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3)
구룡전기-33화(33/217)
구룡전기 (33)
화린은 구룡루의 공사 현장을 지켜보며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감독관인 최대형에게 언제쯤 공사가 완공될지를 물었다.
“이야기한 것처럼 일 년 정도 걸리는 공사입니다.”
“조금 더 당길 수는 없습니까?”
“주야로 공사를 한다면 공기를 당길 수는 있지만 그럼 부실 공사로 건물이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음…….”
“못해도 백 년을 바라보시면 한층, 한층 쌓아 올라가듯 천천히 확실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저희 건축 기술자들도 자부심이 생기니 말입니다.”
“자부심요?”
“네. 섬서성 산양현에 구룡루의 공사를 내가 책임지고 했다. 뭐, 이런…….”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건축 기술자들에게는 이런 이력이 하나 생길수록 그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니 최대형의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렇군요. 아무쪼록 사고 없이 공사를 진행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전 오송루의 공사는 어찌되어 갑니까?”
“그건 다음 달이면 끝날 겁니다. 다 무너뜨리고 다시 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안의 내부 설계만 바꾸는 것이니 다음 달 중순이면 끝이 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나가는 돈은 계속해서 늘어나니 조바심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하하. 중원에는 전장이라는 좋은 곳도 있습니다. 장주님의 부족한 돈을 전장에서 빌려주실 겁니다.”
농으로 하는 말인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화린의 입장에서는 정말 전장에서 많은 돈을 빌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객잔과 포목점에서 그런대로 수익을 내고 있으니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전장으로 가서 돈을 빌려야 했을 것이다.
화린과 최대형이 대화를 나누는데 일단의 무리가 공사장으로 접근하였다.
그들은 공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서더니 현장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시는 분들입니까?”
최대형이 화린에게 물었다.
“아니, 모릅니다.”
“그래요? 이삼일 전부터 와서는 저렇게 현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구냐고 물어도 답하지 않고 그냥 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사기꾼이겠지요. 저런 사람들이 한둘입니까? 그냥 모른 척하십시오. 괜히 아는 척하다 코 꿰이면 나중에 사람들에게 큰 원망을 들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장원으로 연락을 주십시오.”
화린이 자리를 떠나자, 지켜보던 자들의 눈에 이채가 발하였다.
“구룡장의 장주가 저자인가?”
“그렇습니다.”
“음…… 몸은 좋아 보이지만 무공을 익힌 것 같지는 않은데.”
화린은 이미 반박귀진의 경지를 넘어섰기에 겉으로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무림인이 아닌 상인이니 무공을 익혀도 그저 호신의 수준으로 익혔을 것입니다.”
이들은 음사문에서 나온 자들로 산양현에 문파를 세우기 위해서 음사문의 고수들과 함께 온 삼장로 현탁정이었다.
현탁정은 초일류의 고수이긴 하지만 그의 무공에 비해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와 함께 온 열 명의 무인들 모두 일류 고수들로 음사문의 실질적인 무력을 담당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런데 구룡장을 급습하기로 한 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이지?”
“알아보았는데 그들은 이곳 산양현에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외부의 사람이 현으로 들어와서 오랫동안 머물고 있으면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그들의 행적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아예 그런 것이 없습니다.”
“그럼 중간에 사라졌단 말인가? 그놈들이 도망을 쳤을 리는 없고…….”
그럼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들에게 당한 모양이군.”
“그들이라면?”
“구룡장으로 보낸 아이들의 시체를 관에 넣어 문으로 보내어 온 놈들 말이야.”
그제야 현탁정의 뒤에 서 있는 무인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너희들은 주변을 살펴라. 혹시 놈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두 놈이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
“옛!”
무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홀로 남은 현탁정은 조금씩 멀어져 가는 화린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일단 놈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본 후에 움직여야겠어.”
* * *
화린은 이삼일 전부터 자신의 주변과 뒤를 미행하는 자들이 있음을 알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럴 때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군. 그럼 저놈들에게 잠깐의 혼란을 줘 볼까?”
화린은 아침 일찍 장원을 나섰다. 장원을 나서자마자 자신의 뒤는 물론 주변까지 살피며 쫓는 이들이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화린은 그들을 꼬리처럼 달고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그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종남산이었다.
화린은 종남산의 종남파를 찾는 것만으로도 음사문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종남산은 산양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아침에 출발하여 오전 일찍 종남산 초입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점심은 종남파에서 얻어먹으면 되겠네.”
화린은 여전히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자들의 기척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서둘러 종남산에 오른 화린은 중식 시간에 맞춰서 종남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 뵙습니다.”
지난번 송철 장로를 만나러 왔을 때, 산문을 지키던 종남파의 무인이 산문을 지키고 있어 화린은 그에게 다정한 척 말을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송철 장로님을 뵈러 오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안에 기별을 좀 넣어 주십시오.”
“저를 따라오십시오.”
화린은 그를 따라 안으로 종남파 안으로 들어갔고,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사람만을 남겨 두고 종남산을 내려갔다.
한편 화린은 종남파의 송철 장로를 만나 함께 식사를 하였는데 종남파의 장로라고 하여 따로 식사를 하지 않고 넓은 식당에 종남파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하였다.
