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12)
구룡전기-212화(212/217)
구룡전기 (212)
화린과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 대리세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단리혁진은 대리세가의 소가주인 대리운과 함께 다니며 상인들과 만나 교류를 하면서 상인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변하였다.
사람은 살면서 기회가 몇 번 온다고 했고, 그 기회를 잡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고 말을 하는데 단리혁진은 지금이 그 기회 중 하나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단리혁진은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화린은 그런 단리혁진을 보며 이제는 객잔이 아닌 다른 것을 맡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소소에게 이야기하여 망하더라도 뭔가를 한번 해 보라고 해야겠어.”
사업이라는 것이 성공만 하는 것도 위험한 것처럼 큰 실패는 아니더라도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니 한번 단독으로 작은 일을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화린 장주님.”
별채에 화린을 찾아온 대리세가의 노복이 급하게 말을 전하였다.
“지금 금양상단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가주님께서 화린 장주님을 급히 찾으십니다.”
“아, 알겠습니다.”
화린은 대답과 함께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허엇!”
눈앞에서 사라지니 노복이 놀라 흠칫하였지만 무림인이라 생각하니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서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화린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대리세가의 내원의 가주전으로, 그곳에 많은 사람들의 기운이 서려 있어 모습을 드러내었고, 입구에서 자신이 왔음을 알리자, 곧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가주전의 응접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여인의 품에 이정문이 안겨 있었다.
아마도 그 여인이 지금 금양상단을 이끌고 있는 상단주 양자경인 듯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화린 장주님.”
화린을 본 양자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저희 아들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룡장주님.”
그녀는 이미 화린에 대해서는 들어 알고 있었다.
“주화린이라고 합니다. 운이 좋았던 겁니다. 페르단 왕국의 공주이신 나탈프샤 님과 함께 있어 다행히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화린은 이정문을 보았다.
“정문이는 좋겠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이정문의 입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네. 좋아요.”
“집으로 돌아가면 이제 조심해야 한다.”
“네.”
화린은 다시 양자경을 보았다.
“정문이가 특이체질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랬기에 소뇌음사의 승려들이 정문이를 노린 것입니다.”
“네에? 특이체질요?”
“환매지체라 하여 죽은 자의 혼을 소환시킬 수 있고 매개체로 쓸 수 있는 그런 육체를 뜻합니다.”
그 말에 양자경이 눈을 살짝 좁혔다.
“도사들이나 무당이 접신하는 것과 같은 건가요?”
“아닙니다. 그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상단주님께서 말씀하신 자들은 령매지체, 즉 혼을 잠시 불러 자신의 몸에 빙의를 시키는 것이지만 이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혼이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환매지체는 이정문의 혼을 몸속에서 빼낸 후에 죽은 자의 혼을 심어 죽은 자를 부활시킬 수 있는 그런 체질입니다. 그리되면 몸은 이정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의 인격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되는 겁니다.”
양자경은 이정문을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제일 좋은 건 다른 혼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신을 하거나, 부적을 써서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도사님들을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영험한 도사들이 많으니 그리 진행을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화린이 해 주면 되잖아. 나에게 해 준 것처럼 말이야.”
듣고 있던 나탈프샤가 화린에게 말하자, 양자경의 시선이 화린에게 향했다.
“공주님께 한 시술은 제가 페르단 왕국과 인연이 있어 도움을 드리는 측면에서 한 일입니다. 상단주님께서는 저보다 더 고명한 도사님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문신을 받거나, 부적, 혹은 신묘한 힘이 담겨 있는 신물을 구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화린은 괜히 자신이 나서서 똑같은 시술을 해 주었다가 앞으로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큰돈을 주고 했다며 사기꾼 취급을 당할까 싶어 아예 선을 긋는 것이었다.
“아들을 구해 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인 것입니다. 그러니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인지상정이라 하였습니다. 저에게 큰 도움을 주셨다면 저 역시 도움을 드리고 싶은 건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화린은 잠깐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는 금양상단은 병장기를 제작하여 군과 관에 납품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병장기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광물은 영천상단을 통해서 얻는 걸로 알고 있고요.”
“저희도 광산을 가지고 있지만 양질의 철을 구하기 힘들어 영천상단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영천상단과 계속해서 거래를 해 주십시오.”
“네에?”
“구룡장에서 개발하고 있는 광산이 있습니다. 우리는 광산 관리가 서툴러 그걸 영천상단에 맡겼습니다. 영천상단에서 광산을 개발하고, 광산에서 나오는 광물을 전량 매입해 주기로 계약을 하고 있어 상단주님께서 영천상단과 거래를 계속하시면 저의 광산에서 나오는 광물의 판매도 안정적이게 될 것이니 그리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광산을 개발하고 계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산서성 오태산에서 개발하고 있는 광산이 구룡장의 것입니다.”
“오태산 광산요? 그곳은 양질의 광물이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리고 영천상단에서 그곳을…….”
“제가 맡긴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알아보고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구룡장주님.”
“네, 말씀하십시오.”
“영천상단의 동서독을 너무 믿지는 마십시오. 그는 우리 상림에서도 말이 많이 나오는 자입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한번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설마 저의 것을 가지고 장난을 쳤겠습니까?”
화린의 말을 듣자, 양자경은 그제야 눈앞에 있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상기하였다.
