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1)
구룡전기-31화(31/217)
구룡전기 (31)
“그래요? 종남파에서 왜 우리 장원에 대해 알아보고 다니는 거지.”
화린은 구룡루 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가운데 종남파 사람들이 와서 이것저것 묻고 갔다는 말을 들었다.
‘송철 장로가 시킨 것인가? 아니야. 송철 장로에게 우리 장원에 대해서 다 말을 하였는데……. 그럼 송철 장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장원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인가? 왜지?’
“아마도 큰 공사를 하고 있으니 종남파에서도 궁금하여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공사에 집중해 주세요. 공기를 맞추려면 조금 더 서둘러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화린은 공사장을 떠나 단리소소가 운영하고 있는 포목점으로 갔다.
포목점은 증축을 하여 옷을 만들어 주는 제단과 봉재 시설도 있고, 반지, 귀걸이, 노리개와 같은 장신구도 함께 팔고 있었다.
단리소소의 바느질 솜씨는 인근 기루의 기녀들은 물론 산양현에서 돈 좀 있다는 집안의 여식들은 다 알고 있는지 그녀의 가게는 늘 사람들로 붐볐다.
화린은 포목점에서도 종남파가 구룡장에 대해서 물어보았다는 말을 들었다.
“송철 장로가 나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건가?”
공사장과 포목점에 들러 구룡장에 대해서 물어보았다면 다른 영업장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을 하였다.
“선배 덕 좀 보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역시 사람은 잔머리보다는 큰 머리를 굴려야 해.”
화린은 일단 다른 영업장도 들러 종남파의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확인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다른 영업장으로 갔다.
두 개의 객잔, 두 개의 기루, 포목점과 대부업장 모두 종남파가 다녀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장주님.”
“왜?”
“화명상단의 사람이 와서 이 가게를 인수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화명상단? 듣기로는 엄청 큰 상단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골목 장사도 그들이 하는 건가?”
“장사꾼은 돈이 되면 다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 사람은?”
“객잔에 계십니다.”
“그래? 그럼 한번 만나 보자고 그래. 어떤 조건을 들이밀 건지 들어나 보게 말이야.”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점장이 화명상단에서 온 사람을 데리러 가는 사이 화린은 점소이에게 차를 부탁하였다.
“손님이 오시면 그때 맞춰서 차를 가져다줘.”
“그리하겠습니다.”
일각 정도가 흘렀을까? 한 여인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점장과 함께 이 층에서 내려왔다.
“구룡장의 장주님이십니다.”
점장이 화린을 그녀에게 소개하였고, 그녀는 가벼운 눈웃음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앉으세요.”
화린은 말을 하면서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무공을 익힌 것 같지는 않고, 화장이 진한 걸로 봐서는 사람을 많이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여인 같은데…….’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화명상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원자옥이라고 합니다.”
맑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에게 화린 역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주화린이라고 합니다.”
주씨 성을 듣자, 원자옥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황가의 사람은 아니시죠?”
화린은 그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을 좁혔다가 표정을 바꾸었다.
“황가의 사람이 객잔을 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화명상단과 같은 거대 상단에서는 이런 객잔 영업도 하는 겁니까?”
“호호, 시작은 다 이렇게 하는 거지요.”
점소이가 차를 가지고 오자, 그녀가 화린에게 말을 하였다.
“차보다는 술이 어때요?”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술로 하죠.”
그녀의 말투에서 화린은 단순히 객잔을 사려고 온 사람은 아니라 판단을 하였다.
“여기서 한잔하는 것보다 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어떨까요?”
원자옥의 말과 눈빛에서 조금 이상함을 느낀 화린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하시죠. 남녀가 단둘이 방 안에서 술을 마시는 건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호호, 설마 점잖은 장주님께서 저를 어찌하려는 건 아니실 거고, 그럼 제가 장주님을…….”
‘무공이 아니라 요사한 사술을 익혔구나.’
보통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상대의 무공에 대한 신경을 쓰지 사술을 익혔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족보에도 없는 사술로 나를 어찌 해 보려고 하는 건가?’
