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09)
구룡전기-209화(209/217)
구룡전기 (209)
“시X.”
이서원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화린의 말대로 굴의 입구에서 한 사람씩 교대로 싸우고 있지만 정말 이건 못 할 짓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신과 비슷한 무공을 지닌 자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잠깐의 순간을 찾아 끼어들어서 아군이 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말이 안 됐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이 말도 안 되는 걸 백군성과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헉… 헉…… 내가 두 놈 죽였지.”
이서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힘겹게 소뇌음사 승려의 검을 막아 내며 백군성에게 말했다.
“그래. 네가 두 놈, 내가 한 놈. 이제 내 차례다. 교대해.”
백군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서원은 소뇌음사 승려의 발차기에 양팔로 방어를 하고 그 힘에 뒤로 밀려나는 순간 백군성은 이서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검을 강하게 휘둘러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체에에에엥!
백군성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개방하는 것도 부족해서 없는 능력도 꺼내어 쓸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좁은 입구를 막고 싸우는 걸 뒤에서 보고 있던 한 소뇌음사의 승려가 마음에 안 드는지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박수를 크게 쳤다.
그 소리가 동굴 안을 크게 울리면서 집중하고 있는 백군성의 집중력을 깨뜨렸다.
“알리움바디… 소라두소쿰… 라디랑둠…….”
뒤쪽에서 주술을 사용하자, 백군성과 이서원은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이대로 놈이 주술을 완성하면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할 것 같았다.
“저것들은 싸움이 안 되면 주술을 걸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서원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이서원은 쓰러진 소뇌음사의 승려들 옆에 떨어진 검을 주워 와서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허공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자를 향해 검을 던졌다.
한번 당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어떻게 견제를 하는지 알고 있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검이 날아가 주술을 외우는 자를 노렸고, 그의 앞에서 한 승려가 날아오는 검을 막아 내었다.
“시X 것들!”
이서원은 똑같은 방법으로 검을 던졌지만 이번에도 앞선 자에 의해 검이 막혔다.
“이러면 피곤해지는데.”
이서원은 무거워진 공기를 느끼며 백군성에게 말했다.
“그러게.”
“피곤하긴 뭘 피곤해. 얼른 이놈들 때려잡으면 되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반색을 하였다.
“야, 왜 이제 와.”
소뇌음사의 승려들 역시 놀라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곳에 화린이 서 있었다.
“다른 놈들이 있나 싶어 잠깐 기다렸다가 왔지. 그런데 고작 아홉 명을 다 처리 못 하고 쩔쩔매는 거야?”
“우리가 너냐, 그리고 저기 주술 외우는 놈 좀 어떻게 해 봐.”
이서원이 말을 하자, 화린은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쥐더니 그를 향해 퉁겼다.
피슝!
탄강이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 소뇌음사의 승려의 머리를 꿰뚫어 버렸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놈의 곁에 있던 승려도 손을 쓸 사이도 없었다.
주술을 외우던 자가 죽자, 굴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백군성 역시 한결 가벼워진 움직임으로 소뇌음사의 승려들을 상대할 수가 있었다.
주술을 사용하던 승려가 죽자,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화린을 향해 검을 빼 들어 움직였다.
화린은 그런 그들에게 둘러싸여도 두려움이 없는 듯 피식 웃었다.
화린은 그 자리에서 발을 들어 강하게 지면을 향해 밟았다.
그러자 바닥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나며 주변으로 몰려든 소뇌음사의 승려들에게 영향을 끼쳤는데 그들은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화린은 그 모습에,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 검을 잡는 시늉을 하고 잡아당기자, 검초에서 검을 빼는 것처럼 빠져나왔다.
“커어어억!”
화린은 자신을 둘러싼 네 명의 소뇌음사 승려를 단숨에 베어 버렸다.
이 모습을 본 백군성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넘볼 수가 없는 경지에 있음을 또 한 번 확인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머지않아 쫓아간다.’
“그놈은 혼자 처리할 수 있겠지.”
화린은 백군성에게 말했고, 당연하다는 듯 백군성은 남은 한 명의 소뇌음사 승려를 향해 전력을 다하였다.
체에에에엥!
갑자기 바뀐 분위기로 인해서 홀로 남은 소뇌음사는 당황하였고, 그 당황스러움이 결국 백군성에게 패하는 요인이 되었다.
