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16)
구룡전기-216화(216/217)
구룡전기 (216)
명왕
당가의 가주인 당문수는 흥친왕부로 와서 나탈프샤에게 고개를 숙여 잘못을 인정하고 그녀에게 용서를 비는 중이었다.
“본가에서 오해를 하여 위협을 가한 건 명백한 본가의 잘못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벌을 내리시면 어떠한 벌이라도 받겠습니다.”
당문수는 흥친왕 주영국에게 바짝 고개를 숙였다. 무림에서 제법 힘을 쓰는 가문이라고 해도 어디 흥친왕부에 비할까?
“이리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니 용서해 주는 것이 어떠하냐?”
주영국은 나탈프샤에게 물었다.
“용서를 하는 건 제가 아니라 나의 왕국의 백성이자, 나의 호위 무사들이 하는 것입니다.”
어린 꼬맹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나탈프샤의 언행과 생각이 너무도 깊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니 이렇게 오해를 푼 것만으로 족합니다.”
“알샤드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렇습니다, 공주님.”
“다른 사람들은?”
“저희 역시 알샤드 대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
나탈프샤는 이들의 의견을 듣고 주영국에게 말하였다.
“모두가 착해서 오해를 푸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저들에게 배상을 받을 생각입니다.”
“배상?”
“왕국의 무사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고, 자식이며 형제입니다. 그런 그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될 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해야 합니다.”
주영국은 똑소리 나게 말하는 나탈프샤가 정말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생겼다.
“그래서 얼마나 받을 생각이냐?”
“죽은 무사들은 금 이천 냥, 팔을 잃은 알샤드에게는 금 천 냥, 그리고 부상을 당한 이들에게는 정신적인 보상으로 금 오백 냥은 받아야 할 것입니다.”
주영국은 자신이 생각해도 합당하다 여기고 당문수에게 물었다.
“이리 배상을 해 준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당연히 배상을 해 드려야지요. 공주님의 은혜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라. 배상금은 내일까지 왕부로 가지고 오라.”
“그리하겠습니다.”
당문수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나탈프샤는 내일 배상금을 받으면 본 왕부의 무사들이 페르단 왕국까지 경호하여 갈 것이니 그리 알고 왕부에서 지내도록 하여라.”
“네, 흥친왕 전하.”
큰 사건이었지만 다행히 잘 해결된 것 같아 흥친왕 주영국은 안심하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화린에게 일을 두 번 맡겼다간 나라도 박살이 나겠구나. 다음부터는 화린에게 맡길 일이 있어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구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는 화린이 찾아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주화린 구룡장주가 전하를 찾아왔습니다.”
“안으로 들라 하라.”
문이 열리고 화린이 안으로 들어오자, 나탈프샤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일이 잘 해결된 모양입니다.”
“응, 배상금을 받아 내기로 했고, 그 배상금으로 죽은 무사들의 가족들과 알샤드, 그리고 호위 무사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어.”
“잘하셨습니다. 자고로 군주란 나보다 아랫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보살펴야 존경을 받는 법입니다.”
“나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구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숙부님.”
“이리 와서 앉아라.”
화린이 자리에 앉아, 주영국은 나탈프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말했다.
나탈프샤가 경호무사들을 데리고 응접실을 나가자, 주영국이 화린을 향해 잔소리를 퍼부었다.
“일을 처리하러 갔으면 조용히 처리할 것이지 그리 난리를 피웠던 것이냐? 몇 사람이 죽었는지 아느냐?”
“제가 죽인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들의 단전을 부숴서 내공을 익히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럼 그 많은 이들을 누가 죽였단 말이냐?”
“독왕이라는 자가 저를 죽이기 위해서 독공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는 당가의 무사들도 중독된다는 걸 알면서도 독공을 사용하였기에 피해가 이리 크게 난 것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사실입니다. 그는 독을 하독할 수도 있고, 흡독할 수도 있으니 저를 죽인 후에 중독된 당가의 무인들의 독을 흡독하여 그들을 살릴 생각을 하였습니다.”
“음…….”
