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13)
구룡전기-213화(213/217)
구룡전기 (213)
대리세가의 일을 잘 끝낸 화린과 그 일행들은 아직 부상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대리세가를 떠나 사천으로 왔다.
백군성과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은 사천의 사혈맹 지부로 갔고, 화린은 하오문의 사천지부인 화련화루로 갔다.
화린이 나탈프샤와 함께 화련화루의 별채로 가니 그곳에 페르단 왕국의 경호대 소속 무인들이 쉬고 있었다.
“알샤드!”
나탈프샤가 알샤드를 보고는 반가워 그를 크게 부르며 그에게 달려갔다.
“나탈프샤 공주님!”
그는 나탈프샤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탈프샤는 그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는데 조금 이상하여 알샤드를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왼팔이 없었다.
“알샤드, 왜 팔 없어?”
화린은 알샤드뿐만 아니라 다른 무인들을 보니 크고 작은 부상들을 입은 상태였다.
“왜 이렇게 되었어.”
나탈프샤가 되묻자, 알샤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괜찮다고 말을 하였다.
“다른 대원들은 어딨어?”
화린이 묻자, 알샤드는 머뭇거렸다.
“어디 있냐고!”
화린이 다그치자, 알샤드는 그동안 중원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화린에게 하였다.
“그러니까 내가 분명 경고를 하였음에도 당가가 너희들을 죽이려고 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명왕님.”
“나쁜 사람들이야.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왕국의 사람들을 죽이려고 해. 내가 돌아가면 아바마마께 말씀드려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아닙니다, 공주님. 저희는 공주님께서 무사하신 것만으로도…….”
“아니야. 나를 찾기 위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온 그대들이야. 그런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그대들이 죽었어. 그러니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나를 납치한 자들도, 또 그대들을 죽이려 했던 자들도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해. 내가 용서치 않을 거야.”
단순히 어린 치기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국의 공주로서 그녀의 강한 의지를 담긴 말이었다.
“내 이것들을…. 나탈프샤, 넌 알샤드와 왕궁 호위대와 함께 여기에 있어.”
“화린은 어디 가게?”
“내가 가서 그 새끼들 다 죽여 놓고 올게. 그래서 내가 멱살 끌고 와서 너희들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게 만들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나탈프샤는 화린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해 줄 것이라 믿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화린이 가서 혼내 줘. 왕국을 위험하게 했던 그놈들을 혼내 준 것처럼 가서 혼내 줘. 그리고 그 가문의 사람을 내 앞에 데리고 와.”
“알았어. 알샤드, 공주님 잘 지키고 있어라.”
“옛!”
* * *
화린은 당가로 가기 전에 먼저 흥친왕부로 가서 흥친왕 주영국을 만났다.
혹시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으니 흥친왕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았느냐?”
“실은…….”
나탈프샤의 납치 사건과 당가의 천옥보 도난 사건, 그리고 당가와 페르단 왕국 무사들의 다툼에 대해서 소상히 알렸다.
“음. 나탈프샤 공주가 그리 말을 하였다고?”
“그렇습니다. 비록 공식적인 공무는 아니지만 공주를 찾아 중원으로 들어온 페르단 왕국의 무사들을 일개 가문이 황궁의 허락도 없이 죽였습니다.”
“음…….”
“사실과는 다르나 납치된 공주가 중원에 있었고, 그녀를 구하러 온 무사들이 당가에 죽임을 당했으니 페르단 왕국에서 억지를 부려 외교 문제로 삼으려면 충분히 삼을 수가 있습니다.”
중원의 입장에서 페르단 왕국이 두려운 건 아니지만 외교로 문제로 번지면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
“그냥 나탈프샤 공주와 경호대 소속 무사들을 모두 죽인다면?”
