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10)
구룡전기-210화(210/217)
구룡전기 (210)
화린은 현문현의 오산객잔에서 얻은 방 안에 백군성과 이서원와 함께 품(品)자 형으로 앉아 있었고, 소뇌음사의 승려들에게서 구한 아이들은 한쪽에 잠들어 있었다.
이들 가운데에는 요마의 금강저와 독마의 천옥보가 함께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아수라의 수하인 육마의 령이 봉인되어 있는 기물이란 말이지.”
“그래. 소뇌음사의 승려들은 이 기물을 회수하여 여기에 봉인된 육마를 저 아이들에게 옮길 목적이었어.”
“저 아이들에게?”
“환매지체라고 혼이 옮겨 갈 수 있는 특수한 육체야.”
“그럼 죽은 령들이 환장하겠네.”
“그렇지.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옮겨 갈 수가 없어. 본래의 혼을 빼내어야 하는데 그건 술법을 통해서 가능하거든.”
“아, 그러니까 이 아이의 혼을 육체에서 빼낸 뒤에 육마의 혼을 집어넣는다?”
“그래. 그런 후에 육마를 부활시키는 거지.”
“어린아인데?”
“그러니까 온전한 육체를 가진 자가 아니니 소뇌음사 측에서 관리하기 쉽겠지.”
“음… 그런데 천옥보에는 힘이 미약하게 느껴지는데 금강저는 왜 아무렇지도 않지.”
“그야 요마의 기운을 누군가가 흡수했으니까 그렇지.”
“누가?”
“대리세가의 가주님이. 원래 그의 것이니 그가 흡수하는 것이 맞지. 왜, 사혈맹의 것이라고 우기려고?”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요마가 대리세가의 가주님 몸에 부활한 거야?”
“아니, 내가 술법으로 요기를 제거하고 순수한 기운만 흡수시켰지. 그래서 지금은 백대고수와 붙어도 지지 않을 만큼 고수가 되었지.”
이서원은 자신들을 구하러 온 대리세가의 가주를 떠올렸다.
“강하더라. 순식간에 소뇌음사 승려들을 쓰러뜨리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뜨렸어.”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기연을 얻었으니 당연하지. 대리세가의 무공도 엄청난 무공이야. 무공 자체가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 불가능해서 그렇지.”
“그런데 요마의 기운을 흡수하고 무공을 대성했다?”
“그렇지.”
백군성의 시선이 천옥보로 향했다.
“아서라. 이건 독마의 기운이 봉인된 거다. 흡수하려는 순간 독에 의해 한 줌의 혈수로 변해 버릴 거다.”
“누가 뭐래. 이것 말고, 투구, 갑주, 수투, 검이 남았단 말이지.”
“왜, 욕심이 나?”
“당연히 나지. 삼류무사도 이 정도면 욕심이 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데 있는 나는 더 나겠지. 그게 사람 마음이잖아.”
백군성은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 사혈맹을 통해서 찾아봐.”
“그래도 돼?”
“뭘 아닌 척해. 지부에 보고하고 찾아다닐 거면서.”
백군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은 다 똑같다. 그러니 조심해서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좋을 거다. 안 그러면 순식간에 무림에 퍼져서 쟁탈전 오지게 할 테니까.”
화린은 이들에게 이렇게 경고를 했지만 내심은 이들이 중원에 소문을 퍼뜨려 주길 바랐다.
그 이유는 봉인된 주체의 기운을 제외한 순수한 기운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어서였다.
‘내가 요마랑 싸워 봐서 아는데 다른 놈은 어림도 없지.’
“그럼 이 천옥보는 어떻게 할 거야? 당가에 돌려줄 거야?”
“미쳤냐? 이걸 당가에 돌려주게. 너 같으면 돌려주겠어?”
“당연히 아니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기는. 내가 흡수해서 너의 부친이랑 한 번 더 붙어 봐야지.”
백군성은 화린의 말에 기가 찼지만 어쩌면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흡수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백군성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길 수 있으면 내가 이걸 너희에게 알려 줬겠냐? 깨달음의 벽이 단순히 내공의 고저로만 따지면 절대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백 명은 넘을 거다.”
“음…….”
“기운이 철철 넘친다는 말은 듣겠지. 하지만 깨달음을 얻는 거랑은 다른 거니까.”
“그럼?”
“우리 애들에게 나눠 줄 생각인데.”
“애들?”
“서 총관이랑 수연이, 동춘이 그리고 구룡전단과 장원의 호위무사들.”
“우리는?”
백군성이 물었다. 이서원도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이들 역시 무인이라 기연을 앞에 두고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힘든 모양이었다.
“우리 입을 막으려면 콩고물이라도 좀 나눠 줘야지.”
“공짜 좋아하는 거 아니다. 그리고 체력이랑 무공으로 뭔가를 이루려고 해야 나중에 도움이 되지. 이런 꼼수는 전혀 도움이 안 돼.”
화린이 잘라 말을 하자, 이들은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들을 보며 속으로 웃는 화린이었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당가가 구룡장에 찾아와 천옥보 이야기를 하면 너희 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고 확신할 거다.”
“확신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화린은 손으로 목은 긋는 시늉을 하였다.
“하여간 아는 놈이 더 한다니까.”
“으으응…….”
그때, 잠들어 있던 나탈프샤가 몸을 뒤척이더니 깨어났다. 그녀는 자신이 있었던 동굴이 아님을 알고는 두리번거리다 세 사람을 보았고, 그중 한 명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보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 린……?”
화린이 나탈프샤에게 미소를 보여 주자, 그녀가 달려와서는 앉아 있는 화린에게 덥석 안겼다.
“잘 주무셨습니까?”
화린의 목소리를 듣자, 나탈프샤는 그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다.”
