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4)
구룡전기-34화(34/217)
구룡전기 (34)
화린은 종남파에서 송철 장로를 만난 후에 음사문뿐만 아니라 화명상단도 공사 중인 구룡루를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계획대로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너무 과한 관심은 부담스러운데…….”
화린에게 있어 사회생활은 군 생활 오 년이 전부나 다름이 없었다.
그 오 년 중에 임무를 나간 것을 제외하고 교역 도시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한 날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오 년 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이루어야 할 목표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연구 그리고 계획들을 세워 놓았고, 그 계획의 일부는 단리혁광의 죽음으로 인해서 조금은 변경되었지만 크게 바뀐 건 없었다.
화린이 종남파를 나서자,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뒤를 미행하였던 자들의 기척을 느낄 수가 있었다.
화린은 천천히 걸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심하였다.
“구룡루가 만들어지면 그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많은 분쟁이 생길 것이다.”
영업이 얼마나 잘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색목국에서 본 도박장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와 대입을 하는 것이니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업이 잘되면 구룡루를 노리는 자들로 인해서 분쟁이 생길 것이고, 그러한 분쟁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무림인으로 활동하면서 부친과 했던 약속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렇다고 상대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는 건 어리석은 일인데…….”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선제공격으로 적에게 타격을 주는 일만 하였기에 가만히 있다가 공격을 당하는 건 낯설기도 하였다.
“음사문은 그냥 두더라도 화명상단은 그냥 둬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음사문이야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자신의 뒤를 쫓거나 혹은 구룡루를 노리는 건 이해가 된다고 하지만 화명상단은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서 여자를 보내고, 또 종남파에 자신을 음해하는 등 그냥 두었다간 더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일단 하오문을 통해서 화명상단에 대해서 조금 알아 둬야 할 것 같은데.”
한때, 오송루의 루주였던 미옥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물어보면 자세하게 알 수 있겠지.”
화린은 종남산을 내려와 미옥의 집을 찾아갔다. 오송루를 화린에게 팔고 미옥은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집에서 기녀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화린이 미옥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도 그녀는 기녀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는데 구룡루는 도박장이면서도 기루까지 같이 겸하고 있었기에 기녀들이 악기를 비롯하여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천천히 해 보아라. 정확하게 음을 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을 누르는 손가락의 힘이 강해야 한다.”
현악기는 줄을 이용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말하는데 기녀들이 지금 익히고 있는 거문고였다.
“장주님 오셨습니까?”
미옥의 집에서 일을 하는 노복이 화린을 보고 나와서 인사를 하였다.
“루주께서 많이 바쁘신 모양인가 봅니다.”
“늘 그렇지요. 요즘은 기녀들을 교육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합니다. 제가 안에 기별을 넣겠습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아, 그럼 제가 기다리는 동안 마실 차를 내어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린은 퇴청마루에 앉아 미옥의 교육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미옥의 교육은 반 시진 정도 계속해서 이어졌고, 기녀들이 거문고를 타는 소리를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기녀들의 교육이 끝나고, 그녀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화린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이곳 산양현에서는 구룡장의 장주 화린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인이기도 하였다.
“고생들이 많네.”
화린은 간단한 인사를 한 후에 기녀들이 모두 집을 나서자, 미옥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셨으면 말씀을 하시지 그랬습니까?”
“교육하신다고 바쁘신데……. 저는 한량이나 다름이 없으니 조금 기다려도 됩니다.”
“차를 새로 내어 오겠습니다.”
“아닙니다. 실은 미옥 님께 몇 마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이리 찾아왔습니다.”
“저에게요?”
“네. 혹시 화명상단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화명상단이라면 중원 십대상단 중 한 곳이니 장사치들이 모를 수가 없는 상단이지요.”
“아, 그럼 화명상단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주십시오.”
“왜? 그러십니까? 화명상단에서 장주님께 연락이라도 온 것이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최근 들어 구룡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그중 한 곳이 화명상단입니다. 그래서 조금 알고 싶어 이렇게 여쭈는 겁니다.”
미옥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명상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를 듣는 화린의 눈빛이 서서히 변해 갔고, 그에 따라 미옥의 눈빛도 화린과 마찬가지로 변해 갔다.
“많은 사업을 하는데 주력이 곡물 판매란 말이죠.”
“그렇습니다. 듣기로는 색목국에서 엄청난 양의 곡물을 사서 중원에다 푸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군부에도 납품을 하고 말입니다.”
미옥은 화린의 질문에 거짓 없이 착실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렇군요. 덕분에 궁금증이 많이 풀렸습니다.”
화린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미옥의 눈빛 역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런데 화명상단이 무엇 때문에 구룡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까?”
“구룡루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도박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아마 구룡루의 소문이 퍼지게 되면 화명상단뿐만 아니라 다른 상단에서도 군침을 흘릴 것입니다.”
“그래요?”
“도박장이라는 것이 현금 장사나 마찬가지이니 급한 자금을 만드는 데 도박장만 한 것이 없지요. 십대상단이야 워낙 규모가 대단하고, 주력으로 하는 품목들이 있어 지금은 위험부담이 있는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도 과거에는 도박장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우리도 훗날 십대상단으로 성장할 수 있겠군요. 우리는 합법적으로 도박장을 운영할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건 두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있습니다.”
