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07)
구룡전기-207화(207/217)
구룡전기 (207)
화린은 왕이정이 만들어 주는 음식을 느긋하게 먹으면서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객잔을 나서기를 기다렸다.
화린은 소매에서 노란 종이를 한 장 꺼낸 후에 종이를 접더니 한 마리의 새가 화린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밖에 나가 있다가 놈들의 뒤를 잘 따라가야 한다. 알겠지?”
종이 새는 화린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날개를 펄럭이더니 창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놈들이 술법을 쓴다고 하지만 멀리서 쫓아가는 건 찾아낼 수가 없겠지.”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이미 흔적을 남겨 놓았을 터이니 쫓아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그 꼬맹이를 왜 납치한 거지.”
화린은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탈프샤가 환매지체는 아니겠지?”
영매와 환매는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지만 영매의 경우에는 혼이 달라붙어 조종하는 것을 말하고, 환매는 바꾸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요마의 금강저, 독마의 천옥보, 몽마의 투구, 환마의 갑주, 투마의 수투, 수마의 검. 이렇게 육마를 봉인한 기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아수라의 힘을 봉인한 기물은 알려지지 않았단 말이지. 제석천의 설화에서도 아수라를 무저갱 속에 가두었다는 말은 있지만 소멸시켰다는 말은 없어.”
화린의 생각이 깊어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음식과 술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듯 보였지만 화린은 아수라의 존재에 대해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화린의 생각이 확장되면서 여러 가지의 생각을 동시에 하였는데 이는 이원공으로 인해서 가능했다.
복잡하리만큼 많은 생각을 동시에 하지만 화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자신의 뇌리에 각인된 배교의 비술에서 하나의 가설, 혹은 단서를 찾아낼 수가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여러 개의 톱니바퀴의 톱니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머리가 맑아졌다.
“나탈프샤가 환매지체임에 틀림없어. 그리고 육마의 기운을 봉인한 기물을 이용해서 육마의 혼을 환매지체의 혼과 바꿔 놈들을 부활시키려고 할 거야. 그 말은 나탈프샤와 같은 환매지체가 더 있다는 말이겠지.”
화린은 자신의 심상의 세상에서 요마와 싸우면서 그가 한 말들을 상기하며 확신했다.
“그리고 육마를 통해 아수라가 봉인되어 있는 무저갱을 찾아가서 아수라까지 봉인을 해제시킨 후에 세상에 풀어놓겠다는 계획이군.”
화린은 시선을 돌려 요기를 하는 소뇌음사의 승려들을 보았다.
“문제는 육마 중 한 놈만 있으면 되는 건지, 아니면 전부 있어야 하는 건지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화린은 당장이라도 요기를 하고 있는 소뇌음사의 승려들에게 가서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랬다간 애뇌산 전체를 뒤지고 다녀야 했기에 잠시 접어 두기로 하였다.
“그렇지. 천옥보를 회수하여 독마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요마의 기운을 흡수할 때, 요마의 령이 나타나서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했으니 독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귀신 좀 패겠네.”
화린은 히죽 웃으며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 * *
객잔 안은 한산하였다.
조금 전까지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손님들이 들락거리다 식사 때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한산해졌다.
“얘들은 밥을 먹고 오려나?”
화린은 백군성과 이서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소뇌음사의 승려들은 부적으로 만든 종이 새가 쫓아가고 있으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이 기다리는 동안 천옥보에 봉인된 독마의 령과 힘이 환매지체인 나탈프샤에게 옮겨 갈까 그게 걱정될 뿐이었다.
백군성이 말한 것처럼 두 시진 정도가 지나서야 이들이 객잔으로 찾아왔다.
“왜 이리 늦게 왔어.”
“말했잖아.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거라고.”
“그래도 너무 늦게 왔잖아. 내가 기다린다고 얼마나 심심했는데.”
화린의 말에 두 사람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하더니 식탁에 앉아 차려진 음식들을 보았다.
“많이도 시켜 놓았네. 이걸 다 먹을 거야?”
“너희들 것도 준비해 뒀어. 아직 밥 안 먹었지? 여기 남은 음식들 다 가져다주세요.”