“그렇겠군요. 목숨이 둘이 아니라면 감히 장난을 칠 수가 없겠군요.”
“둘이라도 장난을 못 치죠. 둘 다 죽기 싫을 테니 말이죠.”
“하긴, 그래도 상인은 늘 의심을 해 봐야 합니다. 돈 앞에서는 늘 이해타산을 따지는 사람들이니까요.”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그럼 저의 일이라 생각하고 발 벗고 도와 드리겠습니다.”
화린은 양자영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방금 하신 말씀 무르기 없깁니다.”
“네에?”
“저의 일을 상단주님의 일처럼 생각하시고 돕겠다는 말씀 말입니다.”
‘엉뚱한 면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
상림에도 구룡장주에 대한 소문이 어느 정도 퍼져 있어 양자경 역시 화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세상에는 참 미친 사람도 많다는 생각도 하였다.
“물론입니다. 비록 여자의 몸이나 상단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제가 한 말에는 책임을 집니다.”
“그럼 우리 앞으로 좋은 관계로 발전해 봐요.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던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저에게 살짝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쥐도 새도 모르게.”
화린은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였다.
“호호, 네. 잘 알겠습니다. 구룡장주님께서도 방금 하신 말씀 무르기 없깁니다.”
“물론이죠. 단 이유가 합당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요. 아들을 찾으러 왔다가 든든한 원군까지 얻으니 제가 많은 이익을 본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으니 제가 술을 한 잔 사고 싶습니다. 함께 나가시죠.”
“그리하시지요. 가는 길에 한 사람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누굴…?”
“단리세가의 사람입니다. 이제 사업을 막 시작하려는 친구입니다.”
양자경은 단리세가란 말을 듣자, 자신이 기억하는 그 단리세가를 말하는 것이냐는 눈으로 화린을 보았고, 화린은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단리세가라……. 그리하시지요.”
* * *
산중에서 치열한 싸움이 있었는지 죽은 자들의 시체가 곳곳에 있었고, 힘겨운 듯 거친 숨을 쉬는 자들도 있었다.
“괜찮나?”
페르단 왕국의 왕궁 경호대 소속의 경호 무사들은 납치당한 공주를 찾기 위해서 중원으로 들어왔다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사천의 당가와 오해가 생겨 이들은 당가의 무사들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이미 그들과 오랫동안 싸우면서 경호무사가 넷이나 죽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책임자인 알샤드는 있어야 할 왼팔이 어깨까지 통째로 잘려 나가 있었다.
이들은 힘겹게 당가의 무사들과 싸우며 그들을 피해 다녔는데 자신들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고는 귀신같이 찾아와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렇게 이들은 부상당한 몸으로 몇 날을 도망 다니며 싸우는 중이었는데 지금도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자들을 만나 싸운 직후였다.
“헤이먼이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알샤드는 헤이먼이 부상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그의 상처를 살폈다.
“빌어먹을.”
“상처가 너무 깊어 그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미안하다, 헤어먼.”
헤이먼은 고통을 참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는데 그 고통이 얼굴 전체로 표현되었다.
“우리가 살아서 왕국으로 돌아간다면 전하께 알려 반드시 복수를 해 주마.”
알샤드와 경호대 소속 무인들은 또 한 명의 동료를 잃었다는 사실에 가슴에서 들끓는 분노가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자신들을 공격한 가문으로 달려가서 칼부림을 하고 싶지만 당장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부스르럭!
그때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들은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잠시 후, 그곳에서 한 사람이 두 손을 들고 나왔다.
“혹시 페르단 왕국의 경호대 소속 무사들이 아니오?”
그 사람의 입에서는 중원어가 아닌 페르단 왕국의 언어가 흘러나왔다.
“그렇소. 당신은 누구요?”
“제대로 찾았나 보오. 나는 명령을 받고 당신들을 찾아온 송칠이라고 하오.”
“송칠?”
“하오문의 사람이오. 당신을 찾아 지부로 데리고 오란 지부장님의 명령이 있었소.”
“하오문? 지부장?”
이들이 중원에 대해서 말이 알지 못하니 송칠이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 명왕은 아시오?”
“명왕 님을 말씀하시는 거요?”
“그 명왕이 그 명왕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분께서 나탈프샤 공주님을 찾았다고 하오.”
“그게 정말이오?”
“거짓이면 내가 이 사실을 어찌 알겠소. 명왕이라는 분께서 말씀하시길 나탈프샤 공주님은 무사하니 본문의 지부에서 당신들을 찾아 당가로부터 보호하고 있으라고 하였소.”
-당가를 아나? 너희 왕국으로 치면 권세가문이야.
알샤드는 화린이 자신에게 당가를 언급했던 이야기를 상기하였다.
“검을 거두어라.”
알샤드는 송칠의 말을 믿기로 하고는 검을 거두었다.
송칠은 이들이 검을 거두자, 다가와서는 쓰러져 있는 헤이먼을 보았다.
“상처가 깊구료. 얼른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 빨리 이동합시다.”
“어디로?”
“일단 분타로 가서 이 사람 상처부터 살펴야겠소. 혹시 이동 중에 충격으로 인해서 죽을 수도 있으니 정말 조심해서 살살 옮기시오.”
“알겠소. 이리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는 결코 잊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