“이상한 소문요?”
“음사문에서 산양현으로 사람들을 보내어 문파를 세우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섭혼술을 풀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한다는 건 나를 떠보기 위함인가?’
“아마도 적호문이 사라진 후에 산양현에 대한 영향력이 사라져 이러한 결정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파가 들어서면 구룡루에 대해서 간섭이 심할 텐데 말입니다.”
“장주님께서 알아서 하셔야겠지요. 방법은 많습니다. 매달 적당한 돈을 주고 그들의 보호를 받든가, 아니면 종남이나 화산에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을까요?”
“돈이 들어가겠군요.”
“그렇지요. 돈이 들어가죠.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돈으로 많은 것을 할 수가 있으니 돈이 꼭 필요한 법이지요.”
“다른 영업장에서 나오는 수입을 구룡루를 짓는 데 다 때려 박는 중인데……. 돈이 들어갈 곳이 더 생기면 피곤해지겠군요.”
화린의 앓는 소리에 미옥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하오문에서도 구룡루에 관심이 있었지. 이러다가 제 명에 죽지도 못하겠군.’
* * *
“그러니까 구룡장주의 뒤에 종남파가 있단 말이지?”
“종남파가 구룡장주의 뒷배가 되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가 종남파로 가서 머물다가 나온 시간이 대략 한 시진 정도입니다.”
“한 시진이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 종남파는 다른 구파일방의 문파보다 세속적이라 무림보다는 상인들과 친분이 더 많은 문파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그럼 구룡장주 뒤에 종남이 있을 가능성이 높겠군.”
음사문의 삼장로인 현탁정은 구룡장주의 뒤에 종남파가 있음을 확신하는 듯하였다.
“차라리 화산파라면 편할 것을, 종남이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군.”
종남파는 세속의 은원에 있어서도 맺고 끊음이 확실하여 만약 자신들이 구룡장주를 죽이게 되면 종남은 그 흉수를 찾게 될 것이고, 배후가 음사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망설임 없이 공격해 멸문시키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사파의 문파에서도 될 수 있으면 종남파와는 충돌을 피하려고 하였다.
십대세가의 당문 역시 사파에서 꺼려 하는 곳으로 두 집단의 성격이 비슷하였다.
“모른 척하고 죽여 버리면 안 됩니까? 아니라고 발뺌을 하지 되지 않습니까?”
“그리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이게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룡장주가 죽은 후에 우리가 구룡장을 차지하고 문파를 개파하면 종남파에서는 틀림없이 우리를 의심할 것이다.”
현탁정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하에게 설명해 주었다.
“다른 장원에 개파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하여도 결국 우리의 목적은 구룡장에서 공사하고 있는 구룡루라고 하는 도박장이다. 그곳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종남에서 조사를 할 것이다.”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입니다.”
“다들 그런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려다 실패를 하곤 하였다. 종남파에 협조할 문파가 한 둘이겠느냐? 개방과 하오문의 눈을 어찌 피할 것이냐?”
수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구룡장과 구룡장주 그리고 구룡루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중일 것이다. 구룡장주가 구룡장을 나서는 순간 개방과 하오문의 사람들이 따라붙을 것이고, 그가 하루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의 눈을 피해서 구룡장주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현탁정은 눈을 살짝 찡그렸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부담 없이 와서 구룡장주를 협박해서 장원을 매입하고 문파를 개파하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는데 실상 와서 경험해 보니 구룡장주가 산양현에서 제법 일을 크게 벌여 놓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일단 문에 보고한 후 지시에 따라야겠지. 가장 좋은 방법은 구룡장주가 살아 있을 때, 그의 모든 걸 이양받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제가 문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리하여라. 그리고 문주님께 인원을 더 보내어 달라고 전하여라.”
“인원을 말입니까?”
“혹여 종남이 개입하면 지금 우리로는 그들과 협상을 벌일 수가 없다. 일단 우리가 개파를 하면 문과는 별개로 행동을 하여야 하니 최소한의 인원이 서른 명은 있어야 한다고 전하여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시정잡배들을 알아보라고 한 건?”
“나서는 자들이 없습니다. 구룡장주에게 호되게 당하였는지 우리가 뒤를 봐주겠다고 말을 하여도 고개를 절래거립니다.”
“단리혁진은 구룡장주에게 원한이 있지 않나? 그로 인해서 원치도 않은 객잔의 숙수가 되어야 했는데 말이야.”
“만나 봤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객잔을 자신에게 무상으로 주겠다고 하였답니다.”
“객잔을?”
“그렇습니다. 이미 각서도 받아 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객잔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이제는 왈패 짓거리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웃긴 놈이군.”
현탁정의 눈빛이 반짝였다.
“잠깐, 단리혁진이 각서를 받았다고?”
“그렇습니다.”
“그럼 그 각서가 우리 손에 있으면 놈이 운영하는 객잔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되는 거지.”
현탁정은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그 각서를 가지고 시비를 걸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가 있군.”
“가서 놈을 잡아 오겠습니다.”
“그렇게 해. 각서도 확인하고 함께 가지고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