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11)
구룡전기-211화(211/217)
구룡전기 (211)
봉인? 그게 뭔데
운남성에서 대리세가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서 나섰다가 부상을 당한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은 치료를 핑계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고, 백군성과 이서원은 자신들보다 강한 상대들과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싸워 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무공 수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이들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화린은 대리세가의 지하 연무장에서 요마의 기운을 흡수한 것처럼 천옥보에서 독마의 독기를 따로 분리하여 독마의 독기를 흡수하는 작업을 했는데 예상대로 만독불침의 화린에게는 독마가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당했다.
그렇게 화린은 독마의 독기까지 흡수할 수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수라가 갇혀 있다는 무저갱의 위치와 아수라의 봉인을 풀 수 있는 방법을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아수라가 갇혀 있는 무저갱의 봉인을 불기 위해서는 육마의 힘이 필요했고, 육마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무저갱은 열 수가 없다고 했다.
화린이 요마와 독마의 기운을 흡수하였으니 최소한 아수라가 무저갱에서 나올 일은 없었다.
“그럼 아수라는 대충 넘어가는 걸로 하고, 일단 공범을 만들어야 뒤탈이 없겠지.”
지하 연무장, 화린의 앞에 수십 개의 단약들이 있었는데 천옥보에서 독마의 독기운을 제거한 후 순수한 기운을 조금씩 나누어 환에 주입을 하여 만든 내공증진을 위한 영약과 같은 것이었다.
화린은 영약을 공간 주머니 안에 넣어 두고, 가장 작은 것 두 개만을 품에 간직하고 지하 연무장을 나섰다.
연무장을 나와 보니 뜰에서는 백군성과 이서원이 대련을 하고 있었는데 누가 보면 철천지원수라 생각할 정도 살벌하게 검을 섞는 중이었다.
“이제 정신을 좀 차린 모양이네. 자고로 대련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하지.”
화린은 별채의 건물 대청마루에 편하게 앉아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한참을 지켜보는 화린은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역시 사람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한 번 경험해야 된다니까.”
백군성의 사령마공이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그래도 부친인 백무기에게는 아직 비할 바가 되지 못하였지만 조금 더 데리고 다니면서 수련을 시키면 백무기의 사령마공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체에에에엥!
두 자루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무수한 불꽃을 만들어 내었다.
“서원이도 이전보다 많이 달려졌는데.”
이서원의 용마혈검 역시 다르게 느껴지고 있어 두 사람은 섬서성을 떠나올 때보다 한층 강해졌음을 알 수가 있었다.
“경험을 통해서 익히고 있는 무공이 완숙의 경지에 들어서면 깨달음의 벽과 마주할 수 있겠네.”
그 깨달음이 한 달 안에 올 수도 있고, 일 년, 십 년, 혹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깨달음의 벽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그렇다고 깨달음의 벽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니 그때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화린은 대충 대련이 마무리되어 가는 걸 보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대충 마무리 지어.”
화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서로 떨어져 호흡을 고른 후에 착검을 하고 가볍게 목례를 함으로 대련을 끝냈다.
“두 사람 다 이게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화린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머리가 달라져?”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척하면 착하고 알아들어야지.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줘야 하냐?”
두 사람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지었다.
“이리 와서 앉아 봐.”
화린은 두 사람을 향해 퇴청마루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왜, 할 말 있어?”
“전에 말했잖아. 대리명한 가주님께서 요마의 요기를 제거하고 순수한 기운을 흡수했다고 말이야.”
“그랬지.”
화린은 품에서 단약을 두 개 꺼내었다.
“이게 뭐야?”
“천옥보에서 독마의 독기를 제거하고 얻은 순수한 기운으로 만든 영약 정도라고 생각을 해.”
“영약?”
“내공증진은 물론 독에 대해서 조금의 내성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영약.”
두 사람의 눈이 영약을 향했다.
“대단하지.”
“그런데 왜 두 개야?”
“이 엉큼한 것들, 속으로는 자신들의 것이라는 걸 알면서 왜 물어? 다른 애들 건 못 만들었어. 그러니 너희 둘만 복용하고 입 닦아.”
