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8)
구룡전기-38화(38/217)
구룡전기 (38)
화산파의 장로인 화영은 구룡장의 별채에서 쉬며 낮에 식사를 하면서 송철이 하였던 말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는 송철 장로는 허언을 할 사람은 아닌데.”
화산이 위험하면 종남보다 구룡장주를 찾으라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종남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는 구룡장주의 무위가 대륙급 이상이란 말인데.”
무림에서는 무공, 무인의 등급을 나누는 단계가 여러 가지 있다.
무공의 경지로 등급을 나눌 때, 일류, 초일류, 절정, 초절정 등으로 나누고, 무인의 인지도로 나눌 때는 현급, 시급, 성급, 대륙급, 절대급으로 나눈다.
보통 대륙급에는 무림백대고수가 위치해 있고, 절대급에는 무림십대고수가 위치해 있다.
이런 걸 따졌을 때, 송철은 화린을 못해도 무림백대고수들과 같은 급에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무림백대고수!
무림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얼굴은 알지 못해도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자들로 현 무림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였다.
정파에 서른두 명, 마교에 스무 명, 사파에 마흔여덟 명이 포진하고 있다.
백대고수의 수만 보면 사파가 우세하지만 십대고수에 이름을 올린 자는 마교에 다섯 명, 정파에 세 명, 그리고 사파에 두 명으로 절대급에 속한 무위를 가진 자들은 마교가 우세하였다.
“그 특수부대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군.”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가만, 구룡장주의 무공이 그 정도라면 최근 섬서성에 나타난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 그리고 소수신공 중 하나는 익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화영은 홀로 이 문제를 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섬서성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알게 모르게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산양현의 흑사방이나, 상남현의 적호문이 멸문당했다는 건 그리 놀랄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섬서성뿐만 아니라 다른 성에서도 삼류 문파는 정파, 사파 할 것 없이 개파를 하고, 또 멸문을 당하고 하기 때문에 딱히 흑사방과 적호문의 멸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적호문의 무인들을 죽인 무공이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라고 그랬어. 그럼 두 사람은 함께 다닐 가능성이 높으니…….”
화영은 화린이 소수신공을 익힌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하였다.
“음사문이 이곳에 문파를 개파하면 구룡장의 입장에서는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까.”
사파가 들어서면 보호비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게 위해서 그들을 죽여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인 의심은 가지만 의심만으로 다그치기에는 이곳 산양현에서 구룡장주의 평판이 너무 좋았다.
“그래도 송철 장로가 말한 것처럼 무공의 경지가…….”
화영은 혼자 추리를 하다 살짝 눈을 좁혔다.
“총관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상남현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거두어 옛 적호문의 장원에서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 것 같은데.”
구룡장주와 총관!
두 사람이었다. 처음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의 흔적이 적호문의 무인들에게 남겨졌다.
화영은 자신이 추리하고 있는 생각들에 점점 확신을 가졌다.
“처음 구룡장이 이곳에 자리를 잡을 때, 시정잡배들을 혼쭐냈고 그들에게 상납금을 받았던 흑사방이 상납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나섰겠지. 그러다 구룡장주에게 멸문을 당했고, 상남현의 적호문은 산양현까지 눈독을 들이다 구룡장주와 시비가 생겨 구룡장주와 총관에게 멸문을 당했을 것이다.”
화영은 화린이 소수신공이 아닌 그보다 앞서 나타난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의 중 하나를 익혔을 것이라 확신을 하였다.
“군대의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하였으니 천화난무보다는 잔살십육검을……. 천화난무 역시 실전에 뛰어난 무공이니 천화난무를 익혔을지도.”
구룡장주에게 물어봐야 대답을 해 줄 것 같지 않으니 시간을 두고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화영은 소수신공이나 잔살십육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아니, 화산이 관심을 가지는 건 천화난무였다.
화산의 속가제자가 실전을 통해서 가다듬은 무공으로 본산 무공인 매화검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그 천화난무를 회수, 아니, 화산에 남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산문을 넘어 내려온 것이다.
“일단 확인을 해 봐야겠지. 상남현에서 총관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장원으로 두어 사람 보내어 주변에서 지켜보라고 일러 두어야겠군.”
화영은 일에 의욕이 생겨났다. 자욱한 안개가 가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답답하게 있다가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였다.
“송철 장로에게 운을 띄워 보고 구룡장주가 익히고 있는 무공이 어떤 공부인지 알아내는 것도 향후 도움이 되겠지.”
* * *
“그런데도 지금까지 연락하지 않았단 말이냐.”
화명상단의 화정수는 동생인 화생방에게 불같이 화를 내었다.
곡물이 도착할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아 이를 이상히 여겨 석취산까지 찾아왔더니 당황스럽게도 그 많은 곡물을 도난당했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전서구를 보냈습니다. 그것도 세 마리나. 전 여기서 곡물을 훔쳐 간 놈을 찾으면서 형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 중요한 사안은 사람을 보내어야지. 전서구를 믿고 그냥 가만히 있었단 말이냐.”
화생방은 자신이 잘못을 하였기에 반박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 억울하긴 하였다.
“후우…….”
화정수는 숨을 길게 내쉰 후에 화생방에게 물었다.
“그래서 곡물을 훔쳐 간 놈들은 찾았나?”
“아직 못 찾았습니다. 흔적도 없이 곡물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게 할 소리냐?”
“그렇지만 사실입니다. 그 많은 곡물을 가지고 나가기 위해서 수레가 필요할 것인데, 주변에 수레의 바퀴 자국이 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인근 사람들에게 곡물을 실은 수레를 본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을 하여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하오문은?”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하오문에서도 곡물을 실은 수레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하늘로 감쪽같이 사라진 것처럼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생방 역시 답답함에 억울함을 호소하였지만 화정수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한참 부족하였다.
