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05)
구룡전기-205화(205/217)
구룡전기 (205)
화린의 앞에 포달랍궁의 무인들이 아무렇게 널브러져 고통을 호소하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해 주면 고통 없이 죽여 준다고 말이야. 왜 사서 고생을 해.”
화린은 쓰러져 있는 포달랍궁의 무인에게 다시 물었다.
“중원으로 들어온 목적이 뭐야? 소뇌음사는 지들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쳐. 그런데 너희는 뭐 있나?”
화린이 물었지만 이들은 입을 닫았다.
“우리 쉽게 가자. 너희들은 어차피 죽어. 그러니까 고통받지 말고 편하게 죽어.”
“할 말이 없다. 고통을 주든 말든 네놈 알아서 해라.”
“참, 답답하네. 그런다고 내가 너희들이 중원으로 온 목적을 못 알아낼 것 같아? 나의 이름 앞에 달려 있는 무게의 추를 이용하면 하루면 가능하다.”
지난날 사황 백무기가 했던 말이 마음에 드는지 화린도 자신의 이름을 강조하며 이들을 겁박하였다.
“네놈이 누구인데…….”
“나. 주화린! 중원에서는 구룡장의 장주로 이름을 날렸지. 그리고 서장에서는 맹호사사혈전대의 대통으로 너희들이 나를 부를 땐 명왕이라 불렀지.”
명왕이란 이름을 언급하자, 이들은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 명왕이시란 말입니까?”
조금 전까지 드러냈던 강한 적의는 온데간데없고 두려움만 가득한 그런 눈빛이었다.
“말했지. 나의 이름 앞에 달린 무게의 추를 이용하면 네놈들의 목적을 하루면 알 수 있다고, 내가 지금 포달랍궁으로 가서 물어볼까?”
“그게…….”
“지금 너희들이 중원으로 온 목적을 이야기하면 너희들만 죽으면 돼. 그런데 내가 포달랍궁까지 가잖아,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 같아?”
포달랍궁의 무인들은 화린의 입가에 생긴 미소를 보며 섬뜩함을 넘어 죽음을 떠올렸다.
“더 안 물어본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 말에 믿음이 가지 않으면 어디 이번에도 입을 다물고 있어 봐. 그 대가는 참혹할 테니까.”
화린의 겁박에 이들은 결국 중원으로 들어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마교가 본궁에게 중원으로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라 하였습니다.”
“마교가?”
“그렇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마교가 굴복시킨 변방, 새외의 문파에게 똑같은 명령을 내린 걸로 압니다.”
이들의 말을 듣던 백군성은 흠칫하였다.
“마교가 변방과 새외의 문파를 굴복시킨 것이 제법 되는 걸로 아는데 그들 모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중원에는 알려지지 않았지?”
“그건 그들이 중원으로 들어올 때 상인이나, 혹은 다른 신분으로 개개인이 중원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럼 많은 문파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디선가 활동을 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이들을 공격한 것이지? 너희들이 위치가 노출될 수도 있을 텐데?”
이들은 화린의 물음에 고분고분하게 대답하였다. 그만큼 변방과 새외에서는 명왕이라는 이름이 주는 공포는 대단했다.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사혈맹의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 운남성에 왔으니 그들을 죽이라고 말입니다.”
“마교에서?”
“그렇습니다.”
“좋게 봐줬더니 안 되겠네. 그래서 이렇게 나선 거야?”
“그렇습니다.”
화린은 대답을 다 들은 후에 백군성을 보았다.
“아마도 지난날에, 우리 때문에 그들이 만들려고 했던 거점이 박살 나서 앙갚음을 하려는 모양인데.”
“그런가 보다.”
화린은 포달랍궁의 무인들에게 물었다.
“너희랑 소뇌음사랑은 관련이 없지?”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중원에 들어왔을 뿐, 우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화린은 더 이상 이들에게서 알아낼 것이 없다 생각하여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죽여 줄까?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래?”
“약조해 주십시오. 이번 일로 인해서 본궁에 해가 가지 않도록.”
“그건 나도 확언해 줄 수 없지.”
“그게 무슨…….”
“너희가 십이사가의 소가주를 노렸으니 사혈맹이 보복하기 위해서 움직일 수도 있잖아. 내가 사혈맹의 행사에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는 입장이거든.”
