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5)
구룡전기-35화(35/217)
구룡전기 (35)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객잔의 방에 누워 있는 단리혁진을 보고 물었다.
누구에게 많이 맞은 것처럼 얼굴과 몸이 푸르게 물들어 있었고, 붓기도 빠지지 않아 누구인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못 알아볼 정도로 몰골이 망가져 있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객잔에 나와 보니 이 친구가 주방 뒤뜰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숨은 붙어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화린은 단리혁진에게 무공을 가르쳐 줘야 하나 생각까지 해야 했다.
‘산양현의 주먹패들 중에서 제일 강한 놈이다. 그러니 어중간한 놈들이 와서는 단리혁진을 이렇게 만들어 놓진 못한다.’
삼류 무인이라도 무림인이 아니고서는 단리혁진을 이렇게 곤죽을 만들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고, 객잔에 손님으로 온 무인과 시비가 붙어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도 하였다.
“깨어나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건강하니 이삼일이면 깨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손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의원에게 듣자 하니 앞으로 손을 쓰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손을 말입니까?”
화린은 손을 보았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무거운 걸 들고 잡고 하는 건 힘들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소소 낭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까?”
“아직 알리지 않았습니다.”
“소소 낭자에게 이 녀석의 상황을 알려 주십시오. 그리고 깨어나면 저에게 말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화린은 객잔의 방을 나섰다.
“객잔의 일이 육체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감정 노동까지 해야 한다는 걸 알지 못했군. 욱하는 성격에 상대도 알아보지 못하고 주먹부터 사용하였으니…….”
화린은 무림인과 싸우다가 저리되었다고 확신하였다.
“그나저나, 객잔에서 일을 못 하면 저놈에게 무슨 일을 시키지.”
다른 일로 신경 쓸 일이 많은데 단리혁진마저 저리되었으니 신경을 써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혁진이 저놈은 나중에 생각하고 화명상단이 색목국인 트라빌 왕국에서 수입해 오는 곡물이 곧 그들의 창고로 도착한다고 그랬지.”
화린은 구룡루를 노리고 장난을 친 화명상단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곡물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나 술법의 공간 주머니를 이용하면 그들의 곡물을 숨길 수가 있겠지.”
수련을 통해서 무공도, 술법도 진보한 화린은 배교의 비전 술법들 중에서 몇 가지 새로운 것들을 익힐 수가 있었다.
무공과 술법의 합일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 화린이 익히고 있던 술법들이었고 새롭게 배우는 술법들은 또다시 수련을 통해서 무공과 합일을 이루어야 했다.
화린의 머릿속에는 모친이 환시사령술법으로 각인시켜 놓은 수많은 배교의 비전 술법들이 있지만 아직도 술력, 혹은 수련이 부족하여 익히지 못한 것이 수두룩하였다.
화린이 말한 공간 주머니 역시 최근에 수련을 통해서 익힌 술법으로 허공에 술법을 이용하여 창고와 같은 저장고를 만들어 내는 술법인데, 상당량의 물건을 보관할 수도 있고 꺼내어 사용할 수도 있었다.
다만 시전자가 죽게 되면 공간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 무로 돌아가기에 상속이나 다른 사람들이 찾아 꺼내어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화린은 화명상단에게 짧은 노동력으로 최대한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걸 생각해 보았는데 그게 바로 트라빌 왕국 들여오는 막대한 양의 곡물을 탈취하여 그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것이었다.
화린은 미옥을 통해서 화명상단이 언제 곡물을 싣고 오는지 들어 알고 있었고, 그 곡물을 훔칠 계획을 하였다.
“많은 양의 곡물을 운송하는 것이니 이를 지키는 표사들의 수가 수백이 된다고 하지만 야밤을 틈타면 그들과 충돌을 일으킬 일은 없을 것이니 빠르게 처리하고 돌아와야겠어.”
* * *
중원의 녕하는 섬서성과 감숙성 사이에 대초원과 마주하고 있는 작은 자치 구역이다. 성으로 보기에는 면적이 작고 도시로 보기에는 면적이 상당하여 일반 자치 행정 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은 흥친어림군이 주둔하여 대초원의 침입과 혹은 그들이 행동을 살피거나, 대초원과 그 위 색목국인 트라빌 왕국과 교역을 하는 상인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였다.
