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39)
구룡전기-39화(39/217)
구룡전기 (39)
화린은 종남파와 화산파의 사람들이 구룡장에 머물고 있지만 딱히 그들을 대접하거나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지는 않았다.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해 주고, 식사 시간 거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외에는 화린이 딱히 이들을 위해서 뭔가 해 주는 건 없었다.
종남파와 화산파는 구룡장에 머물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였고, 화린 역시 자신의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는 와중에 수리가 끝난 오송루가 다시 개점을 하였다.
오송루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였고, 그것을 제외하고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이전의 오송루는 삼 층 전각이었지만 수리를 마친 오송루는 오 층으로 이 층이 더 높이 올라갔다.
그뿐 아니라 원래는 객잔의 식당처럼 넓었던 일 층에서 음주 가무를 즐길 수 있었지만 새로 수리한 오송루는 그러한 곳이 사라졌다.
일 층은 넓은 주방과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고, 이 층에 공연할 수 있는 장소와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삼 층부터는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방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곳은 몸을 파는 기녀들의 개인 방으로 먹고 자고, 손님들을 받는 용도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오송루가 수리를 마치고 개업을 하였는데 찾아오는 손님들의 불만이 컸다.
이전과는 다른 영업 방침으로 인해서였다. 이전에는 일 층에서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면서 기녀들과 이런저런 농이 짙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는데 새로 개업을 한 오송루는 그런 식의 영업을 하지 않아서였다.
“아니, 그럼 친구들끼리 와서 먹으려고 하면 청루를 가지, 왜 홍루를 오겠소.”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저희 오송루의 영업 방침이 바뀌어 이제는 오송루에서 기녀와 함께 술을 드시면 시간 요금을 받습니다.”
화린이 직접 나서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오송루의 바뀐 영업 방침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기녀와 밤을 보내는 건 따로 화대를 받습니다.”
“거참…… 그럼 한 시진 기녀와 술을 마시면 얼마요?”
“철전 서른 냥입니다. 물론 술과 안주값은 제외된 금액입니다.”
화린의 말을 듣는 손님들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이전에 이곳에서 술을 마시면 은전 두세 냥이 필요하였는데.’
“술과 안주를 포함하면?”
“술과 안주의 종류, 개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죽엽청 한 병에 돼지고기숙주볶음을 드신다고 가정을 하면…….”
“철전 오십 냥 정도 나오겠군요.”
‘술 한 병과 안주 하나가 각각 철전 열 냥이면…… 그리 비싼 건 아니군.’
다른 기루에서 파는 것과 비교해 보니 기녀와 함께 술을 마시는 돈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알겠소. 그럼 기녀 한 명을 불러 주시오.”
“혹시 저희 오송루에 알고 계시는 기녀가 있습니까?”
“사월이라고 이전에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알겠습니다. 곧 불러 드리겠습니다. 제가 자리까지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화린은 손님에게 자리까지 안내를 한 후에 전대로 와서 대기하고 있던 점소이에게 말을 하였다.
“앞으로 손님이 오면 이렇게 설명을 해 드리고 자리까지 안내해 드려야 한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장주님께서도 이런 일을 많이 해 보셨습니까?”
점소이가 볼 때는 편안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한 삼 년 하였다. 이 년 정도는 책임자로 있었고. 너는 가서 사월이를 불러 저 손님에게 안내해 주어라.”
“네.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사월이란 기녀를 데리러 가는 동안 화린은 일 층 주방으로 가서 숙수에게 술과 기본적인 안주를 내어 달라고 말을 하였다.
숙수가 술과 기본적인 안주를 내어 주자, 화린은 손님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가서 그것들을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이 안주들은 돈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소?”
“사월이가 오면 그때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고 안주를 주문하셔도 되고, 원치 않으시면 이 기본 안주로 술을 드시면 됩니다.”
“아…….”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화린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찾아온 손님들을 응대할 때, 점소이가 사월이를 데리고 와서는 손님이 있는 곳으로 왔다.
“어, 노박 오라버니!”
사월이가 사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자, 사내의 얼굴에도 웃음이 생겨났다.
“점소이가 돌아가고 사월이가 노박이라는 사내에게 말하였다.
“우리 가게 좀 이상하지?”
“그래. 조금 생소한 것 같구나.”
“그래도 우리 장주님께서 우리가 돈 많이 벌어 가라고 이렇게 한 거야.”
“너희가 돈을 많이 벌어?”