“그는 자신의 명성을 믿고 경솔한 행동을 하였고, 그로 일어난 참사입니다.”
주영국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사천의 정파를 책임지고 있는 당가가 저리되었으니 앞으로 사천무림이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너라면 충분히 조용히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리 일을 크게 벌인 것이냐?”
주영국은 호통을 쳤다.
“전쟁터가 아닌 이상 네가 그들보다 강하면 강자의 면모도 보여야 할 것이 아니더냐?”
“숙부님, 저에게는 강자의 면모나, 강자의 여유를 보이기보단 내 식솔들이 무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뭐라?”
“강자의 여유, 면모? 그런 건 나 혼자 있을 때나 가당한 일입니다. 구룡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래저래 하면 칠백 명이 넘습니다. 어설픈 자비로 그들이 보복에 나서면 나의 장원에서 일하는 이들이 다치거나 죽습니다.”
주영국은 화린을 보았다.
“제가 경험한 무림은 그런 곳입니다. 제가 약하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까지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다 죽이고, 힘으로 누르는 패왕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냐?”
“패왕, 선왕, 마왕!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먼저 안전해야 하고, 그 후에 선행, 자비, 배려, 희생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영국은 화린의 말을 듣고 전쟁터에서 몸에 밴 습관으로 인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일 생각이냐?”
“무림십대고수인 독왕을 이겼습니다. 그 말은 제가 무림십대고수 중 한 명이 되었다는 말이고, 이제는 무림에서 저에게 검을 겨눌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 끝난 것이냐?”
“그건 알 수 없지만 분명 무림은 예전과 달리 저를 생각할 것이고, 저에 대한 공격이나 음모, 계략들은 심사숙고하게 될 것입니다.”
주영국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업은 내가 짊어져야 할 멍에와 같은 것이다. 악업 중에 가장 무거운 업이 살업이라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손을 쓸 때는 부디 신중하기를 바란다.”
“그리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화린을 보는 주영국은 그에게서 당금 황제의 모습을 보았다.
“이놈아, 무림인들도 형님의 백성들이다. 그들을 잘 인도해야 할 의무가 너에게 있음을 꼭 명심하여라.”
* * *
화린은 흥친왕 주영국에게 잔소리만 듣고 나와 기분이 언짢았다.
“일 처리를 깔끔하게 했으면 칭찬을 해 줘도 부족할 것을.”
화린은 흥친왕부를 나와 대로를 걸으며 혼자 투덜거리며 거리를 걷고 있는데 사방에서 강력한 살기와 함께 투기를 느꼈다.
그와 동시에 허공을 가득 메운 암기가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화린은 암기가 쇄도해 오는 기운을 느끼고는 그 자리를 피했다.
파아아아앗!
“아악… 윽… 아악… 커어어억.”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였기에, 화린이 자리를 피하자 암기는 대로를 걷고 있는 엄한 사람들에게 날아가 그들의 몸을 관통하였다.
“싸움이다. 피해라!”
대로를 걷던 사람들은 황급하게 사방으로 흩어져 주변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고, 암기에 맞고 쓰러진 사람들 역시 전장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화린이 다른 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단의 무인들이 나타나 화린을 향해 도약하며 암기를 뿌렸다.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나타나 암기를 뿌리니 달아날 곳도 마땅치가 않았다.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나면서 손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갔는데 화린의 정면에서 날아오는 암기가 거짓말처럼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파아아앗!
화린이 서 있던 자리에 무수한 암기들이 박혔다.
“돌려주마.”
화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암기를 뱉어내었는데 마치 열화통을 사용하여 암기를 쏘는 것처럼 그 속도가 빛과 같았다.
자신을 노리고 날아온 암기들을 공간 주머니로 흡수했다가 되돌려 주는 것이다.
나타난 무인들은 암기가 날아오는 속도에 의해 맞고 몸이 허공으로 뜨며 뒤집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하나같이 가슴이 꿰뚫려 있었다.
이들 모두가 당가의 무인들이었다.
“쳐라!”
