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7)
구룡전기-37화(37/217)
구룡전기 (37)
섬서성의 무림이 발칵 뒤집혔다.
다름 아닌 소수신공이 섬서성에 나타났다는 소문으로 인해서였다.
앞서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가 무림에 모습을 보인 이후 또 다른 무공이 섬서성에서만 그 흔적을 보였다.
섬서성 무림의 종주라고 할 수 있는 화산과 종남에서는 소수신공의 흔적을 찾아 문도들을 산문으로 내려보내었고, 정천맹 섬서성 지부 역시 조사관을 급파하여 소수신공에 대해서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서 다녔다.
이들 외에도 개방과 하오문 역시 소수신공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 독자적인 정보 세력을 움직여 단서를 찾으려 노력 중이었다.
그로 인해서 음사문의 문주인 사도형만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였다.
“시체가 담긴 관들은 이미 사혈맹으로 보내었다고 몇 번이나 말씀을 드립니까?”
“듣기로는 스물두 구의 시체라 들었소. 그들 모두 보내지는 않았을 것 아니오?”
종남파의 장로인 송철이 물었다.
“다 보내었소. 그리고 우리가 확인한 건 분명 소수신공이 맞소이다. 몇 번이고 물어도 나의 대답은 같으니 그리 아시오.”
“그럼 그들을 어디로 보내었는지 알려 주실 수 있겠소?”
“그건 알려 드릴 수가 없소. 본문의 사활과 연관이 있는 문제라…… 개방을 통해서 알아보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시고 돌아들 가시오.”
만약 음사문이 종남이나 화산보다 힘이 강했다면 이런 식으로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상인 무림에서는 아무리 정의를 앞세우는 정파라 할지라도 힘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럼 하나만 더 묻겠소.”
송철의 말에 사도형은 눈을 찡그렸다.
“또 무엇이오.”
“최근 산양현에 자리 잡은 구룡장에 대해서 아시오?”
“들어 알고 있소.”
“듣자 하니 구룡장에서 산양현에 큰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걸 음사문에서 욕심을 낸단 소문이 있소. 그게 사실이오?”
사도형은 짜증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말하였다.
“도대체 본 문이 뭘 잘못했기에 이리 몰려와서 핍박을 하는 거요? 피해를 입은 것도 본 문이고, 죽은 사람도 본 문의 사람이오. 그런데 왜, 당신들이 와서…….”
짜증을 내는 사도형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진정시키는 화산파의 장로 화영이었다.
“우리가 음사문을 핍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소수신공에 대한 문제는 사파 무림에서 해결하기보다는 무림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을 해야 하니 이리 와서 여쭙지 않습니까?”
“하아…….”
숨을 길게 내쉬는 사도형은 송철을 보고 말하였다.
“큰 공사라고 하여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 적은 있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큰 규모의 공사였고, 본 문이 그걸 탐한 후에 운영할 자신도 없어 그냥 알아보기만 한 것이오.”
송철은 사도형의 말을 온전히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여 구룡장을 건드려 음사문이 멸문되는 걸 원치 않아 말을 하였다.
“내가 하는 말을 고깝게 듣지 말고 한번 생각해 보오. 나는 개인적으로 구룡장의 장주와 인연이 있소.”
사도형은 송철의 말을 듣고 구룡장의 뒷배가 종남파임을 확신하였다.
“될 수 있으면 구룡장의 장주와 시비를 하지 마시오.”
“지금 겁박을 하는 거요?”
“그게 아니라 귀문을 위해서 하는 말이오.”
“종남파가…….”
“아니, 우리 종남을 차치하더라도 구룡장의 장주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구룡장주와 싸우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사도형은 송철의 말을 듣고 사마우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의 고수, 즉 반박귀진에 들어선 초절정, 혹은 화경의 고수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초절정의 고수라도 된다는 말이오?”
사도형은 떠보기 위해서 물었다.
“당사자라 아니라서 말을 해 줄 수는 없소. 하지만 나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았으면 하오. 물론 구룡장에 일이 생기면 나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그를 도울 것이오.”
‘종남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확실하군. 그렇다면 총관의 말대로 동서독을 이용해서 살수를 고용하게 만들어 구룡장주를 없애 버려야겠어.’
자신이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구룡장주에게 해를 입힐 수가 있었다.