흥친어림군의 수장인 흥친왕부가 바로 이곳 녕하의 최대 도시인 은천에 자리 잡고 있었다.
녕하의 북쪽에 있는 석취산은 산세가 험하고 높은 봉우리들이 가득하여 일반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산이나, 상인들은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석취산의 산길을 이용하여 대초원과 트라빌 왕국과의 무역에 석취산의 산길을 이용하는 중이었다.
상인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니 자연스럽게 석취산의 초입에는 객잔이 생겨나고, 객잔이 생겨나니 술과 여자를 파는 기루도 생겨났다.
그렇게 하나둘씩 생겨난 객잔과 기루를 따라 사람들이 유입되고, 기루에서 일하는 기녀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포목점과 장신구 판매, 화장품 판매와 같은 업에 종사하는 보부상들이 등짐을 메고 이곳에 찾아와 기녀들에게 물건을 팔곤 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시간 흐른 지금에 와서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 석취산에는 화명상단에서 운영하는 커다란 객잔이 있었는데 외부의 손님을 받아 장사를 하기보단 트라빌 왕국으로 곡물을 구입하는 상단의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만들어 놓은 객잔이었다.
오늘 저녁은 유난히 화명객잔의 불이 훤히 밝혀졌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렸다.
“호호호, 그래서요. 그 색목국의 여인 가슴이 소녀의 가슴보다 더 큰가요?”
“너는 만두라면 그년은 찐빵이지.”
기녀는 자신의 가슴이 작다는 소리에 양손으로 가슴을 받쳐 올리고는 말했다.
“저도 크거든요.”
“그래서 만두라고 하지 않았느냐. 왕만두!”
“하하하하.”
화명상단에서는 혹시 모를 사건, 사고로 인해서 곤란한 일이 생길까 싶어 곡물을 가지고 들어올 때 화명객잔에서 주변의 기녀들을 불러 상단의 사람들이 유흥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렇기에 석취산 초입에 생겨난 기루들은 화명상단에서 곡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날이면 일하는 기녀들은 물론, 나이를 불문하고 여자면 다 화명객잔으로 보내어 수익을 올리곤 하였다.
화명객잔의 뒤 창고에는 트라빌 왕국에서 가지고 온 곡물을 쌓아 놓았고, 그곳을 지키는 자들이 열 명이나 되었다.
“에이, 왜 하필 오늘 당직에 걸려서.”
창고를 지키는 자들은 사내와 여인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투덜거렸다.
모두가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는 것이니 불만은 없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남들이 놀고 있을 때 나 역시도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 앵화 고년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창고를 지키는 자들은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나름 흥을 즐겼다.
그 순간!
쉐이이익…….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허공을 가르며 경계를 서는 자들을 향해 무엇인가 날아왔다.
“커어억!”
그들은 무엇에 당하였는지도 모른 채 바닥으로 쓰러졌고, 이를 본 다른 동료들이 놀라 움직이려고 할 때, 어둠 속에서 복면을 쓴 자가 나타나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허엇!”
갑작스러운 괴한의 공격에 놀라 방어를 하려고 하였지만 상대의 검이 조금 더 빨랐다.
스걱…… 스걱…… 스걱…….
창고를 지키는 자들은 제대로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순식간에 열 명의 표사가 쓰러졌고, 괴한은 시체들을 모아 창고 뒤쪽으로 옮겨 놓은 후에 다시 돌아와 창고의 문을 열었다.
창고 안에는 곡물이 가득 들어가 있었는데 족히 수백…… 아니, 수천 가마니는 되어 보였다. 그 넓은 창고가 곡물들로 인해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엄청난 양이구나.”
창고를 습격한 사람은 다름 아닌 화린이었다.
화린은 창고의 문을 닫은 후 자신의 손으로 허공에 점을 하나 찍었다.
고오오오옹!
그러자, 허공에서 작은 공간이 생겨나더니 점점 팽창하였고, 성인 남성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의 틈이 생겨났다.
“운조 이라즈 하투라즈 아구소워…….”
