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29)
구룡전기-29화(29/217)
구룡전기 (29)
“그러니까 구룡장으로 보낸 문도들이 관에 실려 왔다고?”
“그렇습니다. 구룡장의 장주가 한 짓이 틀림없습니다. 당장 문도들을 보내어…….”
사도형이 손을 들어 음사문 무력 단체인 음살대의 대주 형도국의 말을 멈추게 만들었다.
“구룡장의 배후에 대해서 알아보았나?”
“아직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어쩌면 배후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총관인 사마우가 대답을 하였다.
“그건 아니지. 구룡장주가 미치지 않고서야 뒷배가 없는데 우리 애들을 죽여서 그것도 관에 넣어 보내 줬을까.”
“그건…….”
구룡장에는 무인다운 무인도 없다고 그랬다. 그런데 구룡장에 보낸 문도 다섯 명을 죽였다. 이는 구룡장의 장주가 손을 썼다기보다 그의 배후에 있는 세력이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삼 일 내로 사람을 보내 오겠지. 일단 기다려 봐. 그리고 형도국 대주!”
“옛!”
“칼질 좀 하는 놈들 열을 추려 산양현으로 보내. 그리고 명령하면 구룡장으로 가서 장원을 불태워 버리라고 해.”
“똘똘한 놈으로 보내겠습니다.”
“종남과 화산이 지척이 있으니 그들의 시선을 피하라 이르고.”
“알겠습니다.”
형도국이 나가자, 사도형의 집무실에는 총관 사마우와 장로 네 명만이 남았다.
“최근 사혈맹에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혈맹은 삼십 년 전 마교와 정천맹과 손을 잡고 배교를 공격하여 배교를 무너뜨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들은 마교와 정천맹 몰래 배교의 술법을 빼돌렸고, 지난 삼십 년 동안 술법을 익히게 하여 백 명으로 구성이 된 술법단을 창설해 운용 중에 있었다.
사혈맹에서 얻은 배교의 술법은 배교의 비전 술법이 아닌 일반 배교도인들이 배우는 술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력이 대단하여 술법단을 운용하는 것에 만족하는 중이었다.
“마교 역시 변방의 문파를 제압하고, 자신들의 밑으로 복속을 시키면서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습니다.”
사도형은 현 무림의 상황을 장로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정파와 손을 잡고 마교와 먼저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음…… 마교가 그리 위협적으로 성장을 하였는가? 삼십 년 전에 마교는 큰 타격을 입었지 않았나?”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마교의 교주와 그 아래 마왕들이 건재하여 다시 일어서는 건 시간문제였을 뿐입니다. 당시 교주와 마왕들의 공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정파와 손을 잡고 마교까지 공격을 하였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여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일마이황삼왕사제!
무림 십대고수로 평가받고 있는 이 열 명의 고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마교의 교주 천마 방각이었다.
그 아래 검황 남궁소군과 사황 백무기가 있고, 그 아래 독왕 당사옥, 권왕 황보천수, 도왕 팽진기가 있었다.
사형마제 율도기, 음양마제 이소운, 살인검제 백정인, 도살도제 육공구가 그 아래 사제라 분류되어 있지만 실상 이들의 실력은 막상막하여서 누가 한 번의 실수를 하느냐에 따라 목숨이 오갈 수가 있어 그 차이는 미비하다고 봐야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이를 두고 뭐라 할 것은 없습니다. 맹에서는 각 문파에 자중하며 무공 증진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침과 함께 술법단의 무인 다섯을 보내어 준다고 하였습니다. 보름 뒤에 그들이 올 것입니다.”
“술법단의 무인 다섯을?”
“그렇습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섬서성의 지배력을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맹에서도 장담을 하였으니 그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입니다.”
“음…….”
“우선적으로 산양현과 상남현에 문파를 다시 세워 지원을 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흑사방과 적호문을 대신할 문파 말인가?”
