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06)
구룡전기-206화(206/217)
구룡전기 (206)
소뇌음사의 보물
“이걸 받으십시오.”
화린은 대리명한이 내미는 걸 보았다.
“화명상단에서 담보로 맡긴 전답의 문서군요.”
“그렇습니다. 사천, 운남, 귀주 세 곳의 전답입니다.”
“이걸로 얼마나 빌려주셨습니까?”
“금 오천 만냥입니다.”
화린은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전답입니까?”
“저에게는 금 오천 만냥이나 오만 냥이나 그 차이가 미미합니다.”
‘오죽했으면 운남성을 넘어 중원 땅을 다 살 돈이 있다고 소문이 났을까?’
“이렇게라도 도와주면 그 호의가 나중에 나에게 배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였기에 그 값을 쳐준 것입니다.”
“화정수가 이걸 돌려달라고 찾아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이 전답을 다시 찾으려고 할 때는 금 오천 만냥이라는 돈이 아까울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 그렇겠군요.”
“화명상단의 사업이 잘된다면 전답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곡물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화명상단의 입장에서는 많은 인원을 부려 가며 농사를 짓는 것 또한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 돈으로 곡물을 사는 쪽이 더 싸게 먹힐 터이니 말입니다.”
“멍청한 놈이군요.”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겠지만 화명상단의 입장에서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일들을 처리해야 하니 더 앞날을 내다볼 수 없을 것입니다.”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명왕께서 화명상단을 그냥 두지 않으실 것이 아닙니까?”
화린은 미소를 지어 보여 주었다.
“그럼 명왕께서 이걸 가져가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대리명한은 화정수가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저에게 당장 금 오천 만냥의 돈이 없습니다. 그러니 할부로 돈을 나누어…….”
“그냥 가져가십시오. 저에게 큰 은혜를 베푸셨는데 그 정도 못 드려서야 되겠습니까?”
“공짜로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공짜는 아니지요. 명왕께서는 저의 무공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려 주셨고, 제가 앞으로 무공을 수련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잠재적인 외부의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주셨으니 그것만으로 부족하지요.”
“그럼 하나 더 주시겠습니까?”
대리명한은 무엇이든 말해 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요마의 금강저가 필요합니다.”
“요마의 금강저요? 힘이 다 빠져나간 녹슬고 볼품없는 금강저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까?”
“소뇌음사 놈들을 족쳐야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꼬맹이가 있는데 그놈들이 납치를 한 모양입니다.”
“음…….”
“그리고 당가에서 훔친 천옥보라는 것이 아무래도 아수라의 수하 중 한 명인 독마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독마의 힘이요?”
“네. 당가가 독에 능한 것도 다 그 천옥보라는 물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오래전에 당가는 독보다는 암기에 능한 가문이었으니 말입니다.”
“일단 그놈들을 속이려면 요마의 금강저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당장 내어드리겠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건 필요가 없습니까?”
“부상당한 동생들을 좀 살펴 주십시오. 그들의 상처가 낫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가문의 무인들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놈들이 요상한 술법을 사용하여…….”
“괜찮습니다. 이미 저의 손에 그들은 한 번 망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활동하는 소뇌음사 놈들은 그 당시 도망쳤던 잔당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 제가 눈앞에 계신 분이 누구신지 깜빡한 모양입니다.”
대리명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탁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는 서랍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상자를 꺼내어 왔다.
“여기 있습니다.”
화린은 상자를 열어 요마의 금강저를 확인한 후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상자를 허공 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술법의 공간 주머니군요.”
“네. 맹호사사혈전대 시절에 대륙 곳곳을 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많이 익혔습니다.”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그놈들도 아수라의 육마의 힘을 흡수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 모르니 말입니다.”
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마의 요기를 흡수할 때를 떠올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힘이었지.’
* * *
화린과 백군성, 그리고 이서원은 대리세가를 나와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여자아이를 데리고 있었다는 곳으로 갔지만 그들은 이미 자리를 떠난 후였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흔적을 찾아 쫓아가야지.”
“그럼 운남성 사혈맹 지부로 가서 몇 가지 보고를 한 후에 움직이자.”
“그래. 그렇게 해.”
화린은 순순히 백군성의 말을 따랐다.
이들은 사혈맹의 운남성 지부로 향했고, 그곳에 도착했을 땐 화린은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백군성에게 물었다.
“여긴 왜 이리 초라해?”
자신이 봐 왔던 사혈맹의 지부들이랑 차이가 너무 나서였다.
“여긴 중원이라고 해도 변방으로 취급받고 있고, 또 대리세가의 영역이라 어쩔 수가 없어.”
“그래?”
“세력을 키웠다가 대리세가와 마찰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맹도들이 다 굶어 죽어.”
“대리세가는 곡물을 취급하지 않는데도?”
“중원의 돈은 대륙전장 아니면 대리세가의 돈이야. 이들이 돈줄을 막아 버리면 어떻게 될까?”
“음…….”
“먹는 것뿐만 아니고, 생필품에 병장기까지 일 년 안에 모두 끊겨 버릴걸.”
백군성의 말을 들어 보니 상왕이라 불리는 이들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상왕이구나.”
“그렇지. 왕은 왕밖에 상대를 못 해. 졸이 상대하려고 했다간 그날로 망하는 거지.”
“사혈맹도 왕 아니야?”
“그건 조금 애매하지. 사혈맹이나 정천맹은 여러 문파가 연합해서 모인 곳이니까. 마교의 천마라면 모를까.”
