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0)
구룡전기-30화(30/217)
구룡전기 (30)
화명상단
“그러니까 산양현에 구룡장이 있는데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가 도박장과 대부업이라는 말씀입니까?”
화명상단의 총수인 화정수가 종남파의 장문인인 송악을 만나 구룡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렇습니다. 객잔과 기루와 같은 사업도 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눈속임에 불과할 뿐, 도박장과 대부업을 주력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음…….”
“그들을 사파 쪽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민생의 생활을 파탄 낼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걸로 봐서는 결코 정상적인 자들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요. 제대로 된 상인들이라면 위험이 따르는 도박장이나 대부업은 하지 않겠지요.”
“확실치는 않으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들이 밀수와 인신매매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확인되지 않은 말이라 그저 소문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라는 말을 전제로 구룡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말들을 늘어놓는 화정수는 나중에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소문이라고 했을 뿐 확실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변명거리를 만들어 놓는 치밀함도 보였다.
“소문이라고 하나 근거가 없이 그러한 말들이 나올 리는 없지요.”
“산양현이면 종남산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 않습니까? 종남에서 한번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리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마교와 사혈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화정수는 말을 돌려 무림의 정세에 대해서 물었다.
“마교는 힘을 모으고 있고, 사혈맹은 세력을 넓히고 있는 중입니다. 정천맹에서는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일지 몰라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마교와 사혈맹이 동시에 움직이지는 않을 터이니 누군가가 먼저 정천맹에 손을 내밀 것이라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손을 내밀다니…….”
“마교가 사혈맹을 치기 위해서 맹과 손을 잡을 수도 있고, 사혈맹이 마교를 치기 위해서 맹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아…… 정천맹에서 마교와 손을 잡으려 하겠습니까?”
“못 할 것도 없지요. 삼십 년 전 배교를 멸문시킬 때도 마교와 손을 잡고 움직였는데 지금이라고 달라진 것이 있겠습니까?”
종남파는 세속의 문파에 가까워 이익을 위해서라면 마교와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종남파뿐만 아니라 정천맹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십대세가 역시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마교와 손을 잡을 수가 있는 이들이었다.
“그렇군요. 삼십 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요. 그럼 아직 정천맹에서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무림의 다툼이 저희 상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지라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그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심려치 마십시오. 지금 정천맹은 그 어떠한 적도 상대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니 말입니다.”
화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종이로 감싼 봉투 하나를 꺼내어 송악에게 건넸다.
“이게 무엇입니까?”
“종남을 위해서 사용해 주십시오.”
송악이 화정수를 보았다.
“무림의 다툼이 생기면 저희 상단도 줄을 하나 잡아야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송악은 무슨 의도로 이 봉투를 건네는지 알겠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심려 놓으십시오. 섬서성 안과 밖에서 화명상단이 곤란한 일을 겪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 * *
화린은 구룡장의 뒤뜰에 있는 연무장에서 무공을 수련하고 있는 중이었다.
구룡장으로 온 이후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새벽녘에 나와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이미 화경의 수준을 벗어나 현경의 끝자락에 도달하여 육체적인 수련은 큰 의미가 없었지만 화린은 무림인으로서의 습관보다는 군인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매일같이 수련하여 몸을 풀었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화린의 주변으로 푸른색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어두운 허공에 푸른색의 기운이 움직이니 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귀신이나 혹은 요괴가 나타났다고 착각을 할지도 몰랐다.
화린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면서 격해지자, 푸른색 기운이 점차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화린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공에 표현이 되었다.
츄츄츄츄츄!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화린의 손발이 움직일 때마다 기운이 발산하는 빛으로 인해서 주변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였다.
화린이 황궁 보고에서 익힌 무공은 아흔아홉 가지로, 군 생활을 하는 오 년 동안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싸우면서 숙달시켜 이 모든 무공을 이제는 능숙하게 펼칠 수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화린은 자신이 싸웠던 자들의 무공도 일부 회수하여 익혀 이제는 가히 걸어 다니는 무공 보고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많은 무공을 알고 있고, 또 익히고 있었다.