화린이 주방을 향해 외치자, 잠시 후 숙수장인 왕이정이 음식들을 가지고 와서는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맛있게 드십시오, 공자님.”
“감사합니다. 음식이 정말 맛있습니다.”
“하하, 제 자랑이지만 제가 음식은 조금 합니다. 저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신…….”
왕이정은 자신의 자랑을 한참 늘어놓더니 다른 손님들 음식을 불 위에 올려놓고 왔다면서 허겁지겁 주방으로 달려갔다.
“웃긴 사람이네.”
“이런 사람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아, 그리고 나 여기서 소뇌음사 승려들 봤다.”
“뭐?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나가는 걸 지켜봤지. 너희들 기다린다고 쫓아가지 않았어.”
“야, 쫓아가서 붙잡아야지.”
“그럼 너희들이 나 못 찾을 거 아니야. 그래 놓고 나중에 딴소리하면 나만 피곤해지는데.”
“잡아서 객잔에 있으면 되지.”
“몰라. 어쨌든, 내 생각대로 놈들은 애뇌산에 숨어 있고, 너희들 배 채우면 놈들을 찾아 나설 거야. 그러니까 천천히 얼른 먹어.”
“천천히 얼른 어떻게 먹어?”
“그냥 먹으란 소리지.”
* * *
“이리로 가는 게 맞는 거야?”
“나만 믿고 따라와. 내가 그냥 그놈들을 보냈을 것 같아? 다 조치를 취해 놨으니까 객잔에서 너희들 기다리고 있지.”
객잔에서 식사를 한 후에 소뇌음사의 승려들을 찾아 나선 화린과 백군성, 이서원은 애뇌산의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애뇌산의 절경이 뛰어나다고 말을 하지만 딱히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 독물이 득실거려 이놈들 피하는 것도 신경 쓰여 죽겠는데 절경을 감상할 시간이 어디 있어.”
화린은 부적으로 만든 종이 새가 알려 주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투덜거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감탄이 나올 거야. 소뇌음사 놈들 찾아서 복수하고 애뇌산의 최고봉인 누란봉에 올라가서 한번 봐 봐.”
“가서 봐도 별것 없던데, 구름에 가려서 앞을 볼 수가 있어야지.”
“가 봤어?”
“그럼. 내가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다.”
두 사람은 화린과 무슨 대화를 할까 싶어 고개를 저었다.
깊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니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이런 나무들 사이에 커다란 동굴이 하나 있었다.
화린이 동굴로 다가가자, 종이 새가 화린에게 날아왔다.
“수고했어.”
종이 새는 화린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해서인지 그대로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저 안에 놈들이 있어. 들어가면 조심해야 한다.”
화린은 두 사람에게 경고했고, 두 사람 역시 자신들의 각오를 이야기하였다.
“걱정 마. 애뇌산에 들어왔을 때부터 긴장하고 있으니까.”
화린은 양손을 이용해 허공에서 붉은색의 종이를 몇 장 꺼내었다.
“들어가자.”
화린은 붉은색의 종이들을 동굴 안으로 던졌고, 붉은색 종이에 불이 붙으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 종이는 마치 귀신의 불처럼 동굴의 허공에 떠서 어두운 동굴 안을 밝혔다.
환해진 동굴을 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러면 눈먼 칼에 베일 염려는 없겠지.”
“넌 술법도 어느 정도 익히고 있는 것 같은데. 무공이랑 상충하지 않아?”
백군성이 물었다.
“그런 것 없는데.”
“그래? 무공과 술법이 상충해서 함께 못 익힌다는 말이 있어서.”
“그건 상극이라 그래. 무공도 상극이면 충돌하는 것처럼 술법, 도술, 법술 등도 마찬가지야. 다만 무림인은 술법, 도술, 법술에 익숙지 않고, 잘 모르니까 아무거나 익혀 그런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상생이면 도움이 되면 되었지, 충돌하거나 그것으로 인해서 내가 불편해지고 하는 건 없어.”
화린은 백군성에게 물었다.