백군성의 검이 소뇌음사 승려의 배를 길게 베고 지나갔다.
“헉, 헉…….”
“뭘 이 정도로 숨을 헐떡이고 그래. 얼른 챙길 거 챙기고 이곳을 벗어나자.”
“뭘 챙겨?”
“수고비는 챙겨야지.”
화린은 말을 하면서 소뇌음사 승려들의 무기들과 그들의 품을 뒤져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챙겼다.
“죽으면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닌데 뭘 그런 눈으로 봐.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더 잘 살아야지. 그리고 이거 대장간에 팔아 봐야 몇 푼 안 해.”
화린은 한쪽에서 자고 있는 나탈프샤를 안아 들었다.
“뭣 해. 이 아이는 여기 두고 갈 거야?”
화린이 말하자, 이서원이 사내아이를 안았다.
“가자. 볼일 다 봤으니 내려가서 보고를 해야지.”
“이렇게 끝나?”
“그럼?”
“뭔가 더 있는 거 아니야? 꼭 뒷간 갔다가 안 닦고 나온 기분인데.”
이서원도 백군성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려가서 이야기해 줄게. 시체 널브러진 곳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내려가자. 오산객잔에서 들러 목욕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술도 한 잔 먹고 하루 푹 쉬었다가 대리세가로 가. 그동안 내가 이야기를 해 줄 테니까.”
화린은 이들을 데리고 동굴을 나와 현문현의 오산객잔으로 갔다.
* * *
“요즘 화명상단의 사정이 안 좋다는 말이 있던데. 어떻소? 내가 당신들이 운영하는 객잔을 웃돈을 주고 인수할 의향이 있소.”
화정수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의 말을 듣고 짜증이 났지만 무작정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상림에 어떻게 소문이 났기에 이리 나를 찾아와 상단이 운영하는 영업점들을 팔라 하시는 거요?”
“어렵다고 들었소. 대리세가에 갚아야 할 빚도 조금 있고, 곡물을 유통하는 일도 구룡장에 다 빼앗겨 그마저 원활하지 않다 들었소.”
“누가 그따위 소문을…….”
“듣기에 곡물 창고로 쓰던 곳을 팔았다고 하던데. 곡물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오?”
“아니오.”
“아니면 말고. 어쨌든 객잔을 하나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화명상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서성의 객잔이 제법 장사가 되는 걸로 알고 있소. 부지도 제법 넓고 하여 별채도 딸려 있고 말이오.”
“섬서성의 객잔을 팔란 말이오?”
“그러니 웃돈을 더 준다고 하지 않소. 솔직히 말하는데 객잔이 장사가 잘된다고 해도 화명상단에서 필요한 돈을 단기간에 만들어 주는 건 아니지 않소.”
화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팔면 시세에 이 할을 더 얹어서 드리리다.”
“이 할을 말입니까?”
“그렇소. 내가 사서 한 이삼 년 영업을 하면 그 이 할은 벌지 않겠소? 그럼 삼 년 뒤부터는 돈을 버는 것이니 나에게도 큰 손해는 없을 듯하여 그리하는 것이외다.”
이 할이라는 말에 생각지도 않고 있던 객잔 판매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금 오만 냥짜리를 육만 냥으로 받으면 나에게는 엄청난 조건이긴 한데.’
매출이 아닌 순이익을 따졌을 때, 금 만 냥을 벌려면 이삼 년이 아닌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정 팔지 않겠다면 다른 객잔을 알아보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 할이라는 웃돈은 드리지 못합니다.”
“그건 왜…?”
“나도 업을 하는 사람이라 화명상단의 객잔이 아니면 다른 객잔을 알아봐야 하니 말이오. 다른 객잔 주에게도 같은 조건을 제시하면 파는 사람이 있지 않겠소.”
“음… 그럼 이 할 오 푼을 주시오. 그럼 내 객잔을 당신에게 넘기리라.”
“이 할도 많이 올려 드리는 거요. 아무리 상인이라고 하지만 거기서 웃돈을 더 받으려고 하면 거래가 힘들 거요.”