“그래. 그렇게 해.”
화린은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나탈프샤를 달랬다.
화린의 입에서는 중원어가 아닌 페르단 왕국의 언어가 흘러나왔는데 이 모습을 백군성과 이서원은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우십시오. 방금 자고 깨어났으니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하십시오.”
“악몽?”
“네. 이제는 안전할 겁니다. 그보다 가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냥 왕성이 답답해서 구경나왔다가 납치되었어. 그러다 중원까지 오게 됐어.”
“듣기로는 무작정 중원으로 도망쳤다고 그러던데요.”
“아니야. 정말 나 왕성이 답답해서 몰래 빠져나왔는데 시장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나를 납치했어.”
“정말 그래서 중원까지 오신 겁니까?”
“응. 아니면 내가 어떻게 중원까지 올 수 있겠어.”
“알겠습니다. 중원에 경호대가 와 있으니 그들을 만나서 페르단 왕국으로 돌아가십시오.”
“경호대가 중원으로 왔어?”
“네. 그들도 중원의 무인들과 부딪쳐 죽을 뻔하였습니다. 지금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만나면 곧장 중원을 벗어나야 할 겁니다.”
“왜?”
“누명을 썼습니다. 그런데 중원에서는 그들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었으니 그 오해를 풀려면 한쪽이 손해를 봐야 합니다.”
나탈프샤는 인상을 찡그렸다.
“화린이 중원인이니까 말을 잘 해 주면 안 돼? 화린은 강하니까 그 사람들도 화린의 말은 들어 줄 거잖아.”
“물론입니다.”
“그럼 그렇게 해 줘. 오해는 풀어야지.”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나탈프샤가 화린에게 그 조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탈프샤 님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왕궁에서 착실히 생활하시는 겁니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나탈프샤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려면 십 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 십 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갑니다.”
“그래?”
“네에.”
나탈프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화린이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가서 오해를 풀어 줘.”
“오늘은 여기서 쉬고 다른 곳에 들렀다가 그리 갈 겁니다. 그런데 배는 안 고프십니까?”
“배고파. 먹을 것도 조금밖에 못 먹었어.”
“그럼 내려가서 함께 식사를 하시지요. 저 꼬맹이도 깨워서 함께 데리고 가지.”
화린은 두 사람에게 말을 한 후에 나탈프샤를 데리고 객잔의 일 층으로 내려갔다.
“이제 내려오십니까?”
“제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되었어요?”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습니다. 당가의 추적을 피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흔적을 쫓아 움직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사천 지부에서 소식을 듣는 걸로 해요.”
“그리 연락을 해 놓겠습니다.”
“우리 맛있는 요리 좀 해 주세요. 사람들 다 올 테니 많이 준비해 주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숙수장이 주방으로 가자, 화린은 나탈프샤에게 미소를 보여 주었다.
백군성과 이서원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내려왔는데 아이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혀 있는 걸로 봐서는 아직까지 두려운 모양이었다.
“왜 애를 울리고 그래?”
“내가 안 울렸어. 일어나자마자 울던데.”
화린은 아이에게 손짓을 하자, 아이가 눈치를 보더니 얼른 화린에게로 갔다. 그리곤 그의 곁에 앉아 있는 나탈프샤의 옆으로 가서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괜찮아. 화린이 우리를 지켜 줄 거야. 화린은 엄청 강해서 어떠한 상대도 이길 수 있어.”
나탈프샤는 자신이 한 말이 사실이라고 말해 달라는 눈빛으로 화린을 보았고, 화린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활짝 웃으며 어린 사내아이를 보았다.
“그러니까 너도 집에 돌아갈 수 있어.”
“정말?”
“그래. 너 집이 어디라고 했지?”
“광서성 계림이야.”
“아저씨가 광서성 계림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혹시 계림에 있는 집에 연락을 하면 너를 데리러 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께서 사람을 보내 주실 거예요.”
“모친께서?”
“네. 저는 금양상단의 막내아들인 이정문이에요.”
“네가 금양상단의 아들이란 말이야?”
화린이 물었다.
“네. 도화강에 뱃놀이 나왔다가 승려 복장을 한 사람들에게 납치를 당했어요.”
“혼자?”
“아니요. 아저씨들과 함께 나왔는데 승려 복장을 한 사람들이 아저씨들을 다 죽이고 저를 납치했어요.”
“알았다.”
화린은 백군성과 이서원을 보았다.
“너희 운남성 지부로 가서 보고할 거지?”
“당연히.”
“그럼 금양상단에 연락해서 이정문이 대리세가에 있으니 데리러 오라고 전해 줘.”
“연락을 보내고, 금양상단에서 사람을 보내면 못해도 열흘은 걸릴 거야.”
“어차피 애들도 어느 정도 치료해야 한다며?”
“그렇긴 하지.”
“치료하는 동안 대리세가에 신세를 좀 지면 되지. 그리고 너희들 무공 수련도 좀 하고. 고작 소뇌음사 승려들도 제대로 상대 못 해서.”
“이게 후기지수에서 벗어난 우리가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
“그럼 난?”
“하아…….”
백군성은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꼭 할 말 없게 만드네. 아니 우리가 어디 가서 약하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요즘 만나는 무인들마다 왜 이렇게 강한 놈들밖에 안 만나냐.”
“화린을 따라다녀서 그렇잖아.”
이서원의 대답에 백군성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화린이 아니면 우리가 운남성에 올 리도 없었겠지.”
주방에서 숙수장이 요리를 들고나오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나탈프샤와 이정문이 요리를 보고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자, 요리가 더 나올 테니까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먹어.”
“네.”
이정문이 오랜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봐서 그런지 힘차게 대답을 하였다.
“그래. 그럼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