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14)
구룡전기-214화(214/217)
구룡전기 (214)
당가의 외원은 풍비박산이 나 있었다.
잘 가꾼 정원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트러져 있었고, 바닥은 여기저기 움푹 파여 엉망이 되어 있었다.
무인들이 무공을 익히는 연무장은 다 파헤쳐졌고, 진열해 놓은 병장기들은 사방에 부서진 채 흐트러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가의 무인들은 곳곳에 쓰러져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이런 풍비박산 가운데 우뚝 선 한 사내가 있었고, 그와 떨어진 곳에 경악과 두려움, 그리고 공포로 물든 이들이 서 있었다.
“대체 무슨 보물을 훔쳐 갔다고 그러는 거요.”
“당천기, 네놈이 훔쳐 갔잖아.”
“내가 섬서성의 구룡루에 간 적은 있소. 하지만 구룡장에는 가지 않았소.”
“그래. 당신이 구룡루에 다녀간 뒤에 본 장의 보물이 없어졌어. 그리고 당신이 황급하게 본루를 빠져나간 것을 본 사람이 수십이 넘어.”
“그건 내가 돈을 다 잃어…….”
“그따위 변명에 내가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해? 좋은 말 할 때 내놔라. 안 그러면 오늘 당가는 무림에서 사라진다.”
화린이 엄포를 놓자, 모두는 당혹스러운 표정들을 지었다.
“정말 나는 모르는 일이오.”
당천기는 억울하다는 듯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였지만 화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 시X, 그럼 죽어야지.”
화린이 다시 움직이자, 당가의 장로들이 화린을 막아 세웠다.
“너희들이 나를 막는다고 내가 막힐 것 같아?”
화린의 양 손바닥이 허공을 십수 번 때렸다.
일종의 격공장으로 소수분광장이라는 장법이었다.
퍼어억… 퍽… 퍽… 퍽…….
당가의 장로들 역시 화린의 소수분광장에 대항하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지만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백대고수 두 명을 상대하였다고 하더니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 자로구나.’
장로들은 화린의 소수분광장에 밀려 물러났고, 화린은 곧장 당천기를 향해 쇄도하였다.
“물러서라!”
화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당천기의 앞에 당도하여 손을 썼다.
당천기 역시 무공을 익히고 있어 화린의 공격을 막아 보려고 하였지만 무의미한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화린의 오른손이 빛과 같은 속도로 당천기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고 그런 후 왼손바닥이 당천기의 가슴을 때렸다.
“크아아아악!”
당천기가 화린의 장력에 맞아 그 자리에서 몸이 ‘부웅’ 뜨더니 뒤로 날아가 담장에 부딪친 후에 떨어졌다.
“쿨럭!”
당천기의 입에서 피를 쏟아낸 후에 기절해 버렸다.
“소가주!”
장로들이 놀라 화린을 지나쳐 당천기에게 가려고 할 때, 화린이 이들을 막아선 후에 공격하였다.
“이놈!”
장로들은 당천기가 쓰러지자 분노하여 화린을 공격하였고, 화린은 이들의 공격을 받아낸 후에 반격을 했다.
“커어어억…, 으윽…, 아악…….”
화린의 공격에 당해 사방으로 날아간 이들은 바닥에 볼썽사납게 나뒹굴었다.
“이놈!”
노성과 함께 중년을 넘긴 사내가 화린을 향해 쇄도해 왔는데 화린은 그를 보고 격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고는 그 자리를 피했다.
콰아아아앙!
화린이 있던 자리에 폭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을 흩어졌다. 움푹 팬 곳의 색이 새까맣게 변한 걸로 봐서는 독공을 사용한 듯하였다.
사내는 화린이 물러나는 것을 보고 곧장 따라붙어 손을 썼다.
“독왕?”
화린은 지금 나타난 상대가 독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물러나지 않고 그와 싸웠다.
무림십대고수 중 한 명인 독왕 당사옥은 독중지체를 이룬 자이기도 하였다.
무림에서는 그를 독중독인이라 부르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중독시킬 수가 있어 그의 곁에 가는 것을 꺼렸다.
그런 그가 나타나 화린을 향해 출수를 하자, 주변이 독으로 넘실거렸다.
쓰러져 있는 당가의 무인들이 당사옥의 독에 중독되어 얼굴의 색이 조금씩 변해 갔다.
“주변에 부상당한 무사들이 수두룩한데 앞도 뒤도 생각지 않고 독으로 지랄 발광을 하고 있으니. 이놈도 제정신이 아닌 놈이군.”
독왕은 화린의 말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네놈을 죽인 후에 내가 독을 모두 제거하면 그만이다.”
