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4)
구룡전기-4화(4/217)
구룡전기 (4)
화린의 입속으로 들어간 두 영물의 내단은 눈이 녹아내리듯 입속에서 녹아 목을 타고 목구멍을 넘어갔다.
‘윽!’
순간 찾아온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놓칠 뻔하였지만 간신히 정신을 붙잡을 수가 있었다.
두 독성을 가진 내단이 내부를 휘저으며 내장을 다 태워 녹여 버릴 것 같았다.
화린은 물고 있는 피독주를 더욱 강하게 물었다. 얼마나 강하게 물었는지 목과 얼굴에 푸른 핏줄이 나타나며 점차 붉게 변해 갈 정도였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화린은 공무도원공을 운기 하였다.
단전에서 일어난 기운이 기맥을 따라 흘러 목 안으로 넘어온 두 영물의 내단 기운을 마중 나갔다.
화린의 몸속에서 기운들이 충돌을 일으키자, 그 고통은 이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공총람의 내공 편에 보면 서로 다른 기운이 몸속에서 충돌을 일으켜 기맥을 확장시키며 기운의 소통을 더욱 빠르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화린은 지금의 현상이 자신에게 해로운 것은 아니라 생각하였다.
이원공으로 생각을 나누어 하나는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고, 하나는 공무도원공을 운기하여 두 영물의 내단을 자신을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이원공을 이용하여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였다.
배교의 비전 술법을 익히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굳건한 정신력과 인내력 그리고 근성이었다.
무공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술법은 육체적인 능력보다는 정신적인 능력이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공부였기에 배교의 술법을 익혀왔던 화린에게는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화린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범위와 한계는 분명 존재를 하였다.
‘으윽!’
내부에서 내단의 기운이 충돌하였고, 여기에 화린의 단전에서 움직인 기운까지 가세하자 고통은 화린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버렸다.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잃었지만 화린은 자세를 유지하였고, 본능에 의해 공무도원공의 심법은 계속해서 운기를 하였다.
기경팔맥 중 시작이자, 으뜸이 되는 임맥을 시작으로 독맥, 충맥, 대맥, 양교맥, 음교맥, 양유맥, 음유맥을 차례로 다니면서 충돌하고 폭발하고 다시 충돌하기를 반복하면서 기경팔맥의 통로를 넓게 만들어 기운의 순환이 원활하도록 만들었다.
화린은 정신을 잃었기에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지만 누군가 이러한 모습을 보았다면 다시없을 기연을 얻었다고 기뻐하며 좋아하였을 것이다.
일반 무인이 임맥을 타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화린은 두 영물의 내단으로 인해서 기경팔맥을 모두 타통하여 내기의 흐름이 막히지 않는 단계로 단숨에 올라서 버렸다.
두 영물의 기운은 서로 힘자랑을 하며 충돌하여 화린의 내부를 휘젓고 다니면서 이제는 기경팔맥에서 파생되는 세맥들까지 그 싸움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정신을 잃은 화린의 몸에서 검은색 액체가 흘러나오면서 거주지에는 악취가 풍겼다.
화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액체는 그동안 자라면서 섭취하였던 음식물과 잘못된 습관들로 인해서 혈에 쌓였던 불순물들이 영약의 기운에 녹아 체외로 배출되는 일종의 인독이었다.
이러한 불순물이 몸에 많이 쌓여 있을수록 무공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되는 건 물론 일반인이라면 온갖 병에 시달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화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불순물로 인해서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모두 타 버렸다. 그만큼 강력한 독성을 가진 불순물이었다.
화린의 몸속에서 불순물이 모두 흘러나오자, 그 뒤에는 피부에 거미줄 쳐지듯 실금이 가더니 쩌억 하고 벌어졌다.
‘우두두둑.’ 하는 뼈의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갈라졌던 피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뼈의 뒤틀림을 시작으로 힘줄과 근육들이 변해 가며 변화하는 화린의 신체에 맞도록 재생이 되었다.
피부가 떨어져 나간 화린의 피부가 새로 돋아났고, 윤기가 있어 마치 아기 피부와도 같았다.
이번에는 화린의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다시 자라났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윤이 나며 길게 자라 얼굴에 분만 칠하면 여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답고 풍성하게 보였다.