화린의 무공 수련은 새벽녘인 인시에 시작하여 아침 해가 뜨는 묘시에 끝이 난다.
이때쯤 장원에서 일하는 식솔들이 아침 조식을 위해서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라 화린 역시 이 시간에 맞춰 수련을 끝낸 후에 흘린 땀을 물로 씻은 후 식솔들과 아침을 함께 먹는다.
그런 후에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였는데 일과라고 해 봐야 객잔에서 시간 때우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어찌 보면 무림의 왕 되겠다는 자신의 목표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화만사성이란 말이 있듯 우선 구룡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기에 단리혁광이 부탁한 동생들, 단리소소와 단리혁진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막소야.”
“네. 장주님!”
객잔에서 일하는 점소이가 화린의 부름에 대답하며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주방에 가서 단리혁진에게 두부조림이랑 화채숙주볶음 좀 해서 달라고 그래. 죽엽청도 한 병 가져다주면 더 좋고.”
“아침부터 한잔하시려고 합니까?”
“예전에는 늘 이렇게 생활했어. 그러니 넌 주방에 나의 뜻만 전달하면 돼.”
“알겠습니다.”
막소가 주방으로 가서 화린이 주문한 음식을 요청하자, 안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린은 그 소리에 피식 웃었다.
“이게 네가 사는 길이다. 그리고 나도 혁광 형님께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갚는 길이고.”
화린은 술과 안주가 나오는 동안 옛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처음 맹호사사혈전대에 입대하였을 때, 사수가 단리혁광이었다.
화린은 단리혁광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단순히 무공만 높다고 하여 전쟁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화린은 단리혁광에게 그러한 생존법을 배웠고, 그로 인해서 오 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디며 보낼 수가 있었다.
“혁광 형, 형이 나에게 무공보다는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주었듯 나도 아이들에게 그러한 방법들을 가르쳐 주면 되겠지.”
전쟁터와 일반 사람들이 사는 곳은 분명 다르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그런데 소소는 걱정이 없는데 저기 안에서 투덜거리는 놈은 걱정이 조금 되긴 해.”
화린은 혼잣말로 이런저런 말들을 하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막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끔 와서는 혼잣말을 하는데 정신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
막소는 화린을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른 사람으로 보았다.
“그럴 생각은 없어. 차라리 무공을 가르쳐 주려면 소소에게 가르쳐 주지. 저놈은 무공 한 자락 배우면 어디 가서 뽐내다가 이름 모를 야산에서 맞아 뒈질 놈이야.”
“막소야, 죽엽청부터 가지고 와.”
화린의 말에 막소가 죽엽청과 소금에 절인 무우를 가져다주었다.
“고마워. 이제 가서 일해.”
“곧 음식이 나올 텐데요.”
“단리혁진에게 가지고 오라고 그래.”
“네. 알겠습니다.”
막소가 주방 안에 화린의 말을 전달하고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
잠시 후, 단리혁진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가지고 나와서는 화린의 앞에 내려다 놓았다.
“앉아.”
단리혁진은 화들짝 놀라 표정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일은 할 만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투덜거려.”
“제가 말입니까?”
“여기 앉아서도 다 들린다.”
흠칫하는 표정과 함께 아니라며 둘러댔다. 화린은 그런 단리혁진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는 그가 만든 요리를 맛보았다.
“제법이군. 그럭저럭 먹을 만한데 아직 숙수장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군.”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너와 숙수장의 차이가 뭔지 알아?”
화린의 말에 단리혁진은 당신이 알면 얼마나 아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무공의 고수일지는 몰라도 요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생각을 하여서였다.
화린은 지난 오 년간 군 복무를 하면서 교역 도시의 점소이로, 선임들이 죽은 후에는 객잔의 주인으로 생활을 해 봤고, 그의 입은 부대 내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하여 음식 맛만 보고도 그 차이를 알아낼 정도로 민감하였다.