“그렇습니다. 비록 삼류 문파라고 하지만 그들이 있음으로 우리에게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으니 일단 문에서 사람을 보내어 그곳에 문파를 세워 주변의 무인들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누구를 보낼 건가?”
“그래서 장로님들께 부탁을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우리보고 가서 개파를 하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삼장로님과 사장로님께서 산양현, 상남현으로 가셔서 개파해 주십시오.”
네 명의 장로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의 소속 일류 무인 열 명과 맹에서 보내 주는 술법사 한 명을 데리고 가신다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겠네. 그런데 문파의 장원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구룡장에서 어떻게 나올지 보신 후에 결정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구룡장을 빼앗아 사용하라는 건가?”
“빼앗는 것이 아니라 돌려받는 것입니다. 흑사방의 장원을 부수고 그곳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으니 그들의 장원이라도 돌려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후에 종남이나 화산이 있으면 어찌할 건가? 아직 우리의 힘으론 종남과 화산을 감당하기 버거울 텐데 말일세.”
“일을 치른 후에 보상을 해 주면 됩니다.”
“일을 치른 후에 보상?”
“구룡장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면 우리가 구룡장을 멸해 버린 후에 단순한 실수였다고 말을 하고, 그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해 주고 일을 무마시킬 수가 있습니다. 물론 손해 배상으로 인해서 손실은 생기겠지만 구룡장이 가지고 있는 영업장을 통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것이니 그 손해는 금방 메워질 것입니다.”
사도형은 말을 하면서 사마우를 보았다. 자신의 설명에 보충해야 할 것이 있는지 묻는 시선이었다.
사마우는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입을 열었다.
“지금 구룡장의 영업장은 객잔과 기루, 포목점과 대부업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양현에 대규모의 건축 공사를 하고 있으며 그 건물은 소문에 의하면 도박장으로 활용이 될 것이라 합니다.”
“도박장?”
“그것도 섬서성의 성주에게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도박 사업장입니다.”
네 명의 장로는 마른침을 삼켰다.
도박장을 합법적으로 운영한다는 건 막대한 손을 쓸어 담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불법으로 운영하는 작은 도박장에서도 하루에 오가는 돈이 금 수백 냥은 되는데 규모가 큰 도박장이라면 그 액수는 상상치도 못할 것이다.
“구룡장의 배후가 정파, 특히 종남과 화산이라면 도박장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민심을 움직이게 만들어 그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렇지. 그들은 실리보다 명예를 더 생각하는 자들이니까.”
“우리가 구룡장을 쳐서 멸해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니 나중에 적당한 보상을 해 준다면 구룡장의 일은 무마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우의 말을 들어 보니 딱히 손해 볼 것은 없는 듯하였다.
“그럼 언제 일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오늘 시체를 보내왔으니 이삼일 내로 누군가가 방문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의 말을 들어 보고 결정을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보름은 넘기지 않을 것이니 삼, 사 장로님께서는 문에 있는 무인들을 선별해 두십시오.”
* * *
커다란 건물의 지붕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화린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왜 자신의 재산이 아닌데 자신의 것이라 말하는 건지.”
화린은 구룡장에서 행패를 부린 음사문 무인들을 죽인 후에 관에 넣어 음사문으로 보내고 자신도 음사문으로 왔다.
화린은 음사문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회의를 하는 사도형의 집무실 지붕 위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음사문의 사업장은 많나? 나도 이들처럼 이놈들 것을 내 것으로 해야겠다.”
화린의 눈에 무장을 한 무사 십여 명이 음사문을 나서는 것이 보였다.
“저들이 구룡장을 불태울 놈들인가 보네.”
화린은 지붕에서 일어나서는 반대편으로 도약하여 허공에 기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음사문을 떠났다.
음사문이 있는 동천시를 떠나온 음살대 무인 열 명은 관도를 따라 이동하였고, 여산의 초입에 다다랐을 때, 검은색의 복장을 한 사내의 기습을 받았다.
