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40)
구룡전기-40화(40/217)
구룡전기 (40)
살황의 일기장
“그러니까 화영 장로님께서는 구룡장주가 잔살십육검, 혹은 천화난무를 익혔을지도 모른다, 그런 말씀이십니까?”
“그동안 이것저것 알아보았습니다.”
화영 장로는 송철 장로에게 자신이 알아본 것과 예측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하오문에서는 무공을 익히고 나온 강호 초출의 신성이라고 말을 하지만 이게 조금 안 맞는 게 잔살십육검이나, 혹은 천화난무와 같은 대단한 무공을 익힌 후기지수라면 자신의 무공을 뽐내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거나 혹은 젊은 무인들을 만나 친분을 쌓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나 말들이 전혀 없습니다.”
송철은 화영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공을 익히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중 하나는 입신의 양명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더구나 강호 초출의 후기지수들이라면 젊은 혈기, 혹은 호승심으로 인해서 무공을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는 경향이 짙었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무공을 익히고 무림에 나와서 적호문의 무인들과 시비가 붙었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왜 그리 생각을 하십니까?”
“두 사람 다 나이가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또래가 아니면 함께 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음…….”
“상남현의 옛 적호문의 장원을 구룡장주께서 구입하여 그곳에서 길에서 구걸하거나 비루먹는 아이들을 거두어 학문이나 무공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 총관이라는 사람의 무공이 상당하여 본문의 제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로님께서는 구룡장주와 총관이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를 익혔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조용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화영의 추론이 설득력이 있어 송철도 고심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그가 익힌 무공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그 특수부대에서 따로 가르쳐 주는 무공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애초에 입대할 때 어느 정도의 무공을 익힌 자들이 들어오거나 다른 부대에서 차출되어 오는 곳입니다.”
“종남파가 군 복무를 통해서 실전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무공을 완성하는 것처럼 구룡장주 역시 그 특수부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가만히 듣고 있으니 정말 구룡장주가 잔살십육검, 혹은 천화난무를 익힌 것처럼 느껴졌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만나 한번 운을 띄워 보겠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한 것처럼 송철은 그 길로 화린을 만나러 갔고, 그 뒤를 화영이 따랐다.
마침 화린은 장원에서 식솔들과 이야기를 막 끝내고 나가려는 참이었는데,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였다.
“자네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왔네.”
“무엇입니까?”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면 안 되겠는가? 자네가 바쁘면 일을 보고 돌아와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된다네.”
“아니, 아닙니다. 딱히 바쁜 일은 없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화린은 두 사람을 자신의 집무실로 데리고 가며 마주친 식솔에게 다과를 부탁하였다.
집무실에 마주 앉은 세 사람이었고, 화린이 송철에게 물었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자네, 최근에 산양현과 상남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일이라면 어떤……?”
“적호문은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구룡장의 분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적호문의 장원입니다.”
“그들이 멸문당하기 전에 무인들과 시비가 있었던 모양일세.”
“그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들을 죽인 무공이 잔살십육검이라는 사파의 무공과 천화난무라고 하는 정파의 무공이라는 것도 알고 있나?”
“그런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음사문의 무인들이 죽었다는 소식도 들었나?”
“그렇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무인들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화영은 송철과 대화하는 화린의 얼굴 변화에 신경을 쓰고 유심히 살폈다.
“우리는 그들의 무공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서 산문을 내려왔다네.”
화린은 송철을 보았고, 화영은 그런 화린의 표정에 눈빛이 달라졌다.
“그동안 이래저래 알아보았는데 단서는 없지만 그들의 연관성을 찾아보니 사파라는 것과 구룡장에서 그들의 사업체를 인수하였다는 것, 그리고 최근 음사문과의 마찰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네.”
“그러니까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의심이라기보다는 그냥 사실대로 말해 주기를 바랄 뿐이네.”
그때, 식솔이 다과를 가지고 들어와 이들 앞에 놓고 나갔다.
화린은 길게 숨을 내뱉더니 손을 앞으로 내밀어 두 사람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화린의 손이 새하얗게 변해 가더니 뼈가 보일 정도로 투명해졌다.