“그 전에 저들이 죽어.”
“오냐. 그럼 누가 먼저 죽는지 한번 보면 되겠구나.”
“이래서 명성을 얻은 놈은 자신밖에 모른다는 말이 나오지. 좋아,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는데 저들을 죽인 건 당신이야.”
독왕의 독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협적일지 몰라도 화린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독왕에게 독을 제외시킨다면 그는 무림백대고수 중에서도 한참 아래 순위에 위치할 수준이었다.
그런 그를 상대하는데 화린이 두려울 건 하나도 없었다. 화린은 단숨에 끝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화린은 일부러 위태위태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독왕의 공격을 흘리거나 피해 내며 시간을 끌었다.
독왕은 화린을 한 줌의 혈수로 녹여 버리려고 하였으나,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니 초조해지는 건 화린이 아닌 독왕이었다.
화린이 뜰을 돌아다니며 독왕의 공격을 피하는 바람에 뜰에 쓰러져 있는 수십, 아니 백 명은 족히 되는 당가의 무인들 모두가 독에 중독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들 중에는 소가주인 당천기도 있었고, 장로들은 물론 당가의 주요 인물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만약 이들이 모두 죽게 된다면 당가는 단기간에는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놈,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각이냐?”
독왕은 노성을 터뜨리며 화린을 자극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화린이 독왕을 도발하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들이 다 죽는데 내가 왜 당신과 싸워야 하지? 저들 다 죽은 후에 당신과 싸워도 나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
독왕이 뿜어내는 장력이 화린이 피할 수 있는 방위를 점하여 사방에서 몰아치며 압박을 하자, 화린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형환위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이동법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사황 백무기의 이령보와 비슷한 원리의 움직임이었다.
화린은 그렇게 압박에서 벗어나 독왕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손바람이 일어나며 독왕의 주변에 있는 독의 기운을 사방으로 퍼뜨려 쓰러진 자들의 중독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독왕은 점점 급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을 면치 못할 것 같아서였다.
‘이대론 놈을 잡을 수 없다.’
독왕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그 자리에 서서 내공을 운기하였다. 그러자 당가의 뜰에 퍼져 있는 독이 독왕에게로 모여들었다.
독중독인이란 말이 거짓은 아닌 듯 독의 방출과 흡입을 자유자재로 하는 독왕이었다.
“내가 그걸 그냥 보고 있을 것 같아?”
화린은 허공에서 검을 뽑아낸 후에 당사옥을 향해 휘둘렀다.
쉐이이이익!
검강이 빛과 같은 속도로 당사옥에게 날아갔고, 당사옥은 당황하여 그 자리를 피했다.
파앗!
이제까지 소극적이었던 화린이 본격적으로 독왕을 향해 공격하자, 독왕은 주변의 독을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화린의 공격을 피해 움직여야 했다.
“이놈이!”
검게 변한 당사옥의 손이 화린의 검과 마주쳤다.
쩌어어어엉!
두 사람의 사이에서 일어난 기운의 충돌은 이전의 충돌보다는 더 강력하였는지, 기운의 파장이 동심원을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쓰러져 있는 당가의 무인들을 덮쳤다.
“이… 이……!”
화린은 독왕이 공세로 전환하자, 다시 뒤로 물러나며 그를 피하였고, 그가 독기를 회수하려고 하면 공격하여 독기를 회수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치고 빠지는 싸움을 이어 가고 있을 때, 당가의 무사들은 독에 의해 목숨을 잃는 자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한 명씩, 한 명씩 독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모습에 독왕의 분노는 극에 다다랐고, 마치 이성을 잃어버린 것처럼 미쳐 날뛰었다.
자신의 안위는 생각지도 않고, 화린을 향해 마구잡이식으로 공격을 하는 독왕의 모습을 보고 화린은 눈을 좁혔다.
‘독중독인이라고 하였는데, 실은 독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건가?’
화린은 미쳐 날뛰는 당사옥의 손을 피해 가며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천옥보가 필요했던 것인가?’
화린은 허공에서 천옥보를 꺼내어 손에 쥐고 당사옥의 공격을 피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당천기의 곁으로 갔을 때, 재빨리 그의 품속에 천옥보를 넣어 두었다.
독으로 인해서 뇌에 이상이 생긴 당사옥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오직 화린을 향해 공격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퍼어어엉!
두 개의 기운이 충돌하면서 그 여파로 당가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건…….’
화린은 독왕과 싸우면서 당가의 뜰에 퍼져 있는 독기운이 당천기가 있는 곳으로 몰리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천옥보가 뜰에 퍼져 있는 독기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독마의 독기를 완벽하게 제거하였음에도 천옥보는 피독주의 효과를 잃지 않고 독을 흡수하여 제거했다.