사술로 따지면 중원 천하에 화린보다 뛰어난 술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술의 조종이라 알려진 배교의 정통 계승자이자, 이제는 사라진 배교의 교주이기도 한 그였기에 눈앞에 원자옥이 은연중에 펼치고 있는 섭혼술이 가소롭게 보였다.
‘이게 화명상단의 영업 방식인가?’
화린은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기로 하고 그녀의 뜻대로 놀아 주었다.
“그런 상상은 남자들만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호호, 여자는 사람이 아닌가요. 여자도 멋있는 사내를 보면 마음이 동한답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대의 입장에서 나는 어떻습니까?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저마다 생각이 다르니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저의 마음에는 듭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어떤 점에서?”
“젊고, 사내답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무엇보다 한 장원의 장주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영업장을 운영하니 돈도 많을 테고 말입니다.”
원자옥의 눈빛이 옅게 붉은빛으로 물들어 갔다.
호감을 얻은 후에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섭혼술의 일종으로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섭혼술은 상대가 경계를 하면 잘 걸려들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장주님께서는 어떻게 해서 이리 돈을 많이 버셨나요? 집안에서 돈을 대어 준 건가요.?”
“싸움을 하면서 목숨값으로 벌었습니다. 전쟁에서는 승자가 전리품을 가질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원자옥은 흠칫하였고, 이내 자신의 당황함을 숨기기 위해서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머, 그럼 장주님께서는 낭인이셨어요?”
“군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장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했지요.”
“아, 그러셨구나.”
원자옥은 화린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고 화린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을 해 주었는데, 사실을 바탕으로 약간의 과장 그리고 거짓말을 보태어 이야기하였다.
“호호. 그럼 장주님께서는 무공도 뛰어나겠습니다.”
“뛰어날 것도 없습니다. 그저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구나. 우리 이런 이야기를 나누니 조금 더 다정해진 것 같지 않아요?”
원자옥은 말을 하면서 맞은편에서 화린의 곁으로 와서 자리에 앉았다.
“모처럼 이런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좋군요. 저 한 잔 주시겠어요?”
원자옥이 술잔을 내밀자, 화린이 술을 채워 주었다. 이 모습을 보는 점장과 점소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요사한 게 이상하게 꼬리를 치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 우리 장주님이 화명상단에 객잔을 파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월봉을 받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잘못하면 다시 적호문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두 사람은 불안한 시선으로 화린과 원자옥의 대화를 몰래 엿들었다.
화린은 웃음이 나왔지만 참고 원자옥의 뜻대로 놀아 주었다.
“듣자 하니 이 객잔 말고도 많은 영업장이 있다고 하던데, 어떤 영업장들이 있어요?”
“이곳 말고 객잔이…….”
원자옥은 화린이 자신이 묻는 말에 대답을 하자, 자신의 섭혼술에 걸려들었다고 확신을 하며 또 다른 물음을 던졌다.
“산양현에 대규모 공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허가받은 도박장이라는 말이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허가를 받는 데 고생은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도박장 사업은 성주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혹시 방법이 있을까요?”
“그냥 내어 달라고 떼를 쓰니 내어 주더군요.”
“정말요?”
“제가 거짓말을 해서 무슨 이득을 보겠습니다. 허가를 내줄 때까지 매일 찾아가서 떼를 쓰니 성주가 귀찮았는지 결국 해 주더군요.”
“쉽군요.”
“허가를 내어 줄 때까지 찾아가지 않아 못 받았을 뿐, 계속해서 찾아가 귀찮게 하면 결국 성주도 손발을 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활짝 웃는 그녀를 따라 화린도 웃었다.
“그럼 그 도박장을 우리 화명상단에 파시는 건 어때요? 조건을 잘 쳐드릴게요. 물론 도박장 허가와 권리까지 모두 넘기시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돈을 드리겠어요.”
화린은 그제야 화명상단의 목적이 객잔이 아닌 구룡루임을 알 수가 있었다.
