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8)
구룡전기-28화(28/217)
구룡전기 (28)
화린은 종남의 송철 장로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예의상 오가는 대화를 나누었지만 후에는 임무에 대한 이야기, 변방의 고수들을 만나 싸운 이야기, 변방, 새외 그리고 색목국의 여러 관광 명소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유대를 쌓았다.
첫 만남이라 송철에게 얼마나 큰 믿음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룡장이 어려울 때, 식솔들을 피신시킬 수 있을 만큼의 신뢰는 준 것 같아 화린은 가벼운 마음으로 종남산을 내려올 수가 있었다.
화린은 종남산을 내려와 총관인 서대영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금의 구룡장 별장, 옛 적호문의 장원으로 갔다.
“오신다는 연락도 없이…….”
“그냥 오고 싶어서 왔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어때?”
“몇몇 아이들은 뛰어난 재능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반 정도가 무공과 학문으로 성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 장사는 어떨 것 같아?”
“가르쳐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배우는 것과 현실에서 느끼고 몸으로 경험한 뒤에 배우는 것과는 마음가짐이 다르니 말입니다.”
“그럼 그 마음가짐만 확고하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겠군.”
“그럴 겁니다.”
“알았어. 아이들을 모두 대전으로 불러.”
화린은 배교의 비술을 이용해서 아이들의 뇌리에 간절함을 각인시키기로 하였다.
서대영은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아이들의 나이는 많게는 아홉 살, 적게는 네 살 등으로 다양하게 모여 있었는데 확실히 처음 이들을 데리고 왔을 때보다는 건강해 보였다.
“장주님을 뵙습니다.”
아이들은 화린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막 뛰어놀다가 뭔가를 배우려고 하니까 힘들지.”
“아닙니다.”
화린은 아이들과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배우는 것을 일찍 익히면 총관에게 이야기해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해 주마.”
“감사합니다.”
서대영이 아이들에게 예절에 대해서 강요를 많이 하였는지 예의 있게 대답은 잘 하였다.
화린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눈동자가 푸르게 변하면서 청광을 발하였는데, 아이들은 그런 화린의 모습에도 위화감이 없이 그의 말을 들었다.
“우리는 한 가족이니 형, 동생의 탓을 하지 말고, 잘하는 형, 동생을 시기하지 말고, 그렇다고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 된다. 사람은 저마다 재능이 다르니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찾는 것도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아이들은 힘차게 대답을 하였다.
“무공과 학문은 너희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최소한의 학문이다. 무공과 학문을 배우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여 온 힘을 다 쏟아부어 익히도록 하여라.”
화린은 배교의 술법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무공과 학문을 익힐 때만큼은 산만하게 행동하지 말고 집중해서 익히도록 뇌리에 각인을 시키는 중이었다.
“너희들이 잘 배우고,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줘야 거리의 아이들도 마음을 달리 먹고 열심히 살 것이 아니더냐.”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매달 너희들이 배운 것을 확인할 겸 시험을 볼 것이다. 그리고 시험을 통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이들에게는 포상을 줄 것이다.”
“포상이 뭔가요?”
한 아이가 물었다.
배교의 술법이 무섭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당사자가 섭혼술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체, 일상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때문이다.
비록 어린아이들에 불과하나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가 있어 남들이 보기에도 화린이 아이들에게 섭혼술로 뇌리에 각인시켜 세뇌시키는 중임을 알 수가 없었다.
“음…… 당과? 맛있는 음식?”
당과의 음식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약간의 용돈도 주마.”
“용돈도 주신대.”
순수하게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화린은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아이들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기에 자신의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오늘은 뛰어놀고 내일부터 또 총관 아저씨와 함께 열심히 공부하는 거다.”
“네에!”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아이들을 향해 나가서 뛰어놀라고 말하자, 누구 하나 남김없이 대전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봅니다.”
화린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대영이 말하였다.
“그래도 아이들이 한 만큼 대우를 해 줘.”
“알겠습니다.”
“구룡루에 관한 공사가 이제 사람들에게 알려질 만큼 알려졌으니 파리들이 꼬일 거야.”
서대영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구룡장의 입장에서는 규모에 비해서 무인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일단 위험하다 싶으면 아이들부터 피신시켜.”
“구룡장으로 옮기겠습니다.”
“그렇게 해. 그게 여의치 않으면 종남파로 데리고 가서 송철 장로를 찾아.”
“종남의 송철 장로를 말입니까?”
“그래. 그와 안면을 터 놓았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지?”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사업장도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사업장을 지키는 무사들의 말에 의하면 딱히 시비를 거는 자들도 없다고 합니다.”
“그럼 됐어. 그들에게 수고비 조금 챙겨 주고 그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황, 아니…… 장주님.”
“말해.”
“장주님께서는 상림에 뜻을 둔 것입니까? 아니면 무림에 뜻을 둔 것입니까?”
화린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시선으로 서대영을 보았다.
“상림에 뜻을 두었다면 지금 이대로 흘러가도 상관은 없겠지만 무림에 뜻을 둔 것이라면 세력을 더 키워야 합니다.”
“이유는?”
“무림의 세력이 장원을 공격하면 장주님과 저는 몸을 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식솔들은 크게 다치거나 죽을 것입니다.”
화린도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은 하고 있지만 딱히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맹호사사혈전대처럼 일단 장원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공격을 당하기 전에 찾아가 멸해 버릴 생각이었다.