“응, 그러니까…….”
사월이는 노박이라는 사내에게 이곳에서 일을 하는 이들의 수익 구조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그럼 너는 방세를 내는 거야?”
“방세랑 술 먹으면 술값, 안주 먹으면 안주값을 내어야지. 그건 장주님이 벌어 가는 거야.”
“그럼 넌?”
“난 이렇게 앉아서 술 마시면 시간비랑, 방에서 사랑을 나누면 화대를 받아 갖지.”
“그럼 생각보다 많이 못 벌겠네.”
“그건 내가 하기 나름이지.”
사월의 말대로 그녀가 얼마나 영악하게 일을 하느냐에 따라 벌이가 달라진다.
방에서 술과 안주를 주문해서 먹으면 술과 안주에 철전 닷 냥만 붙여서 더 받아도 그 수익은 제법 될 것이다.
다만 기루를 개업하기 전에 화린에게 교육을 받았고, 또 기루에서 함께 일하는 기녀들끼리 한 약속이 있었다.
방에서 먹는 술과 안주에 대해서는 절대 싸게 팔지 않고, 돈을 붙여도 철전 두 냥 이상 붙여 받지 않기로 기녀들이 담합을 한 상태였다.
누구는 다섯 냥을 받는데 누구는 열 냥을 받으면 손님들과 싸움밖에 일어나지 않으니 기녀들끼리 이렇게 합의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니까 그래도 이전에 일을 하는 것보다는 몸도 편하고 돈도 많이 벌 것 같아. 그러니 오라버니, 여기 와서 다른 년 찾으면 나랑 원수 되는 거 알지.”
“하하하, 알겠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왔을 때, 네가 다른 놈이랑 놀고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어…… 그때는 어쩔 수 없고.”
어차피 기녀와의 대화이니 순정이나 지조에 대해서는 논할 가치가 없다. 그저 하룻밤의 유흥을 위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즐기고 가면 그뿐이었다.
이 오송루 안에서는 낭군, 각시 하여도 밖을 나서는 순간 그냥 알고 지내는 오라버니, 동생 혹은 남남이 되어 생활하게 되니 너무 깊은 관계는 찾아오는 손님이나 맞이하는 기녀, 양쪽 다 사양하였다.
“안주 뭐 시켰어?”
“아직, 너 오면 시키라고 하더구나.”
“그럼 팔보채 먹자.”
“이름만 들어도 비싸게 들리는데.”
“안 그래. 여기서 제일 싼 거야. 그런데 젤 맛있어. 이건 비밀인데…….”
매대가 있는 곳을 한 번 바라보며 눈치를 보더니 낮은 소리로 말을 하였다.
“여긴 가격이 싼 게 맛있어.”
“그게 정말이야?”
“내 입에는 그래. 개업할 때, 숙수장이 해 주는 요리를 다 먹어 봤거든.”
“다?”
“우리 장주님은 엄청 세심한 사람이야. 요리를 다 먹어 보고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추천해 주라고 그랬어. 무조건 비싼 요리를 주문하는 건 손님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으니, 먹어 보고 맛있는 거랑 손님의 입맛에 맞을 것 같은 그런 음식들을 주문해서 먹으라고 그랬어.”
사월이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곳 오송루의 새로운 주인은 조금 이상한 사람인 듯하였다.
“주인은 누군데?”
“저기 있잖아. 매대에 있는 저분. 저분이 구룡장의 장주님이셔.”
자신을 안내해 준 사람이 주인이라는 말을 듣고 놀란 눈을 하였다.
“저 사람이 산양현에서 유명하다는 구룡장의 장주란 말이야?”
“응. 사실 착한 건 모르겠는데 사람은 엄청 좋은 것 같아. 장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또 거리에서 비루먹던 아이들도 거두어서 공부도 시켜 주고 기술도 가르치고 그러는가 보던데. 하여간 엄청 멋진 분이야.”
* * *
오송루가 다시 개업을 하자, 예전에 찾았던 사람들이 한두 명씩 찾아와 다녀갔다. 처음에는 바뀐 영업 방식이 어색하여 한 번 왔다가 뜸하였지만 다른 기루들과 비교하니 오송루가 가격도 싸고, 기녀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기녀들과 운우지락을 나눈 후에 지불하는 화대 역시 다른 기루보다 비싸지가 않았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가면 이 층에서 기녀들과 술을 먹은 후에 각자 기녀들이 자신들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는 것이 좋았다.