“화기를 다루는 속도가 달라. 두부조림과 같은 조림 요리들은 불을 은은하게 사용해야 하고, 화채숙주볶음과 같은 야채와 채소의 볶음은 빠른 시간에 볶아 내어 야채와 채소가 가진 아삭함을 살리는 것이 중요해.”
“명심하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직도 그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가르쳐 줄 때 잘 배워 둬. 숙수장은 곧 다른 곳으로 옮겨 갈 것이고, 그럼 네가 이 객잔의 숙수장이 될 테니까.”
“제가 말입니까?”
“그래. 그런데 명심할 것은 만약에 객잔에 매출이 떨어지면 그날로 넌 나에게 어떤 괴롭힘을 당할지 모른단 거야.”
단리혁진의 눈이 커졌다.
“나는 팔만사천 가지의 고통을 줄 수 있는 법을 군대에서 배웠거든.”
“히끅!”
갑자기 나온 딸꾹질에 단리혁진은 황급하게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달아날 생각 같은 거 하지 마. 너 하나는 잡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찾아낼 수 있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면 이 객잔의 수익을 너에게 줄 수도 있어.”
단리혁진의 눈이 커졌다.
“이 객잔을 사는 데 금 백 냥이 들었다. 네가 열심히 일해서 이 객잔에서 얻는 순수익이 금 백 냥이 넘으면 이 객잔에서 나오는 수익을 너에게 주지. 그럼 넌 매달 본 장원에 금 한 냥만 주면 된다.”
“그리하면 정말 이 객잔의 수익을 저에게 주신단 말씀입니까?”
“그래. 왜, 자신이 없어?”
“아니, 아닙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앞으로 잘 해 봐. 너에게도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닐 테니까.”
객잔에서 하루 벌어들이는 돈은 제법 되었다. 많이 벌 때는 하루에 금 네다섯 냥을 벌 때도 있고, 적게 벌 때도 은 오십 냥은 벌었으니 금 백 냥이면 그리 오래가지 않아 벌 수 있는 돈이었다.
다만 매출이 백 냥이 아닌 순수익이 백 냥이니 그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 열심히 한다면 삼 년은 넘기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오늘 했던 이야기를 문서로 남길까?”
“감사합니다.”
화린은 활짝 웃으며 단리혁광에게 지필묵을 가지고 오라고 하였고, 그는 방으로 들어가 지필묵을 가지고 와서는 화린의 앞에 두었다.
화린은 종이에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적었다.
“숙수장이 되어 음식 맛이 없어 매출이 떨어지면 그 책임을 진다. 그리고 요리뿐만 아니라 객잔의 전반적인 것을 챙겨 손님들을 맞이하는 데 부족함이 없이 한다.”
화린은 글을 쓰면서 단리혁진을 보았다.
“이의 없지?”
“그렇습니다.”
“숙수장이 된 이후 객잔의 매출 중 순수익이 금 백 냥이 넘는 시점에서 이를 구룡장주에게 통보하고 이후 발생하는 객잔의 수익에 대해서는…….”
화린은 단리혁진에게 한 말을 그대로 글로 옮겨 써 준 후에 그 아래 자신이 서명을 하고, 단리혁진에게도 서명을 하라고 붓을 넘겨주었다.
단리혁진 역시 서명을 함으로 둘의 계약이 성사되었다.
계약을 마친 화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리혁진에게 말했다.
“열심히 해. 사람들은 배신할지 모르지만 세상은 배신하지 않아. 때로는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손가락질할 때도 있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사람이 아닌 세상이 먼저 너를 인정해 줄 거야.”
단리혁진은 객잔을 나서는 화린을 보았다.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아니, 누이와 자신에게 잘해 주는 사람이었다.
왈패 짓을 하며 사고 치고 다닐 때보다 지금이 마음이 편한 것도 사실이고, 누이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항상 화를 내는 누이가 아닌 미소로, 웃음으로 자신을 대하는 누이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감사합니다. 장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