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2)
구룡전기-22화(22/217)
구룡전기 (22)
화린의 뇌리에는 수많은 배교의 비전비술들이 각인되어 있었다.
배교의 비전비술과 무공의 합일을 이루어 새로운 형태의 무공을 익히고 있지만 언제든지 무공과 배교의 비전비술을 따로 분리하여 사용할 수가 있었다.
멸문당한 적호문의 장원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적어도 백 명은 넘어 보였다.
화린이 산양, 상남, 상주 현에서 거둔 아이들이었다. 구룡장의 식솔이 되면 배를 곪지 않고 공부와 무공을 배울 수 있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구룡장으로 와서 식솔이 되겠다고 자처한 아이들이 이렇게 많았다.
구룡장에서 아이들을 모두 먹고 재울 수가 없어서 비어 있는 적호문의 장원을 이용하여 이들을 먹이고 재울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뜰에 오와 열을 맞추어 서 있었고, 화린은 이들 앞에서 아이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앞으로 이곳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고 무술을 익힐 것이다.”
화린은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배교의 비전비술 중 하나인 혼가십열을 사용하였다.
혼가십열은 혼을 거짓으로 바꾸는 열 가지 언어로 일종의 세뇌를 시켜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드는 비술로, 내공이 없고 무지한 어린아이에게 사용하기에 적합한 섭혼술이었다.
화린은 아이들에게 섭혼술을 사용하여 세뇌를 시키지만 죄책감 같은 건 들지 않았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시절 몸에 밴 습관으로 인해서였다.
또한 이 아이들에게 득이 되면 되었지 실이 되는 건 없으니 당연히 양심의 가책 같은 것도 느끼지 않았다.
“너희들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 구룡장에서 너희들의 적성에 맞게 상점도 차려 주고, 객잔도 차려 주고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무공에 뛰어난 재질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상승 무공을 가리켜 무림의 고수로 키워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인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아이들이 눈이 흐릿하게 변하였다.
“너희들은 앞으로 오 년에서 십 년 동안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니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화린이 말을 끝내고 양 손바닥을 마주쳤다.
짝!
박수 소리가 한 번 크게 울리자, 흐릿하게 변한 아이들의 눈빛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총관은 이곳에서 아이들을 보살펴. 일 년 동안 학업과 무술을 가르치고, 무술과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분류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영업장으로 보내어서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해.”
“일 년 동안 말입니까?”
“일 년이면 구분할 수 있지 않나?”
“석 달이면 될 것 같습니다.”
“섣부른 판단 하지 마. 뒤늦게 재능이 발휘되는 아이들도 있을 테니까. 사실 일 년도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모두가 재능을 보이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 또 아이들을 모집해야지.”
* * *
화린은 새로운 영업장이 될 도박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성도인 서안과 대도시인 장안, 화음이 있지만 지금 건설 중인 이 건물이 인근에서는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이 될 것임을 화린은 확신하였다.
새외와 많은 색목국을 다녀 본 경험이 있는 화린은 그 당시 본 걸 응용하여 건물의 도면을 그리고 공사를 시작하였는데 인근의 건물들과 조금은 다른 이국적인 건축물의 형태로 지어지고 있었다.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서안과 장안, 여산, 위남에 모여 있으니 그들이 산양현까지 내려오게 하려면 뭔가 색다른 소문거리가 있어야 했고, 지금 짓고 있는 화려하고, 조금은 웅장한 건축물이 입소문을 타게 되면 섬서성의 명승지를 둘러보러 온 이들도 소문을 듣고 한번 구경하러 오게 될 것이다.
공사가 시작된 후 시전과 저잣거리의 상인들도 건설되는 건물들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다.
넓은 땅에 지하를 깊숙이 파고, 크고 굵은 돌기둥이 바닥에 고정되고 하는 걸 보면 공사가 보통 공사가 아님을 상인들도 알 수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건물을 지으려고 저리 넓은 땅에 동시에 공사를 진행하는 건지.”
