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3)
구룡전기-23화(23/217)
구룡전기 (23)
“최근 들어 주변을 감시하는 자들이 부쩍 들었단 말이지.”
화린은 구룡장을 비롯하여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이 많이 늘어났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딱히 그들이 자신을 감시한다고 하여 변하는 건 없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을 뿐이었다.
“굳이 저들을 처리해서 관심을 더 받을 이유는 없지. 일단 누구인지만 알아볼까?”
화린은 평소와 다름없이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을 돌아다녔다.
먼저 포목점으로 가니 포목점을 운영하는 단리소소가 너무도 바빠 보였다. 처음에는 혼자서 포목점을 운영하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고용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다섯 명이나 사람을 고용하여 점원으로 데리고 있었다.
“여전히 바쁘십니다.”
화린이 포목점으로 들어서면서 단리소소에게 말을 건네자, 그녀가 화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장주님.”
“예전에는 가게가 넓어 보였는데 이제는 좁아 보일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주셔서 저도 손님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포목점을 증축해서 규모를 조금 더 키워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증축요?”
“네. 이 정도로 장사가 잘되면 좁은 곳에서 복잡하게 일하는 것보다 넓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조금 더 여유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환경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니 좁고 복잡하면 그만큼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제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포목점의 규모를 조금 늘리고, 한편에 가락지, 노리개와 같이 옷감에 어울리는, 혹은 손님들의 품위에 어울리는 장신구들도 함께 팔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단리소소는 화린의 말을 듣고 수긍을 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은 생각이세요. 고민을 해 봐야겠어요.”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증축을 결정하게 되면 장원에서 부지와 증축을 위한 공사까지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물론 공짜가 아니라는 거 알고 계시겠죠.”
“그야 당연히…….”
화린은 단리소소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낭자께서 건강하셔야 우리 장원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좋은 환경에서 점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늘 즐겁게 일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화린은 단리소소가 예전보다 건강해졌음을 알 수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장주님.”
“그럼 수고하십시오. 저는 다른 곳도 들러 봐야 해서.”
“살펴 가세요.”
화린이 포목점을 떠나가자, 단리소소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언니, 장주님과는 무슨 사이야?”
점원이 단리소소에게 물었다.
“사이는 무슨 사이,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이지. 장주님께서는 포목점을 열어 주시고, 난 장사를 하고, 수익의 일부는 장주님께서 가져가시고, 난 나머지 수익으로 포목점을 운영하고.”
단리소소의 말대로 딱 이런 관계였다. 다만 단리소소가 화린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 화린이 자신에게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였다.
걸어가는 화린에게도 뒤에서 나누는 대화가 들렸지만 그저 무심히 길을 갈 뿐이었다.
“넌 피에 찌든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그걸 단리 형도 바라고 있을 테니까.”
화린은 시전의 노상을 걸어가는데 시전 상인들이 화린에게 인사를 하였다.
왈패들에게 빼앗기는 돈이 없어졌으니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화린으로 인해서 큰 이익을 얻는 셈이나 다름이 없었다.
또한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을 거둬 공부도 가르치고, 무공도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상인들은 화린에게 호감을 가졌다.
화린이 상인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한 후에 객잔으로 갔다.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객잔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하였다.
숙수장의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점소이들이 사근사근하게 손님들 응대를 잘해 주니 이왕이면 맛있고, 친근하게 대해 주는 객잔으로 가자는 소비 심리가 작용하여 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숙수장이나 점소이 역시 다른 가게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월봉을 주니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장주님.”
“많이 바쁜 모양이야. 힘들지는 않고.”
“괜찮습니다.”
“숙수장에게 안 바쁘면 좀 보자고 전해 줘.”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주방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에 숙수장이 나와 화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바쁘신 것 같은데 주방에 사람이 더 필요하지 않습니까?”
“지금의 인원으로 충분합니다. 단리혁진이 요리에 소질이 있어 곧잘 음식을 만들어 내곤 하여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것참 다행이군요. 만약에 숙수장님께서 이곳에 없고, 단리혁진이 이 객잔을 도맡아서 음식을 만든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때도 사람이 필요 없습니까?”
숙수장은 화린을 보았다.
자신을 쫓아내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섭섭하였다.
“그건 아닙니다. 요리에 능숙한 제가 빠지니 아마도 사람들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못해도 두 명 정도는 더 필요합니다.”
“그럼 두 명을 주방 보조로 고용하시고, 단리혁진 외에도 요리를 가르쳐 주십시오.”
“저의 월봉이 부담스러운 겁니까?”
그 말에 화린은 활짝 웃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숙수장님은 저랑 평생을 함께 가실 분이신데.”
그 말에 섭섭한 마음이 풀렸다.
“허면, 왜 사람을 구하시려고 합니까?”
“본장에서 기존의 기루를 허물고 몇 배나 큰 부지에 큰 건물을 짓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그렇습니다.”
“숙수장님께서는 그 건물이 완공되고 장사를 시작할 준비가 끝나면 주방을 책임져 주셔야 합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월봉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아…….”
그제야 화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안심을 하였다.
“저는 장주님께서 저를 쫓아내려고 하시나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숙수장님께서 산양, 상남, 상주, 이 세 현에서는 제일가는 숙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현제일숙수 말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의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 화린의 격려와 같은 말이 숙수장의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도록 만들어 주었다.
