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6)
구룡전기-36화(36/217)
구룡전기 (36)
“그러니까 그놈들이 내가 너에게 써 준 각서를 빼앗아 갔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장주님.”
“형님이라 불러.”
부상을 당해 누워 정신을 차린 단리혁진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하여 다시 물었다.
“네에?”
“형님이라 부르라고.”
단리혁진이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화린이 물었다.
“그놈들이 누구인지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얼핏 듣기에는 산양현에 문파를 세우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파? 그럼 음사문 놈들인데. 그놈들이 어떻게 내가 너에게 준 각서를 알고 있지?”
“그건 저도 잘…….”
“너, 내가 각서를 써 준 걸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녔지?”
화린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러게 쓸데없이 그런 소리를 왜 하고 다녀?”
“죄송합니다. 장주님.”
“형님.”
“형……님.”
“열 길 물속을 메워도 한 길 사람 욕심은 메울 수가 없다고 하였다. 네가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니 너를 노리는 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것은 없다. 이제 각서가 없으니 객잔을 물려받을 수는 없겠구나.”
“그건…….”
안 그래도 부은 얼굴로 인해서 알아보기 힘든 얼굴이 일그러지니 그 모습이 너무도 우스워 보였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 어찌하겠느냐.”
“형님, 그래도…….”
“의원이 그러더구나. 이제 그 손으로 뭘 할 수 없다고 말이다.”
단리혁진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이제 주방에서 일할 수 없으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뭐든 하겠습니다.”
단리혁진은 아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고통이 전신을 엄습해 왔지만 그는 화린에게 엎드려 말하였다.
“저는 수에 밝습니다. 돈 계산을 잘할 수 있습니다. 비록 주방에서 숙수로 일은 못 하지만 매대에서 손님들에게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어 주는 건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다.”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가 있습니다. 하시라고 하면 공부도 다시 하겠습니다. 그러니 처음 약조하신 대로 객잔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럼 제가 몇 배로 크게 성장시켜 보겠습니다.”
화린은 엎드려 머리가 방바닥에 붙을 정도로 숙인 단리혁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세상에 돈이 무섭긴 하구나.’
“그건 두고 보면 될 일이고, 일단 몸조리나 잘 해.”
“형님, 정말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 잘할 수 있다고 믿으마. 몸조리해라. 난 너에게 각서를 빼앗아 간 놈들을 좀 만나고 와야겠다.”
화린은 단리혁진에게 몸조리하라는 말을 하고는 방을 나섰다.
“장주님.”
방을 나오자, 점소이가 와서는 귓속말로 말을 하였다.
“단리혁진이 자신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이 객잔을 양도하였다면서 각서를 들고 찾아온 손님들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잘 찾아왔네. 그분들 주방 뒤 공터에서 보자고 전해 줘.”
“알겠습니다.”
화린은 주방으로 가서 숙수장에게 말했다.
“단리혁진이 손을 다쳐서 더 이상 숙수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을 보내어 드릴 테니 그에게 조리를 가르쳐 주세요.”
“그놈,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제가 수고한 만큼 챙겨 드릴 테니까.”
그 말에 숙수장이 손사래를 하였다.
“아닙니다. 지금도 충분히 많이 받고 있고, 또 구룡루의 숙수장 자리에 보장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일할 사람만 보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화린이 숙수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뒷문을 통해서 뜰로 나가자, 음사문의 장로인 현탁정을 비롯한 무인들이 모두 와 있었다.
“혁진이가 당신에게 돈을 빌렸다고?”
“그렇소. 그리고 그 돈을 이 각서로 대신하기로 하였소.”
“그래. 그 각서를 읽어 보았겠군.”
“그렇소. 그래서 각서의 일부 내용을 바꾸었으면 하오.”
“웃기군. 각서의 내용을 당신들 마음대로 바꾸나? 그리고 그 각서는 나와 혁진이 사이에 이루어질 거래이지. 당신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단리혁진이 우리에게 돈을…….”
현탁정은 말을 하려다 흠칫하였다. 화린의 입가에 머금고 있는 미소가 너무나 차가워 보였다.
“그건 당신들의 주장이고, 우리 혁진이는 당신들에게 빌린 돈이 없다고 그러는데? 당신들이 두들겨 패고 각서를 빼앗아 갔다고 그러더군.”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단 말이오, 장주!”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섬서성에서 음사문의 위세가 대단하다곤 들었지만 힘으로 나의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놈들이군.”
현탁정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화린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그의 코앞에 나타났다.
“허엇!”
놀라 헛바람을 들이켜는 순간 새하얀 손이 자신의 미간에 다았다.
차가운 기운이 미간을 통해서 들어오자, 얼굴 전체가 얼어 버릴 것 같고 뇌가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크아아악!”
그 순간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현탁정의 비명에 무인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화린을 향해 몸을 날렸다.
화린의 발이 기이하게 움직이더니 음사문의 무인들이 공세에서 벗어났다.
환환공공미리보였다.
화린은 공세를 벗어나자마자 다시 발을 움직여 무인들의 사이로 뛰어들었는데, 그 움직임이 흐르는 물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화린의 손이 허공에 잔상을 남기며 음사문의 무인들을 향해 쇄도하였는데, 그들은 이러한 무공은 처음 보는지 매우 당황스러워하며 검을 움직여 화린의 소수를 쳐 내려고 하였다.
허공에서 변화하는 화린의 소수가 무인들이 검을 피해 그들의 미간에 닿자, 앞서 현탁정이 느낀 고통을 이들도 고스란히 경험하였다.
“크아아악!”
