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7)
구룡전기-27화(27/217)
구룡전기 (27)
화린은 종남산을 오르고 있었다.
종남파는 군부와 연이 깊은 문파라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무림에서는 홀로 많은 적을 상대할 수가 없을 듯하여 자신의 편을 들어 줄 아군 하나 정도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종남파가 군부와 깊은 관련이 있고, 또 그곳에 자신이 전역한 맹호사사혈전대의 선배가 있어 그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종남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종남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종남파는 화산에 비하면 산세가 그리 험하지는 않지만 종남산 역시 오르기에 쉽지 않은 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화린은 아침에 종남산을 오르기 시작하여 두 시진이 지난 후에야 종남파의 산문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종남파에서 길을 인위적으로 급경사가 아닌 완만한 경사로 꼬불꼬불하게 만들어 일반인들이 편하게 종남파로 올 수 있도록 배려하였는데, 실은 일반인을 위한 배려가 아닌 종남파를 오가는 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화린이 이곳까지 오는데 종남파의 무인들이 숨어서 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만 열 번을 보았으니 은밀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열 번 중에 한 번은 걸려들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종남이 지은 죄가 많은가 보군. 뭘 그리 숨어서 지켜보는지.”
화린은 종남파의 산문 앞에 서서 경계를 서는 종남파의 무인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한 후에 말하였다.
“송철 장로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송철 장로님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군대에서 함께 복무하진 않았지만 같은 부대 출신이고, 군부에서도 전역하면 찾아가 인사를 드리라고 하여 이리 찾아왔습니다.”
“송철 장로님께서는…….”
“이십 년 전에 군 복무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복무를 한 부대가 워낙 생존률이 낮은 부대라 전역한 후임이 선배를 찾아가 인사하는 것이 부대의 전통이기에 이리 찾아왔으니, 송철 장로님께 맹호사사혈전대 소속 군 후배가 찾아왔다고 전해 주십시오.”
화린의 정중한 말에 문을 지키는 무사가 긴가민가하였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현재 종남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인 송철 장로를 언급하였기에 거짓말일지언정 일단 보고를 하여야 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종남파의 무인 한 명이 안으로 들어가 송철 장로의 손님이 왔음을 전하였다.
화린은 응답이 올 때까지 산문에서 잠깐 대기를 하였다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화린은 종남파의 무인을 따라 귀빈실로 안내되었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송철 장로님께서 오실 겁니다. 기다릴 동안 드실 다과를 내어 오겠습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화린은 송철과 같은 군 부대에서 생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종남파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화린이 귀빈실에서 차와 과일을 먹으며 잠시 있으니 중년의 한 사내가 귀빈실 안으로 들어왔다.
건장한 신체에 각이 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진한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으로 인해서 강한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자네가 맹호사사혈전대를 전역하였다는 사람인가?”
그가 종남파의 실세 중 한 명인 송철 장로였다.
“화린이라고 합니다. 맹호사사혈전대 육백오십칠 기입니다.”
“육백오십칠 기라…… 내가 삼백오십이 기이니 이십 년 동안 많이도 죽었군.”
“제가 있는 오 년 동안 오십삼 기의 후배들이 들어왔습니다.”
“음…… 그런 곳에서 오 년 동안 살아남았다니 참으로 대단하네. 자네는 임무를 몇 번이나 나갔나?”
“저는 백삼 회 임무를 나갔습니다.”
송철은 백삼 회를 나갔다는 말에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자신 역시 맹호사사혈전대 출신으로 백삼 회의 임무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어서였다.
“마지막으로 나간 임무가 철사자성이었습니다.”
“철사자성? 마교가 철사자성과 손을 잡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갑자기 철사자성이 멸문했다 들었네. 마교가 직접 움직여 변방 무림을 굴복시키는 중이라 의아해하였는데 후배들께서 철사자성을 멸문시켰구먼.”
임무를 백삼 회를 나갔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철사자성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단일 세력으로 치면 구파일방, 혹은 십대세가보다 더 큰 세력과 강력한 힘을 가진 변방 문파의 패자 중의 패자였다.
특히 철사자성의 성주 해리손의 무공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알려져 중원 무림에서도 경계를 하는 자였다.
“정말 대단하네.”
“과찬이십니다.”
“아니, 아닐세. 지금도 내가 자네의 무공을 가늠할 수가 없으니 최소한 자네가 나보다 더한 고수임을 짐작할 수가 있네. 자네가 놈들의 수장을 맡은 겐가?”
“그렇습니다. 백세 번의 임무 중 후반 팔십여 차례의 임무에서 제가 적장의 목을 베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팔십여 차례라, 그럼에도 살아남아 전역을 하였다니…… 내가 자네를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 그래.”
“저 말고도 제대한 분들이 다섯 분이 더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듣지 못하였는데 혹시 장로님께서는 그분들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나도 모르네. 나와는 차이가 워낙 많이 나는 기수들이라 당시 대장으로 있던 자 역시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네.”
“그렇습니까?”
“지금쯤은 그들 모두 늙어 죽었을 것이라 생각을 하네.”
“아, 그렇겠군요.”
“앞으로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들 중 몇 명이 제대를 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 연락을 하면서 지내도록 하세.”
송철은 같은 부대 출신이기도 하지만 화린의 무력이 종남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이참에 좋은 인연을 만들고자 하여 제안을 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장로님.”
“그냥 선배라 부르게.”
“그럼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선배님.”
“그런데 후배님께서는 전역하고 뭐 하는 일이 있는가?”
화린은 방긋 웃으며 말을 하였다.
