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04)
구룡전기-204화(204/217)
구룡전기 (204)
소뇌음사의 승려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서원과 배적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다른 소가주들은 이들에게 당해 큰 부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숨을 쉬는 걸로 봐서는 살아 있긴 하지만 소뇌음사의 승려들에게 곧 죽을 상황이었다.
“헉… 헉…….”
배적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상을 쓴 채 어깨 위로 떨어지는 검을 막았다.
“윽!”
오랜 전투로 인해서 힘이 빠졌는지, 무릎이 꺾이고, 검을 잡고 있던 손아귀마저 풀리며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시X, 이현이가 종윤이를 데리고 대리세가로 잘 갔겠지.”
배적하가 앞서 싸우고 있는 이서원에게 말했다.
“잘 갔겠지. 그렇게라도 믿어야지 덜 억울하지.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희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킥킥.”
배적하는 이서원의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게 말이다. 사파의 소가주로 태어나 남을 위해서 싸우다가 죽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안 그러냐?”
“내 말이.”
체에에에엥!
이서원은 허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쳐낸 후에 반격하려고 했지만 다리가 풀렸는지 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다.”
이서원의 말에 배적하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남을 위해서 내가 죽는데 왜 종윤이랑 이현을 걱정하느냐고. 이건 사파인이 아니잖아.”
“큭큭, 형님들 무림에서 낭만을 찾고 계십니다. 그냥 사는 대로 사십시오.”
쓰러져 있던 최헌이 말하자, 이서원과 배적하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야, 그럼 지금 도망쳐도 돼?”
이들은 이미 삶을 포기하였는지 실실 웃고 농담을 하며 마음을 비우는 듯하였다.
“이왕 이리된 거,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걸로 하지 말입니다. 보아하니 달아나도 몇 발 가지 못해 붙잡힐 것 같은데 말입니다.”
“형님, 듣고 있는 것도 힘듭니다. 이제 그만 미련을 내려놓으십시오.”
체에에엥!
배적하는 한쪽 무릎이 꿇린 채로 상대의 검을 받아 냈다. 하지만 온전하게 힘을 주고 버티지 못해 손에서 검을 놓치고 말았다.
“시X, 여기까지네.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무림에 입문했건만 내가 이런 객지에서 비명횡사하리라 생각도 못 했다.”
배적하는 체념을 한 듯 소뇌음사의 승려를 보며 중얼거렸다.
-포기하지 마라. 한 번의 기회는 분명 온다.
들려오는 이서원의 전음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 배적하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 빌어먹을 기회조차 잡을 힘도 없다.’
배적하는 자신의 앞에 서서 승리자의 미소를 띠고 있는 승려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놈의 뒤쪽에서 날아오는 비수가 보였고, 소뇌음사의 승려도 비수의 기척을 느꼈는지 몸을 돌려 비수를 쳐내려고 하는 순간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팔을 움직여 승려의 다리를 낚아챘다.
“어엇!”
승려는 순간 방심으로 인해서 중심을 잃어 몸이 흔들렸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비수가 목을 파고들었다.
승려는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지 손으로 목에 박힌 비수를 뽑아내었고, 그곳을 통해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배적하는 몸을 옆으로 굴러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들어 일어나며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대로 둬도 죽을 상황이었지만 배적하의 검이 복부를 파고 들어가며 그의 생명을 더욱 단축시켜 주었다.
승려의 몸이 옆으로 기울며 쓰러지자, 배적하는 쓰러져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최헌을 향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올려서 보여 주었다.
“이 정도면 정말 잘 싸운 거 아니냐?”
거친 숨을 쉬며, 힘겨운 듯 일어나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펴며 말하는 배적하였다.
“그럼 잘 싸웠지. 우리보다 고수인 놈들을 다섯이나 죽였잖아.”
“형님들, 그래도 아직 다섯이나 남았습니다. 저 빌어먹을 부두 인형을 들고 있는 놈의 목을 따야 하는데.”
최헌이 억울하다는 듯 말을 하자, 모두 공감을 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쓰러진 놈들부터 죽여라.”
부두 인형을 든 승려가 명령을 내리자, 다른 승려들이 쓰러져 있는 최헌과 송중기, 소이현에게 접근했다.
“형님들 다음 생에는 제가 형님들 지켜 드리겠습니다.”
최헌이 이제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는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런 최헌의 모습을 보며 이서원은 화린이 해 준 말이 생각났다.
-포기하면 희망도 안 생겨. 설령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포기하지 마. 그게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일지라도 말이야.
-그런데 정말 희망이 안 보이면?
-그럼 죽어야지. 그런데 내가 삶을 포기해서 죽는 것보다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다 죽는 게 더 있어 보이잖아.
‘있어 보이긴 하지.’
이서원은 힘겹게 앉아 있는 최헌의 뒤로 접근하는 승려를 향해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던졌다.
쉐이이이익!
파공성과 함께 날아가는 검은 승려의 바로 앞에서 허공으로 솟구쳤고, 이서원은 한 번의 도약으로 솟구친 검을 잡고 허공에서 떨어지면서 승려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승려는 그런 이서원의 공격을 막으려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이들 근처에 있던 배적하는 앉은 자세에서 놈의 허리를 노리고 검을 빠르게 움직였다.
“허엇!”
승려는 갑작스러운 협공에 놀라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려고 하였지만 최헌이 사력을 다해 그의 발을 붙잡았다.
서걱!
배적하의 검이 허리를 벰과 동시에 이서원이 놈의 몸을 정확하게 이등분을 하여 깊은 상처를 만들어 냈다.
승려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했고, 이를 본 승려들이 분노하여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제 진짜 죽나 봅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포기하는 순간 패배자가 되는 거다. 숨을 쉬고, 주먹을 쥘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싸우는 거다.”