화정수는 곡물을 잃어버려 입은 막대한 손실보다 제날짜에 곡물을 운송해 줘야 할 거래처에 신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더 큰 손실이었다.
“너는 전장에서 전표를 받아 트라빌 왕국으로 가서 다시 곡물을 사 오너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곡물이 없으면…….”
“그동안 비축해 놓은 곡물을 풀면 어떻게든 될 것 같으니 일단 곡물을 최대한 확보하여 받아 오너라.”
화생방이 고개를 숙인 후에 방을 나섰다. 화정수는 홀로 남아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생방이는 나를 배신하여 뭔가 일을 꾸밀 그릇이 되지 못한다.”
그의 말대로 정말 누군가가 곡물을 훔쳐 갔을 것이다. 이건 주변의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니 단순히 거짓말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생방이의 말대로 누군가가 수레를 가지고 와서 곡물을 싣고 달아났다는 것인데.”
여기서 막혔다.
곡물이 한두 가마니면 몰라도 수천 가마니나 되는 물량의 곡물을 흔적도 없이 훔쳐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가 않아서였다.
“주변 사람의 눈도 피하고, 무엇보다 하오문에서조차 이를 알 수 없다면 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된 것이 아니라 소규모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화정수는 한참을 생각하다 영천상단의 동서독이 떠올렸다.
“아니, 아니야. 동서독이 욕심이 많아도 앞뒤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일을 벌이는 그런 성격은 아니야.”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중원십대상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였을 것이다.
화정수의 생각은 깊어져 갔다.
“배교가 무림 연합의 공격을 받고 멸문당했을 때, 당시 마교와 정천맹, 사혈맹에서는 배교의 술법을 얻기 위해서 은밀하게 배교의 본산을 뒤진 적이 있었다. 너희 숙부도 그 당시 함께…….”
뜬금없이 오래전 부친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비도 많은 돈을 써서 배교의 술법을 얻으려고 노력을 하였지만 얻은 것은 이것이 전부이구나. 너는 술법을 익히되 흔적을 남겨서는 아니 된다. 동생들에게도 네가 배교의 술법을 익혔다는 사실을 숨겨야 할 것이다.”
한쪽으로 오랫동안 고심을 하니 아주 먼 기억까지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배교의 술법이라면 흔적도 없이 많은 곡물을 옮길 수가 있나?”
배교의 비전 술법은 아니지만 자신 역시 술법을 익히고 있었기에 술법이 가진 요상한 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아니야.”
아무리 변화무쌍한 배교의 술법이라고 해도 그 많은 곡물을 옮기는 건 무리일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럼!”
화정수는 서둘러 곡물을 넣어 둔 창고로 갔다.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화정수는 주변을 살펴본 후에 창고의 문을 받았다. 그러자 좌우로 만들어 놓은 창을 통해서 빛이 들어와 창고 안을 비추고 있었다.
화정수는 창고 안에서 술력을 끌어 올렸다. 술력은 내공과 또 다른 힘을 사용하였는데, 그 힘의 원천은 단전이 아닌 심장을 통해서 뻗어 나왔다.
화정수의 주변으로 기이한 기운이 퍼져 나가더니 창고 안을 가득 메웠다.
“우라사즈 아이나즈 하즈…….”
그의 입에서 요상한 말이 흘러나오더니 창고 안에 퍼진 기운이 술렁였다.
그러다 기운이 번쩍이며 폭발하듯 강한 빛을 발한 후에 사라졌고, 화정수는 조금은 힘이 빠진 모습으로 창고를 바라보았다.
창고 안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지만 허공에 옅은 기운이 머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술법을 사용한 흔적이다. 술법을 이용하여 곡물을 실은 수레를 들어 올렸어.”
화정수는 술법을 사용한 흔적을 찾아낸 후에 창고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니 바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겠지. 우리가 이맘때쯤 트라빌 왕국에서 곡물을 사서 온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다.”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그들을 의심한다는 건 의미가 없을뿐더러 심력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암전에 나오는 곡물의 수량을 알아보면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있겠지.”
엄청난 양의 곡물을 정상적인 경로로 판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암전에서 대량으로 판매를 해야 하는데 중원 대륙에 존재하는 암전을 상대로 알아본다면 훔쳐간 자들의 꼬리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일단 접어 두고 대륙상단의 만금상인 전오락을 만나 돈을 좀 빌려야겠어.”
대륙상단은 중원십대상단 중 하나이고 전오락은 중원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내 중 한 명으로, 그가 가진 재산으로 한 나라도 살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대륙상단은 흥친어림군과 팔로수로군의 군수품을 독점으로 납품하고 있는데, 만금상인 전오락은 이것만으로도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이렇게 축적한 부를 이용해 중원 대륙에서 전장업을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며 부를 축적하는 중원 최고의 거상이기도 하였다.
“한 번으로 끝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는데.”
흉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없이 곡물을 운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 노렸던 흉수가 다음에도 노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이번에 곡물을 사서 운반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문제를 종남파와 이야기하기에는 친분이 아쉬운데…….”
종남파의 무인들이 뭐가 아쉬워 곡물을 운송하는 일에 표사로 나서 줄까. 그들보다는 일반 문파의 무인들을 고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일류 문파 중에서 돈이 급하게 필요한 문파가 어디 있을까?”
이왕이면 싼 값으로 의뢰를 맡기기 위함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돈을 들여서라도 하오문을 통해서 무림의 정세를 파악해 두는 것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