“나는 무림에 뜻을 두고 있다. 하지만 무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에 앞서 장원의 식솔들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 그러는 동안 나의 세력도 만들어야겠지.”
“알겠습니다. 저도 그리 알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난 장원으로 돌아갈 테니까.”
화린은 구룡장의 별장을 나섰다. 산양현의 구룡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영하는 영업장을 들러 점검을 하였는데 군 생활 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영업장을 다 돌아본 후에 구룡장에 도착하니 장원에 문제가 발생해 있었다.
장원의 뜰은 엉망으로 변해 있었고, 식솔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화린은 시선을 옮겨 낯선 사내들을 보았다. 그들은 장원의 툇마루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는데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림인들인 듯했다.
“누구인데 남의 장원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거지?”
화린이 묻자, 한 사내가 나서서 물었다.
“당신이 구룡장의 장주?”
“그렇다. 너희는 누구지?”
“나는 음사문의 도형이라고 한다. 우리 문주님께서 당신에게 받아 오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말이야.”
“나에게?”
“흑사방과 적호문의 사업체를 인수하였다고 하던데, 그게 우리 음사문의 사업체라는 걸 알고 있었나?”
도형이라는 자가 화린의 앞으로 다가와 말을 하였다. 험악한 인상으로 인해서 주눅이 들 법도 하였지만 화린은 그 너머에 있는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도형이라는 자가 나섰지만 무공으로 따지면 지금 화린이 보고 있는 자가 더 강해서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나는 정당한 대가를 치른 후에 영업장을 인수하였다. 이리 찾아와 다짜고짜 영업장을 돌려달라고 말하면 누가 그 말을 믿을 것 같나?”
화린의 말에 도형이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하하. 형님, 아직 어린놈이라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도형은 화린이 보고 있는 자를 향해 웃으며 말하더니 자신의 얼굴을 화린의 얼굴 앞에 바짝 들이댔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인데, 당신이 누구와 거래를 하여 영업장을 인수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영업장의 주인은 우리 음사문이고, 지금 우리는 그 영업장을 돌려받기 위해서 온 거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그 영업장이 당신들 것이라는 문서가 있나?”
“문서? 그게 왜 필요한 거지?”
화린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시비를 걸러 왔다는 말을 너무 어렵게 하는군.”
화린의 손이 움직였다.
손가락으로 도형의 목을 강하게 잡더니 손목을 비틀어 꺾어 버렸다.
우두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도형의 목이 꺾이며 즉사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음사문의 무인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음사문이라면 섬서성에 뿌리를 둔 사파 문파 중에서 가장 크다고 들었는데, 사파인들이라 어쩔 수 없는 건가? 왈패 패거리들이 하는 짓이나 하고 있으니, 쯧쯧.”
화린은 그들이 불쌍하다는 듯 혀를 찼다.
체에엥!
음사문의 무인들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구룡장의 식솔들은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지만 화린은 가소로운 듯 조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나는 받은 것은 열 곱절로 갚아 주는 버릇이 있거든. 그게 은恩이든, 원怨이든 말이야.”
무림인은 은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은과 원을 만들어 그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림인들의 숙명이기도 하였다.
“내가 먼저 너희들을 도발한 것이 아니다. 너희가 먼저 나를 도발한 것이다.”
말을 끝낸 화린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도형이 형님라 불렀던 검을 들고 서 있는 무인의 앞에 나타나 손바닥을 가슴에 가져다 놓았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무인이 뒤로 튕겨 날아가 건물의 기둥에 강하게 부딪친 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쿨럭!”
그가 입을 통해 피를 쏟아 내었는데 심각한 내상을 입은 듯하였다.
그의 주변에 있던 무인들이 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화린은 상체를 좌우로 움직이며 보법을 밟아 그들의 검을 피하여 뒤로 물러나 검격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고수다.’
피 흘리며 인상을 쓰던 그는 화린이 보통 고수가 아님을 직감하였다.
“멈춰라!”
그가 부상을 입은 채로 소리치자, 화린을 공격하려는 자들이 행동을 멈추었다.
“우리는 문주님의 뜻을 전달하러 왔지, 그대와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오.”
“웃긴 놈들이네.”
화린의 말에 음사문 무인이 뭐라 변명하려고 할 때, 화린이 입을 열었다.
“통보하면 나의 것을 빼앗겨야 한다는 말인가? 그럼 내가 음사문의 모든 것이 내 것이라고 너희들 문주에게 통보하면 음사문을 내어 줄 건가?”
‘미친놈인가? 아니면 본문 정도는 아래로 볼 수 있는 배후가 있다는 말인가?’
그는 화린의 모습을 살피며 어느 쪽인지 가름을 해 보려 하였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문주님의 말씀을 전달하였으니 그만 돌아가 보려고 하오.”
“와서 행패를 부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돌아가겠다고? 그럼 내가 순순히 너희들을 돌려보내 줘야 하나? 이렇게 사람도 죽였는데?”
“우리는 분명…….”
“그건 너희들 입장이고, 나의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나?”
화린은 이들을 살려 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말했을 텐데. 난 은과 원을 구별하지 않고 받은 것의 열 곱으로 되갚아 준다고 말이야.”
“그 말은…….”
“시작은 너희 음사문이 먼저 하였지만 끝을 내는 건 나의 뜻이라는 말이지.”
당황하는 이들을 향해 화린이 손을 쓰기 위해서 움직였다.
“나의 장원으로 들어온 이상 살아서 나가는 자는 한 놈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