“조용해질 것입니다. 페르단 왕국에서도 미제 사건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대리세가와 금양상단, 그리고 사혈맹의 근간이 되는 십이사가의 소가주들이 나탈프샤를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상인인 대리세가와 금양상단은 페르단 왕국과 거래를 할 수 있으니 그때 나탈프샤 공주의 이야기가 왕궁으로 들어간다면 지금보다 더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주영국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넌 왜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서 이 숙부의 머리를 아프게 하느냐?”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도 먹고살려고 대리세가에 담보로 받은 전답을 판다고 해서 갔다가 이리된 것이 아닙니까?”
“너는…….”
“그러면 흥친어림군의 군량미도 구룡장에서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럼 제가 어디 안 돌아다니고 가만히 구룡장의 일만 하겠습니다.”
“이제는 숙부를 겁박까지 하느냐?”
“제 말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알았다. 그 문제는 생각해 보자. 안 그래도 형님께서 네가 납품한 곡물의 질이 좋다고 하시더구나.”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지?”
“페르단 왕국은 중원의 입장에서 보면 귀중한 우방이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그 당시에 맹호사사혈전대를 파견하신 것 아닙니까?”
“그렇다. 페르단 왕국은 주변 왕국들이 연합하여 성장하는 걸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색목국에도 많은 왕국들이 있고, 그들 왕국이 서로 힘을 합쳐 거대 왕국, 즉 제국으로 거듭나면 중원의 안전도 장담을 할 수 없기에 중원의 입장에서는 페르단 왕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중원의 입장에서는 힘과 세력이 강성한 제국이 등장하는 걸 원치 않는다. 만약 페르단 왕국이 중원에 등을 돌린다면 우리는 십 년 안에 거대한 제국과 대립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가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주장과 그들의 주장이 다를 수 있으니 이를 두고 강제로 일을 처리한다면 무림이 반발할 수도 있다.”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마치 이런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화린은 입을 열었다.
“그럼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뒷말이 나오지 않게 정리를 하겠습니다.”
“네가?”
“제가 이런 거 정리하는 데 전문이지 않습니까? 숙부님께서 저를 그렇게 키우셨습니다.”
맹호사사혈전대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어찌할 생각이냐?”
“다시는 당가가 함부로 나서지 못하게만 만들어 놓겠습니다. 나탈프샤도 만족하여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주영국은 화린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가 마음에 걸렸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일 처리를 맡겼다.
“심하게는 다루지 말았으면 하는구나.”
상대가 무려 당가임에도 불구하고 화린을 걱정하기보다는 당가가 걱정되어 살살하라고 말을 하였다.
“나중에 장수들을 당가로 보내어 정리를 해 주십시오.”
“그리하마.”
* * *
해가 중천을 지나 조금 기울었을 무렵 당가의 무인들은 석식을 먹은 후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그때!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당가의 굳건한 대문이 박살 나면서 산산이 부서져 파편들이 당가의 안쪽으로 날아갔다.
파편들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흉기가 되어 당가의 뜰에서 쉬고 있던 당가의 무인들을 덮쳤는데 그들은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대문의 파편에 맞아 바닥에 나뒹굴어야 했다.
“본 장의 보물을 훔쳐 간 당천기, 이 새끼 어디 있어!”
입구로 들어서며 외치는 화린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드러내자, 주변의 공기마저 차갑게 식어 버렸다.
“웬 놈이냐!”
화린은 자신의 앞을 막는 당가의 무사들을 보고 귀찮다는 듯 손짓을 하였다.
강력한 손바람이 일어나 막아선 당가의 무사들을 때렸고,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른 채 뒤로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당천기, 좋은 말 할 때, 본 장에서 훔쳐 간 보물을 내놔라. 안 그러면 당가는 오늘 사라진다.”
화린이 분노하여 막무가내로 외치자, 당가의 무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어떻게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시X, 안 나온다 이거지.”
화린은 움직이자, 당가의 무인들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 무력으로 저지하려 했다.
“쳐라!”
화린을 향해 당가의 무사들이 공격했고,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쉐이이익!
허공을 가르며 수많은 암기들이 화린을 향해 쇄도하였는데, 화린이 손을 앞으로 내밀어 뭔가를 옮기는 시늉을 하자, 날아오는 암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퍼어억!