“그러게 말이야. 기루나 객잔이 아닐까?”
“기루나 객잔? 그럴 수도 있겠군. 저 자리가 이전에 기루들이 있었던 자리이니 기루가 들어설지도 모르겠군.”
“저 건물이 완성되면 크고 웅장하겠지?”
“그렇겠지. 저 돌기둥들을 봐. 작고 가벼운 건물을 올릴 것 같으면 저 돌기둥이 필요 없겠지. 목재로 기둥을 만들어도 충분할 테니까.”
“저 건물이 완성되면 단번에 소문이 날 거야. 그럼 사람들이 우리 산양현으로 많이 오겠지?”
“아마도 그리되겠지.”
“그럼 이전보다는 조금 더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면 하나라도 더 팔 수 있겠지.”
시전 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은 구룡장에서 짓고 있는 건물로 인해서 생기는 반사이익을 생각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였다.
이런 상인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린은 자신이 할 일을 할 뿐이었다.
특별히 자신을 내세우는 것도 없고, 늘 겸손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모습으로 인해서 화린은 산양현의 사람들에게 신임을 받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특별한 일 없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건축물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완공도 하기 전에 입소문을 타며 구룡장과 짓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서 주변의 유지들에게도 알려졌다.
* * *
“구룡장의 사업장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래?”
“산양현에서 객잔과 포목점을 운영하고 있고, 상남현에선 객잔과 기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옛 적호문의 장원을 사들여 그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업이 확장될 경우를 생각하여 표국을 비롯한 운송업에도 진출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섬서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화명상단은 중원에서는 손꼽을 정도로 큰 상단으로 사람들이 중원십대상단을 논할 때면 꼭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상단이기도 하였다.
화명상단의 주인 화정수는 최근 들어 사람들의 입에 심심찮게 거론되는 구룡장에 대해서 듣게 되었고, 그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어 구룡장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산양현의 흑사방과 상남현의 적호문이 운영을 하던 사업들을 인수하여 큰 투자 없이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제법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자들인 것 같습니다.”
“그럼 불법으로 하고 있는 영업장도 있겠군.”
“그렇습니다. 대부업과 도박장을 하고 있습니다. 알아보니 이전에 적호문이 운영을 하던 밀수업은 접은 것 같습니다.”
“구룡장의 장주가 아직 젊다고?”
“그렇습니다. 많아도 스물셋 정도로 보인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이 대단하군. 그런데 어디서 돈이 나와 이런 사업들을 하는 걸까? 이게 한두 푼 들어가는 일이 아닐 텐데.”
“주군께서는 다른 상단이 개입되었다는 말씀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스물세 살에 단리세가의 장원과 사업체 그리고 적호문의 장원을 인수할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
“그건…….”
“제아무리 돈이 많은 집안의 자식이라고 해도 첫 사업을 시작하는데 저렇게 큰돈을 주진 않겠지.”
화정수의 말을 들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조언을 해 주거나, 혹은 뒤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누군가가 있겠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상단의 규모가 아니라면 저렇게 시작을 크게 벌이지는 않겠지.”
화정수는 확신을 하듯 말을 하였다. 그게 아니라면 중원 천지에 신출내기에게 저처럼 큰 자금을 주고 사업을 시작해 보라고 하는 이는 없을 테니까.
“십대상단에서 움직인 걸까요?”
“아니, 십대상단보다는 그 아래에 있는 상단들이 우리를 끄집어 내리기 위해서 움직일 수도 있겠지.”
중원십대상단!
중원을 대표하는 상단으로 이들은 오래전부터 중원의 상림을 지배해 오고 있는 집단으로 하나의 상단이 거느린 식솔만 해도 일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진 초거대 상단이었다.