화린의 입에서 이상한 주문과 같은 흘러나오더니 공간의 틈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공간의 틈에서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인해서 곡물을 담은 가마니가 공간의 틈으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곡물의 양이 많으니 한 번에 다 넣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구나.”
그것도 잠시, 무한으로 넣을 수 있는 것처럼 그 많은 곡물이 순식간에 공간 주머니 안으로 모두 들어가 버렸다.
빈틈이 없을 만큼 창고를 빼곡하게 채웠던 곡물 가마니가 하나도 남김없이 공간 주머니 안에 들어가 보관되었다.
공간 주머니는 자신의 일을 다 한 후에 화린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화린의 입에서 이상한 주문이 다시 흘러나오자, 공간 주머니는 점차 줄어들어 작은 점으로 변하더니 종국에는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심심하지는 않겠군. 아침에 일을 마무리한 후에 돌아가면 되겠어.”
텅 빈 창고를 보던 화린은 만족하는 미소를 지은 후에 창고에서 사라졌다.
* * *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이냐!”
곡물 운송에 책임을 맡은 화명상단의 셋째인 화생방은 텅 비어 있는 창고를 보고 망연자실하였다.
“하룻밤 사이에…….”
“나으리, 창고 뒤쪽에 경계를 서던 표사들이 죽어 있습니다.”
“뭐!”
화생방은 경계를 서는 자들이 죽었다는 말에 황급하게 달려가 쓰러져 있는 표사들을 보았다.
표사 몇 명의 몸에는 비수가 박혀 있었고, 다른 몇 명의 표사의 몸에는 검상이 나 있었다.
“비수를 사용하였고, 표사들의 몸에 난 검상이 비슷한 걸로 봐서는 한 명에 의해서 모두가 당한 것 같습니다.”
표두는 표사들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한 사람에게 당하였음을 확신하고 말하였다.
“장 표두, 이들의 상처에서 혹시 무공을 알아볼 수가 있나? 그걸 알아낸다면 흉수가 누구인지 알 수 있지 않나?”
“저의 능력 밖입니다. 하지만 시체를 본장으로 가지고 가서 전문가를 데려와 조사하면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껏 한 번도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죄송합니다. 곡물을 지키지 못한 건 표두인 저의 책임입니다. 제가 경계 근무를 함께 했어야 했는데.”
“잘잘못을 따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일단 시체들은 본가로 보내게. 자세한 사항은 내가 전서구로 보내겠네. 그리고 자네는 표사들을 시켜서 곡물을 가지고 간 자들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게. 그 많은 양의 곡물을 싣고 나갔다면 분명 수레의 바퀴 자국 같은 것이 남아 있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화생방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후에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영천상단에서 우리 곡물 운송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그놈들이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겠지.”
몇 년 전부터 곡물 운송에 대한 욕심을 부려 왔던 영천상단은 최근 사혈맹과 마교가 세력을 확장하며서 사혈맹을 지원하고 있는 영천상단의 동서독이 노골적으로 영천상단의 곡물 운송에 대한 영업권에 욕심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만약 영천상단에서 이와 같은 일을 벌였다면 화명상단의 입장에서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형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그나저나 이번 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이 손실을 어떻게 메워야 하지.”
화생방은 두통이 오는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누르며 인상을 썼다.
“일단 형님께 전서구부터 보낸 후에 다시 트라빌 왕국으로 가서 곡물을 가지고 와야겠어.”
화생방은 화정수에게 전서구를 보내기 위해서 자신이 짐을 푼 방으로 갔다.
새장 속에 있는 전서구 세 마리의 발에 같은 내용의 글을 쓴 후에 세 마리를 모두 날려 보냈다.
전서구를 세 마리 날려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전서구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다른 맹금류의 공격을 받아 죽는 일이 많았기에, 한 마리만 보내었다가 맹금류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면 그만큼 오가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 보다 확실하게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세 마리의 전서구가 하늘을 향해 힘껏 날갯짓하며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전서구들이 객잔을 떠난 후에 석취산의 초입을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전서구 세 마리가 동시에 추락하더니 바닥에 부딪쳐 죽어 버렸다.
“이러면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