화린의 주먹이 한 무사의 복부를 파고 들어갔다.
“커어어억!”
그는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서 축 늘어져 버렸다.
이를 시작으로 화린은 당가의 무사들의 복부를 사정없이 공격하여 쓰러뜨렸는데 공격당한 무사들은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언제까지 숨어 있는지 보자.”
화린이 왼손을 이용해 허공에서 검을 꺼내어 당가의 뜰 가운데 크고 무성하게 자란 당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쉐이이이익!
검에서 강력한 검기가 뻗어 나와 당나무의 밑동을 사선으로 지나갔다.
휘리리링… 휘리링…….
바람이 불자, 당나무가 미끄러져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어… 어… 당나무가 쓰러진다!”
쿠우우우웅!
당나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자욱한 먼지를 일으켰다.
당나무는 민간에서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나무인데 당가에서는 쓰러진 당나무를 상징목으로, 당가가 도강언의 당가타에 자리를 잡을 때 함께 심어 성장을 해 온 나무였다.
그런 당가의 상징목이 단칼에 베어졌으니 당가 무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
“놈을 죽여라.”
화린은 이들이 분노를 하든 말든 상관치 않고 오직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만 했다.
당가는 암기와 독뿐만 아니라 일반 무공도 뛰어났는데 그 무공의 원류가 옛날 의원을 하면서 죽은 무인들에게서 얻은 무공들이었고, 그 무공들을 발전시켜 지금의 당가의 무공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암기를 던져도 허공에서 사라지니 당가의 무사들은 직접 검을 들고 공격하였고, 화린은 이런 당가의 무사들을 맨손으로 상대했다.
당가의 무사들은 익힌 무공을 최대한 발휘하여 화린을 공격해 보지만 이들의 차이는 너무나 극명했다.
“커어어억.”
화린은 이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내고 주먹을 휘둘렀는데 화린에게 당한 당가의 무사들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몸을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소란이 크게 일자, 당가의 사람들이 몰려나왔고, 그들은 쓰러진 당가의 무사들과 당나무를 보고 화린을 향해 도검, 암기 등을 이용해서 공격하였다.
누군가가 이들의 싸움을 보았다면 당가의 무인들을 보고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부나방과 같다고 표현을 했을지도 모른다.
당가의 무인들은 수가 많았지만 화린 한 명을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멈추어라.”
허공에 우렁찬 목소리가 퍼져 나왔고, 당가의 진짜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내원의 고수들을 비롯하여 당가의 요직에 있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화린은 그들의 등장에 콧방귀를 뀌며 자신을 공격하려 했던 당가의 무인들을 향해 손을 썼다.
“이놈이!”
이 모습을 본 당가의 암연대 부대장인 당민이 화린을 향해 도약하여 손바닥을 뻗었다.
당가가 자랑하는 삼양신장이었다.
화린은 그런 당민의 행동을 비웃고는 그의 손바닥을 향해 오른손을 움직였다.
짜아아악!
두 개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당민은 자신의 삼양신장에 화린의 오른손이 부서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드러났다.
화린의 오른손바닥에 의해 당민의 손바닥이 완전히 꺾여 허연 뼈가 드러날 정도 부서졌다.
“크아아악!”
당민이 순간 고통에 비명을 지르자, 듣기 싫다는 듯 화린은 왼손으로 그의 복부를 강하게 때렸다.
파지직!
그 순간 화린의 기운이 왼손을 타고 당민의 몸속으로 침투에 들어가 그의 단전을 부숴 버렸다.
“커어억!”
당민 역시 몸을 부르르 떨며 바닥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누구 하나 말리거나 도와줄 틈이 없었다.
화린은 이들의 목숨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단전을 부숴 영원히 내공을 익힐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무인에게 있어서 어찌 보면 목숨을 빼앗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기도 하였다.
화린은 그럼에도 자신이 하는 행동에 있어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본 장에서 훔쳐 간 보물을 안 가지고 오지?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