체에에엥!
기습을 한 사내는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을 제압하려고 하였는지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다.
복면인의 기세는 마치 거칠고 높은 해일이 해안가의 마을을 쓸어버리듯 하였다.
“허엇!”
갑작스러운 기습과 일격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우악스러운 힘으로 인해서 음살대 무인들은 적지 않은 놀라움을 겪었고, 그 놀라움은 곧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빈틈을 상대에게 보여 주었다.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자신들의 사이로 파고 들어와 검을 천천히 움직이는 검은 사내를 막으려 하였지만 그들이 본 건 잔상에 불과하였다.
불에 덴 것처럼 화끈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적이 자신의 몸을 베고 지나간 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
열 명의 무인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쪽 무릎이 꺾이더니 곧 앞으로 쓰러지며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습격한 복면인은 화린이었다.
화린이 내공을 풀자, 검은색의 옷은 옅은 잿빛의 색으로 바뀌었다.
인면지주의 거미줄과 백구잠옥이라 불리는 식물의 원료를 추출하여 짠 옷이라 내공의 사용에 따라 색을 바꿀 수 있는 옷의 특징 때문이었다.
화린은 이들을 모두 죽인 후에 품을 뒤져 이들이 가진 돈을 모두 회수하였고, 검 또한 챙겼다.
“관값은 나오겠군.”
화린은 죽은 자들을 잠깐 내려다본 후에 여산 초입 한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중원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는데 도가의 도술사나 술법사들이 쓰는 주술과 같은 느낌의 말이었다.
드르르륵!
땅바닥이 절로 움직이며 깊은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화린의 주술이 끝나자 땅바닥의 변화도 멈추었다.
화린이 만족한 표정으로 그 웅덩이에 죽은 음살대의 무인들을 모두 밀어 넣은 후 다시 주술을 읊자, 땅바닥이 움직여 이번에는 웅덩이를 메워 버렸다.
여산의 초입은 싸운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여느 때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들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한번 두고 볼까?”
* * *
“그러니까 객잔에 들어가는 재료를 한 번에 주문받아서 대량으로 사들이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게 재료비를 많이 아낄 수가 있을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하면 짐수레가 필요하고, 또 그에 따른 운송비,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더 싸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 관리하고 하는 것들이 힘들 겁니다.”
객잔과 기루에서 사용하게 될 음식 재료들을 사 와서 나누어 주는 것이 어떠냐는 물음에 구룡객잔 숙수장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그리하면 차라리 작은 상단을 운영하는 것도 괜찮겠군요.”
“상단을 말입니까?”
“네. 우리 영업장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상단이 구해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해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돈을 벌려고 했으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돈을 벌기보다는 나의 식솔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주기 위함입니다.”
“음…….”
“현의 아이들을 거두었다는 소리는 들었을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 안정적으로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몫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지금의 영업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
“매년 버려진 아이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들을 거두어들이면서 가르치는 것엔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 자선 사업은 장원이나 영업장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성주와 한 약속입니다.”
“네에?”
“도박장을 허가받는 조건으로 산양, 상남, 상주 현에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섬서성 역시 필요하면 본장에서 도움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숙수장이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산양, 상남 현에서 구걸하거나 사건, 사고를 만드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거리가 밝아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아이들이 씻지 않아 몸에서 나는 악취가 줄어 사람들이 거리를 다닐 때, 인상을 쓰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구룡장이 운영되는 동안에는 이러한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성장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본 장원의 역할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굳이 그리하실 이유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숙수장은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였다.
“저는 구룡장이 잠깐 동안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백 년, 오백 년, 천 년의 세월 동안 섬서성 산양현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지요.”
“그 신뢰라는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얇습니다.”
“그래도 지속된 사업을 통해서 사람들이 본 장원의 뜻을 헤아려 지지해 주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