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17)
구룡전기-217화(217/217)
구룡전기 (217)
무림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중원십대세가로 엄청난 권세를 자랑하던 당가가 하루아침에 망해 버린 것이다.
당가를 지탱하고 있던 독왕은 죽었고, 당가의 손과 발이라고 할 수 있는 암천대와 암연대는 전멸했다.
살아남은 당가의 장로들과 무인들은 단전이 부서져 무공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되었고, 당가의 후계자인 당천기는 독왕의 독에 의해 후유증을 얻어 앞으로 사내구실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당가의 내원이 불탔고, 멸문 직전에 당가의 가주인 당문수가 구룡장의 장주인 주화린에게 엎드려 용서를 빌어, 간신히 멸문은 면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 이상 당가는 옛날의 위세를 찾기란 힘들어 보였다.
구룡장주와 당가의 무인들이 싸우는 걸 지켜본 사람들은 구룡장주의 모습이 마치 명부의 왕, 명왕과 같다고 입을 모아 말을 하니 구룡장주 주화린의 이름 앞에 명왕이라는 무호가 새롭게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일마이황삼왕사제인 중원십대고수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구룡장주에게 죽은 독왕 당사옥이 그 자리에서 빠지고, 새롭게 명왕 주화린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변화가 생겼음에도 사람들은 중원십대고수를 말을 할 때는 여전히 일마이황삼왕사제라 말을 하였고, 이 소문은 사천을 시작으로 중원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니까. 명왕이 손을 한 번 움직이자, 허공에서 날아오는 무수한 암기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더라고.”
“맞아. 나도 봤지. 그리고 허공에서 사라진 암기들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당가의 무인들을 향해 날아가 ‘파아아앗.’ 박히더라니까.”
“그럼 술법도 익힌 거야?”
“그건 모르지.”
“아니지, 술법이 아니라면 그런 건 할 수 없지 않아? 혹시 명왕이 배교의 후예는 아닐까?”
배교의 후예!
이 말이 객잔 안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렇잖아. 무공도 엄청 세지, 술법도 하지. 나이도 아직 서른이 안 되었다며?”
“그렇다고 하지.”
“배교가 망한 지 삼십일 년이 되었으니까. 그때 달아난 자들이 제자를 길렀으면 구룡장주의 나이가 되었겠구먼.”
“에이, 그 시절이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그리고 구룡장주는 후기지수라고 하니 많아야 스물다섯, 여섯 정도 되었을걸.”
“그렇긴 하네. 달아난 자들이 제자를 길렀다면 서른 살이 넘어야 하지.”
“왜, 배교의 소공녀가 결혼해서 아기 낳아 배교의 술법을 가르칠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무공은? 배교는 술법은 강하지만 무공이 약하지 않아?”
“꼭 그렇지만은 않지. 그러니 마교, 사혈맹, 정천맹이 손을 잡고 배교를 친 것이겠지.”
“음…….”
한쪽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두 사람은 조금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사천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귀주 사람들이 알 수 있지?”
“소문이 그런 거지. 그런데 저 사람들 예리한데. 너 자칫 배교의 소공자로 오해받을 수 있겠다.”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백군성과 화린이었다. 이들은 당가의 일로 사혈맹의 총단이 있는 광서성으로 가는 중에 귀주성의 한 객잔에 들러 허기를 채우는 중이었다.
“왜?”
“저들 말처럼 술법도 능하니까.”
“그럼 그렇게 생각들 하라고 그래.”
“그러다 무림공적으로 선포되면 어떻게 하려고?”
화린은 피식 웃었다.
“나만 익혔나? 사혈맹도 익히고, 마교도, 정천맹도 다 배교의 술법을 빼돌려 익혔잖아.”
“뭐?”
“너희는 되고 나는 안 돼? 그리고 내가 십대고수야. 내가 지랄하면 어지간한 문파 하나 박살 내는 거 일도 아니다. 당가 봤지?”
백군성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넌, 겁박을 해도 왜 그리 천진난만하게 하냐? 꼭 장난처럼.”
“장난 아닌데.”
“그러니까 너랑 같이 다녀 본 나도 헷갈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냐?”