두 사람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런데 그거 알아 둬야 해.”
“뭘?”
“이걸 복용해서 내공을 늘리는 순간 너희는 공범이 되는 거야.”
“공범?”
“당가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천옥보의 기능을 망가트린 그런 공범.”
“음…….”
화린이 이들에게 공범을 운운한 이유는 간단했다. 영약을 눈앞에 두고 포기할 무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만 발설치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 사실 물어보나 마나였다.
“나만 입 닫으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백군성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영약을 하나 집었다.
“사람 손 무안하게 만드네.”
이서원 역시 영약을 선택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 본 경험을 통해서 후기지수들에게는 통할 무공을 익히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성세대에게는 역부족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백대고수의 축에도 들지 못하는 소뇌음사의 승려들에게도 쩔쩔매는데 이름을 떨치고 있는 기성세대의 무인들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고, 하물며 무림백대고수들에게는 검조차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의 실력이라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화린은 이들의 선택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떻게 해 줄까? 너희들이 그냥 흡수할래? 아니면 내가 영약의 기운을 온전히 흡수하는 걸 도와줄까?”
“그걸 말이라고 해? 한배를 탔으니 함께 가는 거지.”
“그럼 장소를 옮기자.”
화린은 이들에게 지하 연무장으로 가자는 말을 했다.
“그렇게 해.”
화린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백군성이 사령심공을 운기하는 걸 기억한다면 백무기의 사령마공을 깨뜨릴 방법도 생겨나겠지.’
화린는 영약을 통해서 일석이조의 이익을 얻고자 하였다.
‘충분히 가능해.’
지하 연무장에 백군성과 이서원이 가부좌를 하고 있었고, 화린이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화린은 두 사람이 영약의 기운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 대가로 사령심공과 용마혈공의 경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를 하였다.
‘사령심공과 용마혈공은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내공심법은 혈과 혈맥을 통해서 순환하지만 사령심공과 용마혈공은 혈과 혈맥, 그리고 골수를 통해서 몸 전체를 순환한다.
‘골수를 통해서 기운을 운반하게 되면 뼈가 단단해지고, 내공의 이동이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골수가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화린은 사령마공이 왜 마공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지 단숨에 알 수가 있었다.
‘역혈근경환수의 비술이라면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만약에 대법이 성공한다면 사령심공은 또 다른 신공으로 탄생될 수도 있다.’
화린은 생각을 하면서도 운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고오오오옹!
두 사람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독마의 순수한 기운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화린의 관심은 이들보다 사령심공과 용마혈공에 집중되어 있었다.
‘문제는 역혈근경환수의 비술은 성인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성장을 시작하는 아주 어린 아이에게 대법을 시행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가 있었다.
‘돌아가면 소천이랑 소운에게 대법을 시술하고 무공을 가르쳐 준다면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야.’
두 사람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면서 신형이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화린은 그 모습에 눈을 살짝 좁혔다.
“아직 깨달음과 경험이 부족한 건가?”
두 사람은 화린의 예상대로 깨달음과 경험이 부족하여 마주한 벽을 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마주한 벽을 넘기 위해서 무수한 노력을 할 터이니 이들은 곧 그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도준이라면 능히 벽을 넘었을 텐데 아쉽네. 그나저나 친구들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 * *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살수계의 후기지수들은 몸도 마음도 지쳐 가고 있었지만 정신만큼은 이전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소기의 훈련성과를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들은 동굴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널브러져 있었는데 하나같이 힘겨운 듯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진짜 고생들 했어.”
이들을 인솔하고 있는 사도준이 함께 고생한 동료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환상이라고 하지만 그 환상 속에서는 환상이 아닌 진짜로 검이 복부를 파고들고, 팔이 잘리고, 목이 날아가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진짜 죽음이라는 것을 느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경험을 체험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이들이었다.
“일영이, 날아간 팔은 잘 붙어 있어?”
