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
구룡전기-3화(3/217)
구룡전기 (3)
황궁 보고에 들어간 화린은 그 규모에 놀랐다. 소오태산에 인공 굴을 파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내부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기관 장치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도 대단하였다.
화린은 황궁 보고를 다니면서 모두 여섯 곳으로 구분이 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무공서가 저장되어 있는 무서고, 온갖 진귀한 약초와 영약들이 있는 약고, 무기들을 모아 둔 무기고, 온갖 책들을 모두 둔 서고 그리고 무공을 익힐 수 있는 연무장과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거주지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대단하다.”
화린은 거주지에서 잠시 쉬면서 무엇부터 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모친은 이곳에서 마교와 무림맹, 사도맹을 이길 수 있는 무공을 익히라고 하였지만 그건 너무 막연하고, 또 자신이 무공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니 무작정 무공을 익히는 건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였다.
“이곳을 관리하려면 이 안에 있는 물건들의 목록을 기록해 놓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화린은 이렇게 생각을 하고 무서고로 가서는 목록을 기록해 놓은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있다.”
화린의 예상대로 무서고에는 무공들이 어디 위치되어 있는지 기록된 목록서가 있었다.
화린은 목록서를 대충 읽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구백구십아홉 권의 무공서가 있고, 이 중에서 일류라 할 수 있는 무공이 구백 권,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구십아홉 권이 있다.”
화린은 잠깐 생각하다 어떤 무공들을 익힐 것인지 결정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부담이 없는 무공을 몇 개 익혀 보고 상승 무공을 익히자.”
술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련을 하였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무공은 문외한이나 다름없으니 일단 무공을 이해한 후에 뭔가 해 볼 생각을 하였다.
화린은 약고로 갔다. 약고에도 어디에 어떤 영약이 있는지 적어 놓은 목록이 있어 어떤 영약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무기고, 서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린은 무서고에서 한 권의 책을 빼서 거주실로 왔다. 책은 아주 두꺼웠는데 서책의 표지에는 ‘무공총람’이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화린은 거주실 한쪽에 있는 탁자에 앉아 무공총람을 펼쳐 읽어 보았다.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무공총람에는 무공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무공의 기원부터 시작하여 자세하고 소상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의 무인들은 대충 아는 내용들이었다.
화린은 무공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에 무공총람이 큰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의 손 떼가 많이 묻은 앞장에 비해 뒤로 갈수록 깨끗한 책을 보고 화린은 의아해하였다.
“무공 사부에게 무공을 배우면서 어느 정도 이런 상식들을 배웠기 때문인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속해서 무공총람을 읽어 보았는데 제법 재미가 있었다.
“동식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행동들이 무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
화린은 무공총람을 읽으면서 무공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외공편?”
무공총람에는 무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비롯하여 외공과 내공을 따로 구분하여 기록해 놓았는데, 화린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여 무공총람을 탐독하였다.
“대단하다.”
한참을 홀로 정독하던 화린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하였다. 자신이 무공에 대해서 문외한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 무공총람에 서술된 내용들은 엄청난 것들이라 저도 모르게 흥분하여 감정을 이입해 읽고 있었다.
[결국 사람이 몸을 쓰는 데 있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임으로 외공과 내공의 구별은 무의미하나 필자는 연자가 조금이라도 무공에 대해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서술해 놓은…….]“이분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 무공을 익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공이라는 것이 몸에 축적되니까. 결국 외공을 익힌 사람도 내공을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이 분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다.”
화린은 스스로 감탄을 하며 외공편을 다 읽어 본 후에 내공편을 읽어 보았다.
내공편에는 기경팔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내공의 운용 방법, 또 내공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수련을 하면 좋은지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단전을 만들고 단전에 축적한 내공을 이용하여 몸 밖으로 표출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상상 그리고 믿음의 영역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는 도사들의 도술, 요술사들의 요술과 일맥상통하나 내공이 조금이 더 구체적이라 말을 할 수가 있다.]화린은 자신이 익힌 배교의 비전 술법들을 떠올려 보았다. 비전 술법을 사용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술법에 사용되는 기운, 내공과는 다른 자연의 기운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태초 혼돈에서 시작되어 일원으로, 일원에서 이원으로 나누어지고, 이원은 다시 사원으로 사원은 팔원…….]화린은 이런 이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지금 필자가 설명하는 게 태극, 음양, 사괘와 팔괘 등에 관한 것임은 알고 있었다.
배교의 비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음양, 사괘, 팔괘 등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만류귀종, 결국 하나에서 시작하여 만물로 파생되지만 그 원류는 결국 하나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내공, 자연의 기운, 영초나 영약을 가공하여 만든 인위적인 기운 등은 결국 그 원류가 하나임을…….]화린은 순간 머릿속에 각인된 배교의 비전비술들이 떠올랐고, 본능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가부좌를 하였다.
‘외공과 내공을 사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듯이 세상에 떠도는 기운 역시 사용하는 건 사람이다. 이를 구분하여 나누는 것도 사람이고, 정형화하고 고착화시키는 것 역시 사람이다. 이 모든 것들은 사람의 믿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구분하고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
화린의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그의 입에서 배교의 비전비술 구결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은은한 빛이 화린의 몸에서 흘러나왔는데 곧 그 빛은 거주지를 가득 채울 만큼 강하게 빛을 발하였다.
지난 오 년간 배교의 비전비술들을 익혀 오면서 얻었던 교훈들이 무공총람을 읽으면서 얻은 깨달음과 겹쳐지면서 기연을 얻게 된 것이다.