포달랍궁의 무인들은 당혹한 표정들을 지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지켜 줄게. 난 포달랍궁으로 안 가. 그러니 이번 일로 인해서 나의 손으로 포달랍궁의 궁과 무인들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야.”
“아…….”
화린이 포달랍궁으로 가지 않는다는 말에 이들은 안심하는 듯 표정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명왕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포달랍궁의 무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교가 생각보다 음흉하게 움직이는데. 내가 듣던 마교랑은 많이 달라.”
화린이 말하자, 백군성이 물었다.
“네가 들은 마교는 어떤데?”
“계략이나 전술보다는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네.”
백군성은 피식 웃었다.
“마교도 머리 잘 쓴다. 무림에서는 제갈세가와 사마세가의 머리가 좋다고들 하지만 마정마가의 두뇌도 이들 못지않다.”
“마정마가?”
“마교의 두뇌 역할을 하는 가문이야. 우리는 그들을 마정마가, 혹은 마정묵가라 부르지. 병법과 책략, 전술만 놓고 본다면 제갈세가와 사마세가는 마정마가의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어.”
“아, 내가 알고 있는 그 묵가가 마교의 마정마가를 두고 하는 말이었어?”
“아마도 묵가는 그곳뿐이니까.”
“묵가가 마교 편인데 누가 마교 애들 보고 무식하다고 그랬어.”
“일단 아이들을 옮겨야 해. 이대로 있다간 모두 죽을 수도 있어.”
“잘났다.”
화린은 백군성에게 핀잔을 준 후에 말했다.
“내가 가서 애들 싣고 갈 것 가지고 올 테니까. 지혈이나 잘 해 주고 있어.”
* * *
“저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부두 인형에서 마비독이 흘러나오는데 이게 흩어지지도 않고 나만 노리고 접근하는데…….”
대리세가의 별채에서 가장 큰 방에 온몸을 천으로 감싼 이들이 누워서 떠들고 있었는데 모두가 자신의 무용담을 경쟁하듯 말했다.
“분명 검에 쓸렸는데 죽지도 피도 흘리지 않고, 죽지도 않고…….”
포달랍궁을 상대했던 이들보다는 소뇌음사를 상대했던 이들이 부상이 더 심각했는데 다행히 치료가 늦지 않아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다.
생명이 위독하였던 종윤은 아직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의원의 말에 의하면 목숨은 물론이고, 건강을 되찾으면 무공도 익힐 수 있다고 하니 모두가 안심할 수 있었다.
“세상에 괴이한 것이 많다고 하던데 정말 상처가 이만큼이나 벌어졌는데도 피도 흐르지 않고,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두려움을 넘어 공포가 온몸을 지배하여 움직일 수조차 없게 만드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비교적 부상이 적었던 백군성과 이서원은 별채의 대청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안에서 웃고 떠드는 이들과는 정반대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원이 네가 본 그 여자아이를 내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어떻게 알아?”
“사천에서 기억나? 당문이랑 정천맹이 나를 핍박한 적이 있었잖아.”
“당문의 무인들이 죽었을 때?”
“그래. 그들을 죽인 자들이 페르단 왕국의 무장들이었어.”
“페르단 왕국? 색목국의 그 페르단 왕국?”
“그래. 셋째 공주가 납치되었다고 하더군. 셋째 공주를 찾기 위해서 중원까지 왔는데 당가의 천옥보라는 보주를 누군가가 훔친 후에 그들에게 뒤집어씌운 모양이야.”
“간도 크네. 당가의 물건을 슬쩍할 생각을 하다니.”
“그런 놈이 무림에 한 놈밖에 더 있어?”
화린이 말하자, 백군성과 이서원은 한 인물을 떠올렸다.
“하오문주 암흔신영, 그자를 말하는 거야?”
“그놈 말고는 없지.”
“그럼 우리가 본 그 여자아이가 페르단 왕국의 셋째 공주이고, 소뇌음사는 그 여자아이를 이용해서 뭔가 일을 꾸미려고 한다는 말이지?”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는 암흔신영이 당가에서 훔친 천옥보라는 것도 소뇌음사와 관련이 있는 물건인 것 같아.”
백군성은 화린이 어느 정도의 내막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말했다.
“야, 속 시원하게 말해 봐.”
“속 시원하게 말하면 너희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는 마.”