“움직일 힘도 없습니다.”
“움직이라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싸우다가 죽으라는 거다.”
이서원은 이 말을 하면서도 이빨을 꽉 깨물었다.
“혼자 멋있는 척은 다 하려고 해.”
힘든 몸을 이끌고 일어선 배적하는 이서원의 곁에 섰다.
“마지막 불꽃을 한번 태워 보자.”
부두 인형을 든 승려가 주문을 읊조리자, 부두 인형에서 푸른 연기가 흘러나왔다.
푸른 연기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이서원을 비롯한 소가주들을 향해 다가왔는데 푸른 연기를 보는 이들은 인상을 썼다.
“시X, 무공으로 덤벼, 치사하게 주술로 덤비지 말고.”
이서원이 소리치며 강하게 검을 휘두르자, 검풍이 일어나며 푸른 연기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다시 푸른 연기는 이들을 향해 접근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승려들은 쓰러져 있던 소이현과 최헌, 송중기를 죽이기 위해서 접근했다.
앉아 있는 최헌을 향해 검을 내리치는 순간 이들 사이에 빛이 번쩍였고, 승려의 검이 강한 반발력에 의해서 뒤로 퉁겼다.
그와 동시에 강한 기운이 쓰러져 있는 이들에게 접근하는 승려들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승려들을 날려버렸고, 기운의 파장이 쓰러져 있는 소가주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허공에서 기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한 인영이 부두 인형을 들고 있는 승려의 앞으로 내려서자마자, 손에 든 검을 움직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쾌검을 구사하는 그는 단숨에 부두 인형을 든 승려의 몸을 난자하여 죽여 버렸다.
“가주님!”
이서원이 자신들을 구하러 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고는 놀라 그를 불렀다.
대리명한은 곧장 남아 있는 승려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의 검이 허공에 괴이한 궤도로 움직이며 승려들을 단숨에 쓰러뜨려 버렸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리명한이 순식간에 소뇌음사의 승려들을 죽인 후에 이들을 구해 내자, 이서원과 배적하는 그제야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하였다.
“도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가주님.”
“도움이라니요. 본가의 어려움을 위해서 나선 여러분들입니다. 고마움은 본가에서 표현해야지요. 다른 분들의 부상이 심각한 것 같으니 서둘러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현과 종윤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들은 세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곧장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은 상처가 중해 본가에서 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저분들도 속히 자리를 옮겨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서원과 배적하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안도하는 숨을 내쉬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화린이 그 친구는 어디에 있습니까?”
“다른 동료분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
“그 이야기는 가면서 하시고 일단 소가주님들을 데리고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 *
백군성의 모습은 그나마 조금 나았지만 다른 소가주의 모습은 처참할 정도로 많은 상처를 입고 검에 의지하여 포달랍궁의 무인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아주 지랄들을 한다.”
허공에 울리는 소리로 인해 이들의 싸움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잘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더니 꼴좋다.”
백군성은 자신들을 향해 한심하다는 듯 비웃은 목소리에 반색을 했다.
“야, 오려면 빨리 와야지. 왜 이제야 와.”
백군성이 소리치자, 잔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무슨 수로 너희들이 여기 있는지 알아서 올까? 이현이랑 종윤이는 다 죽어서 대리세가로 와서는 질질 짜면서 너희들 위험하다고 가서 구해 달라고 하는데. 그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너희들 찾지도 못했어.”
백군성과 소가주들은 화린의 핀잔에서 살았다는 안도감에 웃을 수가 있었다.
포달랍궁의 무인들은 화린의 등장에 서로 시선을 교환하였다.
“아이고, 이것들을 언제 키워서 사람 구실하게 만들까.”
화린은 그런 포달랍궁의 무인들을 한번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백군성에게 물었다.
“소뇌음사 중들이 아니네. 복장을 보아하니 포달랍궁의 궁도들 같은데 이들이 왜 너희들을 공격해?”
“그건 우리도 모르지. 우리는 이서원의 조에서 신호탄을 터뜨리기에 도와주러 가려는데 저들이 우리의 앞을 막았지. 그래서 우리는 이서원의 조도 이놈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
화린이 포달랍궁의 무인들을 향해 씨익 웃더니 건성으로 백군성에게 물었다.
“나 무림에 개입하면 안 되는데. 어떻게, 이대로 돌아가, 아니면 내가 저들 손봐 줘?”
“야, 당연한 걸 왜 묻고 그래. 저놈들 때문에 애들이 피를 얼마나 흘렸는데.”
“그래서?”
“다 죽여 버려야지.”
백군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린의 신형이 움직였다. 마치 유령처럼 흐릿해진 신형이 포달랍궁의 무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 후에 백군성의 옆에 또렷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거 팔아서 치료비에 보태어 써.”
화린이 무엇인가를 바닥에 내려놓았는데 포달랍궁의 무인들이 들고 있던 무기들이었다.
포달랍궁의 무인들은 자신의 손에 있어야 할 무기들이 화린의 손에 있다는 걸 보고 놀란 눈을 크게 떴고, 그런 그들을 사악한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지으며 바라보는 화린이었다.
“몇 가지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해 주면 고통 없이 죽여 줄게. 하지만 시간을 질질 끌려고 하면 입과 똥구멍에 나뭇가지를 쑤셔 넣어 허공에 매달아 놓을 테니 그렇게 알아.”
포달랍궁의 무인들은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행동으로 옮기려 했는데 아마도 전음을 주고받으며 계획을 세운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죽음 앞에서는 잔머리가 통하지 않아.”
화린은 그 말을 끝으로 포달랍궁의 무인들을 향해 또 한 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