“돈은 평생 쓸 만큼 있습니다. 저도 궁금한 것이 몇 개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화린의 눈에 푸른빛이 감돌며 목소리 톤이 낮게 내려앉았다. 원자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화린을 보았는데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원자옥의 붉은빛 눈이 화린의 푸른빛으로 바뀌더니 조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자옥의 섭혼술이 화린이 익힌 환상술법에 잡아먹히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화명상단의 목적이 구룡루인가요?”
“짓고 있는 전각의 이름이 구룡루인가 보군요. 네, 그래요. 정확하게는 합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도박장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이 객잔을 사겠다고 한 건 나에게 접근하기 위함이군요.”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장주님을 만나기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친분을 만들 수도 있고요.”
“친분을 만든 후에는?”
“몸을 섞는 거죠.”
“몸을?”
“그래서 장주님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내어 최소한 산양현에 뿌리내릴 수 없도록 만들 계획이었어요.”
화린은 피식 웃었다.
“계획은 조잡한데 걸려들면 효과는 있겠군. 사람들 입소문이 그만큼 무서운 법이니까.”
화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남파에 대해서 물었다.
“그것까진 저도 알 수 없어요.”
“그렇군요.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화린은 원자옥에게 술을 권하였고, 그녀는 화린이 주는 술을 받아 마셨다.
“화명상단의 주력이 곡물 유통이라고 들었는데, 상단은 어디서 곡물을 사서 오는 겁니까?”
“여러 곳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색목국 중 하나인 트라빌 왕국에서 많은 곡물을 사 오지요.”
“중원에서 생산하는 곡물의 양도 만만치 않을 텐데.”
“중원은 곡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이 심하지만 트라빌 왕국은 독점으로 곡물을 수입하니 중원에서 사는 것보다 싸게 살 수 있죠. 다만 운송비가 제법 들어가지만 상단의 표국을 이용하면 싸고 좋은 곡물을 많이 확보할 수가 있답니다.”
“그러한 방법이 있었군요. 그리고 화명상단이 다른 사업…….”
화린은 원자옥에게 화명상단에 대해서 자세하게 물었고, 그녀는 자신이 섭혼술에 걸려 화명상단의 많은 영업 비밀들을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화명상단에 대해서 대충 들은 화린이 말하였다.
“좀 취한 것 같은데 오늘은 올라가서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술을 좀 많이 먹은 것 같아요.”
“점장님!”
화린은 점장을 불렀다.
“이 분을 방까지 모셔다드리세요.”
점장이 원자옥을 부축하여 조심스럽게 계단을 이용해 이 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원자옥의 머릿속에 화린의 전음이 들려왔다.
―점장이 방까지 부축하면 너는 점장을 겁탈하여 너의 욕구를 채운다. 점장과의 운우지락은 네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쾌락일 것이다.
화린의 전음을 듣는 동안 원자옥의 눈이 점점 푸른빛으로 물들어갔다.
―그 후 너는 수치심으로 점장을 죽이려고 할 때마다 그날 느낀 쾌락을 떠올릴 것이고 그때마다 점장을 찾아와 겁탈하여 그와 같은 쾌락에 빠져들 것이다.
점장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화린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몸을 섞게 만들어야 자신을 유혹하려 하지 않을 테고, 이 일로 인해서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럼 지금 구룡장을 노리는 자들이 음사문과 화명상단이고, 종남파는 아직 목적이 확실치 않으니 일단 지켜보는 것으로 하고…….”
화린은 잠시 앉아 음사문과 화명상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각하였다.
“저기…….”
그때 점소이가 화린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객잔을 화명상단에 파시는 겁니까?”
“아니, 객잔 산 지 얼마나 되었다고 팔아. 안 파니까 걱정 말고 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 네가 객잔을 사겠다고 하면 너에게 싼값에 팔아 줄 테니까.”
“네에? 그게 정말입니까?”
“비싼 술 먹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싼 값에는 팔지 않는다는 거 알고 있지.”
“네.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화린은 활짝 웃었다.
‘아, 술법사들이 온다는 날이 내일이었나?’
술법사들이 오면 음사문의 장로들이 무인들을 데리고 와서 산양현과 상남현에 문파를 개파할 것이니 그 전에 술법사들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들을 죽인다면 장원을 불태우라고 보낸 무인들이 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