“네, 형님. 팔 병신이 되어 다음 시험을 받을 뻔했는데 다행히 시험에 통과하여 다음에는 멀쩡한 상태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영혼세미로진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부상당한 상태에서 다음 시험에 임해야 한다. 만약 전 시험에 죽게 되면 다음 시험에는 임할 수도 없게 된다.
자신은 죽은 상태에서 동료들이 싸우는 걸 지켜보아야 했고,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한 명씩 죽게 되어 모두가 죽게 되면 그제야 다시 부활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일찍 죽는 놈은 그만큼 실전 경험을 할 수 없고, 또 일찍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횟수가 많아질수록 자신은 이들 무리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두각도 나타낼 수가 없다.
이러한 사실을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은 이들은 팔다리 하나 날아가더라도 사는 쪽을 택했고, 그렇게 많은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유대감도 더욱 깊어졌고, 나의 이익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이들로 조금씩 변해 가고 있었다.
“현수는 어때? 견딜 만해?”
“네, 형님. 견딜 만합니다. 아니, 견딜 겁니다. 일단 버티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왜들 말씀을 안 해 주신 겁니까?”
“안 해 준 것이 아니라 말해 줄 시간이 없었다. 너도 안에서 경험해 봤잖아.”
지혈문의 낙영일은 핑계처럼 대답했지만 실제로 시험에 들어가면 딱 필요한 말만 할 뿐, 농담이나 사적인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
농담이나 사적인 대화는 주어진 시험에 통과한 후 반 시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때 할 말, 못 할 말을 다 했다.
그러는 와중에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한쪽으로 가서는 검을 들고 수련을 하였다.
“영우야, 좀 쉬자.”
“너희들은 쉬어. 난 너희들 보조하려면 한 번이라도 검을 더 휘둘러야 해.”
귀살문의 담영우가 수련을 시작하자, 몇몇이 일어나 함께 수련을 했고, 또 다른 이들은 가부좌를 하고 운기를 하였다.
이들을 인솔하고 있는 사도준은 이 모습을 보고 한 사람을 떠올렸다.
‘너 때문에 다들 강해진다. 우리가 수련을 마치고 무림으로 나가는 순간 더 이상 홀대받는 살수는 없을 거야.’
처음에는 이런 곳에 밀어 넣어 원망도 했지만 지금은 원망보다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곳에 들어오기 전보다는 몇 곱은 강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난 마주하고 있던 벽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벽을 만나기 위해서 나아가는 중이다. 이 모든 게 다 너의 덕분이다.’
사도준은 진심으로 화린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뎅… 뎅… 뎅…….
종소리가 동굴 안에서 울렸고, 수련을 하던 이들은 행동을 멈추었다.
“시간 없다. 얼른 밥 먹고 다른 시험을 준비한다.”
종소리는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사도준은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서로가 약속한 장소로 가니 음식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고생들이 많다.”
이들을 반기는 사람은 이도문이었다.
“고생이긴 한데 모두가 즐기고 있는 중이라 고생이라 말을 할 것도 못 됩니다.”
“그럼 다행이고. 종주님께서 너희들의 소식을 들으면 기뻐하실 거다. 마음의 짐도 조금 덜 수도 있고.”
“마음의 짐?”
“너희들한테는 힘든 시험이 될 것이라 하였고, 그러는 가운데 종주님을 욕하는 이들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하였다.”
“아…, 처음에는 많이 욕했습니다. 그런데 적응을 조금씩 하니 욕할 시간도 아까워서 수련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도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치거나 혹은 아픈 사람은?”
“없습니다. 아, 이번에 배영화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벽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도문의 눈이 커졌다.
“그래? 이거 흑막교주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소식이군.”
“그 외에도 지금 처음 마주하는 벽 앞에서 고심하는 이들이 제법 있으니 이곳을 나갈 땐 모두가 첫 벽을 넘지 않을까 합니다.”
이도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각 문파의 문주님들께 이 사실을 알려 주겠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생필품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생필품?”
“남자들끼리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여자들도 제법 있으니 의복을 시작으로…….”
사도준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였고, 이도문은 모든 것을 준비해서 다음에 전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
“그럼 저희는 다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생들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