“소, 소수신공!”
두 사람은 화린의 손을 보고 놀라 저들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정확하게 빙백소수신공입니다. 북해빙궁의 지존 무공 중 하나입니다.”
“북해빙궁이라면……?”
“대초원을 지나 색목국은 트라빌 왕국 위쪽으로 올라가면 죽음의 대지라 불리는 만년설의 대륙이 있고, 그곳을 다스리는 곳입니다.”
“알고 있네. 백야의 도시라 불리는 북해의 패자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제가 군 생활을 하는 도중에 임무가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임무?”
“그렇습니다. 북해빙궁주의 세력을 도와 반란 세력을 진압하라는 임무였습니다.”
“음…….”
“그 대가로 북해빙궁은 백 년 동안 중원 대륙을 넘보지 않을 것이며 대초원이 중원을 도모하려고 한다면 중원을 도와 대초원의 뒤를 치기로 약조를 하였습니다.”
화영은 화린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송철은 군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화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였다.
“저는 임무 중에 북해빙궁에서 반란을 일으킨 음양뇌영절가의 금역인 만빙굴에서 음양뇌영절가의 가주를 죽일 수 있었지만 무공의 충돌로 인해서 만빙굴이 무너졌고, 바위와 바위가 맞부딪치며 생긴 틈 사이에서 운이 좋게 살 수가 있었습니다.”
“음…….”
“동굴의 앞은 완전히 무너졌기에 앞으론 나갈 수가 없게 되어 만빙굴의 뒤쪽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다 우연찮게 빙백소수신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연이…….”
“자네가 익힌 빙백소수신공과 백 년 전 중원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소수신공과 다른 것인가?”
“제가 익힌 빙백소수신공은 북해빙궁의 온전한 무공이고, 백 년 전 소수신공은 빙백소수신공의 한 초식일 뿐입니다.”
두 사람은 화린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수신공이라 불리는 그 무공을 화린이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 초식이었다고?”
“그렇습니다. 빙백소수신공은 모두 사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원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소수신공은 일초식인 소수발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빙백소수신공을 익혔다고 두 분께 밝힌 이상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습니다.”
“허허, 그럼 다른 초식들은…….”
송철이 묻자 화린은 말을 돌렸다.
“장로님께서 앞서 언급한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를 익힌 자들이 본 장에 시비를 걸어온 적이 있습니다.”
“뭐?”
화린은 앞서 깔아 놓은 밑밥을 토대로 거짓을 말하였지만 두 사람은 거짓이라 확신을 하지 못한 채 화린의 말을 들어야 했다.
“두 사람은 적호문뿐만 아니라 산양현의 흑사방도 멸문시켰습니다. 그들이 운영하는 기루에서 작은 소란이 있었고, 그 소란으로 인해 흑사방을 멸문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흑사방이 운영하던 객잔과 기루를 저에게 팔아 이익을 챙겼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나?”
“저의 입장에서는 싸게 준다는 객잔과 기루를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객잔과 기루를 인수하여 장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두 사람은 상남현의 적호문도 멸문을 시킨 후에 저를 찾아와 그들의 장원과 객잔, 기루를 팔고자 한다고 이야기하였고, 저 역시 싼값에 살 수 있으니 그것들을 인수하여 지금 영업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왜 시비를 건 것인가?”
“자신들이 싸게 객잔과 기루를 넘겨주었으니 식사와 술은 물론 잠을 잘 수 있는 방과 매일 기녀를 품고 자는 것을 공짜로 해 달라고 하더군요.”
“음…….”
화영은 말을 하는 화린의 표정에서 이상함이나, 혹은 거짓을 말한다고 전혀 생각지 못하였다.
“숙식을 제공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기녀까지 매일 품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건 그녀들의 의사에 달린 문제라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거절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저를 겁박하더군요.”
송철은 그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흑사방과 적호문을 멸문시킬 정도로 대단한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힘만 센 강호 초출의 신출내기들처럼 보였기에 조용히 타일러서 돌려보려고 하였는데 두 사람은 자신들이 익힌 무공을 믿었는지 저를 죽여 구룡장과 저에게 팔았던 객잔, 기루를 빼앗아 가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들은?”