뒤뜰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화린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남은 자들을 향해 손을 썼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도 수하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현탁정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현탁정은 지금 화린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단정을 하였다.
‘놈은 자신의 뒤에 종남파가 있다고 우리를 믿게 만들었을 뿐, 실상 모든 일은 자신이 도맡아서 해 왔다.’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의 무릎이 꺾였을 때, 현탁정은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안 것이다.
화린이 바닥에 떨어진 각서를 주워 들었다.
“욕심을 부릴 걸 부려야지. 내가 음사문도 먹어 치워 줄 테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마.”
이미 죽어 있는 현탁정을 보고 말을 하고는 늘 부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상남현에도 문파를 세우기 위해서 놈들이 왔다고 그랬지. 어차피 객잔에 똘똘한 놈 한 명 찾아 보내려면 들러야 하니 그곳에 가는 김에 그놈들도 처리하는 것이 좋겠군.”
* * *
음사문의 뜰에는 관이 스물두 개나 놓여 있었다. 산양현과 상남현으로 간 두 장로와 음사문의 무인들이 싸늘한 시체로 관에 담긴 채 음사문으로 배달이 되었다.
“소수신공에 당한 흔적입니다.”
소수신공!
무림에서는 백색의 공포라 불리며 악마가 만들어 낸 무공이라고 알려져 있다.
보통은 이런 무공들은 신공이 아닌 마공으로 분류가 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안정성이 뛰어나 무공을 익히는 동안 마성에 빠지지 않아 마공이 아닌 신공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무공으론 마교의 지존 무공인 천마신공이 있다.
“다시 확인을 해 보아라. 정녕 소수신공이더냐?”
“제 눈을 의심하여 몇 번이고 확인을 하였습니다. 내부를 얼려 죽이는 소수신공이 틀림없습니다.”
소수신공의 특징은 소수가 다은 곳의 내부, 즉 몸속을 얼려 버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서서히 죽인다는 것이었다. 이 악랄한 무공은 백 년 전 소수마녀가 종적을 감춘 후에 무림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백 년이 지난 지금, 중원 무림에 온전한 모습으로 그 위력을 드러낸 것이다.
“잔살십육검, 천화난무 그리고 소수신공까지……. 망령들의 무공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구나.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닌데…….”
“아마도 마교와 사혈맹의 세력 확장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합니다.”
“마교?”
“난세에 주인이 되고자 하여 신성들이 무림으로 나오는 것처럼, 마교가 변방의 힘을 통합하면 그 힘을 앞세워 중원 무림으로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고 그동안 숨어 무공을 익히던 자들이 무림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난세에는 새로운 자들이 등장하여 이름을 얻거나, 혹은 이름 모를 야산에서 죽음을 맞기도 한다.
‘장강후랑추전랑, 부사시인환구인’이라고 하였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세상사에는 새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한다는 뜻으로 무림도 그러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무림이 손을 잡고 배교를 친 것이 삼십 년이 지났지.”
“그렇습니다. 그 당시 활동했던 이들이 지금 무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도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몸을 사려야겠군.”
“저도 그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신공을 상대하기에는 본문의 희생이 클 것입니다. 그러니 상황을 봐서 사혈맹의 지원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혈맹의 지원?”
“이 시체들을 사혈맹으로 보낸다면 분명 사혈맹에서는 고수들을 보내 줄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다른 무공도 아닌 소수신공입니다. 소수신공을 익힌 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무림에 알려지면 무공을 회수하기 위해서 많은 무인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맹에서 고수들을 보내 주면 그들을 부추겨 구룡장의 일도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구룡장의 일도?”
“그렇습니다. 확신할 수 없지만 이번 일에 구룡장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도형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 눈빛으로 사마우를 보았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은 구룡장이 산양현에 들어선 이후부터 생긴 것입니다.”
사마우는 자신의 생각을 사도형에게 말하였고, 그 역시 일리가 있다 생각을 하였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구룡장주는 무공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의 고수, 즉 반박귀진에 들어선 초절정, 혹은 화경의 고수일 수도 있습니다.”
사도형은 설마 하는 시선으로 총관인 사마우를 보았지만 그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눈빛이 강렬하게 보였다.
“나이가 어리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들 중에도 높은 경지에 오른 이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십룡팔봉이 있습니다.”
“음…….”
십룡팔봉은 중원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천룡, 검룡, 도룡, 권룡, 화룡, 마룡, 금룡, 살룡, 낙룡, 신비룡이라 불리는 열 명의 사내와 금봉, 백봉, 혈봉, 흑봉, 적봉, 부봉, 현봉, 마봉이라 불리는 여덟 명의 여인이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강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일부 무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들 거대 문파, 혹은 거대 세가의 사람이란 인식으로 인해서 이들이 명성을 얻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강했고, 나름대로 이름을 얻을 정도의 무공도 익히고 있었다.
“그 정도의 고수를 종남파에서 뒤를 봐준다는 말인가?”
“구룡장주가 고수라고 해도 혼자서는 많은 것을 지킬 수가 없을 터이니 종남파에 손을 내민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자네의 생각은 우리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고수란 말이지?”
“일단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보내어 미행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겠군.”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하오문을 통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유익하다 생각합니다.”
사도형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과 함께 인상을 썼다.
“동서독이 구룡루를 노리는 것 같은데, 초절정의 고수라면 힘들겠군.”
“동서독이라면 돈으로 살수를 고용할 수 있을 터이니 우리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쉬울 것입니다.”
“살수? 초절정의 고수를 암살할 수 있는 살수가 얼마나 있다고.”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동서독에게 구룡장주가 초절정의 고수라고 알려 준 후에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살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