화린의 외형적인 변화가 끝나 갈 무렵 그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며 허공으로 몸이 절로 떠올랐다.
천장 바로 아래까지 신형이 떠올랐는데 화린의 머리 위로 다섯 개의 빛나는 구슬이 생겨났고 가부좌를 앉은 아래에서는 꽃의 형상이 떠올라 화린의 신형을 받쳐 주었다.
이전의 고통은 사라졌는지 화린의 얼굴은 편안하게 보였다.
화린은 여전히 공무도원공을 운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의 입에서 또 다른 이상한 말이 흘러나왔다. 마치 고대 주술과 같은 주문이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주문이 강렬해지자, 신형을 받치고 있고 있던 꽃의 형상이 회전을 하였고, 머리 위에 떠 있는 다섯 개의 구슬이 저마다가 각기의 색깔을 강렬하게 뿜어내었다.
오색이 강렬하게 빛을 내는 동안 기운으로 만들어진 꽃은 회전을 하며 화린의 발바닥에 열려 있는 용천혈을 통해서 몸으로 흡수가 되었고, 오색의 빛을 강하게 뿜어내는 구슬은 화린의 머리 백회혈을 통해서 하나씩 흡수가 되었다.
그러면서 화린의 명문혈에서 시작하여 뿜어져 나온 강력한 빛은 거주지를 가득 채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빛 속에 가두어 버렸다.
일다경, 한 식경, 한 시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거주지를 가득 채우고 있던 빛이 점점 옅어지더니 벌거벗은 몸으로 가부좌를 하고 있는 화린의 모습이 드러났다.
영약을 먹기 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환골탈태로 인해서 체격이 조금 더 커 보였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화린이 천천히 눈을 떴는데 옅게 빛나는 정광을 안으로 갈무리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점차 옅게 빛나는 정광마저 사라지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후우…….”
화린은 호흡을 길게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새로 얻은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허공으로 도약하여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쿠웅!’ 하는 소리와 입에서 절로 단발마가 흘러나왔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엉덩이를 찍었다.
“으윽!”
한 손으론 머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만지는 화린은 지금 자신의 상황이 우스웠는지 소리 내어 웃었다.
“먼저 힘을 다룰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구나.”
화린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활력이 넘쳐흐른다. 무공총람에 기록된 것처럼 영약을 제대로 흡수한 것 같아.”
그러다 화린은 엉덩이를 만지는 자신의 손이 어색함을 알고 아래로 내려다보니 벌거벗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당황하였다.
“어, 내 옷이 어디 갔지? 옷이라곤 그거 하나뿐인데.”
화린은 자신의 옷이 타 버렸음을 알지 못하고 옷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무기고에 입을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몰라.”
화린은 무기고로 가서는 목록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자신이 입을 수 있는 몇 가지를 찾아내었다.
천잠의 누에에게서 얻은 천잠사로 짠 속옷과 인면지주의 거미줄과 백구잠옥이라 불리는 식물에게서 얻은 원료로 만든 백색의 경장, 손목과 발목에 착용하는 각반까지 무기고에서 얻을 수가 있었다.
“천잠사로 짠 속옷은 도검은 물론 화, 수에도 내성을 가지고 있고, 어지간한 내기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질기단 말이지.”
자신이 선택한 품목들에 대해서 목록에 적혀 있는 것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인면지주의 거미줄과 백구잠옥의 원료로 만든 이 옷도 화기와 수기에 내성을 가지고 있고, 내공을 이용하여 옷의 색깔을 바꿀 수도 있다고?”
화린은 설명을 읽다가 살짝 내공을 운기해 보니 정말 옷의 색깔이 바뀌었다.
내공의 강약에 따라 옷의 색깔이 백색, 적색, 황색, 청색, 흑색으로 바뀌었는데 화린은 꽤나 마음에 들어 하였다.
손목과 발목에 착용하는 각반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었는데, 화룡독각의 뼈로 만든 것이라 그 단단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내기에도 강해 웬만해서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좋구나.”