“단일세력으로 사람들이 최고라고 인정을 해 줘야 왕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다는 말이네.”
“그렇지 않을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마교랑 친하게 지내야겠네.”
“왜?”
“마교가 왕이라며?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지.”
“그렇지. 마교가 왕이지. 마왕!”
“핏, 그건 그렇고 일 보면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한 시진에서 한 시진 반 정도?”
“그래? 그럼 난 역문 현에 있는 오산객잔에 가 있을 테니까. 그리로 와.”
“역문 현 오산객잔?”
“그래. 역문 현에 애뇌산이 있지. 산세가 험악하고 계곡이 깊어 구름도 짙고 하니 숨어 일을 꾸밀 만한 곳으로는 제격이거든.”
“그럼 넌 애뇌산에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숨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당연하지. 사람 생각은 다 비슷비슷해. 특별한 놈이 간혹 있긴 하지만 그 또한 큰 차이가 없어. 하여간 오산객잔으로 와.”
말이 끝나자, 화린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저건 정말 신기해. 무공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무공 같고, 무공 같으면서 또 아닌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일단 들어가자. 보고할 것이 많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지원도 받아야 하니까.”
이들은 사혈맹 지부 안으로 들어갔다.
화린은 운남성 사혈맹의 지부에서 역문 현의 오산객잔으로 와서는 숙수장을 찾았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네. 안 바쁘시면 잠깐 앉으시지요.”
숙수장은 화린의 아래위를 살피더니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제가 듣기로는 운남성에 하오문의 문주인 암흔신영이 왔다고 그러던데 지금 어디 있나요?”
화린이 찾은 이곳 오산객잔 역시 하오문의 지부였고, 숙수장으로 있는 왕이정이 지부장이었다.
“애뇌산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린은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숙수장에게 물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시죠?”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지부장님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는데요.”
화린은 왕이정에게 스스럼없이 지부장이라 불렀고, 그는 화린을 잘 아는 것처럼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하오문의 정보망을 이용하고 싶어서요. 우리 사람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잘 좀 가르쳐 주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얼마든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화린은 방긋 웃었다. 화린의 눈빛이 점차 붉어졌는데 왕이정의 눈빛 또한 그렇게 붉어졌다.
“그리고 사천성에서 페르단 왕국의 사람들을 찾아 주세요.”
“사천성에서요?”
“네. 하오문주가 누명을 씌웠던 사람들이에요. 그들을 찾아서 위치만 알려 주시면 됩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알아봐 드릴까요? 그렇다고 하여도 이삼일은 소요될 겁니다.”
“일단 알아봐 주세요. 제가 다음에 다시 찾아오면 그때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화린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왕이정의 눈빛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시겠지요. 간을 너무 세게 하지 마시고요. 향신료도 너무 많이 넣지 마시고요.”
“하하, 잘 알겠습니다. 제가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화린은 왕이정에게 금전 하나를 내밀었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왕이정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 금전 하나를 받아 들고는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걱정 마십시오.”
숙수장이 돌아가자, 화린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위쪽은 대충 된 것 같고, 이제 아래쪽을 다니면서 하오문과 군 정보망을 이용하여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정보 체계를 만들면 되겠지.”
정보 체계를 구축하면 본격적으로 살수맹의 체계를 만들어야 했다.
지금은 동등한 입장에 있지만 세력과 세력이 맞붙으면 위계질서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 이 또한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한다.
“사혈맹이나 정천맹처럼 딱딱한 체계가 아닌 조금은 자유롭게, 그리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질서가 잡혀 있는 그런 연맹으로 만들면 딱 좋은데. 그렇게 하려면 결국 각 성을 대표하는 살수문파가 선도하여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
화린은 머릿속으로 중원의 지도를 그려 보았다. 그런 후에 각 성으로 나누고 한 성에 두 개의 살수 문파가 서로 협력해서 이끌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잘 운영된다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딱딱한 것보다는 이렇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이는 화린이 군대라는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상하 복종의 관계, 그리고 실적만을 위한 작전 등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가 된다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나머지는 운영하면서 조금씩 조율해 나가면 되겠지. 설마 우리도 사혈맹이나 정천맹처럼 성을 만들자고 하지는 않겠지.”
화린이 혼자 웃고 있을 때, 음식이 나왔다. 그리고 객잔 안으로 몇 사람이 들어왔는데 홍의가사를 입은 승려들이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다른 음식은 천천히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화린은 숙수장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낮게 읊조렸다.
“일이 잘 풀리려고 하나?”
저들을 따라가면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저 산 뒤지려면 며칠은 걸렸을 텐데.”
그 시간을 아꼈으니 일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놈들에게서 천옥보와 나탈프샤 공주를 데리고 오면 되는 건가?”
화린은 천옥보를 보지 못했기에 궁금증을 가졌다.
“나는 만독이 불침인데, 독마의 기운이 나에게 통할까?”
말로만 듣던 만독불침의 신체를 가진 화린이었다. 무공을 익히면서 깨달음을 통해 환골탈태를 거듭하면서 이룬 성과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황궁보고에서 훔쳐 먹은 영약들의 기운으로 인해서 만독이 불침하는 신체로 바뀌었다.
“천옥보를 얻으면 한번 시험해 봐야겠군. 그리고 하오문을 통해서 다른 보물을 찾아다니는 소뇌음사의 중들도 한번 찾아보라고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