하면서 요마의 금강저에 봉인된 기운을 조금씩 정화하여 대리명한에게 넘겨주었다.
‘요마의 요기를 만자무서를 통해서 다스릴 수 있다면 사황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가 있다.’
화린은 요마의 금강저에서 요마의 기운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요기만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요기와 기운을 분리하여 따로 전달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배교의 이원일환의 수법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요마의 봉인된 기운 중에서 요기는 화린이 흡수하고, 요기가 빠진 순수한 기운은 대리명한이 흡수함으로 화린이 대리명한에게 한 대법을 완성시킬 생각이었다.
바닥에 그려진 진법 역시 대리명한을 위한 진법이지만 화린 자신을 위한 진법이기도 하였다.
화린은 그렇게 걸러진 요마의 요기를 자신의 단전으로 이동시켰고, 요기가 걸러진 순수한 기운은 오른손을 통해서 대리명한에게 넘겨주었다.
‘시작한다.’
화린은 만자무서의 오의를 떠올리며 조화십삼공의 묘리와 심법인 공무도원공을 동시에 운기하였다.
고오오오오…….
진법에서 강렬한 빛이 발하며 두 사람을 집어삼켰는데 푸른빛도, 붉은빛도 아닌 중간의 빛으로 뭔가 오묘한 그런 빛이었다.
‘만살다니염 옴하리살다…….’
* * *
화린은 자신이 만들어 낸 심상의 공간에서 요상하게 생긴 자와 싸우는 중이었다.
짙은 화장에 아름다운 미모, 그리고 긴 생머리를 보면 분명 여성이었지만 여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봉긋한 가슴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 주제에 나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그의 목소리 또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이었는데 그가 바로 화린이 흡수하고자 하는 요기의 실체였다.
콰아아아앙!
심상의 공간이 심하게 흔들렸다.
화린은 검을 쓰기보다는 맨손으로 요마를 상대하였는데 물러나지 않고 힘으로 상대했다.
둘의 신형은 눈으로 쫓기 힘들 만큼 빨리 움직이면서 심상의 공간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켰는데 그 충격파로 인해서 심상의 공간이 붕괴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럼에도 화린와 요마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싸웠다.
“내가 널 먹어 나의 숙주로 삼아야겠구나.”
요기는 자신이 우세하다고 믿었는지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었고, 반대로 화린은 이를 악물었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인간 주제에.”
“요괴 주제에.”
콰아아아앙!
둘은 말싸움도 치열하게 했는데 자세히 들어 보면 조금 유치할 정도였다.
요마의 오른손이 화린의 가슴을 노리고 뻗어 오자, 화린은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두 손이 공교롭게 허공에서 만나 깍지를 낀 것처럼 서로 맞닥뜨렸고, 요마는 왼손을 움직였는데 화린 역시 오른손으로 요마의 왼손을 붙잡았다.
양손이 서로 깍지가 낀 상태로 힘자랑을 하게 된 상황이 이르자, 누구 할 것 없이 자신의 모든 기운을 끌어올려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하였다.
“반항하는 네놈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구나.”
“그렇지. 인상적이지. 그런데 내가 여기서 힘을 더 내면 너의 표정이 일그러지겠지.”
“인간 특유의 허세를 내가 잘 알고 있지. 네놈은 이미 바닥에 있는 기운을 모두 사용하여 더 이상 남은 힘이 없을 터이니 나의 숙주가 되어라.”
“그럴까?”
화린의 옅은 미소를 접한 요기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화린은 미소가 더욱 짙어지며 요기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인간에게는 너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힘이 있지.”
화린은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단전의 기운과는 또 다른 기운이었다.
“이건……!”
요기는 익숙한 기운에 눈을 부릅뜨더니 곧 분노로 바뀌었다.
“네놈은 제석천의 후예구나!”
“제석천은 제씨고, 난 주씨야.”
화린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기운은 사람에게 있어 반드시 있어야 할 선천지기로, 의원들은 이 선천지기를 인간의 생과 사를 주관하는 기운이라 하여 생사지기라 부르곤 한다.
요기는 화린의 선천지기를 접하고 그가 제석천의 후예라고 말을 한 건 화린이 타고난 제왕지기로 인해서였다.
“네놈이 나를 기만하려고 하는 것이냐!”
요기는 자신의 힘을 모두 폭발시키는 것처럼 분노를 드러내며 화린을 집어삼키려고 하였다.
화린은 요기의 폭발적인 힘에 놀라 자신의 선천지기까지 모두 끌어다 요기의 힘에 대항해야 했다.
요기의 힘이 점점 강성해져 갔고, 반대로 화린의 힘은 요기에 의해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었다.
화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요기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강하다.’
화린은 아차 하는 순간 자신이 요기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집중했다.
“네놈을 씹어 먹어 버릴 것이다.”
제석천의 대한 분노가 얼마나 대단한지, 화린의 제왕지기로 인해서 요기의 역린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
“씹을 때, 단단히 씹어야 할 거다. 내가 조금 질길 테니까.”
* * *
“또 당했어. 놈들은 대리세가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세가의 사업체를 공격해서 대리세가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 내려는 속셈인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해? 우리가 나서서 움직일 수도 없지 않아?”
“아니에요. 저들은 우리가 대리세가에 왔는지도 모를 거예요.”
백군성과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은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좋은 방법이 있어?”
“적은 우리가 대리세가에 있는지 몰라요. 그럼에도 대리세가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 건 대리세가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저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어서일 거예요.”
낭시사가의 소가주인 소이현은 자신의 생각을 이들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세가 밖으로 나가서 놈들을 찾아다녀도 그들은 알 수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대리세가에 온 지 닷새가 지났어. 그 시간이면 알려지지 않았을까?”
“아니요. 대리세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오늘 하루만 해도 백 명이 넘는 인원이 대리세가를 방문했어요.”
“음…….”
“그러니까 소이현 너의 말은 우리가 외부로 나가 놈들을 찾아서 때려잡자는 말이지?”
“일단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함께 다니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으니 조를 나누어서 움직인다면 더 빨리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괜찮은 생각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소이현 말대로 싸우지 말고 확인하면 곧장 돌아와야지. 그리고 우리가 직접 싸우는 것보다 대리세가에 알린 후에 우리가 대리세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백군성은 소가주들과 시선을 마주치면서 개인의 의사를 일일이 물었고, 소가주들 역시 백군성의 생각에 찬성했다.
“그럼 나를 포함하여 여섯 명이 한 조를 하고, 서원이가 나머지 한 조를 맡아.”
“알았어.”
“우리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어 놈들이 먼저 발견을 하고 유인할 수도 있으니 섣불리 접근하거나 독자적인 행동은 자제해. 알겠지?”
“네.”
“나는 대리현의 서쪽으로 해서 북쪽으로 한 번 둘러볼 테니 서원이는 동쪽으로 해서 남쪽으로 한번 둘러봐.”
“알았어. 조심해.”
“너희들도 조심하고. 신호탄 소지하고 있지?”
“그래.”
“위급하면 신호탄 쏴.”
소가주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깃들었다.
가문에서 무공을 익힌 후에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 무림을 몇 번 다녀 본 적은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실력이 떨어지는 녹림도, 혹은 수채의 수적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정보를 어느 정도 습득한 후 움직였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경험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임무는 상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걱정 마. 다들 잘할 거야.”
“그럼 조를 편성하여 움직이자.”
백군성은 자신과 함께할 이들을 선택한 후에 대리세가를 벗어났고, 이서원 역시 함께할 소가주들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준 후에 대리세가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