화린은 활짝 웃으며 자신이 골라 입은 옷을 손으로 만졌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무공을 익혀 보자. 그런 후에 무공과 술법을 합일시키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화린은 무공과 술법을 합일시킬 수 있다는 것을 무공총람을 보면서 확신할 수가 있었다.
[하나의 기운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의 것들은 사용하는 주체에 의해서 다시 하나로 뭉칠 수가 있으니 이 또한 만류귀종의 한 형태로…….]* * *
화린은 연무장에서 무공을 수련하는 중이었다. 그가 황궁 보고에 들어온 지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엿한 무인으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황궁 보고에서는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무공도 있고, 공포에 몰아넣었던 무공도 있었다. 또한 괴이하다 못해 사술이라고 오해를 받는 무공도 있었다.
황궁 보고에는 정, 사, 마를 망라하는 무공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이들 중 상승 무공이라 분류가 된 아흔아홉 권의 무공은 신공절학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한 무공들이었다.
화린은 황궁 무고에서 아흔아홉 권의 상승무공을 익히는 중이었는데 무공의 성취를 떠나 최대한 많은 무공의 형과 식을 익히려고 노력 중이었다.
다행히 무공에도 소질이 있는지 무공들의 형과 식을 외우고 익히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화린은 무기고에서 한 자루의 검을 가지고 와 검술을 익히는 중이었는데 허공에 검을 움직이니 옅은 푸른빛이 검의 길에 여운을 남기는 것처럼 잔상을 남겼다.
임맥과 독맥을 비롯한 기경팔맥과 이 맥들을 이어 주는 세맥들이 모두 막힘없이 타통이 되면서 내공의 수발이 자유로워져 굳이 내공을 일으키지 않아도 검에 내공을 실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무인들은 내공이 극에 다다랐다는 뜻으로 절정이라는 말을 사용하였고, 이러한 무인을 절정의 무인이라 불렀다.
화린은 무공을 수련하면서 자신이 어떠한 경지에 올랐는지 알 수가 없어 계속해서 수련을 하는 중이었는데, 그의 계획은 아흔아홉 권의 상승무공의 형과 식을 모두 몸으로 익힌 후에 황궁 보고를 떠날 계획이었다.
화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빠르게 무서고의 상승무공들의 형과 식을 익혀 나갔다.
“타앗!”
무공이 가진 깊이를 깨닫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불철주야 무공의 형과 식을 외우고 익히는 화린에게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황궁 보고에서 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화린은 단 한 권만을 남겨 두고 형과 식을 모두 외우고 몸으로 펼칠 수가 있게 되었다.
황궁 보고에서 무공을 수련하면서 화린은 육체적으로도 많이 건강해졌고, 이곳에 들어오기 전과 비교하면 이제는 제법 사내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화린은 마지막 한 권의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글을 보았다.
[파훼무공]화린은 책 표지에 적힌 글을 보고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다.
[중원에는 수많은 세상이 존재한다. 무뢰배 같은 자들이 모여 힘자랑을 하는 무림, 곰팡내 나는 서생들이 살아가는 서림, 장사치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치열하게 사는 상림, 황궁을 비롯하여 관리들의 세상인 관림…….]화린은 첫 장의 글을 보고 파훼무공을 기술한 이가 앞서 자신이 읽었던 무림총람의 저자와 같은 사람임을 알 수가 있었다.
[이러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힘이라는 요물이다.]첫 장에 뭔가 장황하게 설명을 해 놓았지만 화린은 지루해하거나 대충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자, 한 자 꼼꼼히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갔다.
[무력, 권력, 금력, 그리고 인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쓴 사람의 생각에 공감을 하였다. 한 장, 한 장 읽어 가는 동안 화린은 많은 생각을 하였다.
자신에게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 그러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해 놓았기 때문에 화린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열 장의 책장을 넘겼을 때, 비로소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파훼무공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음…….”
파훼무공은 형과 식으로 무공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떤 무공은 이 무공을 파훼할 수가 있다.’ 이런 식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이래서 이 책의 뒷장도 깨끗하구나.”
무림총람처럼 파훼무공 역시 뒤로 갈수록 책장이 깨끗하였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익힌 무공과 술법의 합일을 이루어 봐야겠어. 그리고 몇 개의 영약을 더 복용하여 내공도 조금 더 늘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