“왜, 술법 익히려고?”
“아니, 무공도 제대로 쓸 줄 모른다고 잔소리 듣는데 술법 익힌다고 하면 잔소리를 곱에 곱은 더 하겠지.”
“누가?”
백군성은 화린을 보았다.
“알긴 하네.”
말을 하는 순간 화린은 그 자리에서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놈들이다. 조심해. 난 안으로 들어가서 여자아이부터 구할 테니까. 놈들을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와.”
화린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지자, 붉은색의 가사를 입은 승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웬 놈들이냐?”
“그건 알아서 뭣 하게.”
백군성이 대답하며 곧장 승려들을 향해 공격했는데 이서원 역시 백군성을 보조하였다.
체에에엥!
소뇌음사의 승려들은 이들이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손에 들고 있는 쇠몽둥이로 검을 막아 내었다.
짧은 단봉을 양손에 쥔 승려가 백군성의 검을 쳐낸 후에 다른 손에 쥔 단봉으로 백군성의 두개골을 부숴 버릴 기세로 휘둘렀다.
백군성은 허리를 젖혀 단봉을 피한 후에 검을 움직였는데 소뇌음사의 승려들의 무공도 그리 약하지 않은지 백군성의 공격을 잘 막아 내었다.
이서원을 공격하는 승려는 단숨에 선기를 잡고 몰아붙였는데 이서원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못 이길 정도는 아니야.’
스스로 그렇게 다짐을 하면서 소뇌음사의 승려가 휘두르는 검을 막아 내며 기회를 엿보았다.
백군성은 승려와 싸우면서 슬쩍 이서원을 보았다. 붉어진 얼굴로 사력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시간을 지체했다간 이서원이 크게 다칠 것 같아 보였다.
‘속전속결!’
백군성은 사령심공을 운기하였다. 단전에서 흘러나온 사령심공의 기운은 백군성의 사지백해로 그에게 가공할 힘을 부여해 주었다.
“우웃!”
백군성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은 그와 맞서고 있는 승려였다.
검과 쇠몽둥이가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반발력이 이전과 다름을 알고 소뇌음사의 승려는 백군성을 보았고, 백군성은 그런 놈을 향해 사령검결을 펼쳤다.
그동안의 수련으로 인해서 백군성의 사령검결은 한층 부드러워졌고, 그 부드러움 속에 강력한 힘이 실려 있었다.
백군성의 검에 붉은빛이 일렁이며 주변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하는 백군성의 기세에 소뇌음사의 승려는 위축되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서원보다는 백군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호랑이가 산토끼를 사냥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듯 백군성 역시 소뇌음사의 승려를 향해 자신의 힘을 모두 개방한 것이다.
소뇌음사의 승려도 자신의 힘을 끌어 올려 대항하려고 했지만 한 번 기세에서 밀려 버렸기에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았다.
체에에엥!
검과 쇠몽둥이가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기운은 동굴의 벽과 천장에 흔적들을 남겼다.
백군성의 검이 승려의 가슴을 노리고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며 앞으로 뻗어 나갔다.
소뇌음사의 승려는 검을 막기 위해서 쇠몽둥이를 앞으로 내미는 순간 백군성이 손목에 변화를 주었다.
손목의 변화에 의해서 검의 궤적도 변했고, 이를 본 소뇌음사의 승려는 당황하며 다른 손에 쥐고 있던 단봉을 사용해 변하는 검의 궤적에 대응하려 했다.
그러는 사이 백군성의 몸이 한 바퀴 돌며 발이 허공으로 솟구쳤고, 뒤꿈치가 승려의 턱에 그대로 적중했다.
승려도 예상치 못한 연계 공격이었다.
퍼어억!
타격음과 함께 승려의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비틀거렸고, 그 모습을 본 백군성은 손에 쥔 검으로 승려의 등을 길게 베어 버렸다.
“커어어억!”
등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는 승려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지 백군성을 노려보았지만 백군성은 그런 승려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검을 들어 목을 날려버렸다.
백군성은 소뇌음사의 승려를 죽인 후에 이서원을 돕기 위해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