“삼현제일숙수 말입니까?”
화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숙수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니 조금 수고스럽겠지만 단리혁진을 잘 가르쳐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숙수장이 돌아가고, 객잔의 관리를 맡고 있는 이를 불렀다.
“객잔의 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요와 베개들 중에서 변색되고, 냄새가 나는 것들은 제때에 세탁소에 보내서 위생에도 신경을 써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돈을 흥청망청 쓰면 안 되겠지만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객잔의 시설들도 수리하고, 낡은 것은 바꾸고 그리하십시오.”
화린은 그 외에도 객잔에서 개선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숙지하고 있다가 상황이나 여건이 되면 하나씩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고, 점소이 중에 똘똘한 놈 한 놈을 골라서 점장님의 일을 가르치세요.”
“저의 일을 말입니까?”
“네. 점장님께서는 숙수장님과 함께 새로 건설되는 기루로 가서 한 부분을 맡아 주셔야 하니 말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 * *
밤이 되자, 화린은 자신을 감시하는 자가 쉬고 있는 기루로 갔다.
“나를 감시하는 데 돈을 많이 받나? 밤마다 계집질을 할 정도면 한두 푼 받아 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화린은 은밀하게 오송루의 담을 넘었다.
“음…….”
자신의 기운을 퍼뜨려 오송루를 감시하는데 생각보다 무공을 익힌 자들이 많이 있었다.
“객방에 있는 자들 말고 일하는 자들 중에 무공을 익힌 자들이 있다?”
화린은 오송루가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내가 관심이 없어 이곳에 잘 오지 않아 몰랐던 거군.”
지난날 대방파의 패거리를 겁박하러 왔을 때는 그들에게 신경을 쓴다고 이곳에 대해서 자세하게 조사하지 않았을뿐더러 관심조차 없었기에 오송루가 어떠한 곳인지 알지 못하였다.
이런 기루를 거점으로 활동하곤 하는데 이곳에 있는 자들로 보아 살수 문파는 아닌 것 같고, 하오문의 분타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오문이 왜, 나의 뒤를 깨는 거지? 흑사방과 적호문 때문인가?”
그 일이 아니면 자신의 뒤를 깰 일이 없다 생각을 하였다.
“그럼 나를 감시하는 놈을 잡아 물어볼 것이 아니라 이곳의 루주를 잡아 물어봐야겠군.”
화린은 하오문이 자신의 뒤를 깬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무래기를 잡지 않고 직접 오송루의 루주를 찾았다.
밤이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몇 명 있었고, 여인들을 그 손님들을 위해서 술과 웃음과 몸을 팔았다.
여인의 교성과 사내의 음탕한 웃음소리가 묘한 화음을 이루어 내었다.
오송루의 루주인 미옥은 자신의 방에서 한 의문의 사내에게 급습을 당하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녀는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했다.
“이곳은 어떤 곳이지?”
그녀를 제압한 사람은 다름 아닌 화린이었다.
“섬서성 하오문의 산양현 분타입니다.”
“직책은?”
“분타주입니다.”
미옥은 화린의 질문에 거짓 없이 대답하였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산양, 상남, 상주 현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부에 보고하는 한편 조금 더 확장시켜 종남과 화산의 변화를 살피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화린은 섭혼술이 제대로 걸렸음을 확인한 후에 자신의 뒤를 왜 캐는지를 물었다.
“구룡장이 들어선 이후 흑사방과 적호문이 멸문당하였고…….”
화린은 미옥의 말을 듣고 그럴싸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니까 나를 십대상단에서 보낸 끄나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지금 마교와 사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십대상단 중에 그들에게 줄을 대고 세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단이 있어…….”
미옥에게서 현 무림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가 있었다.
“정파의 움직임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그럼 네가 알고 있는 현 무림의 상황에 대해서 모두 이야기를 해 봐.”
“지금 무림은 삼십 년 전 배교가 멸문한 이후, 수면이 잔잔한 호수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삼십 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힘을 축적시킨 마교와 사파, 정파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대립하는 가운데…….”
미옥의 입에서 무림에 관한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고, 화린은 그 이야기를 듣고 지금 무림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판단을 할 수가 있었다.
“견제는 하지만 금방 무림대전이 일어날 것은 아니군.”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마교가 움직이면 정사연합이 만들어질 테고, 사혈맹이 움직이면 정천맹에서 사혈맹을 막는 동안 양쪽 다 출혈이 있어 마교에 어부지리를 얻을 기회를 줄 수 있으니 현재는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화린은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가 있었다.
마교는 공동의 적이라 할 수가 있으니 정, 사 연합으로 마교를 먼저 친 후에 남은 사파와 정파가 싸우거나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힘을 다시 축적시킨 후 두 세력이 싸우게 될 것이다.
‘못해도 십 년은 걸리는 일이겠군.’
화린은 궁금증을 모두 푼 후에 미옥에서 걸었던 섭혼술을 풀어 주었다.
“일각이 지난 후에 섭혼술이 깨어날 것이다. 넌 그동안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화린이 말을 마치자 미옥은 앉은 자리에서 눈을 감았고, 화린은 미옥의 방에 잠시 앉아 생각을 정리하였다.
“총관의 말대로 내실을 조금 다질 필요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