“알겠소. 조언에 감사하오. 하지만 본문은 섬서성 제일 사파 문파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오.”
사도형은 더 이상 이들과 말을 섞기 싫다는 듯 눈을 감았고, 두 사람은 그런 그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그의 집무실을 나섰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화영 진인이 송철에게 물었다.
“개방을 통해서 조금 더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정천맹의 섬서성 지부에서도 사람들이 나왔다고 하니 이래저래 알아본 것들을 조합해 보면 뭔가 나오긴 할 것입니다.”
“그 참, 소수신공이라니…….”
갑작스러운 소수신공의 등장에 화영 진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산양현으로 가 봅시다.”
“산양현에는 왜?”
“음사문에서 무인들을 파견하였는데 그냥 파견하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그렇겠지요.”
“최근 섬서성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서 몇 가지가 산양현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요?”
“사파인 흑사방이 멸문당했고, 구룡장이 들어섰고, 구룡장에서 큰 건축물을 짓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송철이 구룡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종남파에서 화명상단의 부탁을 받아 구룡장에 대해서 많은 것을 조사하였고, 그 내용을 송철이 모두 보아서였다.
“그런데 조금 전에 구룡장주와 친분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종남의 제자들은 나이가 차면 군대에서 복무를 하는 것으로 수련을 대체하고 있음을 알고 계시지요.”
“종남의 오랜 전통이 아닙니까?”
“비록 시기는 다르지만 구룡장주와 저는 같은 부대에서 복무를 한 선후배 사이입니다.”
“아, 그렇군요.”
“저도 몰랐는데 저를 찾아와서는 부대 이야기를 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몇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화영 진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구룡장주는 어떤 사람입니까?”
“글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때는 아주 위험한 사람입니다.”
* * *
“어서 오십시오, 송철 장로님.”
화린은 구룡장을 방문한 송철 장로와 화영 진인 그리고 종남파의 무인들과 화산파의 무인들을 환대하였다.
“이렇게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 미안하네.”
“아니, 아닙니다. 잘 오셨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화린이 이들을 장원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식솔들이 바빠졌다.
비워 두었던 별채 청소도 해야 하고, 또 식수 인원도 그만큼 늘었으니 음식도 더 장만해야 했다.
식솔들이 부산을 떨자, 화린이 그들을 보고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중식은 객잔에서 먹을 것이니 급하게 준비하지 말고 우선 별채부터 깨끗하게 청소하여 이분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하세요.”
화린은 장원을 찾은 손님들에게 웃으며 말을 하였다.
“본 장원에서 운영하는 객잔의 숙수가 음식을 정말 맛나게 하니 오늘 중식은 그곳에서 드시고 그때쯤이면 쉴 수 있는 방도 깨끗하게 청소되었을 터이니 그리고 가시지요.”
화린은 장원의 식솔들이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여 주느니 차라리 객잔으로 데리고 가서 식사를 챙겨 주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들을 객잔으로 데리고 갔다.
“어서 오십시오.”
점소이가 화린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손으로 대충 하라는 시늉을 한 후에 말을 하였다.
“숙수장님께 손님들을 모시고 왔다고 전해 줘.”
점소이가 주방으로 들어가고 얼마 있지 않아 숙수장이 주방에서 나왔다.
숙수장은 주방에서 나오면서 화린이 앉아 있는 식탁을 보았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수를 확인하였다.
‘복장이 화산파와 종남파 사람들의 복장인데. 그럼 저쪽이랑 저쪽 식탁도 같은 일행이군.’
“숙수장님.”
화린이 부르자, 그가 웃음을 가득 머금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인사하세요. 이분은 종남파의 송철 장로님 그리고 이분은 화산파의 화영 장로님이세요.”
“안녕하십니까? 구룡객잔의 숙수장인 천범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저희 객잔을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에 화린은 천범에게 말하였다.
“식사랑 함께 곁들일 요리와 술을 부탁합니다. 술은 많이 안 먹을 것이니 요리도 그에 맞춰서 적당한 양으로, 맛있게 조리해서 내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기다리십시오.”
숙수장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객잔이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객잔이 그럴싸하네.”
“객잔을 인수하고 수리한다고 돈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숙수장님의 요리 실력이 출중하여 이제는 조금씩 수익이 오르는 중입니다.”