“그럼 넌?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긴,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그리고 이건 중원무림과 관련이 없는 일이니까 나에게 뭐라고 할 생각은 하지 마.”
“화린아.”
이서원이 화린을 불렀다.
“왜?”
“나, 팔다리 하나 잘려도 되는데 이번 일에 나 데리고 가면 안 되겠냐?”
화린이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묻는 시선으로 보았다.
“이번에 싸우면서 느낀 건데 진짜 목숨을 건 싸움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왜 그런 생각을 해. 그냥 가문에서 무공 익히고 사혈맹에서 한자리 차지하면 되지.”
“그러면 딱 죽기 좋을 것 같단 생각을 이번에 했다.”
“그래?”
“목숨을 걸어야지 상황 판단이나 내가 위기의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를 알 것 같다. 맹에서 준비해 주는 그런 실전은 수십, 수백 번을 경험해 봤자 나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바람직한 마음가짐이야. 그런 마음이라면 정말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 나도 좀 데리고 가라. 내가 짐이 안 되도록 노력할 테니까.”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함께할 수 있지. 단,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말만 해.”
“너에게 처한 상황을 네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알았어.”
“그래. 그럼 나랑 함께 가자.”
“나는?”
백군성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넌 애들 데리고 맹으로 돌아가야지.”
“애들 치료한 후에 돌아가야지. 저대로 돌아가면 난리 날 거야.”
화린은 백군성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너희들이 멋대로 행동해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까 동생들을 치료하는 동안 함께 다니면 안 될까?”
화린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백무기 선배를 봐서 너 데리고 간다.”
백군성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 우리 셋만 갈 거야?”
“그래야겠지. 어쩌면 생각보다 긴 여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힘들다고 투정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릴 거다.”
“걱정 마라. 절대 그럴 리는 없을 테니까.”
* * *
“수고하셨습니다. 화정수가 돈이 급하긴 급한 모양입니다.”
서대영은 화명상단의 화정수가 그들의 창고와 객잔을 생각보다 쉽게 넘겼다는 생각에 물었다.
“창고에 객잔까지 산다고 하니 얼른 넘기더군요. 전답을 담보로 맡기고, 당장 곡물을 구할 거래처도 없으니 창고와 객잔은 짐만 된다고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참, 가문 하나 망하게 하는 거 정말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천하의 대상단이라고 할 수 있는 화명상단이 불과 이 년 만에 이렇게 망해 가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서대영의 입장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 될 만큼 빠르게 무너지는 화명상단을 보며 권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하였다.
“주군께서 직접 나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화명상단의 화정수를 죽이는 일은 쉬우나 화명상단의 곡물 유통을 그대로 빼앗아 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이도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 장주님께서는 참 요상한 재주를 많이 알고 계셔서 그런지 일을 너무 쉽게쉽게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만큼의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하였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타고난 재능에, 타고난 권력, 그리고 운도 타고난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서대영의 말대로 화린은 남들이 하나를 가지고 태어나기 힘든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았다.
“우리 바보 황자님이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도 주군의 신분을 알고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지체 높으신 분이 뭣 하러 이 가시밭길을 가시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 했으니 말입니다.”
서대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저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습니다. 세상에 황자나 되는 사람이 무림의 왕이 되겠다고 하니 그게 어디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할 소리입니까?”
“주군께서는 조금 엉뚱한 면이 있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요. 전 사실 장주님께서 그냥 꿈을 원대하게 가지고 계시면서 조금씩 노력해서 조금의 성과를 얻지 않을까 하였는데 이게 웬걸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장주님께서 더 대단하신 분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하하.”
“지금도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이 양반이 내가 알던 그 바보 황자, 그림자 군주가 맞나 싶다니까요. 이러다가 정말 무림뿐만 아니라 상림도 집어삼키겠다니까요.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 무림의 왕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그래서 제 인생을 걸어 볼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인생을 걸어 볼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 이도문도 크게 공감을 하였다.
“그런 사내를 만난다는 건 어떻게 보면 행운이지 않겠습니까?”
“행운이지요. 근데 그게 행운인지 선운인지, 악운인지 가끔은 헷갈릴 때가 있어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서 총관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도 합니다.”
“그 양반이 있으면 불편한데, 없으면 심심하니… 이럴 땐 보고 싶은 것도 병입니다.”
“그만큼 서 총관님께서 주군을 믿고 따른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요상하신 분이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