“요, 아래 산양현에서 장사를 해 볼 생각으로 장원을 하나 구입하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산양현에서 장원을? 혹시 그 장원의 이름이 구룡장인가?”
“그렇습니다, 선배님,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한동안 그곳에 매달려 있느라 먼저 찾아뵙지 못하였습니다.”
“허허허, 자네가 요즘 간간이 들려오는 구룡장의 장주였다니…… 참 인연이 묘하네.”
“왜, 그러십니까?”
“뜬금없이 구룡장이라는 장원이 생기면서 산양현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는 소문이 우리 종남까지 들려왔다네.”
“백성의 생명과 목숨을 보호해야 하는 군인의 습성을 아직 떨쳐 버리지 못하여 불의를 참지 못하고 그만 왈패들을 손봐 주었는데, 그 일로 시전 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이 괜히 하는 말입니다.”
“허허, 그렇지. 나도 오래전에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지. 그런데 전역하고 한 이삼 년 지나니 그런 마음이 점점 옅어지더군.”
“그럼 저도 그 정도는 걸리겠군요.”
“자네는 상인이니 더 빨리 군인 습성을 버리겠지.”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네가 짓고 있는 건물에 대해서 말이 많다네.”
“아, 구룡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건물의 이름이 구룡루인가?”
“그렇습니다. 아홉 가지의 즐길 거리가 있다고 하여 그리 이름을 붙여 봤습니다.”
“아홉 가지의 즐길 거리? 도박도 포함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전역하면서 얻어 낸 조건 중 하나입니다.”
화린은 거짓말을 하였지만 송철의 입장에서는 이를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전역하면서 얻은 조건?”
“그렇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곳이니 오 년 동안 복무한 후에 전역하면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고 하여 제가 원하는 곳에 합법적으로 도박장을 하나 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소원으로 도박장을?”
“들어 보니 도박장이 돈이 된다고 하여 오 년 동안 고생을 했으니 남은 생은 조금 편안하게 지내 볼까 하여 도박장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음…… 괜찮은 생각이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파리들이 많이 꼬일 걸세.”
“파리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꼬이면 때려잡으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제일 잘하는 것이 사람 때려잡는 일입니다. 누구에게도 져 본 일이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기야 하겠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지금껏 다 완수해 왔습니다.”
웃으며 말하는 화린의 모습에 송철은 섬뜩함을 느꼈다.
자신이 군 생활을 했을 때와 지금의 군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눈앞에 있는 자는 웃으면서도 상대를 죽일 수 있을 만큼 많은 훈련이 되어 있음은 물론,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구룡루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자들은 정파의 무인들보다는 사파의 무인들이거나, 혹은 같은 경쟁 대상에 있는 상인들일 것이다. 물론 일부 정파 문파가 보호를 목적으로 수작을 걸기 위해서 접근을 할 수도 있다.
송철은 갑자기 그들이 불쌍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겠군. 당금 무림에서 자네와 겨룰 수 있는 자들이 흔치 않을 터이니 자칫 잘못하여 패가망신할 수도 있겠군.”
상대는 맹호사사혈전대 소속으로 오 년 동안 백 번이 넘는 임무를 성공시킨 사람이란 걸 생각하면 그 강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투입된 임무를 모두 성공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아주 위험한 자이다.’
송철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젊은 사내에게서 강한 무공보다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단 적으로 인식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여 멸문시키려 하는 전투적인 공격성이 강한 맹호사사혈전대의 특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느낌을 받았다.
송철의 짐작대로 화린의 무서움이 바로 공격성에 있었다. 지난 오 년 동안 형성된 그의 성격과 자아에 맹호사사혈전대의 생활 방식, 전투 방식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래도 사회는 또 군대와 다르다네. 나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종남으로 와 나를 찾게.”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닐세. 시차는 있지만 같은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한 것이 인연이라네. 어디 그뿐인가? 그만큼 살아서 전역하기 힘든 부대이니 같은 부대 출신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다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저도 종남을 도울 수 있으면 돕겠습니다.”
“자네와 같은 절대 고수가 도움을 준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세.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면서도 송철의 시선은 화린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나의 수준으로 이 사내의 무공을 알아볼 수 없다는 건 이미 무림백대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무공을 익히고, 또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뜻이겠지.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구나.’
아무리 많이 보아도 이제 약관, 혹은 한두 살 정도 많아 보이는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그 많은 성취를 얻는 이는 무림을 다 뒤져 봐도 한두 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종남파의 최고 기재라며 추켜세우고 있는 후기지수 이칠연을 눈앞에 있는 사내와 비교하니 태양을 등지고 반딧불을 보고 밝다고 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안한 질문이네만 올해 자네 나이가 어찌 되나?”
“스물다섯입니다.”
“스물다섯이라…… 정말 대단하이, 그 나이에 일가를 이루었다는 건 이제까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일세.”
송철의 입장에서는 정말 탐이 나는 사내였다.
“과찬이십니다. 이제 겨우 먹고살 만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어려움을 많이 겪을 테고, 또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겸손은……. 비록 오늘 자네를 처음 보지만 내 생각엔 자네는 조금 거만해져도 될 것 같네.”
“그리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화린은 자신의 의도대로 일단 종남과 연을 만들었으니 위험한 일이 생길 경우 식솔들을 종남에 피신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종남의 비호를 받고, 하오문을 이용하면 힘을 기를 때까지 견딜 수 있겠지.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두고 어렵게 갈 필요는 없다.’
화린은 자신에게 실질적인 힘이 되는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종남의 비호를 받을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자신들의 몫을 다해 준다면 중원 무림에서도 맹호사사혈전대의 현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였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변수를 최대한 줄인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