이런 영업의 형태는 지금까지 중원에 없었기에 생소하였지만 나름 입소문을 타면서 관료들이나 선비들, 무림인들도 간혹 들렀다.
그렇게 조금씩 장사가 되기 시작하면서 기녀들의 수입도 늘었는데 기루에 이 정도의 손님들만 찾아와도 예전에 벌었던 수입에 못해도 세 곱, 많으면 다섯 곱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녀들의 입장에서는 일을 해도 되고, 쉬어도 된다. 그녀들이 일하고 안 하고는 그녀들의 몫으로 매달 생활하는 방값만 지불하면 일을 하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오송루의 이러한 영업 방식이 인근 기루에도 소문이 나면서 루주들에게 항의를 받았지만 화린은 영업 방식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저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영업이 안 되면 기루를 저에게 파시겠습니까?”
“기루를 장주님께 팔라고요?”
“오송루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하시면 구룡루가 영업을 시작하면 더 힘드시지 않겠습니까?”
“음…….”
구룡루는 도박장과 기루를 함께 운영하는 영업장이라고 소문이 나 있어 안 그래도 구룡루 때문에 주변 기루의 주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제가 좋은 값에 매입해 드리겠습니다. 단, 구룡루가 영업을 하기 전까지입니다. 구룡루가 영업을 시작하면 좋은 값에 매입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니, 장주님께서는 기루를 두 개나 운영하시는 걸로 아는데 또 기루가 필요하세요?”
“기루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요?”
“다른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이왕이면 사업체들이 모여 있으면 편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보다 저에게 팔면 제가 좋은 값에 매입을 해 드리겠습니다.”
화린은 자신을 찾아온 루주들에게 오히려 자신이 주루를 인수하겠다는 말을 하곤 돌려보내었다.
“형님.”
음사문의 무인들에게 손을 다친 이후로 단리혁진은 객잔에서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왔어?”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 앞으로 네가 관리해.”
“네에?”
화린은 단리혁진에게 오송루를 맡겼다.
“기녀들에게 일 못한다. 매출이 떨어진다. 재료 상인들에게 재료비가 밀린다는 소리가 나오면 그날로 잘라 버릴 거야.”
단리혁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화린을 보았다.
“왜, 싫어?”
“아니,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럼 해. 여기 맡아서 관리하는 걸 보고 더 큰 일을 시킬 테니까 그렇게 알고.”
“더 큰 일이라면…….”
“그런 일이 있으니까 일단 맡아서 잘 운영해.”
“알겠습니다.”
화린은 오송루를 단리혁진에게 맡겨 버렸다.
“그럼 잘 해 봐.”
화린은 그 길로 오송루를 나왔다.
“이게 무슨 영문인지.”
“축하드립니다. 혁진 형님.”
점소이로 일을 하는 이가 단리혁진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축하는……. 그런데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여기서 일을 하고 있었어?”
“네. 패거리가 장주님께 박살 난 뒤로 몇몇 아이들은 형님들 뒤치다꺼리하기 싫다고 객잔이나 주루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그래?”
“네. 저도 그때 나와서 오송루에 취직하였는데 장주님께서 너무 잘해 주셔서 여기에 늘어붙기로 하였습니다.”
“그럼 다른 아이들의 소식은?”
“다른 형님들은 다른 곳으로 다 떠났습니다. 산양, 상남, 상주 이 세 곳에는 주먹 패거리가 발붙이고 살 수가 없으니 도시로 나가거나 다른 지방으로 떠났습니다.”
“음…….”
“저는 잘 모르겠지만 장주님께서 유독 형님은 신경을 많이 써 주시니 형님께서 조금만 더 열심히 하신다면 장주님의 사업체 중 하나는 물려받을 겁니다.”
단리혁진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하는 눈빛으로 점소이를 보았다.
“요 아래 상남현에 있는 객잔에서 일하는 만덕이 놈 있지 않습니까.”
“그래.”
“장주님께서 그랬답니다. 나중에 돈 벌어서 객잔 인수할 때, 싸게 객잔을 주겠다고 말입니다.”
“정말 그랬단 말이냐?”
“네. 그런 걸 보면 장주님께서는 장사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 같습니다. 그저 뭔가 일을 시작하고 성공하면 그것으로 만족을 얻는 그런 분 같았습니다.”
단리혁진은 점소이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혹시 압니까? 형님께서 열심히 하시면 요 아래 짓고 있는 구룡루의 주인이 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