화린은 입술을 삐죽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얼른 먹고 가자.”
“뭘 그리 급해. 천천히 먹으면서 소화도 시킬…….”
화린은 말을 멈추고 객잔의 입구를 보았다. 객잔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챙이 아래로 내려와 얼굴을 반쯤 가린 모자를 쓴 이들이었는데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걸로 봐서는 무림인인 듯했다.
“저거 전에 본 거지?”
화린이 백군성에게 물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그들의 복장은 달랐지만 가슴에 숫자 일이 새겨져 있어 이들이 어디서 온 자들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가 있었다.
“남해 해남도 무인들이다.”
“해남도면, 해남검파를 말하는 거지?”
“그래. 그런데 복장이 다른 걸로 봐서 해남도의 문파들이 섞여 있는 모양인데.”
화린은 백군성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장 큰 섬이 해남도이고, 그 섬에 무림의 문파가 저리 있다는 말이네.”
“그런 것이 아닐까?”
그들은 자리에 앉아 쓰고 있는 모자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풀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여성도 세 명이나 있었는데 모두가 젊은 사람들이었다.
“우리와 비슷하거나, 한두 살 많아 보이는데.”
화린이 관심을 가지자, 백군성은 뭔가 불안한지 얼른 식사를 하고는 객잔을 나가자고 재촉하였다.
“좀 있어 봐. 이것도 인연인데 말을 걸어 볼까?”
“사고 치지 말고, 그냥 가자.”
“넌 내가 만날 사고만 치는 줄 알아. 나도 다 이유가 있으니 그런 사고를 쳤겠지. 그리고 난 언제나 가만히 있었다. 상대가 멋대로 판단하고 날 죽이려 했거나, 혹은 나의 것을 빼앗으려고 했기에 내가 움직였을 뿐이다.”
“그게 정도가 심하니까 그런 거지. 일단 살살 움직이자.”
화린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더러워서…, 이 복수는 오 년이 지난 후에 꼭 해 주고 만다.”
화린이 투덜거리면서 객잔을 나서자, 백군성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뒤따라 객잔을 나섰다.
“그런데 전에 만났던 그들은 화마혈수권의 전인을 찾아서 해남검파의 서찰을 전해 준다고 그랬잖아.”
백군성이 나오기가 무섭게 화린이 물었다.
“그랬지.”
“초대한다고 그랬고, 그가 거부를 하면 해남검파의 장문인이 무림으로 온다고 했는데 저들 중에 해남검파의 장문인이 있는 건 아니겠지?”
“다들 젊어 보이잖아. 내가 생각할 때는 다른 일로 나온 것 같은데. 가령 교류를 하기 위해서?”
“교류?”
“무림인들끼리 교류를 하고 그러잖아. 화산지회처럼.”
화린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나의 생각이 맞다면 저들은 호북성의 정천맹을 찾아가 정파의 후기지수들을 만날 거야.”
“그래? 사혈맹은 안 오고?”
“해남검파가 정사지간이라고 해도 정파에 가깝거든. 당가처럼.”
당가 이야기가 나오자, 화린은 눈을 찌푸렸다.
“여기서 당가가 왜 나와.”
“왜 나온 게 아니라 당가처럼 저들도 정사지간이라고. 그리고 사파보다는 정파에 가깝고. 그러니 사혈맹이 아닌 정천맹으로 갈 거라고.”
“알았다고. 그러니 그만하라고.”
“너 재미있으라고 말을 그리하는 거지?”
“내가 뭐라고.”
“말끝마다 ‘고’를 붙이는 거.”
“아니라고. 그런 일 없다고. 신경 끄라고.”
“어휴, 유치해. 이렇게 유치한 애가 어떻게 명왕이라는 무호를 얻었을까?”
“사람들이 그리 불러 주니 얻은 거지. 내가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한 건 아니니까.”
“일단 가자. 제발 부탁하는데 사혈맹에 도착할 때까지만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가자.”
“사고 안 친다니까.”
* * *
“형님, 지금 무림이 난리입니다.”
“무슨 호들갑이기에 그러느냐?”