공격 명령을 내린 사람은 다음 아닌 당문수의 동생이자, 당가의 주력부대라고 할 수 있는 암천단의 단주 당문구였다.
그는 이번에 당문수와 함께 암천단을 이끌고 정천맹에 방문했다가 당가의 소식을 듣고 암천단을 이끌고 복수를 위해서 화린을 찾은 것이다.
암천단의 무인들은 화린을 향해 쇄도하였고, 그런 이들을 그냥 둘 화린이 아니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다 죽이고, 힘으로 누르는 패왕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냐?
주영국의 말이 생각났다.
“그런 생존법을 가르쳐 주신 분이 숙부님이십니다.”
화린은 허공에서 검을 꺼내어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암천대의 무인들을 향해 마주해 나갔다.
부붕.
허공을 가르는 검을 피해 화린의 검이 움직였다. 화린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고, 그의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다.
슈우우우욱!
허공에서 암기를 토해 내어 암천대의 무인들을 공격하여 화린의 뒤쪽에서는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생각을 여러 개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이원공을 익히고 있어 가능하였다.
“크아아악!”
암천대가 당가의 주력부대라고 하지만 그들은 화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화린의 검이 지나간 곳은 어김없이 혈화가 피어 허공으로 퍼졌다.
주변의 건물로 피한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오들오들 떨었는데 만약 암천대가 먼저 화린을 공격한 것을 보지 않았다면 화린은 살인을 즐기는 흉악신에 살인귀라 불렸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의 검은 멈출 줄을 몰랐고, 그가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암천대의 무인들이 피를 뿌리고 쓰러지고 있었다.
“명왕…….”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 사람이 화린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는데 죽음을 다스리는 명계의 왕, 즉 저승세계의 왕인 명왕을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주변의 사람들 역시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의 모습을 보면 죽음을 다스리는 명왕과 같았다. 아니 명왕의 현신이었다.
“크아아악!”
백 명이나 되는 암천대의 무인들이 화린 한 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십 명이 쓰러졌다. 그럼에도 화린은 멀쩡한 모습으로, 그것도 옷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지금의 상황과 너무 다른 이질적인 모습에 얼마 남지 않은 암천대의 무인들은 주춤하였다. 아니, 두려워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잔인한 놈!”
당문구가 화린을 향해 말했다.
“미친 새끼, 내가 너희들을 먼저 공격했어? 너희들이 나 죽이려고 이렇게 떼거지로 몰려왔어. 그래 놓고, 내가 너희들을 죽이면 잔인한 놈이 되는 거야? 그럼 내가 너희들에게 죽어 줘야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들어와.”
화린은 당문구에게 어이없다는 듯 말을 하였다.
“왜, 이제 나랑 싸우려고 하니 두려워?”
“뭐라.”
“세상이 너희들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하지?”
“네놈이 본가를 먼저 공격을 하지 않았느냐?”
“그럼 너희는 다른 문파를 먼저 공격한 적은 없어? 아무런 죄가 없는 자에게 누명을 씌워 죽인 적 없어? 너희는 그러면서 나는 그러면 안 돼?”
“우리는 공명정대한…….”
“개 풀 뜯어 먹고 있는 소리 하고 있네. 마교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들이 하는 행동은 공명정대해.”
“우리를 마교와 비교하지 마라.”
“지랄은…, 저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너희들이랑 마교랑 다를 것이 있는지.”
화린은 암천대의 암기에 당해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주변의 건물로 피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도 다를 것이 없어. 막말로 마교는 천산에 처박혀 있기나 하지. 힘이 조금 있다고 주변을 억압하는 건 너희가 마교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아. 그리고 주둥이만 계속 털 생각이야? 그게 아니라면 들어와.”
화린은 당문구에게 손을 까딱였다.
암천대의 무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뿐, 누구 하나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럼 내가 들어가지, 너희들 다 죽인 후에 당가로 가서 나를 죽이려고 했던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네놈이…….”
“난 은이던, 원이던 무조건 열 곱이야. 그러니 앞으로 당가는 많이 피곤해 질 거야. 내가 오늘 기둥뿌리까지 뽑아 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