다만 장로석이라고 하여 따로 좌석이 마련된 식탁이 있을 뿐이었다.
“최근 들어 종남파에서 본 장원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우리가 구룡장을 조사를 해?”
“장원은 물론, 저에 대한 평판과 본 장원이 운영하는 사업장과 규모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금시초문일세. 본 파가 무엇 때문에 구룡장에 대해서 알아보겠는가.”
송철 장로의 표정으로 보아 그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듯하였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장로님께 인사를 드리고 간 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 솔직한 심정으론 무시를 당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아니네. 내가 자네를 왜 무시하나. 맹호사사혈전대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곳에서 오 년 동안 백 번이 넘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전역한 자네를 내가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나? 그건 자네의 오해이네.”
송철 장로 역시 맹호사사혈전대 소속으로 그곳의 생활에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장로님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마, 자네의 구룡장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니 본 파에서 한 번 알아본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네. 내가 알아보겠네.”
“단순히 알아보는 것은 상관이 없겠지만 지금 제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신경 쓰이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신경 쓰이는 일?”
“본 장원의 일도 산재되어 있지만 여기에 음사문, 화명상단이 본 장원의 영업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음사문과 화명상단이?”
“제가 군인이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쳐들어가 멸해 버리면 되는데 이제 전역도 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다 보니 이것저것 따져야 할 것이 많이 생겨서 말입니다.”
송철 장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 역시 군 복무를 마치고 문파로 복귀했을 때, 문파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음사문과 화명상단은 대화로 해결할 수가 없으면 힘으로 눌러 버리면 되겠지만 종남파는 그럴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종남파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자네의 심정을 이해하네. 내가 알아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네. 여러모로 신경 쓰게 하여 미안하네.”
한 문파의 장로로 화린에게 저자세를 보이는 것이 이상하지만 상대는 맹호사사혈전대라고 하는 전투 전문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화린의 말대로 구룡장이 종남파의 적수가 될 수는 없지만 화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종남파를 괴롭힐 수가 있었다.
이는 송철 장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 역시 마음먹고 암살자처럼 몰래 숨어 상대의 요인을 노리거나 기습을 통해서 이득을 얻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가 있었다.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송철 장로는 화린에게 저자세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는 중이었다.
“아닙니다. 장로님의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저는 종남파에 뭘 크게 잘못을 했나 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아닐세. 자네가 잘못한 건 하나 없네.”
“오해라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화린은 식사 중에 품에서 작은 봉투를 하나 송철 장로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
“많은 돈은 아닙니다. 장로원에 계시는 장로님들과 회식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드리는 겁니다.”
“안 줘도 되네.”
“아닙니다. 아무리 종남이 세속에 관여한다고 해도 도가에서 시작된 문파이지 않습니까? 도율과 계율, 문율에 자유롭지 않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음…….”
“정말 큰돈이 아닙니다. 장원이 어려워 많은 돈을 드리지도 못합니다. 딱 장로원의 장로님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라도 하시라고 넣은 것입니다. 그러니 받아 주십시오.”
화린은 큰돈이 아니라 말을 하였지만 금 서른 냥이면 회식비로는 과한 돈이었다.
화린의 입장에서는 금 서른 냥으로 종남파가 자신의 뒤에 있음을 음사문에 알리는 것이고, 비록 오해라고 하지만 당분간은 음사문에서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과 음사문의 사이에서 일어날 피곤한 일을 금 서른 냥으로 해결한 것이니 화린의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나 다름이 없었다.
송철 장로는 화린이 주는 봉투를 챙겨 품에 갈무리하였다.
“고맙네. 대신 우리 장로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 자네도 함께 하세나.”
“저야 불러 주시면 영광입니다.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가겠습니다.”
송철 장로는 화린의 대답에 흡족한지 미소를 지었다.
그때 두 사람의 곁을 지나가는 한 무인이 있었다.
“이한선.”
송철 장로가 그를 부르자, 이한선이 송철 장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본 파에서 구룡장에서 알아보고 있다고 하던데, 혹시 자네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나?”
“산양현의 구룡장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는 종남파에서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문인으로 무공보다는 머리를 쓰는 지략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렇네.”
“듣기로는 산양현에 커다란 도박장을 개설한다고 하여 장문인께서 혹여 사파의 문파가 개입되어 있지 않나 싶어 알아보라고 한 것 같습니다.”
송철 장로는 화린을 보았다.
“그런데 도박장 말고도 들리는 소문에는 대부업과 밀수, 인신매매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요?”
화린은 모른 척하고 물었다.
“대부업을 하는 것까지는 확인하였다고 하는데 밀수와 인신매매의 현장은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켜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상하군. 문파에만 계시던 장문인이 아닌가? 그런데 그러한 소문은 어찌 들은 건가?”
“확실치는 않지만 화명상단의 상단주이신 화정수 님께서 다녀가신 이후, 그와 같은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화명상단의 이름이 나오자, 화린과 송철 장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를 접하는 순간 송철 장로는 흠칫하였는데 그 미소가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져서였다.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