“그런가. 여기 말고도 몇 군데 운영을 한다고 그랬지?”
“그렇습니다. 객잔 두 개, 기루 두 개, 포목점 하나 그리고 대부업장까지 하면 모두 여섯 개의 영업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공사 중인 구룡루까지 하면 일곱 개입니다.”
“젊어 보이는데 대단한 수완이 있나 봅니다.”
화영 장로가 말하자, 화린은 웃으며 대답하였다.
“군 생활 오 년 하면서 받은 녹봉과 임무에 나가 얻은 전리품을 모두 투자하고 전장에서 돈을 조금 빌리고 하여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그리하기 참 어려울 텐데 대단합니다.”
입발림 소리라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었다.
“세간에 듣기에는 구룡루가 도박장이라고 하던데, 용하게 성주의 허락을 받아 내셨습니다.”
“매일 찾아가 귀찮게 하니 결국 허락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요? 성주 성의 경계도 삼엄할 텐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군대에서 배운 것이 남의 집 담을 넘는 일이라…….”
“커허험.”
송철 장로가 헛기침을 하여 화린이 더 이상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눈치를 주었다.
“하하, 제가 오랜만에 군 이야기를 하여 혼자 흥에 겨운 것 같았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화린은 송철 장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닐세. 그보다 혹시 자네 소수신공에 대해서 들어 보았나?”
“소수신공이라면 소수마녀의 독문 무공이지 않습니까? 소수마녀가 모습을 감춘 후에 소수신공도 함께 단절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소수신공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네.”
화린은 놀란 눈으로 말을 하였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다네. 지금 음사문에서 확인을 하고 오는 길이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음사문에서 이곳 산양현으로 무인들을 보내지 않았나?”
“보내었습니다. 멸문당한 흑사방을 대신하여 사파 문파를 세우고 상남현에도 멸문당한 적호문을 대신할 문파를 세운다고 들었습니다.”
송철과 화영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였다.
“자네도 만나 보았나?”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은 구룡루에 욕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사도형은 알아만 보았다고 말을 하던데, 그게 아니었나 보군.”
“아시지 않습니까? 구룡루에 눈독을 들이는 자들이 음사문 외에도 몇 곳 더 있다는 것을.”
송철은 화명상단에서도 구룡루에 눈독을 들이고 있음을 알고 있다.
“최근에 알았는데 영천상단도 저희 구룡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영천상단까지?”
“그렇습니다. 이래저래 구룡루로 인해서 많은 적들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아직 완공도 되기 전에 이렇게 탐하는 자들이 많은데, 완공되고 영업을 시작하면 더 많은 자들이 눈독을 들이지 않겠습니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들을 정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준비도 어느 정도 하고 있고, 또 장로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화린이 친근하게 말을 하자, 송철이 왜 날 끌어들이느냐는 듯한 눈으로 보았다.
“우리가 어디 보통 사이입니까? 저 역시 종남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그냥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린의 말을 들은 화영은 웃음이 나올 뻔하였지만 간신히 참을 수가 있었다.
“고맙네. 자네가 도와준다고 하니 든든하네.”
하지만 송철은 달랐다.
맹호사사혈전대를 살아서 만기 전역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능력은 일반 무인의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다.
화영은 송철이 빈말로 저리 말하는 것이라 생각을 하였지, 정말 종남이 어려우면 그가 화산이 아닌 화린을 먼저 찾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하였다.
“보조 숙수가 손을 다쳐 새로운 아이를 구했는데 음식이 조금 늦는 것 같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계십시오. 제가 주방으로 가서 조금 도와주고 오겠습니다.”
손님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여 화린은 황급하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제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데…….”
화영이 말하자, 송철은 덤덤하게 말을 하였다.
“그러니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위험한 자라고요. 구룡장주가 무공을 드러내지 않으면 우리조차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 수도…….”
“저와 같은 부대를 나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흥친어림군에 속한 부대 중에서 가장 험한 일을 하는 특수부대 출신입니다. 그런 그가 무공을 모를 리가 없지요.”
“음…….”
“제가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만약 화산에 어려움이 닥치면 우리 종남보다 먼저 구룡장주를 찾아 도움을 구하십시오. 그럼 그가 우리 종남이 화산에 도착할 때까지 화산을 지켜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