“죽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을 살려 둘 만큼 마음이 넓지 못합니다.”
화영은 두 사람을 죽였다는 말에 침울한 신음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화산에서 회수해야 할 무공인 천화난무를 회수하지 못하였으니 그의 반응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시체는?”
“태워 버렸습니다.”
“혹시 그들이 익힌 무공을 기록해 놓은 무공서는 없던가?”
화영이 물었다.
“없었습니다.”
단호한 한마디에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많이 묻어났다.
물론 화린의 말을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빙백소수신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밝힌 이상 이를 두고 추궁하기도 그랬다.
“그럼 음사문의 무인들은 왜 죽인 것인가?”
“그들 역시 본 장원의 것을 탐하려고 하였습니다. 본 장원이 흑사방과 적호문의 사업체를 사들인 것에 대해서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그들이?”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핑곗거리가 있어야 하니 멸문당한 흑사방과 적호문을 언급하였겠지만 말입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
“흑사방과 적호문의 영업장은 자신들의 것이니 돌려받으러 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죽였나?”
“처음에는 저도 사정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본 장원의 것을 빼앗아 가려고 왔지만 사람을 해치거나 겁박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음…….”
“저는 정당한 대금을 치른 후에 영업장을 인수하였다고 말을 하였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로 영업장을 달라고 하였고, 그렇게 못 하겠다고 하니 객잔에서 난동을 부렸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싸운 건가?”
“적당히 혼을 내고 돌려보내었는데 그날 야밤을 틈타 본 장원의 담을 넘는 바람에 그들을 살려 둘 수가 없었습니다.”
화린은 거짓을 사실처럼 말하였고, 듣는 이들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고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는 더 이상 본 장원을 건들지 말라는 뜻으로 그들의 시체를 관에 넣어 음사문으로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먼.”
“그 후, 한동안 조용하더니 갑자기 산양현과 상남현에 문파를 개파하겠다고 음사문에 사람들을 보내더니 개파할 문파로 구룡장의 본원과 분점을 원한다며 찾아왔습니다. 팔 수 없다고 말하니 그들이 무력을 앞세워 장원의 영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괴롭혔습니다. 그로 인해서 숙수 일을 배우던 친구가 손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단리혁진이라는 젊은 친구를 이야기하나 보군.’
종남과 화산파의 무인들이 그동안 조사한 것들도 있었다.
“제가 그 친구에게 열심히 하면 객잔을 맡기겠다는 각서를 써 준 적이 있는데 놈들이 그 각서를 이용해서…….”
화린의 설명을 듣고 자신들이 조사한 것과 일치하다는 것을 느낀 송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그들을 죽였나?”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나의 것을 탐하거나, 나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을 살려 둘 만큼 자비롭지 못합니다.”
“알겠네. 그런데 그로 인해서 더 큰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나?”
“그들은 제가 죽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사실 두 분께도 이 사실을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가 있었습니다.”
화린은 이미 반박귀진을 넘어 삼화취정, 오기조원의 경지를 웃도는 위치에 있었기에 화린이 무공을 감추고자 한다면 송철과 화영은 절대 화린의 수준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배교의 비전 술법에도 능하였기에 화린이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도록 자신을 숨길 수가 있었다.
“송철 장로님께서는 저의 같은 군 부대 선임이시니 제가 숨김없이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빙백소수신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아는 건 두 분밖에 없습니다.”
그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다른 사람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두 사람을 통해서 퍼졌을 것이니 그때는 자신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려서였다.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헛소리라 치부를 하겠지만 빙백소수신공을 눈으로 본 이상 어쩔 수가 없겠구나.’
화영은 일단은 화린의 뜻대로 빙백소수신공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하였다.
“그건 걱정 말게. 화영 장로는 생각이 깊으신 분이시니 자네를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걸세.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 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오해를 사는 것보다 이렇게 푸는 것이 저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말씀을 드렸지만 저의 것을 탐하거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이상은 남들과 다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 제 것을 탐할 때는 참고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