이성을 잃고 중구난방으로 날뛰던 독왕 역시 천옥보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고개가 당천기에게로 향하더니 그를 향해 쏜살처럼 다가가 품에서 천옥보를 꺼내었다.
“이게 어찌…….”
천옥보가 당사옥의 독기를 흡수하면서 잃었던 이성을 다시 찾게 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화린은 독왕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아내었다.
‘그는 완전한 독인이 아니다. 그렇기에 피독주인 천옥보가 필요했다.’
화린은 확인을 위해서 당사옥을 공격해 보았다. 독왕은 천옥보를 한 손에 쥐고 화린의 공격을 막아 내며 반격까지 하였는데 확실히 조금 전 막무가내였던 행동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천옥보를 이용하여 흡수했던 독을 뿜어내거나, 다시 거두어들이는 것도 자유자재로 하였다.
천옥보가 피독주의 역할도 하지만 독왕 당사옥에게는 하나의 무기도 되는 셈이었다.
화린은 독왕 당사옥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으니 화근을 없애기 위해서 손을 썼다.
“이제 끝내자.”
화린은 당사옥의 손에 들려 있는 천옥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독왕 역시 단숨에 화린을 끝장내 버릴 생각으로 천옥보를 앞으로 내밀어 독을 화린에게 쏟아 내었다.
시꺼먼 연기가 화린을 덮쳤고, 그 속에서 새하얀 소수가 천옥보를 강하게 때렸다.
쩌어어어억!
천옥보에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당사옥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소수신공… 네놈이 어떻게!”
화린은 대답 대신 왼손을 당사옥의 심장이 있는 곳에 가져다 놓았다.
퍼어어어엉!
내가중수법을 사용하여 당사옥의 심장을 그대로 터뜨려 버렸다.
“커어어억!”
그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독을…….”
“난 만독불침이거든. 처음부터 당신은 나의 상대가 되지 못했어.”
당사옥은 눈을 좁혔다.
“앞으로 당가는 사천에서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할 거야. 내가 남은 놈들도 저렇게 만들어 줄 테니까.”
당사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고개가 옆으로 꺾이며 쓰러졌다.
그때였다.
두두두두…….
많은 인원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무장을 한 군인들이 당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전쟁터보다 더 처참한 광경을 두 눈으로 확인하곤 놀라 흠칫하였다.
“구황…….”
-구룡장주라 불러 주세요.
천호대장군 군상천이 화린을 부르려다 전음을 듣고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구룡장주께서 이리 만든 것이오?”
“그렇습니다. 이들이 본 장원의 보물을 훔쳐 가서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고, 심지어 저를 죽이려 하였으니 제가 손을 썼습니다.”
“음…….”
“그런데 천호대장군께서는 어인 일로 무가에 군사들을 이끌고 오신 겁니까?”
화린이 묻자, 군상천은 외교적인 문제라 말하며 군사들에게 당가의 가주인 당문수를 데리고 오라고 전하였다.
군사들이 내원으로 들어간 후, 잠시 후에 사람들이 나왔는데 당문수는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이들만 나왔다.
그들은 외원의 처참한 모습에 눈을 찌푸리다 쓰러져 있는 당가의 무인들과 독왕의 모습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숙부님!”
독왕에게 달려가 그를 안아 일으키는 당영기는 차갑게 식어 있는 당사옥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고개가 화린을 향해 돌아갔다.
“당문수는?”
“정천맹에 갔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지금 이곳에 있는 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자가 누구지?”
당영기가 천호대장군인 군상천을 보았다.
“접니다.”
“그래? 그럼 지금 정천맹에 가 있는 당문수에게 그대들이 페르단 사신들을 죽여 지금 심각한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 같으니 당장 와서 해명하고, 사죄하라고 전하라.”
“네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너희들의 보물을 훔쳐 갔다고 오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들었다. 그들은 분명 오해라고 알렸음에도 너희들이 듣지 않고 죽이려 하였다고 들었다.
당영기는 군상천이 말하는 그들이 천옥보를 훔쳐 간 자들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이 본 문의 천옥보를 훔쳐 갔습니다.”
“천옥보? 저거 말하는 건가?”
화린이 깨어져 조각이 난 천옥보를 가리켰다.
“이게…….”
“당천기의 품속에 있더군.”
당영기는 화린의 말에 뭐라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페르단 왕국의 공주가 본 왕부에 와 있으니 속히 와서 사죄하라 전하라. 그렇지 않으면 본 왕부에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서 당하는 모든 불이익은 당가의 몫이 될 것이다.”
당천기는 군상천의 말을 들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분명 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