이들은 손을 안 댄 곳이 없을 만큼 많은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그중에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이 하나씩 있었는데 화명상단의 경우 중원에서 유통되는 곡물의 칠 할을 화명상단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화명상단이 마음먹고 곡물 운송을 지연시키면 중원에 아사자가 백만 명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이 운송하는 곡물의 양은 어마어마하였다.
“저런 사업으로 십대상단을 끌어내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건 알 수 없지. 상단은 큰돈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 인해서 망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대부업과 도박장에서 거두어들이는 수입은 실로 막대하다는 걸 우리도 하고 있으니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상단이 성장하기 위해서 자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기에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상단들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전장을 하거나 혹은 불법이지만 대부업을 하면서 자금을 수금하기도 한다.
또한 도박장에서 굴러다니는 돈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부업과 도박장은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합법이 아닌 불법이기에 그만큼 위험부담을 안고 있어 보통은 따로 떨어진 독립된 사업체로 구분하여 관리를 한다.
“객잔과 기루는 보여 주기 위한 장사이고, 진짜는 대부업과 도박장일 수도 있어.”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어 부숴 버립니까?”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지. 조금 더 알아본 후에 움직여도 우리에게는 큰 손해가 없을 거야. 문제는 구룡장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인데.”
유명세를 얻으면 그만큼 손을 쓰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았다.
“흉흉한 소문 하나를 만들겠습니다.”
“흉흉한 소문?”
“민심이라는 것이 소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화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겠지.”
“젊은 놈이라 양기가 왕성할 터이니 그쪽으로 작업을 하여 소문이 나게 만들겠습니다.”
화정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알아서 해. 그리고 이번에 영천상단의 동서독을 만나는 일은 어찌 되어 가고 있나?”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영천상단에서 저희가 가진 곡물의 운송 건에 대해서 조금 과하게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이 할을 달라고 합니다.”
“미친놈이군.”
“그런데 우리가 받아 낼 수 있는 것만 받아 낸다면 그리 손해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래?”
“영천상단의 주력은 광산 개발입니다. 광산을 개발하고, 그곳에서 얻은 철광석과 금, 은 등의 광물을 가공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독점을 하다시피하고 있으니 우리 역시 섬서, 산서성의 광산과 가공을 독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면 그리 손해를 보는 건 아닙니다.”
“음…….”
화정수는 잠깐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광산 개발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단 개발이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 얼마든지 비용을 뽑아낼 수가 있습니다.”
곡물 운송 건에 이 할을 넘기고, 두 개 성에 대한 광산 개발권을 받는다. 문서상으로 보면 분명 자신이 이득이지만 곡물 운송은 큰돈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적지 않은 이익을 남길 수가 있고 광산은 그렇지 않다.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광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그건 조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군. 자네는 일단 조금 전에 말한 구룡장의 장주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일에 신경을 쓰게.”
“알겠습니다.”
총관이 나가자 화정수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광산 개발은 아쉽지만 조금 더 두고 봐야겠어. 마교와 사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상인들의 정보력도 개방이나 하오문에 못지않다. 다만 개방이나 하오문처럼 체계가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전달이 그들보다 조금 뒤처질 뿐 정보력만큼은 뛰어났다.
“영천상단 역시 마교와 사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우리에게 곡물 운송 건에 대해 이 할을 요구하는 것이겠지.”
영천상단은 옛날부터 사파 문파를 지원하면서 성장해 온 상단이기에 곡물 운송 건을 확보하면 사파의 연합체인 사혈맹을 지원하게 될 것이 뻔했다.
그렇게 사파가 득세를 하면 정파를 지원하는 상단들은 사파를 지원한 상단들의 등살이 이기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니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차라리 정천맹을 지원해 주고 정파가 득세하면 영천상단을 압박하여 광산 개발권을 비롯한 광물 가공 기술자들을 빼돌려 자체적으로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장기적으로 볼 땐, 이게 더 안정적이지. 그건 그렇고 어떤 놈이 구룡장으로 간을 보는 건지 그것부터 알아내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