거주지를 가득 채운 빛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화린의 모습이 보였다.
화린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듯하였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너무나도 평온하였다.
* * *
화린이 황궁 보고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 화린은 서고에서 생활하는 중이었는데 서고에 모아 둔 방대한 양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내 속에 무엇이 남아 있어 그대에게…….”
화린은 소리를 내어 가며 책을 읽었는데 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고 지냈기에 훗날 무림으로 나갔을 때,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말을 입에 붙이기 위함이었다.
책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도 소리 내어 말하곤 하였는데 이렇게 말을 하다 보니 이제는 어눌했던 말이 제법 유창하게 흘러나왔다.
화린은 태어나 지금까지 세상에 대해서 듣지 못하였기에 이곳에 있는 책으로 세상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배우려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무공 역시 무학이라 부르며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학문이니 학문을 이해하다 보면 무공의 이해도 빠를 것이라 생각하여 서고의 책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는 책을 보는 게 너무나 재미가 있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 배움을 통해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학식과 학문에 대한 논쟁, 세상 사는 많은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만족을 하여서였다.
화린은 한 손을 허공을 향해 장난처럼 휘두르고 있었는데 이원공을 이용해 책과 무공을 동시에 보고 익히는 중이었다.
화린은 보고 있던 책을 모두 본 후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네.”
화린의 신형이 점점 흐릿하게 변하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 원래 책이 있던 장소에 나타났다.
화린은 책을 제자리에 두고 그 옆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도 재미있겠지.”
화린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처음 있던 자리에 나타나 또다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였다.
화린이 무공을 익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배교의 비전 술법을 이용한 것이었다.
상인들은 배교의 이러한 비전 술법을 악마의 술법이라 하여 마법이라 부르며 두려워하였고, 무림인들은 그들이 가진 신비한 힘을 두려워하면서도 빼앗으려고 하였다.
화린의 손은 허공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듯 이래저래 움직였고, 눈은 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화린이 황궁 무고에 들어온 지 일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는 책과 함께 생활했고, 손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장난처럼 이래저래 휘저으며 있었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화린은 무공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영초와 영약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쌓을 수가 있었다.
어렸을 때, 모친의 도움으로 천문을 열어 놓아 그의 지혜가 하늘에 닿은 것처럼 홀로 배움에 있어 막힘이 없었다.
이러한 화린에게 큰 영향을 미친 건 다름 아닌 무공총람이었다. 만약 화린이 무공총람을 보지 않았다면 무공을 비롯한 다른 학문을 익히는 데 있어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린은 서두르지 않았고, 자신이 계획한 대로 서고에 있는 책들을 다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고, 일 년 하고 여섯 달이 지나서야 서고의 방대한 양의 책들을 모두 읽을 수가 있었다.
서고의 책을 다 읽었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자신이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함을 느꼈다.
“서책을 읽으면서 무공의 기본을 어느 정도 익혔으니 이제 본격적인 상승무공을 익혀야겠지.”
화린은 구십아홉 권의 상승 무공을 익혀 볼 생각이었다.
“그 전에 무공총람에서 얻은 심법을 이용하고 영약을 복용하여 무공을 익힐 수 있을 만큼 내공을 올려야겠지.”
화린은 무공총람을 모두 읽은 후에 무공총람을 기록한 저자의 남은 무공을 얻을 수가 있었다.
공무도원공!
무공의 근본이 되는 심법이라고 이름이 지어진 공무도원공은 얼핏 삼류 심법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담긴 이치를 깨닫게 되면 그 어떤 심법보다 뛰어난 공부였다.
그동안 많은 황족들이 황궁 보고에 들러 무공을 익히면서 무공총람을 보았지만 그 누구도 무공총람에 공무도원공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하였다.
당연한 이유이지만 이제까지 무공총람을 본 황족들 중에서 끝까지 읽어 본 이가 아무도 없어서였다.
화린은 무공총람을 다 읽은 것은 물론이고, 뛰어난 두뇌로 공무도원공 속에 담긴 이치를 깨달아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가 있었다.
화린은 약고에 가서 두 가지의 영약을 골랐다. 물론 이 두 개의 영약으로 끝낼 생각은 없지만 현재의 자신에게 필요한 영약은 지금 선택한 두 개의 영약뿐이었다.
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지금 화린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약의 기운은 두 개로 충분하여서였다.
화린은 거주지로 와서는 가부좌를 한 후에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인면지주의 내단이 가진 독성은 화룡독각의 내단이 지닌 화독으로 중화시킬 수가 있다.”
인면지주나 화룡독각은 강력한 독성을 가진 영약으로, 두 기운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독성을 중화하여 독 기운까지 흡수할 수 있다면 백독을 넘어 천독에도 견딜 수 있는 신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지금 화린이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여 버틸 수 있는 몸 상태에서는 최상의 신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후 무공 수련을 통해서 약고에 있는 몇 가지의 영약과 독약 그리고 영초와 내단을 복용하면 천독이 아닌 만독에도 견딜 수 있는 독중지체를 얻을 수가 있다.
화린은 심호흡을 한 후에 품에서 하나의 작은 구슬을 꺼내어 놓았다.
“혹시 모르니 피독주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낫겠지.”
무공총람에 적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온전히 영약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설령 오차가 있다고 해도 피독주로 인해서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백독이 무용한지, 천독이 무용한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화린은 인면지주의 내단과 화룡독각의 내단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런 후에 재빨리 피독주를 입에 물고는 공무도원공을 운기 하였다.
[만물의 시작은 혼돈에서 시작하나 그 중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