“말도 마십시오. 당가가 망했습니다.”
화명상단의 화정수는 동생인 화생방이 가지고 온 소식을 듣고 눈을 좁혔다.
“당가? 무림십대세가인 사천의 당가를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지금 그 일로 인해서 무림이 난리입니다. 그런데 당가를 멸한 놈이 구룡장의 장주라고 합니다.”
“뭐라!”
화정수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가의 소가주인 당천기가 구룡장의 보물을 훔쳤고, 그 보물을 되찾는 과정에서 구룡장주가 독왕을 죽였다고 합니다.”
“독왕을…….”
“그렇습니다. 독왕뿐만 아니라 장로들과 당가의 무력부대를 괴멸시키고, 당가의 가주가 구룡장주에게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고 합니다.”
화정수는 화생방의 말을 듣고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놈이 어떻게 독왕을 죽여. 독왕은 무림십대고수다.”
“사실입니다. 구룡장주를 명부의 왕인 명왕이라 부르며 독왕을 대신하여 무림십대고수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음…….”
“형님, 어떡합니까,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호들갑 떨지 마라.”
화정수 역시 내심 놀란 상태였다.
‘그놈이 정말 독왕을 죽였다면 살인검제도 그를 이길 수가 없다.’
살인검제가 그를 죽여 준다고 하였지만 이미 한 번은 실패하였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성공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다만 정면승부가 아닌 암살이니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가서 빌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뭘 빈단 말이야.”
“우리가…….”
화생방은 화정수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닫았다.
“그놈이 우리의 거래처를 다 빼앗아 간 것을 모르느냐? 사천, 귀주, 운남성의 지주들이 그와 거래를 하기로 했다. 우리에게는 곡물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그들이 그랬단 말입니까?”
“그래. 구룡장주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서 우리의 것을 모두 빼앗아 갔다. 우리가 피해자인데 뭘 잘못하고, 뭘 용서를 구한단 말이냐.”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는 자신이 피해자가 되었으니 잘못을 구룡장이 했다는 그런 논리였다.
“그러니 다시는 나에게 구룡장에 가서 빌어야 하느니 하는 소리는 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건 그렇고, 전에 네가 만나 본 사람들은 어떠하더냐? 진전이 있을 것 같으냐?”
“더 만나 봐야겠지만 저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곡물을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목재를 생산하는 사람들인데. 나무를 자르고 남은 터에 불을 질러 화전을 만들어 밭을 일구고 그곳에 산간 곡물을 재배하는 자들에게 땅을 임대해 주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화전을 임대해 준단 말이야?”
“그렇다고 합니다. 일반 전답에 비해서 일 할 가격에 임대를 해 주는데 화전의 특성상 오 년에서 칠 년 치 임대료를 한 번에 받는다고 합니다.”
화전은 물이 늘 부족하여 빗물을 가두어 농사를 짓기에 땅의 힘, 즉 지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보통 화전은 오 년에서 길면 칠 년 정도가 되면 지력을 잃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농사의 기술이 뛰어난 트라빌 왕국에서는 이보다 더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중원에서는 오 년에서 칠 년 정도를 보고 화전을 일군다.
“오 년에서 칠 년이라…, 협상에 따라서 그 가격을 조금 더 내릴 수 있겠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이 만든 화전을 한번 보고 올 생각입니다.”
“네가?”
“그들의 말만 믿고 일을 추진할 수가 없으니 일단 두 눈으로 보고 토양이 어떠한지 확인한 후에 형님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알겠구나. 네가 알아서 어디 한번 추진을 해 보아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을 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생방아.”
“네, 형님.”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항상 눈을 보고 대화를 하거라. 그리고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의식적으로 너의 눈을 피하는 자들은 너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무 너의 눈만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그건 왜입니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한 곳을 오랫동안 볼 수 없다. 그건 눈이 피로하기 때문에 너에게 집중을 하더라도 시선은 다른 곳으로 돌려 눈의 피로함을 잠깐 덜어 낸 후에 다시 보게 되어 있다.”
“음…….”
“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너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한다면 그 사람도 경계를 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이번 일을 잘 처리하여 형님께 좋은 소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