화정수는 그의 말도 일리가 있어 잠깐 고민을 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 할을 더 얹어서 준다고 하니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빌어먹을, 일만 잘 풀렸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결국 화정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소. 그럼 이 할을 더 얹어 금 육만 냥에 넘겨주겠소.”
“잘 결정하셨소. 화명상단이 회복하는 데 금 육만 냥의 돈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오.”
화정수는 자신이 산서성에서 운영하는 객잔을 넘겨주었다.
거래를 마친 후에 화정수는 자신의 선택이 잘한 것인지를 잠깐 고민하다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미 판걸, 후회해서 뭣 할까.”
“나으리!”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화정수가 대답을 하였다.
“무엇이냐?”
“구룡장에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뭐? 구룡장에서?”
“네.”
화정수는 짜증이 난 얼굴로 그냥 돌려보내려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는지 궁금하여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전했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이 어쩐 일이오?”
“제가 화명상단을 찾아온 이유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 뻔함이 뭐요?”
“요즘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흥, 당신들이 걱정할 만큼 어렵지 않으니 헛소리를 할 거면 돌아가시오.”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 탈곡장과 정제소를 싸게 팔 생각은 없는지 의견을 듣고자 찾아왔습니다.”
“탈곡장?”
“듣자 하니 트라빌 왕국의 지주들과 곡물 거래도 힘들다 하고, 사천, 운남, 귀주성의 지주들과도 이번에 거래가 불투명해졌고, 화명상단이 가지고 있는 전답은 담보로 맡겼으니 탈곡장과 정제소는 당분간 놀아야 하지 않습니까?”
“뭐요!”
화정수가 불같이 화를 내었지만 서대영은 담담하게 받아넘겼다.
“화만 낼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시고,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사용도 안 하는 탈곡장과 정세소는 그렇다고 쳐도 그곳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인건비를 어찌할 것입니까? 일이 없으니 그냥 놀라고 말하실 겁니까?”
화정수는 서대영을 노려보았다.
“솔직히 저희 구룡장에 안 파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른 상단들도 곡물 유통에 뛰어든다고 하니 그들과 뜻이 맞으면 그들에게 팔아도 됩니다.”
“그럼 뭣 때문에 오셨소.”
“상인이 일 할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와서 흥정을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도 화명상단에서 운영하는 탈곡장과 정제소 근처에 부지들을 매입해 두었습니다.”
화정수가 살짝 눈을 좁혔다.
“화명상단에서 팔지 않을 경우 우리가 지어서 써야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인부들은 일이 없어 놀고 있는 화명상단의 인부들을 고용하면 막힘없이 잘 돌아갈 겁니다.”
화정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처럼 우리 구룡장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운영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새로 건물을 짓고, 시설을 들이고 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기존에 있는 건물을 활용하기 위해서 이렇게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시세의 구 할까지 맞춰 드리겠습니다.”
“뭐요?”
“그냥 두시면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할 것 아닙니까? 만약 우리가 그 옆에 탈곡장과 정제소를 짓게 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겁니다. 그때는 구 할이 아니라 칠 할도 못 받게 될 겁니다.”
“흥, 어디 그리 한번 해 보시오.”
“화대인께서 상인이라면 조금 더 냉정한 판단을 하실 줄 알았는데 참 아쉽습니다.”
“나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하오.”
“어련히 그리하시겠지요. 난 묵은 감정은 접어 두고, 상인 대 상인으로 거래를 하고자 왔는데 감정이 개입되어 거래가 불발되니 조금 아쉽습니다.”
“흥!”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귀하의 상단이 잘 풀려서 옛 명성을 되찾기 바랍니다.”
“당신네들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그리될 것이니 걱정 마시오.”
“그러시겠지요. 영업점 다 팔고, 거래처 다 끊기고 이제 돈 나올 구석은 없는데 갚아야 할 돈이 금 오천만 냥이니……. 잘 풀릴 것입니다.”
화정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설프게 익힌 무공을 자랑하다 제 손에 죽은 놈들이 제법 됩니다. 그러니 주먹에 들어간 힘 푸시지요.”
화정수는 흠칫하였다.
“그러게 처음부터 상대를 잘 골랐어야지요. 하필이면 우리 장주님의 것을 탐하려고 해서 집안 꼴이 이게 뭡니까?”
“네놈들이 나에게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요. 지금은 망해 가는 상단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당신이 옛날 단리세가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